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 ※최대 12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진행 때에는 #을 달고 써주시면 됩니다. 진행레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색깔을 입히거나, 쉐도우를 넣는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스레주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쁘게 꾸며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주도 무협 잘 모릅니다...부담가지지 말고 츄라이츄라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적용하며, 이에 기속됩니다.
달 뜨지 않는 밤은 항상 두렵다. 어두운 방은 호롱불 하나 켜지 않았다. 창문은 굳게 닫혔고, 느릿한 손길이 발을 치고 향로를 피운다.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몽롱한 향과 함께 어둠 속에서 인영이 움직일 때마다 일렁이듯 스치더니 이내 침상 위에 다소곳이 무릎을 꿇듯 앉는다. 자신만의 방이 생기고, 집이 생긴 이후로 단 한 번도 이 달 뜨지 않는 밤마다 이러한 행동을 하지 않은 적이 없다. 향에 취해 정신을 잃듯 잠들지 아니하면 홀로 주취 하여 무덤에 가 춤을 출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흑야, 내 아해야. 이리 온."
범무구가 조심스럽게 발을 걷고 들어오자 재하는 손을 뻗었다. 마치 의식처럼 능숙하게 범무구의 머리를 안아주고 두어 번 쓸어주더니 자신의 무릎 위로 머리를 베고 눕게끔 했다. 향에 취하기 전까지는 안정할 것이 필요했다. 과거에는 안정할 것이 없었기에 먹으로 꽃과 나비만 주야장천 그려댔다. 어느 날에는 이 의식을 멈춰볼까 하였으나 스스로 그만두었다.
재하는 느릿하게 범무구의 머리를 쓸었다. 부드러운 손길과 달리 범무구를 보고 있지 않다. 오로지 앞만 바라보며, 발 너머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 도사리는 과거를 노려보고 있을 뿐. 재하의 귀를 타고 앳된 목소리가 들린다. 나는 비구니, 꽃다운 시절 사부에게 머리를 깎여. 나는 본래…….
"사내아이로."
범무구는 이제 이런 일에도 익숙한지 얌전하게 눈을 감는다. 자신의 형제가 홀로 중얼거리고, 홀로 질문하다, 홀로 답하는 독백의 시간이 필요함을 그리 명석하지 못한 머리로도 이해했다. 어쩌면 인간의 삶이 무엇이길래 저리도 발버둥 치는 것인지 궁금 할지도 모른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자신의 형제가 이런 날이 되면 늘 어떠한 기억 속에서 한참을 골몰한다는 점이었다.
"나는 사내아이로 태어나 계집으로 자라였으니 꽃다운 시절 루주에게 삶을 바치고."
덤덤하게 독백의 첫마디가 울린다.
"나는 본래 사내 아이다. 나는 진정 계집이 될 수 없다. 쉬운 가사조차 틀려먹는 연유는 그것이었단다. 아무리 귀한 비단 옷을 걸치고, 향유를 바르고, 연지를 입에 문다고 한들 나는 사내 아이다. 하지만 나는 계집이다. 진정 계집이 될 수 없어도 계집이다. 쉬운 가사는 이제 틀리지 않는다. 피와 땀을 흘리고, 비구니의 목을 치고, 아내가 생긴다 한들 나는 계집이다."
달음박질치는 소리가 들렸다. 조그마한 달음박질은 다섯 걸음도 채 걷지 못한다. 머리채를 휘어잡혀 새된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재하는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떴다.
"아해야, 사랑스러운 나의 아우야. 그 누구도 내게 손 뻗지 아니함을 알았을 때의 비참함을 아느냐."
누구도 나를 돕지 않는다. 장식품은 구경해야지 손 뻗으면 아니 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계집도 아닌데 사내도 아닌 기이한 것, 여인 다운 몸가짐을 가졌음에도 구실은 하는 것, 손 대기엔 새하얗기에 불길하기 짝이 없는 것.
"……흑야, 나는 인간임에도 인간이 싫다."
