유하는 첫 수가 좋게 풀렸음에 웃음기있는 얼굴로 대답했지만, 이어오는 공격에 눈쌀을 찌푸렸다. 뇌전에 서원한 마법. 더이상 예전처럼 다양한 속성의 마도를 상황에 맞게 구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뇌전은 물리력이 낮고, 그에 따라 날아오는 공격을 막는 방법은 번개로 저것을 태우는 법 뿐. 그마저 먼지는 날아와 시야를 막고, 시전에 따른 딜레이에 상대의 마도가 시전될 것이니 악수다. 빠른 시간 안에 계산을 끝낸 유하는 몸을 낮추고 꼬리를 이용한 반발력으로 옆으로 뛰었으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가는 흙덩이에 몸이 일순 휘청였다. 제길.
하나의 마도를 보아도 알 수 있다. 엄폐물 생성과 동시에 공격이 이루어졌다. 마도의 기본 역량만으로도 위협적이야.
"다음 간다?"
손을 앞으로 뻗자, 유하의 앞에서 전격들이 작은 파도와 같은 형상으로 상대에게 쏘아진다. 썬더콜링은 다시 해봐야 흙더미에 막힐 것이니 망념 상승을 감수하고서라도 범위를 때릴 기술을 이용하는 수 밖에.
높은 향상심에 웃음을 지으며 상대의 움직임을 파악한다. 그간의 수련에서 신체 능력도 올랐나? 담벼락에 올라서서 자신의 마법을 물리적으로 뛰어넘는 모습에는 미간이 좁혀진다. 아니야, 신체능력이 좋았더라면 굳이 방금 공격을 마도와 병행해서 회피하지 않고 피할 수 있다. 발동속도도 내가 더 빨라. 그렇다면 간격을 좁히는 편이 더 좋겠네.
이윽고 칼바람이 날아온다. 바람. 거지같은 속성. 눈으로 보이는 일렁임을 한순간에 포착해야 범위와 속도를 계산하고 회피나 방어를 고려할 수 있다. 지금도 몸을 날려 피한다면 분명히 속성에 대한 제한을 눈치채겠지. 아니, 어쩌면 마법사라고 읊은 그 순간부터 알았을지도 모르고. 허나 더 좋은 다른 수는 없다. 마도역분해도 불가능하니, 무식한 교환비의 망념으로 공기를 태워 바람을 내 상쇄하거나 피하거나.
-팟
몸을 날려 주강산에게 뛰어간다. 삭- 하는 소리와 함께 흙덩이에 맞았던 부위를 칼바람이 베어 지나간다. 거지같은 바람 속성 마도의 계산을 잘못한 탓이다. 흙더미... 계속 주위만 사용하고 있었지? 유하는 다시금 손바닥을 뻗어 썬더콜링을 부른다. 120도 각도로 노린 직선적인 3갈래, 그리고 위와 아래에서 동시에 하되 아래에서 나가는 전격은 시간차를 두도록 한다.
유하가 강산의 말을 오해하려는 기미가 보여서 강산은 어색한 표정으로 답한다. 그러나 설명하기엔 여유가 많지 않다. 강산의 공격을 맞는 것도 감수하고 유하는 이 쪽으로 뛰어온다. 강산은 유하의 동작을 살피다가 마도를 시전하려는 낌새를 보이자, 흙벽 아래로 뛰어내리며 공격을 피하려 한다. 유하의 등 뒤로 넘어갈 생각으로, 의념보로 허공을 밟고 도약하려는 순간-
"큭!"
-유하가 시간차를 두고 아래에서 쏜 전격이 그와, 그가 서 있던 흙벽을 맞춘다. 사이에 붉은 것이 끼어들었지만, 강산은 유하의 근처로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아이템 좀 썼다고 뭐라하지 말어."
유하를 뛰어넘지 못하고 착지한 강산의 옷깃 아래에서, 적룡공훈장에 박힌 붉은 보석이 반짝인다. 화염 보호막은 유하의 공격과 무너지는 흙의 파편을 대신 맞고 흩어졌지만, 그마저도 없었으면 낙법이고 뭐고 없이 그대로 땅에 엎어졌겠지. 자. 이제 어떻게 한다?
//8번째. ▶ 적룡의 눈 - 전투 중 한 번, 망념을 50 증가시켜 발동할 수 있다. A랭크 상당의 화염 보호막이 발동된다. 보호막은 파괴되기 전까지 유지된다.
하지만 아이템을 구비하는 것도 실력이니 뭐라고 하지 않는다. 아서 아저씨만 살아계셨으면 나도 아이템 하나 정도 더 뽑는건데 아. 이번의 마도는 예상대로 먹혀들어갔다. 저 붉은 보호막만 아니었다면 확실한 데미지가 있었겠지만 어쩔수 없지. 옷깃 아래에 반짝이는 붉은 보석. 아무래도 저게 그 원흉인것 같은데... 우선 보석은 깨지지 않았다. 단발성이 아니라는 이야기. 그렇다면 횟수의 제한이 있나? 아니라면 마도진처럼 망념을 코스트로? 알 수 없지만 저 방어막을 뚫고 공격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다.
"......"
거리는 좁혀졌다. 다시 한 번 썬더콜링을 해야 하나, 아니면 다른 수법을 적용해야 하나. 같은 기술을 계속 사용하기에는 너무 밑천이 없어 보이지. 유하는 손가락을 튕겨 뇌전의 사슬을 일으킨다. 가까운 거리의 상대를 옭아멜 수 있도록 빠르게 날려보자.
//9 방어도 힘든 뇌전속성 마법사 살려 더블캐스팅도 모르고 있으니 이제 정말 질 일만 남아서 나는 두려우....
