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안전교육을 받지 않은걸까 싶을정도로 순진하게 머스티어의 말을 믿고는 아무런 의심도 없이 손을 잡았다. 뒤에 있는 인물들에게도 꾸벅 인사를 하는거보니 머스티어의 동료라고 대충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 모습은 아무리봐도 연기 같은게 아니었으며, 오히려 그녀는 방 한켠의 기계를 가리켰다.
"저기에 타면 나갈 수 있어요."
하긴 이곳은 떨어져서 온 것이니까. 올라가는 장치도 있을터. 네모난 판으로 보이는 장치는 한번에 8명을 탈 수 있을 정도로 넓어보였다. 여성은 뒤의 둘에게도 어서 가자는듯 손짓했다. 참 태평하다. - 꾹-
세이메이의 고양이는 버튼을 눌렀지만 아무런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딱히 별거 없는 버튼이었을까?
[긴급 작동, 연구소를 처분하겠습니다.]
[폭발까지 2분]
그렇게 생각하던것도 잠시. 외부와 내부의 사람들에게 모두 들리게 커다란 소리로 경고음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폭발의 규모같은건 알 수 없지만, 외부라고 안전할거란 보장 따윈 없었다. 그 모습에 두 조직의 조직원들은 도망쳐야 하는거 아닌가 생각한 모양이지만. 선수를 친건 유토였다.
"마침 잘 됐네-, 여기서 도망치는 xx들은 나한테 다 죽을 줄 알아."
그것은 외부 조직원에게 전하는, 벙커를 전부 죽이기 전까지 자리를 떠나지 말라는 경고였다. 아말은 그 모습에 혀를 차고는 이츠와도 들리게끔 작전은 실패고 무전을 사용해 후퇴하라고 말했다. 물론 아발란치에게 공격받으면서 이 자리를 뜨는것은 무리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알아서 잘 해보란 소리였다.
눈가와 흰자가 베인 듯 한쪽 눈가가 타는 듯이 아팠다. 급소를 찔린 격통에 허리를 굽혀 헛숨을 들이키며 소리 없이 비명을 질렀다. 입술을 짓이기며 신음을 삼키니 입술에서도 피가 배어 나왔다. 베인 눈은 뜨지 못한 채 그 주위를 피로 꽃피운 채, 다른 눈으로 세이메이를 응시했다. 속눈썹 사이로 검붉은 눈이 타깃에 정확히 꽂혔다. 무언가 당황한 듯한 행동, 지금이 기회다. 살로메는 발걸음을 최대한 죽이고, 가볍게 뛰려 했다. 제동이 걸린 건 경고음 성과 그 살벌했던 아발란치의 음성. 그러나 자신은 벙커의 몸, 리더의 말을 따라야 했다. 살로메는 다친 눈을 부여잡으며 말했다.
"죽어서도 입만 둥둥 뜨겠어, 응? 내 죽음 전 당신 깃털을 죄다 뽑아버릴 테니 두고 보자고……."
"죄송합니다." 당황했는지 중간이 숨을 살짝 들이쉬는게 무전에도 울린다.. 그는 부가적인 설명도 못 붙인 채 곧바로 정신을 고양이 쪽으로 돌렸다. 상황을 모르는지 고양이는 느긋하게 누워만 있어서, 그가 지시를 내려서야만 그 자리를 떠나 달리기 시작했다. 중간에 머스티어가 빠졌던 구멍을 가로질러 점프하려 했고, 성공했다면 그 고양이는 금새 세이메이의 곁으로 돌아와 있을 것이다.
"..표적은 괜찮습니까? 폭발에 휘말릴것 같나요? 접선한 인물 없습니까?"
그래도 폭발이 이는 것에 책임은 져야겠다 한 건지, 임무 완수만 목표로 삼은 건진 몰라도 그는 다시금 무전을 흘렸다. 살로메와 대치 중이란 사실은 보류해 둔 채, 까마귀를 다시금 상공으로 보내 도망치는 인물은 없는지 확인하려 했다. 어쩔수 있겠나, 자리를 뜨고 싶어도 유토에게 걸리면 죽을 텐데.
"상황이 바뀌니, 제 의향도 바뀌는 것은 당연하지요."
짧은 패닉과 무전 후, 앞에 살로메가 있든, 이미 자리를 떴든, 운을 띄더니 살로메 쪽으로 다시금 달려나가더니 발로 등을 걷어차 넘어뜨리고 밟아 고정시키려 했다.
@살로메
.dice 1 2
"난전 속에서도 제 숨통부터 찾으시다니, 전 삶에 미련이 많아서 죽긴 싫거든요." "제 말, 뜻은 이해하시나요?"
그녀는 진심으로 당황한듯 보였다. '장난으로 만든건데 누가 눌렀지!!' 라고 중얼거리는게 들리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는 아직 장치에 타지 않은 머스티어의 손을 잡은채로 장치로 이끌었다. 정확히는 끌고갔다.
샐비아와 이츠와에겐 그냥 아저씨를 끌고가는 별거 아닌 모습으로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손을 잡고 있던 머스티어라면 위화감을 느낄 수 있을것이다. 이 여성, 힘이 무지막지하다. 수화로 전력을 이끌어낸 머스티어와 호각. 혹은 그것보다 더 강할지도 모른다.
"빨리요!"
뭐 적의가 보이지 않는다만. 장치는 모두 올라서자 모두를 순식간에 지상으로 올려보내주었다. - 2분이란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흘러갔다. 몇몇 도망친 아발란치 조직원들이 보이긴 했으나 대다수는 죽을 기세로 벙커를 붙잡아두고 있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폭발따위보다 무서운게 아마 유토일것이다.
"칫.."
벙커들도 어떻게든 후퇴를 시도하고는 있었으나 벙커끼리 뭉칠 수는 있어도 지역을 벗어나는건 힘들어보였다. 거기에 이제 막 지상으로 나온 이츠와, 적에게 발이 묶인 휴스턴과 살로메는 아군과도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 상황에서 움직인게 아말과 유토 ㅡ 정확히는 아말이 움직여서 유토가 따라 움직인거지만 ㅡ 였다. 아말은 말도 안되는 속도로 막 지상에 나온 이츠와를 회수하고 이어서 공격받고 있는 휴스턴에게의 공격을 쳐내며 휴스턴과, 후퇴를 시도하던 살로메까지 회수해왔다. 물론 그것을 가만히 보고있을 유토가 아니기에 그 과정에서 의수 한짝이 박살나긴 했다만.
그러나 벙커와 아발란치가 서로 나뉘어졌을때, 이미 시간은 2분째였다. 기분 나쁜 기계음과 함께 연구소에서부터 일대를 뒤덮을 폭발이 일어난다-
. . .
하지만 다행이도, 아직 명줄은 끊길때가 아닌 모양이었다. 아발란치를 향한 폭발은 유토가 흡수했고. 벙커를 향한 폭발은 아말의 남은 한 의수에서 방출된 역장과 같은 무언가에 상쇄되었기 때문이다. 그 여파로 벙커와 아발란치가 있는곳 외에는 그야말로 재밖에 남지 않았다만.
"거봐~ 내 말을 들으니까 안전하고 얼마나 좋아, 그치~?"
아무 말도 없는 아말과 대조적으로 유토는 키득거리며 조직원들을 향해 맞지? 라고 묻는듯한 표정을 지었고. 폭발을 보고 기절한듯한 타겟 여성을 보고는 씩 웃으며 물러나자는듯 손짓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