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쪽을 향하는 발소리가 들리자 미카는 재빨리 고양이 뱃살에서 손을 뗀다 그 손길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던 녀석도 사냥감이 사라지자 어리둥절한 듯 눈을 둥그렇게 뜬다 곧 남궁 후배가 산만한 트레이를 들고 돌아오는데... 저 위에 올려진 디저트들만 봐도 속이 메슥거리는 느낌이다 저걸 정말 다 먹을수 있긴 한걸까 미카는 조용히 제 몫의 커피를 가져온다
"...뭔 상관이야."
뒤이은 묻는 말엔 대답할 생각은 않고 그저 가시돋친 말을 내뱉는다 헌데 정곡을 찔려서 부끄러운 걸까 미카의 귀 끝이 살짝 달아오른다 그걸 드러내기 싫은 모양인지 잠자코 커피 들이킬 뿐이다 애꿎은 빨대가 입 안에서 잘근잘근 씹힌다
>>517 회사에서 무슨 일이.......? 수고 많았어, 이제 주말이니까 푹 쉬자. 🥲 선레는 조금 천천히 써올 것 같아! ☺️ 그리고 하네가 디엠 주고 받은 직후부터 열심히 하야토를 피해다녔을 것 같으니까, 하야토가 진작에 저 애가 자길 피해다닌다는 걸 눈치챘어도 괜찮아!
사령술사는 무슨... 뭔가 퍽 진지하게 말하고는 있지만, 내심 웃음이 나왔다. 세상에 그런 게 어딨어? 물론 있어도 이상할 건 없지만, 역시나 내가 그간 직접 겪어온 바로는 그것이 '없다'에 좀 더 신빙성이 있었다.
"글쎄..."
이걸 뭐라고 거절해야 할지도 고민이다. 당당하게 '그런거 없는데 무슨 상관이야.' 라고 할수도 없는 노릇이고. 시선을 피했다가 뒷통수를 긁적였다. 아, 이거 진짜 어떻게 해야 하지. 그렇다고 순순히 내 장르를 포기하고 싶지도 않다. 아니, 솔직히. 뭐 위험한 스포츠 같은것도 아니고 귀신 이야기 같은거 더 파면 위험하니까 그만두라는것도 좀 우스운 이야기다. 세상에 귀신이 어딨어?
"뭐 별 일이야 있겠어? 여태 아무 일도 없었는데."
워낙 진지하게 이야기를 해서 나도 모르게 조금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만... 그거야 화자의 말투 때문에 그런거겠지. 여지껏 아무 일도 없었다. 귀신이 존재한다거나 하는 징조조차도 하나 없었다. 그런데, 여기서 갑자기 무슨 일이 일어난다고? 귀신 자체가 존재한다는 이론보다는 그게 더 믿겨지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타카나시 하네입니다. 요즘은 학교에서 숨바꼭질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아니에요, 숨어있는다기보다는 피해다니는 것이니 술래잡기입니다. 정말 누가 잡으러 오는 건 아니지만 열심히 누군가를 피해 다니고 있어요. 실수로 디엠을 시작해서 어쩌다보니 수제로 만든 옷을 선물 받게 된 디자이너 지망생 씨를 피하고 있습니다. 같은 학교에 같은 학년인 줄은 상상도 못 했으니까요! 미안한 일이지만, 디자이너 지망생 씨는 절 못 알아보겠지만 저만 제 발 저려서 그 날 이후로 피해 다니고 있어요. 그리고 지금도입니다.
‘디자이너 지망생 씨가 앞에?!’
잘못하면 마주칠 것만 같아서, 급하게 계단으로 내려갔습니다. 둘, 넷, 여섯, 여덟하고 열, 발을 크게 크게 딛어서 뛰어내려가다시피 계단을 내려왔어요. 이만큼 내려와서 있으면 아마 그냥 지나쳐갈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 혼자 공포 영화라도 찍는 기분입니다. 디자이너 지망생 씨는 귀신이나 괴물, 그 어떤 것도 아닌데 죄송할 따름이에요.
‘열 정도만 세면....’
벽에 기대고 서서 숫자를 셉니다. 손가락 열 개만 접으면 충분히 엇갈릴 것 같았어요. 하나씩 접히는 손가락을 내려다봅니다. 하나당 1초, 아마 10초 정도일 거에요. 모자를 것 같기도 합니다. 긴가민가하지만 살금살금 계단을 다시 올라가서 확인해보면 되니까요.