뇌전의 사슬이 상대를 옭아메고 백두는 상대방에게서 멀어진다. 염동 마도에 맞아 날아가면서도 관찰해낸 사실이었다. 유하는 공중에 붕 떠서 켁 하고 앓는 소리를 내다가 바닥에 떨어졌다. 한 두 바퀴 굴러가 정신을 잡기 힘들었지만, 분명 동시에 시전된 마도.
"너, 쿨럭, 아우.,. 더블 캐스팅 익혔구나?"
대단한걸, 하고 소매로 눈가를 가리는 흙더미를 닦아낸다. 흙벽이 올라와 강산은 노리기 힘들다. 공중이나 후방에서 나올 마도에 유의할테니 당연히 맞질 않겠지. 하지만 주무기를 손에서 놓은 이 순간만큼 적절한 순간이 없다. 상대는 반드시 백두를 다시 찾으려 할 것이니까. 실용적 이유에서든, 심리적 이유에서든. 단발적인 공격을 하기에는 어떤 방법으로 백두와 접촉할지 미지수다. 흙벽을 세워 걸어갈수도 있고, 아니면 바닥을 쳐서 백두를 옮길수도 있고, 백두에 마도를 걸어 이동시킬수도 있는데 이 모든 것이 더블캐스터인 상대라면 공격과 병행할수 있는 행동이다.
"....좋아, 나도 무언가 하나 보여주지."
머리가 핑하고 돌며 눈 앞이 깜깜해지는 감각, 망념이 급하게 사용될 때의 느낌이다. 심장 박동에 따라 나오던 뇌전이 몸을 타고, 나아가 필드를 집어삼킨다. 영역새진 - 뇌전. 속성 친화력에 더불어 마법사적 감각이 훨씬 날카로워졌지만, 이거... 기술 두어개가 한계이겠다.
늦은 시간까지 괜찮으신가 강산주? 더블 캐스팅을 눈치 못 챈건 마도역량이 늘어서 그런거 아닐까 하고 착각했기 때문 //
"긴가 민가 해서."
살짝 웃었으나 투둑 하고 떨어지는 코피에 표정을 바꿨다. 이번이? 아니면 다음이? 한계가 너무 빨리 온다.
"아-."
백두를 챙겨 거리를 벌리는 주강산. 좋은 선택이다. 가까이 싸운다면 캐스팅 속도가 빠른 내가 어떤 마법을 구사할지 모르니까. 하지만 지속적인 공격이나 엘 데모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신경쓰이는-, 아니야 이런걸 신경 쓸 시간이 아니다. 유하는 눈쌀을 찌푸리며 침을 힘을 줘서 삼켰다. 아, 숨쉬기도 힘드네. 도망가는 상대의 도주로를 예상해본다. 바보도 아닌 이상 직선으로만 도주할리 없다. 길을 걸어가며 마도도 사용하여 변칙적인 이동을 하겠지. 그렇다면 시간이 얼마 없는 내 입장에서는....
전과는 달리 공기를 찢는 소리가 나며 썬더콜링이 날아간다. 주강산에게 둘 백두에 둘. 시간차를 두어 백두에, 강산에, 그리고 동시에 두 발. 이걸 버티면 나의 승리는 물건너 간것으로 봐야지
//썬더 콜링(A) 의념을 통해 적을 지정한 직후 좌표에 아주 빠른 속도의 뇌전을 내려꽂는다. 뇌전심장(D) 마법의 발동 속도가 크게 증가 영역 개진 - 뇌전(E) 시전자의 마법 대미지를 크게 증가
의념 각성자가 쓰는 힘은 결국 의념의 힘이다. 따라서 강산이 알기로, 망념에서 자유로운 각성자는 없다. 어쩌면 홍왕이라면 자유로울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그 사람은 여러 의미로 규격 외이고, 또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강산도, 지금 유하가 코피를 흘리는 것과 같은 이유로, '이번에는 엘 데모르를 못 쓰겠다'고 했던 것이었다. 엘 데모르를 시전하는 동안 망념은 빠르게 증가한다. 또한 멀티 캐스팅을 쓰면 추가적으로 망념이 오르니까. 그렇지만...
"젠자아아아앙!!"
수련장에 올리는 강산의 비명 소리와 함께 벽 몇 개가 세워진다. 강산은 결국 악기를 보호하기 위해 영성과 신속을 끌어올려 엘 데모르를 시전했지만... 결국 벽으로 막아내지 못한 낙뢰의 일부를 몸으로 받아내고는, 쓰러지고 만다. 이제 강산의 입가에서 피가 한 줄기 흘러내린다. 다행히 백두는 아직 무사한 듯 했지만.
쓰러진 상대를 확인하고는 풀어둔 세계를 다시금 심장 안으로 밀어넣는다. 친화력이 있음에도 끔찍한 감각에 유하는 끅, 하고 휘청이다 양 손을 뒤로 짚어 넘어졌다. 이겼나... 이겼네. 백두에 대한 강한 애착이 이번 대련의 결과를 낳았다. 엘 데모르로 공간을 침식해서 영역을 깎아먹거나, 거리를 둔 체로 뇌전이 상대하기 힘든 마도를 지속적으로 쏘아대는 방법이라면 이기기 더 버거웠겠지. 멀티 케스팅을 조금 더 숨겼거나.... 질법한 경우의 수를 상상해보면 정말 수도 없이 많으니 이번 승리를 오롯이 즐기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진 사람 앞에서 승자가 궁상부리고 있는 것도 예의가 아니지.
유하는 한참을 숨을 고른 후, 망념으로 비틀거리는 시야로 나아가 강산의 옆으로 가 다시 털썩 주저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