재하는 덤덤하게 중얼거렸다. 복도가 울릴만치 세차게 달리는 소리가 들린다. 악에 받쳐 외치지도 못하고 어디론가 숨고 싶었다. 그렇지만 이 발 너머의 기녀들은 문을 닫는다. 점소이는 도우려는 손님을 막는다. 구경거리라도 된 듯 홀로 외로이 복도를 달리는 소리와 뒤쫓는 소리가 울린다. 발 너머의 시선을 재하는 마찬가지로 노려봤다. 이내 난간에 기대 숨을 헐떡이는 소리가 들렸다. 우악스러운 손길이 뻗칠 적에 눈을 감았듯, 재하는 눈을 내리감았다.
"인간이라는 것은 역하다. 같은 인간임에도 다르다는 이유로 끔찍이 여기고, 그 다름이 조금이라도 흥미를 끌면 자신의 잇속을 채우려 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때로는 그 수단을 통해 새롭게 잇속을 채우려 들며, 추잡한 욕구를 채우려 들지. 타인의 고통을 유희로 삼고 누군가의 생존을 우습게도 여긴다. 태도는 어떨까, 여반장 아니더냐."
루주가 목이 부러져 죽었을 때, 그제야 점소이도 기녀도 너 나 할 것 없이 괜찮으냐며 우르르 몰려온다. 그렇게 차디찬 시선을 보내놓고 루주가 죽어버리니 어떻게든 새 루주를 찾거나 와해되기 전 가장 수익 좋던 것으로 실속 하나 챙겨보려 했던 것임을 재하가 어찌 모를까.
"그럼에도 나는 그들을 사랑한다. 나는 그들의 숨을 사랑하고, 동경하며, 경외한다. 천마님의 긍휼한 은혜로 빚어진 존재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럼에도 재하는 그들을 사랑했다. 잠시 호흡을 하기로 했다. 덤덤히 뱉고 있었으나 기실 숨쉬기가 어렵다. 늘 그랬다. 자신이 환멸을 느끼는 것을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았으면 했고, 사랑하고 있음만 알고 있기를 바랐다. 언제라도, 그 언제라도. 하물며 무덤에 들어가기 직전까지도. 요괴였기 때문인지, 아니면 가장 신뢰하는 존재이기 때문인지. 재하는 범무구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을 수 있었다.
"나 또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없으면 나는 내 추잡한 욕구를 채울 수 없었으니 어찌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있을까."
사랑한 만큼 사랑받고 안전할 수 있다 생각했었다. 이젠 아니지만. 재하는 범무구의 머리를 느릿하게 쓸어주며 고개를 돌렸다. 무릎을 베고 누웠지만 그 얼굴을 보여주지 않겠다는 듯, 시선을 멀리 던진다. 슬슬 향에 취하기 시작했는지 감정이 속절없이 교차해온다. 단어는 이제 고심하지 않고 아무렇게나 튀어나온다. 본심은 이리도 쉬이 튀어나왔다.
"나는 인간이 싫다. 나 자신도 인간임이 너무나도 싫어 어찌할 수가 없구나…… 네가 부러웁다. 너무나도 부러웁다. 그들과 같은 숨을 쉰다는 사실이 끔찍하기 그지없고, 그들과 같은 사람이 되어버렸다는 것이 끔찍하다. 그렇지만 나는 인간을 사랑한다. 사랑하기 때문에 다른 인간의 사랑을 박살 내었다. 그리고 이리도 인간이 싫다 하고 있으니 어찌, 끔찍하고 이기적이지 않더냐."
비참함에도 목 놓아 울지 못했다. 한때 울부짖었던 적이 있으나 달 뜨지 않는 밤에는 다르다. 비단옷에 눈물이라도 묻으면 고개가 돌아갈 것이다. 재하는 가늘게 떨리는 손을 애써 움직였다.
"삶은 각양각색이니 받아들이는 것 또한 몹시도 다르더구나. 내 삶은 비참하였어. 각양각색의 삶 중에서 어찌 나는 비참하게 살았던 걸까. 나는 여전히 무섭다, 여전히 두렵고 여전히 아프다. 여전히 나는 감찰국장이되 기루에서 제일가는 노리개다. 이 또한 천마님의 시련이라면 내 받아들이지만, 나는 어찌해야 할까."