"어어, 그냥 궁금해서. 딱 봐도 나랑은 반대잖아? 너처럼 부끄럼 타는 애들은 무슨 생각으로 그러는가 싶었지."
한창 민감한 시기에 있을 청소년의 심리를 '부끄럼 탄다' 정도로 요약해 버리는 것도 재주라면 재주다. 말을 끝냄과 동시에 마지막 한 입이 끝났다. 그 짧은 말이 오가는 동안에 샌드위치 한 덩어리를 해치운 것이다. 이 녀석, 음식을 마시고 있다……. 아니, 마시는 것이라 해도 이 정도 속도라면 사레 들리고도 남는다. 그러고 보면 커피도 벌써 반절은 넘게 줄어든 채고, 서술하는 동안에는 머핀을 전부 한입컷 했으니 다음 트레이 가져오기까지 오래 걸리지는 않을 듯했다. 순식간에 이것저것 해치운 그는 선배님을 따라 고양이 엉덩이를 툭툭 건드려 보았다. ……손길이 닿기가 무섭게 무겁던 엉덩이가 가뿐하게 들려서는 제대로 된 고양이 애호가─미카─의 무릎에 뛰어들어 버렸다. 왜인지는 몰라도 남궁 씨는 고양이의 마음에 못 들어버린 모양이다. 하기야 고양이는 시끄럽고 동작이 큰 인간을 싫어하니까. 미움 받았는데도 뭐가 좋은지 린은 으하학, 경박한 웃음소리 내며 눈짓으로 재촉을 해댄다.
하야토에게는 최근 좋은 일이 일어났다. 팔로워가 만 명이 넘는 모델분이 친히 자신의 옷을 입어주어서 SNS에 올려주고 태그까지 해주었다. 그 덕에 많은 팔로워는 아니지만 약 300명이 넘는 팔로워가 늘었다. 요즘 반장일과 학교생활에 적응하느라 힘들지만 삶의 활력소가 되어줬다고 할까.
하야토는 어떤 면에서는 생각보다 둔감했다. 하네가 최근 자신을 피하고 다니지만 하야토는 아직 눈치를 못 챘다. 학교에서는 순전히 자신의 반 만을 신경쓰다 보니깐 다른 반의 학우들을 인식할 틈도 없었던 것.
계단에서 본 하네는 어떻게든 피하기 위해서 빠르게 계단을 내려갔지만, 하야토에게는 그저 급한 일이 있는 다른 반의 학우로 보일 뿐이었다. 하야토가 받은 사진의 모델과 체형이 비슷하지만 누가 자신의 옷을 입어준 모델이 이 학교의 학생이라고 상상하겠는가?
"응?"
그런데..그 여학생. 너무 급하게 가버린 나머지 지갑을 떨구고 갔다. 하야토는 주워서 가져다줘야겠다는 생각으로 계단을 내려왔고, 마침 벽에 기대고 있는 그 여학생을 볼 수 있었다.
받은 선물 정리해놓고 눈을 감으니, 나는 이미 화우 속에 있는데요. 손에 잡히는 꽃잎은 없어도 손끝이 간질간질하답니다. 일장춘몽이 남기고 간 감각일까요.
이제와 말하지만 나는 사실 봄보다는 겨울이 익숙한 사람이랍니다. 분홍잎 만발할 때면 함박눈이 내리는 날을 떠올리고는 합니다. 다만, 떨어진 꽃잎은 녹을 일이 없으니 하나 둘 헤아려보는 재미가 있더군요. 그렇게 정신없이 꽃잎을 세다보면, 불쑥 여름이 다가오기 마련이지요. 그렇게 봄에게 준비없이 안녕을 고하는 일이 자꾸만 생겨납니다. 조금만 더 곁에 있어줬으면 하건만, 여름이 기다리니 오래 붙잡을 수는 없습니다. 여름에게도 나름의 멋이 있으니 아쉽지만은 않습니다.
