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 부터인지 몰랐습니다 스스로의 마음이 병들어가는 것은 너무나 어린 시절 부터 였겠죠 그것을 알면서도 애써 괜찮은 척 했습니다, 항상 놀아주던 사랑하는 가족이 심연보다 어두운 불꽃에 사그라드는 것 아버지가 고갤 숙이는 것, 어머니가 쓰러지시는 것.
아버지는 더욱 과묵해지시고 일에 몰두했습니다. 가족이 뒷전이 되었다고 느낀 형은 아버지를 부정하여 가디언이 되었습니다. 나와 헌터의 꿈을 꾸기로 약속한 형이 가디언이 되었습니다.
그 날 부터, 무언가 엇나가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헌터보단 가디언이 더 대단하다고 말하는 놈들은 가만두지 않았습니다 헌터가 분명 가디언보다 대단하다. 그렇게 믿었습니다. 형의 결정에 대한 분노였을지도 모르죠
자신을 바로 봐줄수 있는 지수에게 부탁했습니다 자신과 미리내로 가달라 불가능 합니다. 지수는 마카오에 있는 은의 길드를 이어야하고 그걸 위해선 황서비고에 가야했습니다.
그렇게 꺾여버린 나의 모든 이상들 전부, 나의 무능 때문에 그들이 나를 떠난것이라 재단하였습니다.
특별반을 만나고 영월에서 싸우고 대운동회를 치루고
다시 시작된 여러 경험들 속에서
자신의 무능함에 절망하여 울고 새로운 친구를 만나 웃고 현실에 좌절하여 분노하고 참으로 많은 일들이 지나갔습니다.
내가 게이트에 빠져 허우적대는 시간들 역시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나를 형제라고 불러주던 이는, 도망쳐버린 나를 원망할까요? ... 아뇨 그렇지 않을 겁니다. 시간이 흐르고, 우월의 끝에 다시 만난다면, 사람좋게 허허 웃으면서 어깨동무를 하겠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해줄겁니다. 그리고 술이나 음식을 잔뜩 권하겠죠.
' 아버지를 당장 용서하라는 말은 못하겠다. 하지만 내가 형을 원망하길 그만둔 것 처럼. 조금만 생각해주었으면 한다'
그곳에서 억지로 하루하루 살아왔던 이유들이 떠오릅니다. 특별반을 위해서, 자신의 형에게 아버지를 용서하라 권하고 싶어서 그래서 현준혁은 그 긴긴 시간동안 겨울을 기다려 왔던겁니다.
이제 현실로 돌아옵니다.
현준혁은 발작을 서서히 멈춥니다 더이상 창을 찾을 이유도 없기에 버둥거림는 것 역시 그만둡니다.
무엇을 긁고 뜯었나요? 누구의 목소리를 듣고있나요? 들리시나요?
눈가에 흘러내린 눈물자국이 생생한 그의 눈에서 서서히 손이 치워지자 밝은 빛이 쏟아집니다. 그녀는 그가 짐작했던 만큼이나 단아한 느낌의 여성이어서, 입고있는 기모노도, 검은색 머리카락도 전부 잘 어울렸습니다. 머리에 핀 같은 장신구가 있다면 좋겠다. 무심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런것과 상관없이 그녀는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웠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녀가 당신의 편이 되어준다고 말해주었습니다 기만이나, 정치나, 암투와 상관없이, 올곧게 당신을 바라보며 말합니다. 선을 빌려주고, 자신의 선을 덧씌워주겠다고. 그러니 당신이 보고 들은 모든것을 결코 잊지 말라고.
"안녕하세요 노사님." 윤학 노사님을 발견한 여선은 간단하지만 예의차려서 인사한 다음 정신력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정신력이라...여선이 넌 타고난 정신 특성이 아니야!
"음....어...." 아니 정신력이 딸린 것 같다는 사람에게 여기에서 정신력은 어떻게 키우냐는 둥.. 같은 질문을 하기엔 여선이 너에게도 양심은 있구나! 무언가 말을 하려다 만 뒤, 여선은 간단하게 용건을 꺼내보려 합니다. 그러니까..
"정신력이란 거에 대해서...는 유의해야겠네요." "전 아직까지는 심각하다! 는 건 별로 없었던 것 같지만요. 아마" 의념을 각성한 이래로 아마도 정신적으로 문제될 일은 그다지 크지 않았을 테니. 지금의 윤학 노사님의 모습과 연결하기가 쉽지 않군요. 자신도 수술을 계속 하다 보면 정신력의 소모가 커지는 걸까? 아니 이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은 그만하고.
