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 ※최대 12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진행 때에는 #을 달고 써주시면 됩니다. 진행레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색깔을 입히거나, 쉐도우를 넣는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스레주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쁘게 꾸며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주도 무협 잘 모릅니다...부담가지지 말고 츄라이츄라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적용하며, 이에 기속됩니다.
손님으로 받지 않을 거라는 말. 그녀가 내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벌이겠지. 아마 다시는 재하를 볼 수 없으리라는 것. 바꿔 말하자면 그녀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벌을 내릴 만큼, 재하를 소중히 여기는 것은 중요하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그렇기에 루주가 나를 보며 이를 악물고 있어도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루주가 재하를 얼마나 소중히 대하는지 확인할 수 있었기에.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절대로, 그럴 일은 없을테니."
단호한 대답이었다. 제 말을 지킬 자신도 있었지만, 그것보다는 불가의 영역에 가깝지 않았을까. 제 정인을 처음보는 숱한 사람들처럼 제 정인을 대한다는 것이, 이제는 불가의 영역에 있었다. 그가 하려고 해도 아마 또 다른 자신에 의해 저지될테니. 때론 감정은 의지보다도 더 강했으니까.
괜찮다는 듯 미소지어도 오히려 사랑스럽기 때문에 더 걱정되는 것을 제 정인은 알지 모르겠다. 마음 한켠이 저려왔다. 지난 행동을 후회했지만, 이제 와서 후회해서 무엇 할까. 이미 잊혀진 밤인 것을.
"걱정을 아니할 수 있겠습니까 공자, 아니. 재하야."
제 정인이 자신을 대견해하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그는 정인을 신경쓰고 있었을까. 부드러운 뺨의 감촉에 잠시 뺨을 가볍게 조물거리다가 놓아주고는 그저 손을 잡고 있었다. 아까처럼 이마에 접문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등 뒤에 바로 시선이 있는데 그리 할 수는 없지.
"...그렇구나. 솔직히, 어릴 적 할아버지 이후로 지금처럼 무서운 적은 처음이었다."
발칙한 미소에 피식 웃으며 고개 끄덕였다. 무림인보다 무서운 것은 장인어른인 걸까. 속으로 농담도 던지면서.
>>86 무림에서 칼은 함부로 뽑지 마라. 칼을 뽑기 전에 족보를 다 따져본 다음에 빼들어라. 잘못 칼부림했다간 무림공적이 될 수 있다. 독고구검은 결국 화경의 경지에 이른지 단 한 달만에 마교, 사혈련, 구파일방, 오대세가의 추격을 받아 갈갈이 찢겨 죽음을 맞이했다. 그 시체는 중원과 신장까지 전시되었고 그 끔찍함은 지금도 회자된다. "독고구검은 정파보다는 사파에서 더 중요하게 배우는 인물이네. 이제는 약 140년 전이던가? 사파 출신의 낭인이 천하제일인이 되었으니...그 때까지만 하더라도 천하제일인은 물론 천하백대고수. 뭐 이런게 있었거든!"
그는 어디서 많이 배운게 분명한 지식을 뽐냅니다. 이 녀석, 설명충이로군요.
"천하백대고수에서 사파 출신은 끼워주지 않는다거나, 천하제일인은 전부 정파인이거나...사혈련주 수준이 아니면. 아 사혈련주란건 말이네!"
거 대충 아니까 넘어갑시다.
"아무튼 사파 출신은 항상 강호 중심에서 밀려나있는 그런 비주류였단 말일세. 그런데 독고구검이 그걸 깬거야."
희중이 굉장히 기분좋은듯 웃습니다.
"이거야 원. 술이라도 한 잔 있으면 딱일텐데...독고구검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아나? 화경에 오른 고수가 왜 무림공적이 되었는지 말일세."
모르는데용.
"글쎄! 독고구검은 자기를 추종하고 따르는 사람들이나 세력은 죄다 개무시를 했지 뭔가! 그 탓에 결국 비참한 말년을 맞이한것이겠지만...그 전까지 독고구검은...말 그대로 남자 중의 남자였지."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배드애스라 이겁니다.
"혼자서 당대 천하백대고수 모두에게 도전해서 모조리 꺾었네. 마지막에는 천하제일인마저 비무로 꺾었지. 정파놈들 자존심이 당연히 무너져내렸을거야. 평생 무시하던 천하디 천한 사파 출신 무인이 천하백대고수를 전부 꺾고 천하제일이 되다니 말이야!"
통쾌하다는듯 그가 자신의 허벅지를 내리칩니다.
"그렇지만, 그래서 문제였어. 자존심 빼면 시체인 놈들 체면을 왕창 구겼으니 말일세. 심지어 천하제일인을 쓰러뜨리고도 너무 약해. 이런 소리를 했으니 당연히 꼴받지!"
점점 언행이 격해지는군요.
"그래서 사특한 무공을 쓴 혐의로 재판을 하려했지. 독고구검이 그걸 나가겠나? 안나갔지. 그래서 무림공적이 된게야. 정파의 고수들이 죄다 나섰지. 그리고 마찬가지로."
키득키득하고 그가 웃으며 일어납니다.
"그를 흠모하던 사파의 고수들도 그에 맞섰네. 결국은...이렇게 되었지만."
그리고 벽을 다가가 팔로 퉁퉁 두들깁니다.
"이 곳은 그런 곳이야. 정파 놈들에게는 강력한 적을 물리친 기념관이지. 자랑스러운 역사일세. 사파에게는?"
희중이 천장을 쳐다봅니다.
"위대한 영웅이 잠에든...추모의 공간이지. 오래전에 사라졌다고 들었는데 이게 다시 나타날 줄이야."
【 다른 세력의 무공을 익히려면 】 패널티를 없애는 방법은 딱 하나가 있습니다. 마교는 아주 길고 긴 시간 중원 무림을 호시탐탐 노려왔습니다. 물론 사방에 그들의 적이 있었고 포교할 대상이 넘쳐났기 때문에 함부로 중원을 도모하지는 못했습니다. 거기에 긴 시간 동안 마교는 대대적인 침공을 안했다 뿐이지 접한 지역의 중원무림 문파와는 마찰을 빚고 있었습니다. 언젠가 찾아올 중원 종교해방을 위해 마교는 천만금을 들여 거대한 규모의 세작세력, 즉 분타를 운영했습니다. 하지만 마교의 무공과 사파, 정파의 무공은 그 원리 자체가 다릅니다. 그러니 마교의 무공을 익힌 자는 금방 들켜 죽고 맙니다.
그래서 마교는 아주 비밀스러운 실험을 진행합니다. 끔찍하고 잔인한 실험이 이어졌고 마침내 완성된 마교의 비전. 오직 정체를 숨겨야만하는 '분타원' 들에게만 남몰래 새겨지는 영적인 비술입니다. 이 비술을 익힌 자는 성질과 원리가 다른 무공을 익히더라도 몸이 터지거나 기맥이 폭발하는 일 없이 안정적이었습니다.
그 외에는 안정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끔찍한 고통을 안고 가면서 기맥과 단전의 균형을 억지로 맞추는 방법. 수명을 버리는 법 등등이 있습니다. 사실상 실패한 방법들이고 무림에서는 세력이 다른(=원리와 성질이 다른) 무공을 익히는 것을 금기 중 하나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110 다른 캐들이 미래로 회?귀? 점프인가? 여튼 하고(하란이는 신선이라 그 시간동안 정직하게 살음) 특급 무림인 뭐시기 하면서 썰 푸셨던 거 재미있었거든용 신강 마교랑 중국 대만이 서로 자기 문화라고 싸우는 대만용왕제(코로나로 인한 무관중 행사) 등등등.. 그거 컨셉으로 하면 재밌어보여용
한마류 팔한검 - 8성 추가 천뢰제왕신공 - 6~9성 추가 천풍검법 - 6~9성 추가 철검십식 - 6성 추가 창궁무애검법 - 6성 추가 교룡검법 - 10성 추가 생장선술 -1~6성 추가 광해방검진 - 6~10성 추가 풍상설우 - 6~10성 추가 화석도 - 10~11성 추가 감모보 - 7~9성 추가 만진창 - 1~6성 추가 건곤대나이 - 1~8성 추가 탁발호장신공 - 1~8성 추가 북위검 - 1~6성 추가 번뇌팔보 - 1~3성 추가 전음입일 - 0성 추가 충액공 - 6성 추가 수라선 - 4~5성 추가 귀영심법 - 5성 추가 천앵 - 1~5성 추가 실전 건가공 - 1~5성 추가 실전 낭아창 - 1~4성 추가
1. 아빠가.. 신선이구나... 그런데 닮았다는 거 보면 색배치도 닮은건가? 만약 그러면 재하는 아빠 얼굴 못 볼듯 싶어용.. 재하 과거가 과거다 보니까 자기는 이런 모습으로 태어나서 그런 일을 겪어오며 살았는데, 알고 보니 가장 높은 자의 모습이었다니.. 좀 허무함? 같은 게 있을 것 같아용... 2. 그리고 자기도 어릴 때 고아라고 생각했고, 부모님이 버렸겠지만 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이유였다는 거+처음부터 못 만나는 걸 알았으니 두배로 허무할듯 3. 그래서 엄마는 누구야??? 재하를 하계로 내려보내는 대신 처벌을 감수했다는 걸 보니까 금단의 사랑이라도 한 것 같은데 누구지 두근두근 팝콘통 씹어먹기
이러느라 요새 진행레스 미리 써두는 거 확인할 때마다 자잘자잘하게 수십번은 엎는 것 같아용
그러다가 달도 뜨지 않은 밤에 요사한 불빛이 보이는데.. 이족보행 요괴들이 두 마리 정도 앞장서서 달랑달랑 걷고 있는 거에용... 요사스러운데 손에는 등불 같은 거(사람 머리로 만들어도 개쩔듯)(?) 쥐고 있고.. 그 뒤를 이어서 청이같은 견요가 으르렁으르렁 터벅터벅 걷고.. 수많은 요괴 사이에서 호위 받듯이 걷지만 사실은 모두 거느릴 정도로 강자인 미호라니 쩔잖아용.. 마치 오이란도츄처럼 보이는 살천광혈의 백귀야행...? 미쳐버림.... 오늘부터 뼈를 묻음...
>>195 그렇지.. :3 내가 본 건 어느 어부가 인어 세 마리를 잡았다며 사또에게 진상했다. 어부가 인어의 기름은 다방면으로 쓸 수 있고 살코기도 맛있다고 아뢰었는데, 그 우는 소리가 너무 애처로워 사또가 거절하니.. 어부가 아쉬워하면서.... 먹었던가 풀어줬던가 하는 내용이라.....
주인공 - 화산파의 사생아 주인공의 부모 - 어머니(무인) - 근데 여자가 무공 한다고 꼽들음 화산파가 화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이유 - 마교를 막으려고 화산에는 매화가 없지만 매화검법은 있다오 화산파에는 나이 많은 장문인들이 있음 - 파가 아니라 (주)화산이었던 것이 분명 정식 제자가 아니지만 사형제가 있다. - 혼외자이지만 형이 있다. 일개 제자가 주인공 비급고 막 들여보내줌
동생이 언니가 좋아할 것 같다고 보내줬는데 이건... 동생이 저를 죽이려고 하는 게 아닐까용?
절벽에서 떨어졌는데 단?전이 박살난다고? 도교가 아니라 유교걸이라고?? 수련하는데 내공을 다 쓴다고??? 그래서 비무에서 내공 안 쓰고 싸운다고??? 아니 매화검법부터가 내공을 펼쳐낼 때 내공과 맞물려 퍼지는 매화향과 매화가지가 특징이라 매화검법이라고 하는데 내공 안 쓰고 하는거면 그냥 잘드는 칼질아닌???????