마찬가지랍니다. 꽃잎 헤아리듯 편지를 읽다보니 어느덧 금요일입니다. 이틀 후면 감춰진 비밀이 드러나겠죠. 모르는 척 늦장부려볼까, 비밀 친구 붙잡아다 매일매일 편지를 쓰게할까, 덩쿨처럼 못된 마음이 불쑥 튀어나옵니다. 이틀동안 그 못된 마음 잘 다듬어 손에 걸리는 것 없이 부드럽게 만들어볼까 합니다. 얼굴을 보며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것에도 나름의 재미가 있으니 아쉽지만은 않겠습니다.
소리 지르면 안 됩니다! 절대로, 절대로 소리 지르면 안 돼요. 깜짝 놀라기는 했지만 티내서도, 무슨 말을 해서도 안 돼요. 숨을 참아버리는 편이 좋습니다. 경직하는 편이 나아요. 숫자 열을 다 세는 순간에, 고개를 들려던 찰나에 열심히 도망쳐온 디자이너 지망생 씨가 눈 앞에서 말을 걸었지만 절대 그래선 안 돼요. 실례이고, 민폐이고, 모두가 바라보고 말 거에요. 그런 일은 절대 안 됩니다.
‘도망갈 수가 없어요!’
디자이너 지망생 씨가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아요. 머릿속이 백지입니다. 너무 놀라버린 탓이에요. 제대로 듣지도 못 한 겁니다. 아무런 반응도 못 하고 얼마나 굳어있었는지 모르겠어요. 이마 길지는 않겠지만, 디자이너 지망생 씨가 느끼기에 무시하고 있다고 느껴지기는 충분한 시간이었을 것 같습니다. 디자이너 지망생 씨는 지갑을 내밀고 있습니다. .........제 지갑입니다! 왜 디자이너 지망생 씨가 갖고 있는 걸까요? 하지만 전 도망가고 싶습니다!
“제 지갑 아니에요.”
.........모르겠습니다. 지갑은, 지갑은 새로 사면 되니까요.
“잘못 보셨습니다.”
거짓말만 늘어서 큰일입니다......... 그래도 이러면, 디자이너 지망생 씨가 그냥 갈 거 같으니까요. 교무실에 지갑을 가져다주고, 갈 길을 가고, 저도 지갑을 찾은 다음에 다시 갈 길을 가면 모두가 행복하고 완벽합니다.
미카는 후배가 디저트들을 순식간에 흡입하는 걸 지켜본다 어떻게 저리 복스럽게 먹을 수 있는지... 커피를 홀짝이며 여전히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문득 무릎 위로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진다 ...고양이는 아예 미카의 무릎 위에서 웅크리고 식빵을 구워버린다 묘하게 세상 다 산 거 같은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보는 녀석 미카는 고양이와 남궁 후배를 번갈아가며 빤히 바라보다가... 결국 본능에 져버리고 만다
"..."
입을 꾹 다물고서 고양이에게 손을 대는 미카 느리게 궁디팡팡을 해주자 녀석은 엉덩이를 천천히 들며 꼬리를 부르르 떨어댄다 어지간히도 기분 좋은 모양
"...너 이거 어디 가서 말하지 마."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경고(?)한다 혹시 이 경박한 후배가 동네방네 떠벌리고 다닐까 싶어 하는 말이다 맨날 수업 빼먹고 싸움질 하고 다니는 양아치가 사실 고양이를 좋아한다니! 역시 그런 소문이 도는 건 부끄럽다
"선배님도 이런 일탈은 처음이지 않아? 담 넘어서 고양이 엉덩이 두드리기. 응, 건전하고 멋진 휴식이지."
아무렇지도 않게 예뻐한다면 외려 별 생각 들지 않을 텐데, 의식하면서 하지 말라고 하니 괜히 더 놀리고 싶어진다. 어디서 말하지 말란 경고도 하지 말라고 하니까 더 나불거리고 싶어지는데─ 뭐, 정말로 그럴 생각은 없다. 그는 2학년의 와타누키가 어떤 인물인지 잘 모르거니와 이 동네에서 해 봤자 얼마나 고명하다고, 기껏해야 일탈로 고양이 엉덩이 두드리는 소년 정도는 특출난 소문거리 못 된다. 목구멍에 들이붓듯 남은 음식들을 처리한 그는 다음 분량의 주문을 챙기러 트레이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당하게 귀여워해도 되니까 하는 김에 사진도 많이 찍어 둬~"
가기 전에 한 마디 꼭 해 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떠나가는 걸음은 얄밉게 보일 정도로 가뿐하다. 린은 금세 다시 돌아와 자리에 앉았다.