이젠 희미한 흔적만 남은 다리는 이따금 불타듯 아프고, 눈물을 흘릴 적엔 비단옷에 눈물을 닦았노라 뺨을 맞았을 때처럼 뺨이 홧홧할 때도 있었다. 한 아이가 태어나 지학이 되는 세월이 지났음에도 삶에 새겨진 큰 상흔을 지울 수 없었다. 약 15년의 삶 동안 나아지는 것은 없다. 떠올린다 해서 '그땐 그랬지.'라며 무뎌진 반응을 보인다 한들 아픈 과거는 아프다. 성숙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다. 외면하는 법을 배웠을 뿐이다. 여전히 달 뜨지 않는 밤에는 아릿한 술 냄새와 남령초 태우는 매캐한 냄새, 그리고 향유의 냄새가 코 끝을 스친다.
"나는 사내이자 계집이며, 인간이자 인간 사이에서 인간이라 불리지 못했다."
하여 인간이 싫다. 이런 나를 받아들일 자는 아무도 없으니. 차라리 요괴라도 되었더라면 인간들이 내 존재에 대해 납득이라도 했겠지. 향에 취해 몽롱하게 늘어지는 목소리가 아득해진다.
"상공相公이, 상공이 보고 싶구나, 그 존재는 나를 받아준다 하였는데, 어찌 나는 그 존재에게 온전히 받아들여질 수 없는 것일까, 아아, 조금만 더 일찍 만났더라면, 조금만 더 온전하게 마주할 수 있었더라면 나는 다시금 부정당하지 않았을 터인데, 비참하다, 비참하기 그지없구나……."
몸이 휘청이다 허물없이 쓰러지자 범무구는 재하의 무릎에서 몸을 일으키며 이불을 덮어주곤, 천천히 발을 걷었다.
당일날 약속을 깸: 이유는 들어볼 듯, 단 그냥 넘어가지는 않는다. 소중한 물건을 망가트림: 이유는 들어볼 듯, 단 그냥 넘어가지는 않는다.22 나한테 거짓말함: 오히려 좋음. 순해 빠진 녀석이 아니니 좋다 나를 다치게 함: 오히려 좋음. 한판 붙어볼만한 녀석이니 마음에 든다 타인을 다치게 함: 크게 상관없음. 상대가 다쳐옴: 지고 다쳐오면 문제지만, 이기고 다쳐오면 칭찬 나에게 대듬: 오히려 좋음, 들어볼만한 이유로 대드는 거라면 들어볼 생각도 있음 밥을 안줌: 이런- (무림비사는 상황극판의 심의 기준을 준수합니다) 같은 ㅡ!
잔뜩 흐트러져 바닥에 무릎을 꿇고. 절하듯 이마를 쳐박고. 힘겹게 숨을 쉬었다. 입술 사이로 비릿하고 찝찔한 냄새가 역류한다. 날숨을 내쉴 때 말라가는 강물처럼 생명의 원기가 모락모락 흩어지고, 들숨을 쉴 때 무심한 야지의 냉기가 폐부를 찌르며 빈 공간을 채웠다. 소름끼치는 시려움에 몸서리쳤다. 마교 괴물에게 틀어잡혔던 순간만큼은 아니어도 그 때와 비슷했다. 죽음이라는 놈이 바깥에서 피부를 뚫고 뱃속으로 파고드는지, 아니면 내 안에 숨어있던 죽음이 때를 만나 날뛰는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죽음은 밖과 안에 함께 존재했다.
' 장차 나와 내 육신이 분리된다. '
돌이킬 수 없는 변화. 그녀는 자신에게 찾아올 미래를 예측할 수 있었다. 검으로 살생한 이가 두 번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것처럼. 죽음의 본질을 경험한 이상 아무것도 모르던 때로 돌아갈 수 없다. 그러나 아직 불완전하다. 육신의 무용함을 머리로는 아나 가슴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절벽 앞에 선 자와 같이 죽음은 아직 두렵고 육신의 감각이 정신과 영혼과 감정을 물어뜯는다. 숱하게 남의 배를 찔렀던 지팡이검은 대가리를 돌려 제 주인의 배를 찌르고 있다. 지팡이검에게 생명이 있다면 놀라서 울음을 터뜨리겠지. 그녀도 그것을 참고 있다. 이마의 땀방울이 턱을 따라 떨어진다. 등을 뚫고 나온 검 대가리와 그녀의 몸뚱이 사이에 피가 거미줄처럼 늘어졌다.