하이파워 무협 재밌네요 화경부터 환골탈태해서 영자신(靈子身)이 되고 현경되면 완전히 영자생명체가 됨 화경부터 절대고수인 이유는 그때부터 미시세계를 인지해 초식의 빈틈을 미시(微視)단위로 매우고 체감시간을 엄청 늘리기 때문에 현경부터 물질세계에서 싸우면 가볍게 초식을 나눈걸로 자연재해 수준의 피해가 나와서 공간 갈라서 아공간에서 싸움 검으로 분자 갈라서 가능성 비가능성을 나누는 것으로 승부
세계관 자체가 포괄적이거나 방대할 수밖에 없는 무협같은 세계관은 어물정 넘기거나 하는 식으로 설정의 구멍을 채워용. 초절정이 몇명인데 이들 나이가 몇이고 이런것도 있을거고.. 그렇게 하려면 창작자가 너무 크게 고통받아용. 좋게는 호기심을 채우는 건데 나쁘게는 스트레스 주실 수도 있는 질문이에용..
교국에 들어서지 아니하면 제 아이 볼 수 없게 함은 정파의 도련님에게 있어 가장 큰 처벌이자 선포였다. 그만큼 귀한 아이니 귀히 여기라는 선포. 지금 상황을 들은 재하의 심사가 어찌 꼬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당신이 받아들이기엔 그런 뜻일 테다. 단호한 대답에 재하 눈동자가 점차 작아지다 다시 돌아온다. 당신은 보지 못했겠지만. 재하는 눈을 내리깔았다. 역시 당신은 다른 사람이고, 다른 사람이기 때문에 더욱 놓칠 수가 없는 모양이다. 당신에게 애교스러움 보이는 이유가 하나 더 늘었으니, 이는 아직은 속에 숨겨둘 비밀이다.
"그리 걱정이 되었다면 다음부터는 부드러이 대해주시면 되는 것이지요. 아니하여요?"
재하야, 당신이 부르는 제 이름 두 글자에 그만 장난기가 동하고 만다. 당신이 내심 안절부절 하지 못하는 것 같았기에 더욱이. 꾀꼬리 노래하듯 보드라웁고 낭랑한 목소리로 속삭이니 은야는 앓는 소리를 내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꿀물이라도 가져올 터이니 기다리십시오."
더는 못 듣겠으니 자리 잠시 비워주겠단 뜻임을 어찌 재하 모를까. 기회다 싶어 뺨에 닿는 손 다시금 느릿하게 기대며 눈 휜다. 뺨을 조물거리는 손길에 휘었던 눈도 잠시 감긴다. 손을 잡을 적엔 가늘게 뜨인 눈빛에 아쉬움이 비쳤으나 어찌하겠는가, 떠난 손 다시 볼 위에 얹기에는 사람 마음이란 것이 참 간사하여 알량한 자존심이 서고 만다.
"할아버지라."
피식 웃는 모습에 동그랗게 뜨인 눈에 호기심 깃든다. 할아버지, 재하에게도 할아버지라 부를 수 있는 존재가 있었지. 나 노인. 무공도 배우지 아니한 일반인이요, 재하의 삶에 가장 큰 기댐목이 되어주었던 사람 중 하나였던. 기루 사람들과 달리, 재하를 온전히 재하로만 봐주었던 상냥한 사람. 그렇기 때문에 할아버지를 무서웁다 생각하기엔 조금 거리가 있었던 모양이다. 대신 다른 것이 떠올랐는지 고개를 기울인다. 고이 퍼진 머리카락이 접힌다.
장난기 동한 모습을 눈치채지 못 할 그가 아니었으나, 그는 언제나처럼 제 정인의 장난기에 당해주고 만다. 당해준다기보단, 당해버린다에 더 가까운 것이지만. 애교스러운 모습에 피식 웃음을 흘리며 그의 표정이 조금 풀어졌다. 그래도 장난친다는 것은 나름대로 그 자신을 배려해주고 있는 것이었으니까. 감사할 따름이었다.
"다음에 또 같이 있을 기회가 있다면, 그리해야겠지."
희미하게 웃으며 말한 것은 언젠가 또 이렇듯 함께 할 시간을 갖자는 무언의 약속이었다. 낭랑한 목소리가 듣기 감미롭기만 했는데 곁에 있던 이에게는 아니었나보다. 아니, 오히려 그녀에게 또한 감미롭기에 견디기 어려운 것일까.
"...루주께서 가시기도 하셨으니."
결국 루주가 방을 나서 조금 시간이 지난 뒤에야, 그는 작게 속삭이며 짓궂은 표정 지었다. 재하의 눈빛에 아쉬움 스친 것을 보았기에 뺨에 다시금 볼을 얹는 대신 이마에 작게 입을 맞추었고. 보는 눈이 없으니 한층 더 대담해진 것인지 부끄러운 기색도 없이 그저 즐거운 듯 재하를 눈웃음 지으며 바라보았다.
그러다 재하가 말한 것에 당황했는지 잠시 눈 크게 뜨고.
"아니, 그. 그것과는 다른 것이다. 애초부터 그건 정말 기억이 나지 않는..."
마음이 풀어진 탓인지 감정 변화가 둔해졌다 싶다가도 이렇게 7년 전과 같이 쉬이 당황하는 모습이 나왔다. 어젯밤의 영향인걸까. 아직 꿈에서 깨어나지 못 한 것은. 그는 한참이나 변명하려는 듯 횡설수설하다가 재하를 약간 원망하듯 바라본다.
"...날 놀리는게 재미있나보구나 재하야."
입 비죽거리지만 별로 삐진 것 같지는 않다. 발칙한 입술 손가락으로 한번 꾹 누르며 손장난 치고는
"어렸을 때는 할아버지께서 하지 말라는 짓만 하고 다녔으니 말이다. 그럴 때면 형님이 나를 끌고가, 할아버지께 잔뜩 혼났지..."
마치 혼잣말을 하듯 허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때의 추억이 떠오르기라도 한 것인지 아련한 표정과 함께 희미한 미소를 짓는다. 그 당시에는 별로 좋지 못한 기억이었을지 몰라도 과거는 미화되기 마련이라 지금 떠올려보면 하나의 추억으로 남아있었던가.
있는 그대로 받아준다면 버릇이 나빠질 텐데도, 그걸 알면서도 고분고분 받아주시니 참 나쁜 분이기도 하여라. 재하 야살스럽게 웃어 보이다가도, 희미한 미소와 함께 당신이 제안하는 이야기에 속눈썹 살포시 들어 올리듯 하며 눈 마주한다. 사랑스러운 나의 도련님. 도련님은 재회할 날을 다시금 약조하고 있으시나 은연중에 대담한 밀회에 대한 동의를 내포하고 있으니, 어찌하여요. 남의 아내에 대하여 함부로 생각하는 것은 좋지 못함을 아는데도, 알량하고 편협한 시선일지언정 지금의 나는 아내분보다 훨씬 행복한 느낌이니. 재하의 미소는 사붓이도 가늘어진다. 아직 답하지 아니하였으나 필히 저 가는 웃음의 뒷말을 이을 날이 오겠지.
"누이가 가시었다 하였는데 대협의 기개도 같이 가버린 것인지……."
입술이 이마에 닿을 적엔 사랑스러이 속삭인다. 마음에 들었지만 욕심이라도 내고 싶었는지 가감 없이 속삭이는 꼴 맹랑하다. 이윽고 종알거리는 것도 명확히 당신 놀리고 싶었던 모양인지 낭랑하기 그지없다.
"정말 기억이 나지 않으시어요? 궁금한데…… 아쉬웁기도 하여라."
횡설수설 대는 것이 재미나기도 하였던지, 원망하듯 바라보는 눈길에 기어이 목을 타고 웃음소리 흘렀다. 눈이 긴 호선을 그으며 물 흐르듯 맑게 웃더니만 쿡쿡, 겨우 갈무리하곤 다시금 터져 나오려는 목구멍 속의 소리를 삼키려 무진 노력한다. "네에, 기실 도련님께서 반응하시는 것이 참으로 귀여웁기에." 살랑살랑 봄바람 흐르듯 장난스럽게 얘기하곤 입술을 누르는 손장난엔 눈을 깜빡. 하고 크게 감았다 뜨며 작게 앙탈 부리듯 하더니 합 다문다.
"형님..께서요? 그러하였군요……."
여전히 어렵다. 아련하고 희미한 미소. 재하는 저 미소를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 할아버지께서 혼을 내는 것도, 하지 말라는 짓을 하는 것도 있을 수 없던 일이니. 다만 당신에게 있어 추억으로 남아있으니 아마 재하의 기억에서 좋은 일만 남았듯 그와 비슷한 일이지 않을까 싶다. 재하 눈 고이 내리 깐다.
"형제가 있는 것은…… 어째서인지 조금은 부럽사와요. 물론 소마에게 피가 이어지지 않은 동생이 있긴 하지만……."
처음으로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보곤, 그것이 자신도 생경한 일이었는지 눈을 느릿하게 깜빡인다.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나.
야견은 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상인의 어깨춤을 퍽, 소리 나게 두들겨주고는 등을 돌린다. 손에는 이번 달 상납금이 담긴 주머니가 여럿. 평소라면 이런 수금은 아랫 것들에게 맡기는 것이 보통이었으나, 이렇게 실제 구역을 돌아보는 걸로 얻을 수 있는 정보도 있으니 말이다. 예를 들어서...
“망할! 야! 빨리 고진이 형님 불러와! 저 곱상한 창잡이, 최소 이류 이상이라고!”
이렇게 파계회 부하들에게 걸린 시비를 볼 수 있다던가. 아무래도 부하놈들이 평소대로 저잣거리에 나타난 무인에게 껄렁 대다가 상대를 잘못 만난 모양이다. 간만에 몸을 움직이고 싶기도 했고. 어떤 자인지 살펴보실까.
“저런, 무표정한 얼굴로 창은 아주 살벌하게 휘두르시는데. 그래서 왜 이 사단이 났다고?”
“그게, 막내가 술에 취해서 저 창잡이한테 그, 뭐냐, 얼마 주면....”
하아, 야견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쉰다. 굳이 말을 다 듣지 않아도 어떤 이야기가 오갔을지 훤히 보였기 때문이다. 아무리 신입라고 해도 명문 파계회에 소속된 사파라는 것들이 품위라고는 없어요 아주. 그러나 윗대가리의 위치에 있는 이상, 아랫것이 친 사고는 수습해야겠지. 상대의 창술을 보아하니 지독히 매섭고 군더더기 없다. 실전에서 단련된 낭인의 기술이겠지.
“잠시 실례.”
야견은 낭인이 창을 뻗기 위해 뒤로 물리는 틈을 타, 빠르게 달려가 부하의 옷소매에 손가락을 건다. 이후 휙하고 던지는 소리와 땅에 뼈가 부딫혀 아작나는 소리가 난다. 추혼법권 4성 몌타. 옷깃을 잡아 땅에 매다꽂는 던지기 기술이었다. 부하는 말 그대로 안면으로 착지한채, 곤죽이 된 얼굴에서 피를 절절 흘리고 있었다. 치료하지 않는다면 평생 저꼴로 살겠지. 물론 야견은 구두쇠라 그런데 돈을 쓸 생각은 없었다.
“부하놈이 헛소리를 해서 그쪽 기분을 잡친 것 같구만. 윗놈된 도리로서 수습은 해뒀는데, 남득은 가시나?”
“난데없이 나타난 아리따운 낭인님에게, 말단 중의 말단이라도 힘줄을 잘린 것이 소문이 나봐. 앞으로 우리가 이 동네에서 장사해 먹는데 좀 지장이 가겠지? 그래서 ‘네 그러세요~’하고 허락해 줄 수는 없겠는데. 그러니...”