안 됩니다! 저 지갑이 사실은 제 것이라는 게 밝혀지는 것보다 쇼핑몰 명함을 들키면 안 돼요! 사장님께서 본인 것을 새로 만드시는 김에 만드셨다고 선물로 준 명함이 지갑 안에 있어요. 차라리 이상한 바보 거짓말쟁이가 되는게 낫습니다. 본인 지갑을 못 알아본 바보가 되든지, 자기 지갑을 남의 것이라고 하는 이상한 거짓말쟁이가 되든지요.
“...왜 지갑을 함부로 열어보세요?”
열린 지갑을 가리려고 바로 두 손을 다 얹으려고 했습니다. 학생증도 명함도 그 무엇도 보이지 않을 수 있다면 그게 최선이니까요. 디자이너 지망생 씨가 상냥한 걸 잘못이라고 할 수도 없고, 저는 했던 말을 바로 다시 번복해야 합니다.
“제 지갑 맞습니다.”
아닐 리가요! 클로버 키링까지 달려 있는데 헷갈릴 수가 없습니다. 타인의 상냥함을 이렇게까지 거절하고 싶어지는 것도 괴로운 일입니다. 차라리 누군지도 모를 학생이 떨어트린 지갑 정도야 그냥 모른 척 하는 매몰찬 디자이너 지망생 씨였다면 좋았을 것 같아요...
“돌려주세요.”
지갑에서 차라리 돈이라도 떨어지면 좋겠어요. 그럼 돈을 주워야하니까 지갑에는 관심을 안 줄텐데요
자꾸 예쁜 쓰레기들만 선물로 주고 있는 것 같아서 어떤 게 실용적일까 좀 고민하다 준비해봤는데 마음에 들까. 혹시 입욕제 써본 적 있어? 이건 버블 바 라인은 아니라 그냥 물 받은 욕조에 담가두기만 하면 돼. 호텔에서 쓰는 거라면 한 번에 다 쓰는 게 좋겠지만, 집에서 쓸 거면 반으로 쪼개서 두 번 써도 충분해. 색도 아름답지만 특히 난 이거 향이 좋더라. 자기 전에 쓰면 어쩐지 마음이 편안해지거든. 무쿠루마 씨의 고민도 포근한 욕조 물에 모두 흘려보내길.
3.아인슈패너 -> 사에 선물:정교한 수가 놓인 흰 비단으로 감긴 향 주머니 두 개
久方の 光のどけき 春の日に しづ心なく 花の散るらむ 이제 곧 봄이 한철이니 무엇을 선물해야할지 많이 고민했어요. 미야나기양이 무엇을 좋아할지 생각해봤지만 역시 계절에 맞추어 분위기 있는 선물을 드리는 것도 좋을 것 같아 망설이다 보냅니다. 꽃은 언젠가 지겠지만 향기로 그 꽃이 다시 필 겨울까지 남을테니 시를 읽다 문득 떠올라 선물을 고르게 되었습니다. 좋은 한해 되시길 바래요!
4.오렌지 테러-> 토아 선물:기간한정 향수
【편지칼이 있다면 예쁘게 뜯어주세요】
그녀를 꽃으로 말하자면 장미같은 여자
넘치게 아름답고 그래서 늘 사람들로 가득 둘러싸여 있지만
진짜 사랑을 찾느라 아직은, 조금 외로운 사람
안녕 :D... 오늘은 향수를 준비해봤어. 너에게 어울릴지 모르겠지만 향수의 설명으로 적혀있는 글이 좋기도 했고, 뭔가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게다가 기간 한정이야. 저번에 선물 못 줘서 조금 비싼 것으로 준비해봤어. 무리할 정도는 아니니까 걱정말고 사용해주길 바래.. 언젠가 너의 곁을 지날 때 이 향기가 난다면 기쁠 것 같아.