이것은 자해가 아니다. 정답을 미리 알고 풀이를 찾는 과정이지. 모로 가도 다다르면 순서는 상관없지 않겠는가. 그 정답에는 미동 없이 소신하는 고승의 경지가 있다. 육신이 오체분시를 당해도 그녀가 원한다면 행복함을 느끼고, 천상천하의 갖가지 향락 속에 빠져도 그녀가 원한다면 괴로워지는 경지. 육신의 감각이 그녀를 휘두르지 못하게 되는 경지. 나와 육신의 분리. 혹자는 육신에 모든 것이 있으며 나의 모든 것은 육신에서 비롯되어 의존한다고 주장한다. 그 자의 경지에선 맞는 말이다. 그러나 탈각하여 더 높은 곳으로 가고 싶다면 육신과 정신의 주종관계를 뒤집어야 할 것이다.
"아아아아악-!"
찌를 때는 망설였지만 뽑을 때는 한 번에. 구멍이란 구멍에서 온갖 것이 새어나온다. 곧 선술의 묘리에 따라 구멍난 곳은 땜장이 땜질처럼 메워지고, 그녀는 뱃속에서 구렁이가 기는 감각에 모로 누워 허벅지를 옴질거렸다. 지금은 고통스러워도 고통을 반복하면 익숙해지고 무뎌지리라. '다치면 괴로우니 피한다' 라는 근본 욕구를 거세하고 '망가지지 않도록 다룬다' 는 생각으로 갈아끼움이 목표이다. 온전히 아픔을 느끼고, 여러 번 죽어야 한다. 육신의 고통은 신호에 불과하다. 육신은 무용하다. 그녀는 등을 새우처럼 구부리고 고통을 음미했다. 검도 처음 배우면 하루같이 부숴먹기 마련.
그래, 많이 깨먹어야지. 검도 육신도...
아픔이 사라져도 그녀는 움직이지 않고 계속 누워있었다. 가만히 누워서 자신이 걸어갈 길에 대하여 생각했다. 육신의 분리는 순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고, 최종 목적지가 아니라 중간 과정이다. 그녀가 승천하여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로 이야기를 끝냈던가. 육신이 분리되면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육신. 육신과....
' 나와 육신을 분리할 수 있다면, 정신은? '
일자의 파편인 진아는 모든 것을 부정하고 마지막에 남는 가장 순수한 것이라고 하였다. 육신과 대조되는 정신이라고 분리되지 않을 이유는 없다. 육신을 분리하고 정신을 분리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파생되는 모든 질문이 그녀에게 전인미답의 경지였고, 스스로 답할 수 있는 의문은 없었다. 애초에 정신을 분리한다는 행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알기 어려웠다.
육신이 죽고 살아나 육신 분리의 과정이 시작되고, 정신이 죽고 살아나면 정신이 분리되는가? 정신이 분리되면 어떤 상태에 놓이는 것인가? 그것은 자아의 파괴를 의미하는가? 정신과 자아는 어떻게 죽이는 것인가? 견디기 힘든 고통에 빠지면 사람이 백치가 되는데 그것인가? 하지만 그것은 육신이 정신을 지배하여 육신의 파괴가 정신의 파괴로 이어지는 낮은 경지의 논리다. 백날 그녀의 육신을 찢어봐라. 정신이 망가지나. 문득 감정이 희박한 초절정과 화경의 고수들을 떠올렸다. 그곳이 길인가. 여전히 그녀는 답할 수 없다.
"얼얼하구나......"
그래서 지금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손으로 흉터 하나 없이 되돌아간 배를 쓸어내렸다. 배가 익숙해지면 다음은 목이다. 다음은 가슴이다. 다음은 눈이고 입이다. 점차 육신의 본능이 강하게 거부하는 곳까지 검으로 범하여 들어가게 되리라. 마사지라고 생각하자. 골고루 해야 좋은 것이다. 이것은 가장 깊은 곳에 잠든, 가장 순수한 진아를 깨우는 자극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