조직생활이라는 것은 이리도 귀찮고 번거로운 것이다. 이내 야견, 순해보이는, 그러나 어딘가 무심하고 차가워보이는 낭인의 눈을 바라보며, 집 지키는 개처럼 이를 드러내며 두 손을 들어올린다. 이 이상의 문답은 불필요하다는 의미겠지. 그쪽이나 나나 사파다. 그럼 사파답게 해결하면 될 일이다.
야견은 자신을 향해 물레방아 마냥 회전해오는 창을 옆으로 몸을 움직여 비껴낸다. 저잣거리 사파들에게서 자주 보았던 무공이라 생각했는데, 그 기세나 예리함의 성질이 다르다. 군더더기가 없다고 해야 하나.
“하, 사파라면 응당 그래 줘야지!”
호기롭게 말하는 야견의 머릿 속에서는 주판이 바삐 돌아가고 있었다. 야성의 감이라던가, 타고난 감과 같은 천부적인 재능이 없는 야견은 전략을 세워 싸울 수 밖에. 창이 있는 한, 상대방이 간격에서는 유리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피해를 감수해서라도, 간격을 좁혀야 한다.
“흡ㅡ!”
야견은 주먹에 내공을 모아 빙글빙글 회전하는 창의 중심부를 향해 10번의 주먹을 날리려 한다. 회전하는 병장류의 힘이 가장 적은 곳이 중심부라는 것을 노린 것이었다. 다만, 상대에게 이를 타파할 방어 기술이 있다면, 이것은 오판이 되겠지.
껄껄 웃는 것이긴 했지만 그는 분명히 목소리에 내공을 담았다. 탁발호장신공의 기이하면서 중후한 위압은 작은 객잔을 가득 채우기에는 충분했고, 절정의 기감으로도 느끼기에 경계할 법한 인물은 눈앞의 여식 하나 정도. 딱 그정도가 다였다. 남은 면조각을 입에 넣곤 중원은 느긋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손에는 젓가락 하나를 집은 게 다였지만 절정의 고수에겐 젓가락도 필요에 따라 암기가 되긴 충분했다.
주먹과 창대가 충돌하는 소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굉음. 심법과 창술 양면에서 펼쳐지는 방어술에 야견의 10번에 달하는 권격은 제대로 닿지 못한다. 나아가 훌륭히 전개된 돌려막기에 튕겨져나가기까지 한다. 젠장, 상대를 너무 얕보았다. 그저 스쳐지나가는 이름 없는 낭인이라 생각한 것이 저도 모르는 방심으로 이어진 것일까.
“그러고보니 내 이름도 안 밝혔군. 파계회 간부 야견이란 놈이올시다.”
야견은 입가에서 피 한줄기가 흘러내리는 것을 보고, 이를 스윽 닦는다. 갈색의 눈에서 묘한 붉은 기운이 일렁거린다. 눈앞의 창잡이가 운동 삼아 상대할 잡배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한 결과였다.
“자, 그쪽은 뭐라 부르면 되지? 댈 이름 정도는 있으신가.”
그렇게 말하는 야견의 몸은 당장이라도 뛰어나가려는 용수철처럼 낮고, 힘을 모으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야견은 살짝 본심을 내비쳤다가, 스스로를 가라앉히며 예의바른 말투로 싸움의 중지를 요청하는 태청문의 강수령을 살핀다. 태청문이라. 세간의 사정에는 꽤 귀를 기울이고 있지만, 들어보지 못한 문파다. 게다가 그 창술의 사용법을 보아하니 말투처럼 고매한 무공을 익힌 것도 아닌 듯 한데. 보아하니 파계회가 엮인 일에, 생사결까지 가면 일이 커질 것이라 생각해 적당히 둘러대려는 모양이다. 야견은 마찬가지로 어른스럽게 허허 웃으며 맞장구 친다.
“허허 그 말이 맞소. 서로 오해한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 다음 한 수로 끝내자는건 찬성이요 강소저.” “전력을 다한 일격을 겨루고, 그 다음에는 서로를 인정하고 갈 길 가면 되는거지 암.” “그럼 한번 받아보시게나. 다만 아까 같지는 않을거요?”
처음 보는 상대에게 자신의 공격이 훌륭히 튕겨나간 것은 분한 바였으나, 간부된 입장에서 일을 그렇게 마무리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양측의 체면을 지킬 수 있고, 남은 수고도 최소한으로 덜 수 있으니. 그렇게 말하며 야견은 주변의 사람들이 보라는 듯이 권기상인으로 주먹에 기를 모으고, 다시 한 번 10연격을 내지르며 ‘강소저’에게 돌격한다. 의도적으로 같은 공격을 반복한 것이다.
그러나 말이지. 초면의 상대에게 완벽하게 공격을 막힌 뒤, 그 충격을 없던 것으로 할 정도로 야견은 어른이 아니었다. 주먹이 강소저가 휘두르는 창대에 닿을 쯤 야견은 예의 붉은 눈으로 이렇게 중얼거린다.
다음에는 이렇게 수습할 생각 없다라... 하... 이래서 사람이 힘이 있어야 하는 겁니다. 이래서 사람이 약하면 안되는 겁니다. 약하면 무시받고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강하면 존중받고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것은 곧 자유이며 그것또한 '힘'입니다.
만약 수아가 화경... 아니 화경은 너무 갔군요. 그럼 적당히 초절정정도로 합시다. 초절정정도 된다면 저 야견이라는 놈을 죽이고 길거리를 돌아다닌다 하더라도 별로 문제될 일은 없었을 겁니다. 왜냐면? 강하니까.
수아는 자신의 지근거리에서 그리 말하는 야견을 바라보며 초식을 준비합니다.
팔방쇄(八方碎). 팔괘(八卦)의 방위에 펼치는 섬전같은 찌르기. 그 기술로 적당히 피해를 감수하며 공격을 흘릴 계획을 세우고 여덟 방위 중 하나의 끝을 바라봅니다.
그 끝에는 기어다니며 이 장소를 벗어나려 하는 그 버러지가 있었습니다.
툭.
찰나의 순간, 수아는 자신의 발밑에 있는 작은 돌맹이를 그 버러지의 방위로 내지르려하는 창촉의 경로로 차 올립니다.
주먹과 창이 충돌하고, 충격과 함께 흙먼지가 사방으로 울려퍼진다. 결과는 적당한 백중지세. 아니, 야견 측에서는 권에 내공을 실었다고는 하나, 같은 공경을 반복한 것에 지나지 않고, ‘강소저’의 경우에는 그에 맞추어 대응을 했을 뿐이다. 그러니 이를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둘 다 적당히 상처입은 막상막하의 승부로 보이겠지.
“역시 이름 높은 태청문의 무인이시군. 오해로 일이 커지긴 했지만, 무공을 겨루다 보니 강소저의 청렴함이 보이는 듯 합니다. ...부디, 남은 여행길을 잘 가시길. 못난 부하놈은 제가 잘 교육해두지요.”
야견은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 속에서 포권을 올리고, 예를 담은 인사를 말하며 여러모로 인상깊었던 낭인을 배웅한다. 이후 어느새 수아의 마무리 공격까지 받고 가랑이를 부여잡고 있는 막내를 끌고 인파 속으로 사라진다. 이후 언제인가, 사건의 주인공이였던 막내가 소식도 없이 사라지고, 저 멀리 떨어진 강 하구에서는 얼굴이 바닥에 박히고, 주먹으로 박살난 듯한 시체가 내려와 어부들이 기겁했다는건 또 다른 이야기.
/막레! 입니다! 악연이라면 악연이지만 대륙은 넓고 이런 관계도 있는 법! 향후 어떻게 바뀔지.....궁금하네용!
대협의 기개도 가버린 것인지, 라는 말은 은근히 그의 마음에 아프게 다가왔다. 꽤나 감정이 많이 침전되어 퇴적되었다 생각하였는데 아직 이다지도 예전의 모습이 남아있던 것이었을까. 혹은 제 정인의 앞이라 마음이 살랑거리는 것일까. 아마, 후자라고 생각했지만... 어제 일을 생각하면 전자일 가능성도 있었지.
"너는 여전하구나. 그 짓궂은 면모 하며... 날 놀리는 것을 이리 좋아하니."
그것 또한 귀여웠지만. 누군가를 연모하면 그 사람이 무엇을 하든 귀여워 보인다는 말을 들은 적 있었다. 맹랑해보이는 그 모습도 지금의 그에게는 그저 부드러운 미소를 짓게 하였으니. 물론 제 정인은 귀엽기보단 아름답다는 말이 더 잘 어울렸지만, 어째서인지 지금은 모든 모습 하나하나가 귀엽다는 말 뿐이 나왔다.
"....기억도 나지 않을 뿐더러, 설령 기억이 난다 해도 난 모르는 일이다."
웃음소리 보이자 살짝 토라진 척, 고개를 돌려 제 정인의 시선을 피했다. 목소리 삼키려는 것을 숨기지도 않았으니 그의 눈에도 제 정인이 웃음 참고 있다는 것을 훤히 볼 수 있었지. 그래서 기분 나빴냐고 하면, 그것은 또 아니었다. 제 정인의 귀엽다는 말 한마디에 귓볼 살짝 붉어졌으니까. "그것은 내가 하고싶은 말이었는데..." 라며 피식 웃어보였다. 아무래도 제 정인도 그와 같이 모든 면이 귀여워보이는 모양이었으니.
"피가 이어지지 않은 동생...?"
그러고보면, 제 정인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어렴풋이 짐작만 할 수 있었을 뿐 제 이야기를 한 적은 없었던가. 흔치 않은 주제에, 물론 정인의 이야기라는 것도 컸기에, 그는 흥미가 생겼는지 눈을 빤히 바라본다.
작은 도발을 뒤로 여전하단 말엔 장난스레 손 뻗는다. 당신의 뺨을 쓸어주려는 듯 손길은 부드럽고, 재하의 미소는 여전히 야살스럽다.
"너무 마음에 담지는 마시어요. 소마는 늘 짓궂었지 않사와요?"
재하 이내 웃음을 참지 못했다. 참으로 귀여운 분이어라. 기억나지 않는다 하여도 모르는 일이라며 잡아떼려는 모습 보니 더 놀려주고 싶은 마음이 치솟는다. 물론 장난을 치면 배로 돌아온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런 부분에서 인내심이 깊냐면 아니다. 당신에게라면 직성에 풀리는 일을 하고 배로 당하고 말지.
"도련님께서 하고 싶은 말이었다니……."
뺨을 쓸던 손가락이 턱 밑을 스친다. 제지하지 않는다면 느릿하게 상반신만 일으키려 하며 짧고 감질나게 입술을 대었다 떼기만 하려 들었을 테다. "아무렴 지금처럼 잡아떼면 그만이옵지요." 하고 나지막이 속삭이는 목소리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여상하기 짝이 없다. 제 연모하는 자에게 이리도 헤퍼졌으나 어떤가. 기실로 사랑한다면 책임질 테지.
짤막하게 꼬리를 치고서, 눈을 마주하면 재하 또한 이런 이야기를 남에게 해본 적은 없는지 제법 생경한 표정이다.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할까? 해본 적이 있어야지. 누이에게 하듯이 대뜸 재잘거리기엔, 과거를 알고 있단 전제로 얘기하는 건 어려운 일이고. 잠시 뜸 들이더니만.
"……으음.. 산 깊은 곳에서 마주하였으니, 같은 교인이고 이름이 없는 듯하여 이름도 지어주었지요."
달콤한 목소리에 홀린 듯 입 벌리고 만다. 그럼에도 산동에 내려갔던 이야기 쏙 빼두는 연유는 재하 분란의 씨앗임을 알기 때문이다. 교국에서 용 이야기를 들었노라 얘기하는 것은 아니 될 일이지. 아무리 가깝다 하여도 주군께 맹종하는 것 몸에 배어버리고 정신에 깊게 각인된즉 본능적인 기피다. 재하 사랑스레 눈 휘었다. 손을 천천히 들어 손가락 끝부분만 세우듯 모으더니만, 이내 입가로 가져다 대며 입술도 생긋 휜다.