5.해피해피 스마일 -> 케이 선물: 블랙 오닉스 원석으로 포인트가 들어간 옐로우 골드색의 금속 체인 안경줄
안녕, 친구! 듣자 하니 두 선물 모두 마음에 들었다며? 다행이네. 선물 준비할 때마다 고민 정말 많이 하거든. 이번 선물도 그렇고! 잘은 모르지만, 검은 오닉스는 액막이용 장신구로 자주 쓰인대. 물론 효과가 정말 있을 거로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친구의 올 한해가 평온하길 바라는 마음을 조금 담아봤어. 물론 잘 어울릴 것 같아서 고르기도 했지만! 이번 선물도 좋아해 줬으면 좋겠네.
p.s. 참! 사탕 잘 받았어. 덕분에 친구의 바람대로 해피-하고 스마일-한 하루를 보냈어. 하지만 그래도 직접적인 힌트는 안 줄 거야! 적어도 아직은 말이야. 들킨다고 해서 패널티는 없지만... 그래도 너무 쉬운 퀴즈는 재미없기 마련이니까!
요즘은 선물로 무엇을 줄까 고민하는게 하루의 일상이자 즐거움이 되었답니다. 남궁씨도 오늘의 선물은 무엇일까 기대하고 계실까요? 오늘의 선물은 담요랍니다. 곧 더워질 마당에 웬 담요를 선물주냐 싶으실테지요. 빈말을 조금 섞어 포장을 해보자면, 에어컨 바람에 감기 걸리지 말라는 마음에 담요를 보내봅니다. 사실 겉포장은 이렇고 본심은 따로 있지요. 저번날 복도에서 돌아다니는 풍모가 영웅과 같으니 어깨에 두르면 잘 어울릴 것 같아 준비해봤습니다. 망토처럼 담요를 걸치고 복도를 활보할 모습을 상상하니 과연 만화영화에 나오는 영웅과 견줄만합니다. 선물의 이유가 빈약하고 유치하니 부끄러운 마음에 말 줄입니다. 오늘 선물도 요긴하게 쓰시길 바랍니다.
9.라무네 -> 오구치 선물:부드러운 재질의 벚잎모양 쿠션
강녕하셨는지요, 라무네입니다.
사실, 제대로 된 끝맺음을 하지 못하고 농담처럼 저무는 꽃처럼 사라질까 걱정이 됩니다. 야속하게도 볕은 갈수록 따사로워지고 있고, 영원한 봄을 간직한 압화와 달리 기별은 어느덧 후반부에 접어들었으니까요. 시간은 기다림 없이 멀찍이 닷새라는 기간을 성큼성큼 달리고 있으니 이럴 때면 그 뒤를 쫓아 붙잡을 수 있을 만큼 다리가 길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하지만 불가능하겠죠. 라무네는 발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끝맺음 대신 시간이 주는 꽃망울로나마 위안을 삼아볼까 합니다. 꽃망울을 보며 만남이 있다면 이별이 있는 법이라는 생각으로 의연해지려 노력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무엇보다 울면 탄산이 빠지니까요.
마음도 모르고 야속하게 피는 꽃을 닮은 쿠션을 동봉합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흐르는 따사로운 볕도 외면하듯 고개를 묻고 자버리면 알량한 속내라도 알아주겠지 않겠나요?
속도 모르고 따뜻한 봄이불 속에서, 라무네.
10.시미즈 -> 사야카 선물:벚나무 자수가 놓인 손수건
심정 이해합니다. 무언가 돌봐야 한다는 것은 무섭고, 커다란 존재로 다가올 때도 있으니까요.
남궁 후배의 장난스런 말엔 부러 대답하지 않는다 땡땡이 치고 담 넘어와서 온 곳이 고양이 있는 카페라니 확실히 색다른 경험이긴 하지만... 후배가 트레이를 들고 자리를 벗어나자 미카는 이때다 싶어 카메라 앱의 셔터를 다다닥 누른다 고요한 카페 실내에 찰칵찰칵 소리 잔뜩 울린다...
"...손 안 대고 코 풀려 하기는..."
남궁 씨가 돌아오고 사진 보내달라는 말에 퉁명스레 중얼거린다 그치만 그리 말하긴 했지만 순순히 에어드랍을 켜서 고양이 사진 한 뭉탱이를 다짜고짜 보내버리는 것이다 식빵 굽는 고양이를 여러 각도에서 찍은... 꽤 다이나믹한 사진들이다
"됐어?"
만족하냐는 듯 미카가 묻는다
//이제 슬슬... 카페에서 시간 보내다 돌아갔다는 식으로 막레해도 되지 않을까 더 잇고 싶으면 이어도 오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