내려다봅니다. 눈은 그저, 아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광대가 드러나는 듯한, 마른 얼굴의 남자는 입을 열지 않고 침묵을 지킵니다. 주위에는 몇몇 사람들이 모여있습니다. 도로의 중심을 지키고 있는 남자가 신기하기도 했겠고 그 남자에게서 느껴지는 어색한 분위기에 기웃거리기도 했습니다.
" … 여러분. "
천천히. 그는 입을 뗍니다.
" 만족하십니까? "
별로 듣기 좋은 목소리는 아니었습니다. 낮고, 조금 웅얼거리지만, 이상하리만치 선명한 소리긴 했습니다. 그래서 신경이 쓰여서. 더욱 시선이 이끌리는 것만 같습니다.
" 아쉽진 않으십니까? 화가 나진 않으십니까? 누군가는 의념이라는 특권을 지니고 있단 것만으로 타인과 다른 시작점을 지니고. 누군가는 의념을 가지고도 부족하고 미미하다는 이유로 차별을 마주해야만 하는 지금이. "
툭. 그는 자신의 손에 쥐고 있는 노인들이 사용할 법한 스틱으로 땅을 찍어냅니다.
" 썩 만족스러우십니까? "
위험합니다.
" 만족스러우십니까? "
반복된 질문이 사람들의 마음을 휘젓기 시작하는 것은, 별 큰 이유가 있어서가 아닙니다.
" 만족스러우십니까?! "
그들이 그로 인해 부러움을 느껴보았던지, 차별을 느껴보았던지. 아니면 그런 사례를 접해보였던지.
" 만족스러우십니까!!! "
단지 그는 입술을 열어 그들에게 묻고 있을 뿐입니다. 만족하였는가. 지금에 만족하는가.
" 맞습니다. 나는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왜인지 아십니까? 나는 그들보다 가지지 않았던지. 쥐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들의 책임이니, 이유이니 말하며 그들의 가진 것을 배풀기보다 더욱 쥐려 합니다. 여러분. 들어보십시오. 가디언이라는 이들이 우리에게 많은 것을 배풀었다고 하였지요. 그러나 그들이 빈자에게 돈을 쥐여주는 모습을 보기라도 하셨습니까? "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는 듯, 그는 목소리를 높혀갑니다. 선동의 중요한 것은 그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것입니다. 가디언이 가진 특권과 이유, 그들의 강한 힘을 선망하던 이들에게... 그들이, 마치 일종의, 특권층일 뿐이지 않냐는 식으로 말을 돌리는 것입니다.
" 우리는 그들이 우리를 위해 희생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희생이 우리에게 무엇을 주었지요? 평화? 평화가 존재했다면 저 헌터라는 작자들이 우리들을 위해 싸웠을 것이고, 그들은 숭고한 의지로써 게이트 사태를 해결하려 했겠지요. 보십시오. 영웅이라는 존재들부터가 해결보다는 그 무거운 엉덩이를 눌러앉은 채. 왜 해결보다도 유지에 신경을 쓰고 있단 말입니까? "
움직임을 격렬하게 내면서. 그 처지에 분노한 것처럼.
" 그들은 해결할 의지가 없는 것입니다. 왜? "
탕!!! 스틱이 땅에 내쳐저, 박살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 당연합니다. 그들을 우러러보고, 선망하게 만드는 그 자리가 바로 영웅의 자리이기 때문에!!!!!! 우리는 단지 그들의 박수를 위한 손이 될 뿐입니다! "
핏발 선 눈으로, 전쟁 스피커는 소리를 지릅니다.
" 일어나야 합니다. 일어나야만 합니다. 그들의 박수 한 개로 남을 것인지. 나라는 객체로 남을 것인지. 선택하기 위해서는 일어나 싸워야만 합니다. "
어지럽습니다. 그렇지요. 그렇습니다. 그렇게, 길에 버려질 이유만 없었더라면. 내가 길에 눈뜨지 않았더라면. 그저 이 세상의 일들이 길에 내던져진 나를 위했더라면....
" 자아!!! 전쟁을 시작합시다. 우리의 투쟁을, 우리를 위한 투쟁을, 하나의 박수소리가 아니라!!! 하나의 사람으로 남기 위한 전쟁의 시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