"키는 열한척하고도 다섯 척 정도 하고, 밤길에 보는 하늘처럼 새카만 피부 하며, 마찬가지로 새카만 머릿결 타고났으니 이름을 범무구로 지었답니다. 아마 지금쯤이면 기루 근처에 숨어서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요?"
묘사로 보아서는 인간이 이닌 요괴임이 분명하였으나 재하 개의치 아니하는 것 보니 필히 사이한 마교사람이다. 더군다나 요괴가 어여쁘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재하의 심미안이 심히 뒤틀린 것까지 결국 당신에게 들키고 만 것이다…….
"교국 분들께서는 두려웁다 하시지만 소마의 눈에는 어여쁜 동생이어요. 머리를 빗겨줄 적엔 자연스레 등 굽혀주는 것 참으로 사랑스럽고, 말을 배운 뒤 이것저것 대화하며 고분고분 따를 적엔 어여쁘지요. 잠들 적에는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팔뚝이 단단하여 지네의 껍질 보는 듯하고, 안고 잘 적에는 침대가 비좁으니 눈치껏 작아지는 모습 또한 어여쁘더이다."
하아, 귀여운 내 동생. 휘는 눈길과 탄식하듯 뱉는 숨결에 사랑이 듬뿍 박혀있으니, 아, 그런 취향이구나…… 싶은 쐐기까지 박아버렸다…….
반응이 예민했다. 거기까지 도달한 중원은 눈을 흘겨 자신을 사파의 낭인이라 말한 여인을 천천히 살펴봤다. 이따금 성정이 나오려 하는 것인지, 저들을 바라보는 눈길 같은 것들이 보통과 다르기는 했다. 정파의 이들은 저런 낭인들의 소란을 무시한다. 어차피 이 곳에서 곧 떠날 것. 어줍잖은 정의를 외친다 한들 외치는 정의가 딱히 이득이 될 것이라곤 생각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상대의 언어는 정파의 것과는 달랐다. 날 것의 살의. 시끄럽게 떠드는 이들을 향한 날 것의 살의는 정파의 그것과는 궤가 달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어설픈 표현들을 느낀 것이 드디어 해소되었으니.
"거 참."
손 위에 든 젓가락을 내려찍으며 조소를 흘린다.
탁발호장신공 금장신공 사용시 기가 황금빛을 띄며 안광 또한 황금빛을 띄게 됩니다. 위압효과가 나타납니다. 공포백 수준 낮은 적들에게 공포를 심습니다.
북위검 흉악검 내공을 20소모하여 검을 휘두릅니다. 주변에 존재하는 경지가 낮은 상대는 무조건 공포 효과를 받습니다.
"낭인 이수아. 좋다. 그 이름을 똑똑히 기억해주마. 만약 네가 정파의 누군가를 사칭했다느니. 그런 이야기가 내 귀에 들린다면... 내 친히 친위대를 이끌고 너를 찾으러 다닐 것이다." "이유는 없다. 단지 내 감정이 상했으니. 어줍잖은 정파를 연기하려 한 것도, 그것으로 나를 속이려 생각했을 수도 있다는 것도 썩... 기분이 나쁜 듯 하구나."
곧 감당하기 어려운 힘에 젓가락이 뚝 부러졌으나, 그만으로도 충분했다. 젓가락 위로 흐르는 흉악한 기운. 그리고, 내려보는 듯한 기분 나쁜 눈길을 쏘아내던 중원은 탁자 위에 충분한 돈을 올리곤 수아를 흘끗 보고 웃었다.
"나는 손속이 잔혹하단다. 정파의 것들보다 더. 하물며 석가장의 가주와도 친분을 맺은 것은 내 성정이 사파에 가깝기 때문이겠지."
의뭉스런 말만을 남기고 중원은 객잔 밖으로 빠져나갔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수아만을 덩그러니 놔두고 말이다.
제 뺨 쓸어주려는 손길에 손등 위에 손 가볍게 올려본다. 자신보다 부드러운 손을 잠시 어루만지며, 다시 희미하게 얼굴에 미소 띄웠다.
"설마 마음에 담을까. 그리 속 좁은 이가 아니다, 나는."
그리고 내 정인이 짓궂은 것은 원래부터 알고 있었으니... 말꼬리를 흐리며 제 손에 쥐어진 정인의 손을 한번 쥐었다가, 다시 풀어주었다. 때로는 자신이 놀리는 입장인데, 때로는 이렇듯 놀림받았으니. 이런 사소한 장난 하나하나를 마음에 담아두지는 않는 법이다. 대신 다음번에 장난칠 때 더욱 짓궂게 놀릴 뿐. 어쩌면 그게 마음에 담아두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제 정인이 무엇을 할지 궁금하여 가만히 지켜보다가, 감질나게 입술을 대었다 떼어내는 모습에 그는 손가락으로 바닥 톡톡 두드렸다. 감질나고, 불만족스럽고, 그리고.
"...그럼 이것도 잡아뗄건가?"
무슨 일 있었냐는 듯한 목소리가 더욱 그의 목마름을 부추겨서, 그는 제 욕망이 시키는대로 행동했다. 오늘은 술에 취하지도 않았는데 마치 술을 마셨던 날처럼 정인의 목덜미 휘어잡아 끌어당기고는 조금 깊게 입을 맞춘다. 잠시동안 숨결을 섞은 뒤에야 입술을 떼어내면 그제서야 숨을 몰아쉬며 이것도 잡아뗄거냐며 제 정인 눈을 빤히 들여다보았던가.
정인이 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 그는 그 동생이라는 이의 모습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열 한척 하고도 반, 새카만 피부, 새카만 머릿털... 단련된 팔뚝... 이야기가 나오면 나올수록 그의 표정 점점 어두워진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자신보다 더 크고, 강건한 육체를 가진, 저 서역에서 건너왔다는 피부가 검은 남성이 그려지고 있었으니. 그러고보면 그런 피부 검은 것들을 노예로 사온다고도 하지 않았던가. 산에서 마주했다면 도망친게 아닌가. 하물며, 이름도 없다 하면.
"재하, 재하야... 하나만 물어보마."
아니. 고개 붕붕 저어 상념 털어내었다. 저 표정이며 눈빛이 사랑 가득하지만 그것은 분명, 분명 동생을 사랑하는, 일종의 가족애일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그런게 아니겠지. 아무렴!
"혹시 그 동생은... 사내아이더냐?"
머리를 빗어준다는 이야기도 있었으니 여자아이일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 조심스레 질문했다. 속에서 진득하니 늘어붙은 추하디 추한, 질투라는 감정이 제 표정에서 드러나지 않도록 꾹꾹 감정을 눌러담으며.
一 무림비사에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30점) 二 간지가 나는지(15점) 三 약점이 1돌 가격에 걸맞는 디메리트인지(25점) 四 확실한 약점(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지(25점) 五 김캡 취향에 맞는지(5점)
총점 : 100점
신경쇠약 1. 25점 2. 5점 3. 20점 4. 15점 5. 3점
총점 68점
- 김캡 평론 1. 신경쇠약이라 함은 어느정도 리얼함을 묘사하고자 하는 무림비사의 취지에 잘 맞음 2. 하지만 신경쇠약이라는 것이 김캡 개인적으로는 간지가 난다고 생각되지 않아 아쉽게도 낮은 점수 3. 1돌 가격에 걸맞는 디메리트라 생각되나 무림비사는 장점보다 약점이 강하게 작용되기 때문에 정신적 타격에만 국한된 것이 아쉬움 4. 무림비사에서 정신적 타격보다는 물리적 타격이 주로 등장하므로 확실한 약점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판단됨 5. 김캡 취향은 아니기에 아쉽기도 낮은 점수를 배정함
과소비 1. 27점 2. 15점 3. 20점 4. 25점 5. 0점
총점 87점 - 김캡 평론 1. 내공을 펑펑 쓰는 npc가 분명히 무림비사 내에 존재하며 높은 무림비사 싱크로율을 보여줌 2. 개인적으로 내공 펑펑쓰는거 간지 난다고 생각됨 3. 내공 소모 10% 증가면 1돌 디메리트에 부합하다고 여겨짐 4. 모든 캐릭터는 내공 소모를 반드시 하므로 확실하게 작용 가능 5. 그러나 소수점 자리까지 취급해야하며 내공 계산 시에 레스주와 김캡이 서로 피곤해지고 진행 레스 처리에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사료되기에 부득이하게 0점 처리하였음
소문거리 1. 27점 2. 10점 3. 5점 4. 20점 5. 3점
총점 65점 - 김캡 평론 1. 악명 등으로 명성이 올라야할 사람이 그만한 대우를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에서 무림비사에 알맞다고 느껴짐 2. 그치만 효과가 심심한 편이기에 감점되었음 3. 아쉽게도 호감도 증가 속도 감소 효과를 지닌 비슷한 약점(못난이 등)이 있기 때문에 낮은 점수를 책정함 4. 호감도를 올리는게 어려워지는 것이기 때문에 디메리트로는 확실하나 호감도 3까지는 정상적으로 올라가기에 조금 아쉬웠음 5. 김캡 취향은 아니기에 아쉽게도 낮은 점수를 배정함
수전증 1. 28점 2. 15점 3. 20점 4. 20점 5. 2점
총점 85점 - 김캡 평론 1. 수전증 있는 npc 꼭 있을 것 같기에 높은 점수를 배정함 2. 손 떠는 무인...? 이건 간지난다... 3. 내공 요구량이 10 증가하는 것은 훌륭한 디메리트에 속한다고 판단되나 다이스 판정 무공에만 작용되어 아쉬움 4. 다이스 판정 요구되는 무공을 습득하지 않으면 피해갈 수 있기 때문에 조금 감점되었음 5. 김캡이 신경을 많이 써야하기 때문에 김캡 취향에는 맞지 않다고 생각되어 낮은 점수를 책정
귀호가인 1. 27점 2. 15점 3. 24점 4. 25점 5. 5점
총점 96점 - 김캡 평론 1. 요괴와 귀신들이 등장하고 대사건으로 묘역이 등장하는만큼 충분히 있을거라 생각되어 높은 점수를 배정함 2. 귀신이 관심가지는데 그리스로마신화처럼 부정적으로 작용? 아 이건 간지난다 3. 부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하는 귀신들의 노력은 디메리트에 속한다고 여겨짐으로 높은 점수가 배정됨 4. 언제든 어디서든 귀신들이 나타나서 칼질 삐끗하거나 할 수 있으므로 만점이 책정되었음 5. 귀신 좋아하는 김캡 취향임
왜소증 1. 25점 2. 13점 3. 20점 4. 20점 5. 3점
총점 81점 - 김캡 평론 1. 못난이도 약점으로 존재하는데 분명 있을것이라 생각되어 높은 점수가 책정됨 2. 무림에서는 아이, 노인, 장애인을 조심하라... 3. 디메리트는 확실하지만 못난이 약점 등으로 이미 구현가능하여 감점되었음 4. 일부 행동 묘사 제한과 얕잡아보는 시선은 충분히 가능하나 이 또한 못난이 약점이 비슷한 효과를 보이므로 감점됨 5. 김캡 취향과는 조금 거리가 있어 낮은 점수를 책정
계절성 알레르기 1. 25점 2. 10점 3. 25점 4. 10점 5. 3점
총점 73점 - 김캡 평론 1. 절맥에 종합병원에 온갖거 다있는데 계절성 알레르기가 없을건 뭐람! 2. 한자로 간지가 안나서 감점되었음 3. 1돌에 걸맞는 디메리트라 생각이 되어 높은 점수 책정 4. 시간 흐름이 잦지 않은 무림비사 특성상 회피 또는 너무 고통받을 수 있다고 여겨짐 5. 김캡 취향과는 살짝 멀어서 낮은 점수가 배정되었음
주독 1. 30점 2. 15점 3. 10점 4. 0점 5. 5점
총점 60점 - 김캡 평론 1. 만점....만점이요... 2. 취권쓰는 개방 정파 존버합니다. 3. 술 깰때까지 내공 봉인은 1돌이라기엔 너무 강한 디메리트라 생각되어 낮은 점수 배정 4. 술 안마시면 디메리트가 없으므로 부득이하게 0점 처리 5. 취권쓰는 개방 정파 존버합니다2
빚쟁이 1. 29점 2. 15점 3. 24점 4. 25점 5. 5점
총점 98점 - 김캡 평론 1. 1점이 감점된 이유는 사파에만 어울릴 것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을 김캡이 개인적으로 받았기 때문에 1점을 감점하였음 아무튼 김캡 생각임! 2. 빚쟁이 무인? 빚 갚으려고 표사일한다? 낭인한다? 이건...된다! 3. 명성및 호감도 타격에 재산 마이너스 시작이면 1돌 약점으로 충분하며 차후 해결될 수 있기 때문에 높은 점수이나 디메리트가 너무 많은건 아닌가 생각이 들어 1점 감점 4. 고인물들도 돈 없어서 당황할 때가 있기 때문에 충분히 디메리트로 작용 가능 5. 빚 갚으려면 일을 하십시오! 여러가지 사건 만들어내기 매우 좋음!
