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 ※최대 12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진행 때에는 #을 달고 써주시면 됩니다. 진행레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색깔을 입히거나, 쉐도우를 넣는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스레주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쁘게 꾸며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주도 무협 잘 모릅니다...부담가지지 말고 츄라이츄라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적용하며, 이에 기속됩니다.
있는 그대로 받아준다면 버릇이 나빠질 텐데도, 그걸 알면서도 고분고분 받아주시니 참 나쁜 분이기도 하여라. 재하 야살스럽게 웃어 보이다가도, 희미한 미소와 함께 당신이 제안하는 이야기에 속눈썹 살포시 들어 올리듯 하며 눈 마주한다. 사랑스러운 나의 도련님. 도련님은 재회할 날을 다시금 약조하고 있으시나 은연중에 대담한 밀회에 대한 동의를 내포하고 있으니, 어찌하여요. 남의 아내에 대하여 함부로 생각하는 것은 좋지 못함을 아는데도, 알량하고 편협한 시선일지언정 지금의 나는 아내분보다 훨씬 행복한 느낌이니. 재하의 미소는 사붓이도 가늘어진다. 아직 답하지 아니하였으나 필히 저 가는 웃음의 뒷말을 이을 날이 오겠지.
"누이가 가시었다 하였는데 대협의 기개도 같이 가버린 것인지……."
입술이 이마에 닿을 적엔 사랑스러이 속삭인다. 마음에 들었지만 욕심이라도 내고 싶었는지 가감 없이 속삭이는 꼴 맹랑하다. 이윽고 종알거리는 것도 명확히 당신 놀리고 싶었던 모양인지 낭랑하기 그지없다.
"정말 기억이 나지 않으시어요? 궁금한데…… 아쉬웁기도 하여라."
횡설수설 대는 것이 재미나기도 하였던지, 원망하듯 바라보는 눈길에 기어이 목을 타고 웃음소리 흘렀다. 눈이 긴 호선을 그으며 물 흐르듯 맑게 웃더니만 쿡쿡, 겨우 갈무리하곤 다시금 터져 나오려는 목구멍 속의 소리를 삼키려 무진 노력한다. "네에, 기실 도련님께서 반응하시는 것이 참으로 귀여웁기에." 살랑살랑 봄바람 흐르듯 장난스럽게 얘기하곤 입술을 누르는 손장난엔 눈을 깜빡. 하고 크게 감았다 뜨며 작게 앙탈 부리듯 하더니 합 다문다.
"형님..께서요? 그러하였군요……."
여전히 어렵다. 아련하고 희미한 미소. 재하는 저 미소를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 할아버지께서 혼을 내는 것도, 하지 말라는 짓을 하는 것도 있을 수 없던 일이니. 다만 당신에게 있어 추억으로 남아있으니 아마 재하의 기억에서 좋은 일만 남았듯 그와 비슷한 일이지 않을까 싶다. 재하 눈 고이 내리 깐다.
"형제가 있는 것은…… 어째서인지 조금은 부럽사와요. 물론 소마에게 피가 이어지지 않은 동생이 있긴 하지만……."
처음으로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보곤, 그것이 자신도 생경한 일이었는지 눈을 느릿하게 깜빡인다.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나.
야견은 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상인의 어깨춤을 퍽, 소리 나게 두들겨주고는 등을 돌린다. 손에는 이번 달 상납금이 담긴 주머니가 여럿. 평소라면 이런 수금은 아랫 것들에게 맡기는 것이 보통이었으나, 이렇게 실제 구역을 돌아보는 걸로 얻을 수 있는 정보도 있으니 말이다. 예를 들어서...
“망할! 야! 빨리 고진이 형님 불러와! 저 곱상한 창잡이, 최소 이류 이상이라고!”
이렇게 파계회 부하들에게 걸린 시비를 볼 수 있다던가. 아무래도 부하놈들이 평소대로 저잣거리에 나타난 무인에게 껄렁 대다가 상대를 잘못 만난 모양이다. 간만에 몸을 움직이고 싶기도 했고. 어떤 자인지 살펴보실까.