소심이 1. 30점 2. 5점 3. 10점 4. 10점 5. 5점
총점 60점 - 김캡 평론 1. 당재연같은 npc가 있었으므로 만점 2. 하지만 간지가 나지는 않음 3. 정신단계 상승 어려움은 꽤나 큰 디메리트로 여겨져 감점되었음 4. 실제 행동에 큰 영향이 없으면 확실한 약점으로 작용되기 어렵기 때문에 감점처리 5. 소심한 무인 귀여우니까 만점 줬음
낭고의 상 1. 30점 2. 15점 3. 20점 4. 20점 5. 5점
총점 90점 - 김캡 평론 1. 호감도 올리는게 어려운 친구들도 있기 때문에 매우 존재할법 하다고 여겨짐 2. 실력은 있는데 조직에서 왕따...? 이건...뜬다...! 3. 조직 외부의 인원에게는 정상적으로 호감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높은 점수가 배정됨 4. 조직에 속하지만 않으면 피해갈 수 있으므로 조금 감점되었음 5. 호감작 어렵다?! 김캡이 여러 사건을 만들어내기 좋으므로 높은 점수 책정
쑥맥 1. 30점 2. 13점 3. 25점 4. 25점 5. 5점
총점 98점 - 김캡 평론 1.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ㅇㅈ 또 ㅇㅈ합니다. 2. 쑥맥인데 칼질은 잘하는거 간지가 나지만 아무튼 쑥맥이라 김캡의 못된 쑥맥 혐오로 감점되었음 3. 이성 제외하고는 다 날라다닐 수 있기 때문에 디메리트로 확실히 작용될 것으로 여겨짐 4. 소림사나 아미파도 이성을 대해야 할 날이 오기 때문에 피해갈 수 없으므로 만점처리 5. 재밌을 것 같아서 만점
착란자 1. 15점 2. 15점 3. 25점 4. 20점 5. 0점
총점 75점 1. 있을법하기는 하지만 무림인 중에서는 비율이 매우 적을 것 같아서 많은 감점이 되었음 2. 미치광이 무인? 이건 간지난다! 3. 다이스값에 따라서 자기를 때리는건 확실히 1돌 약점될 법함 4. 항상 다이스 굴려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감점 처리 5. 다이스 많이 굴리는건 힘들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0점 처리 되었음
빚쟁이와 쑥맥이 98점으로 동점이 되어버린 상황이므로 이에따라 약점을 제시한 두 레스주에게는 추가적으로 약점을 다듬을 수 있는 기한을 드리고 수정된 약점을 제출하여 김캡이 평가 후 최종 확정 짓도록 하겠어용!
검을 오래 쥐었기에 굳은살이 박인 손. 재하는 오랜 세월의 노고가 잠든 큼직한 손이 제 손을 감싸는 것이 좋았다. 따스하고 온기가 있는 손은 어릴 적 자신을 품어주던 여인의 것과는 다르고, 점소이의 것과도 다르며, 아주 먼 과거, 다섯 척 너비의 공간에서 열 끓자 희미하게 이마에 얹어주던 손과도 달랐다. 당신의 것이다. 더할 나위 없는 만족감이다.
"기실이옵지요?"
자그마한 농담과 도발을 감행하는 연유는 당신도 이제 알고 있을 터이다. 바라는 것이 있으나 직접 쥐기보다 남에게 쥐여주게끔 하는 방법을 쓰고 싶었다. 당신의 뜻과 자신의 뜻이 맞는지도, 다시금 확인하고 싶었다. 이것이 몽중은 아닌지. 바닥 두들기는 소리에 재하 눈 느릿하게 굴린다. 필히 거슬리는 소리여야 할 터임에도 어째 당신의 소리라면 버틸 수 있을 것만 같았기에.
"읏."
목덜미를 휘어잡히기가 무섭게 입을 맞춘다. 취기에 감각이 흐리고 둔하였을 때는 알지 못하던 감각과 감정이 온몸을 훑자 재하는 작게 숨 삼킨다. 숨결 섞고 입술 떼었을 적, 열감에 일렁이는 눈하며 상기된 뺨을 뒤로 재하 달뜬 숨 정리한다. 맨정신으로 겪어보니 아득하다. 눈 빤히 들여다볼 적엔 일렁이는 눈동자 속의 감정을 애써 가다듬곤 눈썹이요 눈꺼풀이며 입술까지 가지런한 호선의 정렬을 보인다. 항복의 표시다.
이윽고 짧게 이어진 대화는 오해를 낳는다. 당신의 표정이 어두워지는 것도 모르고, 재하의 재잘거림은 낭랑하기만 하다. 커다란 몸뚱이 하며 피부도 매끈하고, 보통 체구가 아닌 녀석인데도 맹한 구석과 빠릿한 구석을 전부 가지고 있으니 참으로 사랑스러웁지 않은가. 처음 만나 천유양월, 하고 더듬더듬 말을 떼는 순간을 떠올리니 다시금 전율이 인다. 그런 사랑스러움을 어디에서 느껴봤던가! 탄식에 가까운 한숨과 휘어지는 눈길에 감탄이 가득했고, 아직 접문의 여운 남았는지 살짝 상기된 듯한 뺨을 뒤로 재하 눈 굴려 마주한다.
"네, 도련님. 하문하시어요."
사내냐고? 당신의 질문에 재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커다랗게 한번 깜빡이더니, 이내 고민한다. 여자라기엔 범무구는 확실한 사내지. 치수에 맞는 옷이 없기에 제작을 하면서도 확실히 사내로구나 싶었던 터였다. 재하 질투 똬리 튼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순진하게 눈 휜다.
"네에. 사내아이어요."
사랑스레 웃는 모습 뒤로 당신의 눈을 말가니 쳐다보더니만, 재하 이내 무언가 깨달았는지 가지런히 모았던 손끝으로 제 입가 덮어가리며 눈 동그랗게 뜬다. 도련님, 혹시……. 높게 올라간 속눈썹은 다시금 완만한 곡선을 긋는다. 아하! 만나 뵙고 싶구나!
해골의 검이 타오르고, 해골이 타오른다. 놈은 화기를 다루는 성 싶다. 안타깝게도 그녀는 수기를 다루는 무인보다도 더 어려운 상대다. 수고롭게 물을 뿌려서 불을 끌 필요도 없으니까.
그녀의 자세는 낮고 해골의 자세는 높다. 내리치는 공격이 떨어진다. 손잡이를 올리고 칼끝을 내린 교룡린의 자세를 취한다. 단, 한 쪽 손으로 칼날을 받친다. 검은 손과 가까울수록 강하고 멀수록 약해지니, 두 손 사이의 검은 바위처럼 단단해진다. 그렇게 삿갓 위로 흘러 떨어지는 빗방울처럼 내리치는 공격을흘리려 한다.
그리고 빗긴 공격이 땅에 떨어질 때. 놈의 무릎 뒤 오금을..!
#88/125 하프소딩 교룡린으로 내리치는 공격을 빗겨내고, 폭룡강하로 아까 때린 다리의 무릎 뒤를 내려치기
무엇을 행함에 있어 끝난 것과 다름없는 것과, 끝난 것에는 엄연한 차이가 존재한다. 마치 연애를 한 번이라도 한 사람과, 한번도 못해본 사람이 다르듯이. 암! 뭣보다 앞서 상대했던 아미파와 달리, 저자는 아직 육신이 남아있지 않은가. 아직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다. 전투 내내 묘하게 냉정한 태도는 법화심법의 경지가 올라가며 갖춘 냉심 덕분일까.
“흡ㅡ!”
야견은 사천왕으로 대표되는 법화심법의 도리를 다시금 되새기고, 살기를 갖춘 채 피가 흐르는 점창파에게 연격을 날려 마무리를 지으려 한다. 내공이 바닥을 보이는 무리한 무공의 행사이긴 했지만 기세를 몰아 끝을 내야 했다.
- 너구나? 태자님의 아들이. 어쩜. 태자님이랑 이리 닮았는지 한 눈에 보자마자 알겠더라니! - 근데 왜 벌써 왔어? - 태자님이 처벌 받으시는걸 감수하면서까지 널 하계에 내려보내셨는데? - 근데 왜...태자님의 무공을 안익히고 만벽서화의 무공을 익혔지? - 으으음. - 모르겠다! - 일단 따라와봐. 온김에 태자님 뵈러가면 태자님도 좋아하실거야!
자기 할말만 두다다다 뱉어낸 토끼는 깡총깡총 뛰면서 어디론가 향합니다. 그런데...
왜 구름이 보이죠?
지금부터 재하의 비설, '죽음 속에 피는 꽃'이 시작됩니다.
우습게도 한치 후회 없음은 어인 연유인가, 남아있는 취기 때문인가, 순간의 오만함 때문인가, 아니면 삶에 미련 없는 초연함 때문인가. 재하 그 순간 저도 모르게 처연히 미소 지어버린다. 아, 우습구나. 천하의 중원제일미도 결국 사랑에 목마른 사람에 불과하구나. 흔하디흔한 자로구나. 처연한 미소 뒤로 색이 다른 눈이 마침내 완연한 호선 긋는다. 안타까운 자야, 안타까웁고도 애달픈, 닮았으나 닮지 않은 자야. 시간을 주었더라면 네 바라는 말을 하였을 텐데 성급한 분노에 휘둘려 피를 보고 마는 자야. 밑바닥에서 끌어올리는 방법을 알지 못하는, 오로지 찬연한 빛 속에서 그림자를 보고 그것을 끔찍한 어둠이라 생각하며 살던 여인아.
내 피로 네 목을 축여도 너는 바라는 것을 얻지 못하리라. 떨어질 대로 떨어진 네 남편이 돌아올 것이라 믿는다면 아와 허사로다.
아무리 발악해도 손에 아무것도 쥘 수 없는 밑바닥에 온 것을 환영한단다.
꿰뚫는 감각 선명하고 피 흐르는 감각 첨예하게 와닿는다.
아, 나의 주군께서 부르실 터인데. 지금쯤 귀에 들어가셨을 텐데. 오늘도 불충 저지르고 말았으니 이것이 내 최후임은 응당 옳겠구나…….
…….
영영 감길 줄 알았던 눈이 뜨였다. 재하 어안이 벙벙해 인사하는 토끼를 보고도 쉽게 답하지 못했다.
잠깐, 토끼?
토끼가 말을? 고개를 휙 돌리니 토끼가 재잘재잘 떠들기 시작하니….
"태자 님의, 아들?"
이건 또 무슨 소리지? 태자님이라니? 아, 맞다. 나 죽었지 않아? 벌써 왔냐는 말에 황급히 목을 더듬지만 멀쩡한 것 같았다. 그럼 이건 주마등인가? 그렇지만 주마등이라기엔 이런 기억이 없는데?
재하는 가만히 토끼를 쳐다봤다. 처벌, 하계, 태자의 무공과 만벽서화의 무공……. 아, 마지막은 천앵을 뜻하는 것 같은데 나머지는 전혀 모르는 이야기투성이다. 그것보다 여긴 어ㄷ─
구름?
풍경에 놀라기도 잠시, 토끼가 혼자 깡총깡총 뛰어가버리니 재하 이대로면 길 잃겠다 싶어 겨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 뒤를 쫓으려 들었다.
안으로 들어간 곳에는 세 사람의 형상이 보입니다. 한 명은 커다란 바위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고 다른 둘은 서로 무기를 맞대고 있습니다.
한 사람이 바위 위에 앉은 사람을 지키려는 모습이고, 다른 한 사람은 바위에 있는 사람을 노리는 자세입니다. 등에 신력패왕(神力覇王)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청색 무복을 입고 커다란 도를 든 거구의 남성의 조각상. 그리고 그 앞에 서서 그를 막아서고 있는 단발의 여성은 온갖 꽃이 수놓아진 기녀의 옷차림을 하고 있는 조각상입니다.
바위 위에 앉은 사람은 팔과 다리가 하나씩 없고 눈은 둘다 없으며 찢어지고 헤진 낡고 더러운 회색 무복을 입고 머리를 아무렇게나 틀어올린 상태입니다. 그런데...
“저기요 당나귀 나으리.. 아까 전까지 당하기만 하신걸 일부러 봐준거라고 퉁칠 셈?” “아, 그게 아니면 혹시 도가의 수련 법에는 일부러 얻어 맞으시는 것도 있으신가?”
야견은 계속해서 상대방의 속을 긁어놓는 말들을 늘어놓으며, 품에서 眞여아홍을 꺼내 꿀꺽꿀꺽 마시고는, 다시 한번 자세를 잡는다. 그래, 그렇게 편하게 끝날 리는 없지. 상대는 과거 무림 세계에서 활약했던 고수 중의 고수. 약해졌다곤 해도 방심할 수는 없다. 야견은 상대가 거리를 벌릴 것이라는 가정 하에, 당장 달려가 거리를 좁히려고 한다.
이화대의 부대주가 임무 중 실종된 여후로 연락이 끊어진 바. 이에 대해 어쩐 일인가 여쭈려 하였으나 작금의 보고가 필요할 듯 하여 문장을 올립니다. 그 이전에 강녕하신지요. 날이 점점 매서워 찬 바람이 불어오고...(중략) 후 결혼식에 사천당가와 무림맹, 남궁세가의 고인들이 모인 즉. 남궁의 시선을 돌려 그 영역을 삼킬 수 있게 열었으며 그 과정에서 어줍잖은 나섬으로 이들에게 아직 정파의 인물이라는 적당한 면피를 쓰려 하였습니다. 그 이후로 모용세가의 장원에서 검후를 만나뵈어 동정호의 호수가 비었음을 들었고 이에 대해 수색하던 중. 개방과의 협력을 통해 개방의 소방주와 연을 맺고 그들의 도움을 받아 하오문의 영역 일부를 모용세가의 지배 하에 두었으니......(중략) 모쪼록 이에 대한 치사를 어여삐 여기사 부족한 내공에 대한 도움을 청하오니 영약의 지원을 요청드리옵니다.
머리가 냉정해졌다 생각했는데 부상까지는 생각이 닿지 않았던 모양이다. 야견은 품 속에서 대금창약을 꺼내 급히 응급처치를 한다. 점창파를 상대로 기동력을 잃는다는건 화살 앞에 앉아있는 새가 되는 것과 같으니. 상대가 근접해서 공격할 리도 없으니 말이다. 야견은 뒤늦었지만 어떻게든 상대를 추적하려 한다!
토끼를 따라가는 길에 여러 생각이 교차한다. 아버지라는 자는 태자라 불리웁고, 토끼가 만벽서화의 무공을 알고 있다면 교국과 관련된 자는 맞을 터이며, 하계를 운운하거 구름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선계인 것 같다. 선계에 와서 아버지를 뵙는다라. 아직 태자라는 언질에서 교국의 36장로 중 옥면태자를 연상하기엔 혼란스러웠던 차였다.
아버지. ……아버지라.
거기다…… 옥으로 기와 지붕을 만든 저택이라. 재하는 짐짓 당황스러운 눈길로 토끼를 본다. 옥.. 옥이라. 대단히 아름다웁긴 하지만 실용성이 있나? 선계라면 있……겠지? 내가 너무 편협한 시선으로 사는 건가? 거기다 마옥궁이라니. 그러니까, 그. 차마 별로라고 생각할 수 없었던 것은 토끼의 쾌활함 때문이리라.
"마옥, 궁이라……. 참으로 아름답사와요."
애써 감정 갈무리하며 처연히 미소 짓는다. 그래, 일단은 예쁘다고 해주자……. 우리 집보다 지붕으로 된 옥이 더 비싸니까…….
선택의 기로다. 상처를 치료한다면 상대를 놓치고 말겠지. 그러나 이런 다리 상태로 추적을 해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활로는 하나다. 야견은 다리를 치료하고, 뒤늦게라도 날아올 공격에 대비하기로 한다. 진짜 싸움이란 이런 것이구나. 선택 하나에 전황이 뒤집어진다. 묘한 쾌감 마저 느끼는 야견이었다.
그렇게 막.. 말해도 되는 건가? 재하 눈 도르륵 굴리더니 "소마만 그런 것이 아니었군요." 하고 작게 답했다. 아무리 그래도 지붕이 옥인 것까지는 이해하지만 마옥궁이라. 마옥궁이라……. 거기다 옥면전이라.
옥에 진심이로구나…….
깡총깡총 뛰는 토끼의 뒤를 밟았을 적, 재하는 옥으로 된 가면과 장발의 남성을 마주할 수 있었다. 권태로운 듯한 모습을 뒤로 이어지는 만담에 토끼를 한번, 남성을 한번. 도륵도륵 눈을 굴린다. 옥묘, 비묘, 그리고…….
"……."
천마님 저 죽겠어요!! 웃겨서 죽어요!!! 비명지르는 속과 달리 재하는 겉으로는 잘 웃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라 참 다행스럽다 생각했다. 토끼가 소리를 지를 적엔 웃음을 참기 위해 입술을 꾹 깨물고 말았지만. 그래도 참은 게 어딘가! 아니었으면 대단한 결례를 저질렀을 터이니.
>>620 가장 처음에 느낀 것은, 차갑다는 것입니다. 그 다음으로 이어진 것은 매우 달콤합니다. 세상에 이러게 달달할 수가 있나요? 그러나 그 달콤함의 천국도 잠시. 곧 굉장히 신 맛이 올라옵니다! 중원은 하마터면 뱉어낼 뻔했으나 이악물고 한 방울은 커녕 그의 10분지 1보다도 못한 양을 삼키는데 성공합니다.
두근. 두근 두근.
심장이 거세게 뛰기 시작하고 단전이 크게 확장됩니다! 중원의 눈은 부릅떠지고 온 몸에 내공이 넘쳐 흐릅니다!
공청석유 한 방울의 1/10을 섭취하였습니다. 최대 내공이 40년 증가합니다. 현재 보유한 최대 내공은 80년입니다.
>>621 - 그야 어렵지 않지. 신기한 방법이 있으니. 도술을 사용해서 너와 나의 핏줄을 이을 수가 있다. 정말로 내 혈육이 되는 것이지.
뭐! 그런게 있다고! 쾌락없는 책임이 가능하다뇨!
- 하겠느냐? 내 피가 흐르고 내 성을 쓰게된다면 제법 무림에서 고난을 받을지도 모른다. - 대신 내 재능도 함께 받아갈 수 있겠지.
재하 고이 손 앞으로 모은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 라. 즐겁던 만담의 구경도 이제 끝이 났으니 일순 풀렸던 정신 다시금 여상해진다. 토끼는 가만히 있으니 무엇이라도 말해달라 하기엔 염치가 없고, 대뜸 제가 당신 아들이라고 하더이다 하기에는 재하는.
─ 재희야, 네게 부모가 있었더라면 이 용모를 보고도 필히 찾았을 터인데 나타나지 않잖느냐. 이제는 받아들여라, 네게 아비나 어미가 있을 것이라 보느냐? 버려진 것이다. 너는 버려졌다! 그러니 아량껏 내 받아주는 터다. 내가 네 아비고 기녀들이 네 어미다. 알겠느냐!
부모가 없다 생각하고 자랐다. 재하 한때, 부모를 그린 적이 얼마나 있었던가. 그 지옥같던 기루 속에서 온정을 받았어도 부모의 정을 얼마나 바랐는가. 높디 높은 창 너머로 아이들이 부모 손 나란히 쥐며 소리 높여 웃고 지나갈 적엔 그 존재를 얼마나 그렸는가.
기실 알고 있었다. 어미도 아비도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을. 그럼에도 루주의 말을 믿지 아니하고 아버지요 어머니 그렸던 것은 한줄기 희망 때문이었다. 끝내 소교주 밑으로 들어갈 적엔 모든 것을 체념하였건만. 아, 내가 당신을 얼마나 그렸는데 전부 무의미하던 것이로구나. 애초에 살았던 세상이 달랐으니 나는 당신을 그리는 것 자체가 헛되었구나. 허망하다.
"……소마의 이름은 마를 재 물 하 하여 재하라 하옵고 성은 없사옵디다. 만일 뵈었다 하신들 이 소마, 이곳이 아닌 하계의 인간이오니 착오가 있으셨던 것은 아니온지."
그럼에도 일단은 제 이름 흘려보고 넌지시 하계 또한 흘려본다. 눈치챈다면 좋겠으나 아니라면. 역시 부모는 없는 터겠지.
- 헌데, 정말로 어디서 보았는데...이 선계에 있는 내가 하계에 있는 인간을 보고 이런 느낌을 받을리가 없다. 네 어미나 아비가 누구더냐?
모르는데요.
- 아. 그래. 어디서 보았나 했더니. 기억이 났다. 기억이 났어.
그러면서 그가 박수를 한 번 짝 치더니 옥 가면을 벗습니다. 그제서야 재하는 그의 얼굴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자신과 똑닮은 상아빛 머리카락. 다른 점이라면 재하의 머리카락은 길지만 그의 머리카락은 짧고 오히려 살짝 괴상망측하면서도 잘 어울리는 것이 서국 특유의 머리 모양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둠 속으로 빨려들어갈 것 같은 진한 검은 눈동자, 그리고 보자마자 두려우면서도 매혹되어 정신을 차리기 힘든 붉은 눈동자도 보입니다. 한 눈에 흰자를 포함한 세 가지 색이 동시에 담겨있으니 이게 괴이가 아니면 무엇이오리까? 옥으로 된 귀걸이와 반지, 목걸이, 팔찌를 하고 옥빛의 두루마기를 입은 남성이 가면을 의자 팔걸이에 조심스레 내려놓습니다.