“저런, 무표정한 얼굴로 창은 아주 살벌하게 휘두르시는데. 그래서 왜 이 사단이 났다고?”
“그게, 막내가 술에 취해서 저 창잡이한테 그, 뭐냐, 얼마 주면....”
하아, 야견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쉰다. 굳이 말을 다 듣지 않아도 어떤 이야기가 오갔을지 훤히 보였기 때문이다. 아무리 신입라고 해도 명문 파계회에 소속된 사파라는 것들이 품위라고는 없어요 아주. 그러나 윗대가리의 위치에 있는 이상, 아랫것이 친 사고는 수습해야겠지. 상대의 창술을 보아하니 지독히 매섭고 군더더기 없다. 실전에서 단련된 낭인의 기술이겠지.
“잠시 실례.”
야견은 낭인이 창을 뻗기 위해 뒤로 물리는 틈을 타, 빠르게 달려가 부하의 옷소매에 손가락을 건다. 이후 휙하고 던지는 소리와 땅에 뼈가 부딫혀 아작나는 소리가 난다. 추혼법권 4성 몌타. 옷깃을 잡아 땅에 매다꽂는 던지기 기술이었다. 부하는 말 그대로 안면으로 착지한채, 곤죽이 된 얼굴에서 피를 절절 흘리고 있었다. 치료하지 않는다면 평생 저꼴로 살겠지. 물론 야견은 구두쇠라 그런데 돈을 쓸 생각은 없었다.
“부하놈이 헛소리를 해서 그쪽 기분을 잡친 것 같구만. 윗놈된 도리로서 수습은 해뒀는데, 남득은 가시나?”
“난데없이 나타난 아리따운 낭인님에게, 말단 중의 말단이라도 힘줄을 잘린 것이 소문이 나봐. 앞으로 우리가 이 동네에서 장사해 먹는데 좀 지장이 가겠지? 그래서 ‘네 그러세요~’하고 허락해 줄 수는 없겠는데. 그러니...”
조직생활이라는 것은 이리도 귀찮고 번거로운 것이다. 이내 야견, 순해보이는, 그러나 어딘가 무심하고 차가워보이는 낭인의 눈을 바라보며, 집 지키는 개처럼 이를 드러내며 두 손을 들어올린다. 이 이상의 문답은 불필요하다는 의미겠지. 그쪽이나 나나 사파다. 그럼 사파답게 해결하면 될 일이다.
야견은 자신을 향해 물레방아 마냥 회전해오는 창을 옆으로 몸을 움직여 비껴낸다. 저잣거리 사파들에게서 자주 보았던 무공이라 생각했는데, 그 기세나 예리함의 성질이 다르다. 군더더기가 없다고 해야 하나.
“하, 사파라면 응당 그래 줘야지!”
호기롭게 말하는 야견의 머릿 속에서는 주판이 바삐 돌아가고 있었다. 야성의 감이라던가, 타고난 감과 같은 천부적인 재능이 없는 야견은 전략을 세워 싸울 수 밖에. 창이 있는 한, 상대방이 간격에서는 유리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피해를 감수해서라도, 간격을 좁혀야 한다.
“흡ㅡ!”
야견은 주먹에 내공을 모아 빙글빙글 회전하는 창의 중심부를 향해 10번의 주먹을 날리려 한다. 회전하는 병장류의 힘이 가장 적은 곳이 중심부라는 것을 노린 것이었다. 다만, 상대에게 이를 타파할 방어 기술이 있다면, 이것은 오판이 되겠지.
껄껄 웃는 것이긴 했지만 그는 분명히 목소리에 내공을 담았다. 탁발호장신공의 기이하면서 중후한 위압은 작은 객잔을 가득 채우기에는 충분했고, 절정의 기감으로도 느끼기에 경계할 법한 인물은 눈앞의 여식 하나 정도. 딱 그정도가 다였다. 남은 면조각을 입에 넣곤 중원은 느긋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손에는 젓가락 하나를 집은 게 다였지만 절정의 고수에겐 젓가락도 필요에 따라 암기가 되긴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