그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보이고, 항상 우수에 가득찬 재하와는 다르게 활기차다는 인상을 줍니다. 그의 시원한 미소와 보이는 새하얀 치아가 마치 태양빛을 받은 거울처럼 반짝거립니다. 손가락이 길면서도 두껍고 손이 커 강인하다는 인상을 주는 동시에 얼굴선이 얇습니다. 몸은 크고 근육질입니다. 재하보다도 키가 훨씬 크고 어깨가 더 넓은 것이 재하와는 다르게 남자답다는 인상을 강하게 줍니다. 옥 가면을 벗은 남자의 얼굴은 전체적으로 항상 밝게 웃고 옅은 팔자주름이 있는 중년의 재하를 상상해봄직한 생김새입니다. 재하는 입을 벌리고 천천히 눈이 뒤집혀갑니다.
저 사람에게 안길 수만 있다면, 그렇다면 세상 모든 것을 다 포기할 수 있을텐데...
- 아차.
남자가 급히 옥 가면을 씁니다.
...재하. 방금 무슨 생각을 한거죠? 이상한 생각을 한건 틀림없는데. 정신이 몽롱합니다.
삼류무사 - 스펙쌓은 취준생 이류무사 - 어지간한 기업은 문뿌실 수 있는 전문직 일류무사 - 전문직을 넘어선 무언가 절정 - 상장주식회사 ceo가 취준을 한다는데 어케된 일이죠? 초절정 - 취준하려는 회사를 자기가 살 수도 있음 화경 - 돈,빽,인맥,학연,지연,혈연 그 무엇하나 없어도 대기업을 차릴 수 있는 노벨무공상 수상자
>>828 음... 사실 저도 아직 잘 모르겠는 거에용..! 언젠가는 이렇게 될 줄 알았지만서도 그게 오늘이 될 줄은 몰랐고... 자신에게 잘못이 가장 많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예은이가 원망스럽고... 대놓고 원망하거나 절망하고 싶어도 그게 예은이에게는 더 깊은 상처를 남길걸 알아서 그러지도 못하고...
오히려 차분하게 재하 바라보면서 예은이에게 왜 그랬냐 답을 알면서도 물어볼 것 갗아용... 양가감정이 뒤섞인 탓에 자기도 자기 감정을 명확히 인식하지 못하는..
>>852 "만일 소마가 죽으면…… 어여삐 여긴 뒤 시체를 고이 썩혀주시겠사와요? 난도질 하여 형체를 알아보지 못하게 하여도 좋아요. 미인이란 본디 죽어서도 손을 뻗는 가여운 운명이라지 않나요……." "소마는, 죽더라도 도련님의 눈에서, 곁에서 죽어버릴 것이어요. 그 눈에 소마의 넋 나가버린 육신을, 이젠 한낱 고깃덩어리인 것을 담아 평생 각인되게 할 터이어요. 그 이후에도 손을 대어준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어여쁨이지요." "그래야만 도련님께서도 자기가 무엇을 저질렀는지, 어디에 빠졌는지, 지금 어떤 위치에 계시는지 알지 않겠사와요?" "창천? 우스워라." "창천도 결국 바닥이어요." "아니한가요? 아닐 리가 없지요." "눈, 마주하셔야지요?"
>>859 제가 이래서 늘 고삐 풀로 쥐고 다니는 것..... 이래놓고 고개 끄덕이지 못하거나 눈 못마주쳐도 "그런 분이었지요. 그런 모습이 늘 좋아요. 하니.. 양껏 원하는대로 하시어요. 단지.. 소마의 작은 바람이었답니다." 하고 이마에 입 맞춰주면서 머리 쓸어주는 빙썅 모먼트가 있는지라...🤦♀️
사랑한다는_말을_기대했냐는_말을_들은_자캐의_반응 : 어 ㅋㅋ 이게 여기서 뜨면 안 되는데용???
"물론이어요. 기대하였사와요... 사랑한다는 말을 고분고분, 스스로의 마음으로 해주길 간원하고 있었사와요." "소마에게 응당 해주실 말이었지 않사온지요. 당연하지요, 당연히 들어야만 한다며 기대하고 설레었지요." "왜요..? 당신은 아니었나요?" "사랑한다 해주시어요. 기대하는 만큼 부응해주시어요." "억지로 듣게 하고 싶지는 않사와요……. 네? 억지로 말하시게 될 터인데요.." "눈앞에서 내가 죽는 것이 보고싶진 않으실 것 아니어요." "죽어버릴 거야. 당신의 이름을 부르며 숨을 꺼뜨릴 텐데.. 사랑한다 말해. 어서."
행복해진_루트의_자신을_만난다면_자캐는 : 멘헤라 스위치 켜지면 겉으론 웃는데 속으론 손톱 자근자근 깨물어용.. 그렇지만 평소 모습이면 행복해질 수 있느냐고, 어떻게 하면 되냐고 넌지시 묻고 축하한다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용.. 속으론 씁쓸해하는 건 똑같음..
부드러운, 사람의 본능을 자극하는 가련한 입술을 탐하고 나면, 남는 것은 아쉬움과 작은 열감이다. 그것은 제 정인도 마찬가지였는지 달뜬 숨을 내뱉으며 숨을 정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 있어 그 모습은 오히려 자극하는 것과 같은 꼴이라, 오히려 더 나아가고 싶은 충동을 잠재우는 것은 여간 노력이 드는 것이 아니었던가. 그래도 마지막의 그 항복의 표시는 만족스러웠는지 그는 빙긋 미소를 지으며 키득키득 웃음을 뱉는 것이었다.
사내아이라는 말에 그는 다시금 찐득하니 올라오려는 질투를 억누르려 참아야만 했다. 정인의 얼굴에 남아있는게 아까 접문의 영향인지, 아니면 그놈을 떠올린 영향인지 도통 알 수가 없어서 오히려 속이 들끓는 느낌이었다. 이어진 말에는, 그의 입꼬리가 움찔거렸을까.
"...이 자리에, 사내아이를 불러온다는 것이냐?"
슬슬 스스로의 의지로도 억누를 수 없는 순간까지 와서, 그의 눈가가 파르르 떨리기 시작한다. 얼굴은 분명 웃고있을텐데 분위기는 전혀 아니었다. 살짝 떨리는 목소리 하며, 영락없이 화가 난 기세다.
"내 재하가 동생을 그리 어여삐 여기는줄은 몰랐구나. 떠올리며 얼굴을 붉힐 정도로 말이다."
불만스러운 눈빛으로 제 정인 빤히 바라보며, 조곤조곤 말하기 시작한다. 물론 그가 이런 감정을 품을 자격이 없는 것을 안다. 그야말로 제 아내의 질투가 얼마나 깊은지를 알면서도, 이리 불륜을 저지르고 있는 처지. 천인공노할 짓을 하면서 다른 이의 같은 행동에는 질투하다니 참으로 불썽사나운 짓이었다. 하지만 애당초 감정이라는 것이 그렇게 마음대로 되는 것이던가. 알면서도 품을 수밖에 없는 것이 감정이라는 것인데.
끓어오르는 감정에 한숨 푹 쉬며 잠시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럼에도 진정되지 않는 질투 때문인지 정인의 소매를 제 쪽으로 잡아 끄는 손길은 어딘가 거칠었을까. 제 정인이 아픈 것도 잊어버리고는 일으킨 정인의 상반신을 제 쪽으로 기대게 만드려고 했다.
"물론 그 아이가 나보다 더 멋진 아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난 아직 널 누군가에게 보내주고 싶지 않다."
그러니 부르지 않아도 된다. 라고 작게 속삭이며 제 정인을 꾸욱 끌어안았을까. 정작, 그 자신이 오해를 하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로. 영락없는 검은 피부의 '사람' 사내아이를 떠올리고 있었다...
사내아이, 사랑스러운 동생. 재하 첫 만남의 전율을 잊지 못했고, 그 이후로도 온갖 사랑이요 귀한 것은 다 쏟고 있었다. 비단 옷은 고사하고 장신구를 하사하는 것은 물론이요, 직접 머리를 빗겨주고, 덥수룩한 수염 등 잔털을 직접 정리해 주며 세심히 돌보고 있었다. 감찰국 내부에서는 정말 저 모습이 귀엽냐며 기함하곤 했지만, 재하는 감찰국 사람들의 반응을 더 이해할 수 없었다. 귀엽지 않나? 지네의 껍질같이 매끈한 피부도, 부리부리한 눈도, 툭 튀어나온 코도, 새까만 머리카락에 짙은 눈썹, 인간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치열마저 다 사랑스러운데 당최 무엇이 이상하단 건지. 볼을 가득 손에 쥐듯이 잡고 마구 흔들 때면 어찌나 행복한지, 일하며 쌓였던 피로가 사라지는 느낌인데. 다시금 그 감촉을 생각하자 표정이 다시금 사르르 녹아내린다. 제 정인의 표정이 나빠지는 것은 아는지 모르는지.
"……아니 되는 일인가요?"
눈 동그랗게 뜬다. 파르르 떨리는 눈가 하며 웃고 있음에도 싸한 분위기니, 만나고 싶은 것이 아니었나? 어째 화가 난 기색이니 재하 무엇을 잘못하였나 고민하듯 새하얀 속눈썹 아래로 내리깔며 시선을 피한다. 어디서 잘못한 걸까? 만나고 싶었던 것이 아닌가? 혹시 사내아이라서? 그렇다기엔 귀여운 동생이지 다른 의미는 없는데……?
"얼굴을 붉힌다니요…?"
아, 설마. 정말? 길고 풍성한 속눈썹이 위로 휙 올라가더니만, 그 속의 눈동자는 홉뜬 눈 때문에 작아지고 있었으니 놀라움 감추지 못한 탓이다. 정말 사내아이란 이유로 질투하는 것인가? 놀라움과 더불어 다른 감정도 톡 치고 올라오니, 이 상황에서 기름만 더 끼얹을 감정이요 그 이름 우스움이다. 제 정인 내다 버리듯 이곳에서 밀회 가지면서 자신은 그래선 안 되는 성스러운 사람으로 본다라. 재하는 제 감정을 차분히 누르며 당신을 물끄러미 마주하더니만, 거칠게 끌려 올라오며 느껴지는 고통에 작은 신음 뱉는다.
"윽, 도련님, 잠깐……!"
차마 아파요, 까지는 말 할 수 없었다. 오래된 기억이 쌓여 만든 버릇이었다. 속삭이는 목소리에 우습던 감정이 하나 더 치고 올라온다. 아, 재하 악독하디 악독하니, 진정 악인이지 아니하겠는가. 몸을 기댄 채 눈만 굴린다. 도르륵 굴러가는 시선은 느릿하지만, 구르는 소리가 날 것만 같았다. 구른 눈길 침잠한다.
"도련님, 아, 사랑스러운 나의 도련님."
나긋하게 속삭이는 목소리는 분노요 질투 눌러 담는 당신과 달리 여상하며, 다디달다. 다만 다른 점이라면 끌어안길 적에도 웃어야 할 것이 눈 하나 휘지 않는단 점이다. 웃지 않는 눈빛 선득하니 귀기로웁다.
"귀여웁기도 하지! 소마가 어찌 도련님 곁을 떠나겠사와요? 주인님께서 후사를 만들어라 명하시어 붙은 약혼녀에게도 일말의 애정을 품지 아니하고 있는데 소마의 사랑스러운 동생에게, 하물며 인간이 아닌 존재에게 어찌 연심을 품을까요……?"
명하시면 하겠지만. 사근사근, 손 올려 뺨 쓸어주는 손길도 뱀 기어다니듯 선득하다.
"소마는 되려 도련님께서 떠나실까 걱정이지요."
뺨 쓸어주던 손이 턱 틀어쥐듯 하니. 그제야 생글생글 미소 짓는다. 언젠가 나를 떠나버리고 그 여자 곁에서 평생 살까, 그 사실이 끔찍하지.
질투란, 얼마나 추한 감정일까.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돌아보지 못 하게 만들고, 제 신경을 갉아먹는, 감히 자신이 품어서는 안 될 감정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런 감정을 품는 것은 연모라는 감정을 품었기에, 자연스레 질투는 피어나기 마련이었으니. 그런 질투는 다시금 연모라는 감정에 의해 가라앉는 것이다.
"...재하야."
나긋하게 속삭이는 목소리에 그는 잠시 이름을 부르며 제 정인의 얼굴 바라보았다. 달디 단 목소리에 질투가 가라앉았으나 귀기로운 표정은 그조차도 어딘가 섬뜩하게 만드는 면이 있었다.
잠시간 참을성이 생긴 그는 제 정인에게 품고있던 오해를, 정인이 말로금 하여 하나씩 풀어나가는 것을 조용히 들었다. 인간이 아닌 존재. 그 말을 듣자마자 무언가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참으로 우스운 감정이다. 말을 듣는 것으로 멈출 수 없을 만큼 끌어오르던 감정이 그저 말 몇마디로 씻은 듯 사라지다니.
"네가... 떠나지 않는다면 나 역시 그리할 것이다. 설령 네가 지금 가진 것들을 모두 잃고 저 아래로 추락한다 하더라도."
질투로 보이지 않던 시야가 다시금 밝아진다. 맑아진 정신으로 보니 어느새 제 정인에게 잡아먹힐 듯 손길 서늘했다. 금방이라도 제 목을 쥘 듯한, 턱을 쥔 정인의 손목을 그러쥐고는 조용히 속삭였다.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그럴 것인데, 굳이 말을 꺼내는 것은... 역시 비겁하구나."
어여삐 여겨달라는 말이, 제 연모라는 감정과 엮여 하나의 족쇄처럼 느껴졌다. 그 말을 들은 순간 벗어날 수 없는 것을.
"재하 넌 내게 있어 특별한 존재다. 난 널 절대로 떠나지 않을 터이니... 너 역시 날 떠나지 말아다오."
정인을 감싸안은 팔에 힘을 더 주어 꾸욱 품에 파묻었다. 설령 파멸한다 해도 함께 파멸할 것이고, 오히려 그게 자신이 제 정인을 연모하는 까닭이니. 제 정인은 그를 파멸할 때까지 놓아주지 않을 터다. 그 사실이 그에게 있어 너무나 달게 느껴진 것은, 그 역시도 그것을 바라고 있기에.
미호가 손에 안 맞기 시작했습니다...!!!(눈물) 진행이야, 어찌어찌 한다고 쳐도!!!! 일상에서 미호놈의 행동을 내가 갈피로 잡지 못하고 있음다!!!!!!🥲 일상을 돌리고 싶은데! 미호가 어찌 나올지 모르겠어서 손을 잘 못 들어!!! 근데 이건 내 문제임!!!(오열)
미호를 내리고 새로운 캐로 데리고 와도 될까... 요괴칭구칭구들을 포기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내 손에 안 맞기 시작해서 이게 더 큰 고민이랄까.....🥲
귀여우신 분이다. 연모의 감정을 온전히 자신에게 쏟아준다면 좋겠으나 남에게도 이런 감정 드러냄을 알고 있으니 어딘가 쓴 면도 없잖아 있다. 다만 그 사실에 가라앉은 것이 아니니, 누군가의 삶을 갉아먹고 그 파고든 자리를 사수하고자 하는 자신이 우스웠기 때문도 있다. 자신의 동생과도 같은 존재요 약혼녀의 존재를 알리면서까지 나는 이리도 추하지만 당신만을 사랑하노라 속삭이니 어찌 우습지 아니한가.
"네에, 도련님."
당신이 이름을 부르면 고분고분 답한다. 나의 이름을 부르며 각인하시어요, 내가 누구인지 알아주시어요. 당신의 재하이옵고 당신만의 사람이렵니다. 편안해지는 듯한 표정 바라보며 눈을 물끄러미 마주한다. 당신이 나를 떠날까? 아니, 지금 모습을 보면 그러지 아니할 테다. 재하 눈 가늘게 휜다. 이미 모든 것을 잃고 추락하였으니, 당신만 있으면 된다. 같이 내려가는 것은 각오하고 있었다. 홀로 내려가는 것도. 후자는 고하지 아니한다. 당신은 전자만 알고 있으면 된다.
"아무렴, 도련님께서 그리 여겨주시니 소마가 어찌나 감읍한지……."
턱을 틀어쥔 손길에는 힘이 들어가 있지 않다. 검지로 턱 선을 훑으며 교태롭게 웃음 흘리고는, 손목을 그러쥘 적엔 몸을 기울인다. 속삭이는 것을 더욱 가까이에서 듣고 싶다는 듯, 이 손목을 잡아주는 것으로도 기쁘다는 듯.
"간악한 마두이니 이 비겁함은 용인하셔야지요, 아니한가요?"
이미 마두이자 목줄 쥔 존재인즉. 재하 나지막이 웃는다. 자그마한 웃음소리는 가늘고 휘어진 눈 만치나 교태롭다. 그래, 목줄. 서로가 서로의 목줄을 쥐고 있지 않은가. 벗어날 수 없고,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품에 파묻힐 적 재하 느릿하게 고개 비비곤 고개를 들어 턱에 가볍게 입 맞춘다. 그대로 떼지 않고 입술을 달싹였다.
"약조하신 이상 도련님을 떠나지 아니할 것이어요……. 그러니 무엇보다 특별히 여겨주시어요. 밤마다 뜨는 희미한 별 보다 찬연히 여겨주시옵고, 세상에 단 하나뿐인 가보처럼 지켜주시오며, 메마른 사막에서 찾은 샘물처럼 갈망해 주시되 독이 든 찻잔임에도 망설임 없이 드셔주시어요. 네에? 도련님."
그래주실 수 있지요? 나를 독주로 여기시어요. 무엇보다 다디달지만 결국 우리는 파멸하고 말 터이니. 그 최후에도 남이 저 치는 악인이노라 생각할 수 있도록 망설임 없이 사랑해 주시어요. 재하 속내를 살포시 드러내곤 눈 내리감는다. 어여삐 여기소서.
1. 재하가 뒤틀린 심미안을 갖게 된 계기는 99.9% 천성이에용.. 기괴함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이상한 녀석.. 현대에 태어났으면 예술가 했을듯(편견임) 나머지 0.1%는 재하 유년시절의 기루 손님인 왕 씨 어르신 때문인데용... "진정한 아름다움은 사람들이 두려움을 느끼곤 하는 게지." 라는 말을 듣고 어? 그러면 두려운 것도 예쁜 건가?로 인식한 나머지..
= 범무구 귀여워 지네 좋아 향낭자 손 위에 올려서 손가락 끝으로 쓰담쓰담 추한 사람도 좋아 아름다워 시너지로 오너가 몸을 뒤틀며 기겁하는 극극극마이너 취향 완성
2. 재하의 초안을 보면 이름 후보가 굉장히 많은데(시트도 좀 많았어용.. 같은 뼈대에서 과거사 조금씩 다르고 성격 조금씩 다름..) 그중에 비현翡晛이란 이름도 있었어용... 결국 옥아는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이었던 거임..(아무말) 재하 본인도 자기 이름에 대해서 마를 재 물 하 ㅋㅋㅋㅋ 재앙 재 어찌 하 아님? 하고 생각할 정도로 회의적인 애라 옥아라고 불러도 넹 할듯(?)
재하. 어쩌면 이름을 불러달라고 한 순간부터, 이것을 바란 것이 아닐지. 이름에는 특별한 힘이 있으니. 같은 이라도 이름을 부르는 것 만으로도 사람에게 특별해지는 경우가 있는 법인데, 하물며 연모하는 정인에게야 그보다 더하다. 내게 있어 이제 재하라는 이름은 마음 속 깊이 새겨졌으니 앞으로도 이 두 글자를 잊지 못 하겠지. 절대로 그를 떠날 수 없도록. 그 것이 제 정인이 원한 바였나. 하지만 그는, 깨달았음에도 더 깊이 이름 두글자를 마음속에 새겼다.
"용인해야지. 내가 선택한 정인이니까."
그런 간악함에도 불구하고, 그가 정말로 연모하는 것은 눈 앞의 재하라는 존재였으니. 속았다고 하더라도 그걸로 제 정인에게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한 것이다.
턱 밑에서 입술의 감촉 느껴지는 것이 간질거렸다. 아니면 제 정인의 속삭임 때문인가. 혹은, 둘 모두일지도 모르지. 기분 좋은 간질거림에 그는 저도 모르는 새에 입꼬리를 희미하게 올렸다. 자신보다 가녀린 체구의 그를 조금 힘을 주어 끌어안으며 체온을 만끽하고, 그의 모든 것을 속에 새겨두었다.
"나는 이미 그리 여기고 있다. 내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 재하야. 바로 너란다."
어여삐 여기소서. 그래, 어여삐 여길터다. 그러니 나중에 설령 파멸하게 된다고 해도 웃음 속에서 파멸할 수 있기를. 그가 원하는 것을 아낌없이 주고, 마지막에는 내가 원하는 것을 남김없이 받아갈 것이니.
"너는 내게 주어진, 선물이나 다름없다.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어."
설령 남들이 욕한다고 해도, 내 최후를 보고 혀를 차며 날 동정하는 이가 있더라도, 마지막에는 웃어보이고 싶었으니. 재하라는 독주를 들이키기로 했다. 그를 껴안고, 그대로 푹신한 침대 위로 몸을 뉘였다. 침대에 몸이 쓰러지며 아마 제 정인의 몸 역시 그러했겠지. 몸을 뉘인 채로 품에 정인의 얼굴을 꾹 묻고는 나 역시 눈을 감았다.
태정이가 수아에게 말한 5가지(나중에 더 추가될 수 있음) 1. 사람은 죽이지 마라 2. 너를 죽이려고 하거나 흑도는 예외다 3. 그렇다고 너무 죽이면 안된다 4. 항상 몸 건강하게 하고 맛있는거 사준다고 하면 따라가지 말고 경계해라 5. 언제나 열린 사고를 유지하고 있어라
자신의 생과 사를 얼마든지 마음먹기에 따라서 결정할 수 있는 존재라..으음 안 만나는 편이 좋다면,
"고불! 그럼 연! 없다! 생각해야 한다 고불? 있다! 생각!하면 있어!지는거 아니다 고불?" 달리 말해 화경을 만나고 싶지 않다면 화경과 자신은 아무런 연이 없으리라 믿는 쪽이 유리해지는 것 아닐까?
물론 고불은 본래 화경과 자신이 만날 연이 없으리라 생각했지만 보다 정확히는 그냥 화경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화경에 대한 얘기를 나누며 묘한 호기심이 계속 커지고 있었다.
이번 만남에서 고불은 영물이니 요괴니 화경이니 하는 것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영물과 요괴의 차이는 실상 뚜렷하게 없으나 대우는 천지 차이다. 화경은 영물이다. 자신은 요괴 취급을 받기 일쑤다.
고로..자신이 화경이 되면 취급이 요괴에서 영물로 넘어갈 수도 있으려나? 고불은 영물 취급도 절대 반갑지 않으나 사람들이 그리 변할지 궁금했다.
화경이 뭐길래. 그냥 강하면 그런 것도 자연스레 오는 것인가? 역시 화경이 궁금해진다.
"고불! 나! 화경! 만난다! 화경 궁금해졌다 고불!" 하지만 고불은 당장 누가 화경인지 화경은 어디서 무엇 하는지 아는 바가 전혀 없었다.
"고불! 으음..그래도 화경! 만남 어렵다 고불! 차라리! 화경!이 되어!줄 수 있다 고불?" 누구인지 어디있는지도 모를 화경을 만나기보단 차라리 화경이 될 사람을 미리 만나서 화경이 된 이후에도 보는 편이 쉽지 않을까. 고불은 그런 생각이 들어 별 생각 없이 물었다. 해준다고 하면 좋고 아니면 어쩔 수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