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현재와 과거가 혼재된 듯한 영상을 눈에 담던 너는 결국 화면이 어두워지자 눈을 돌렸다. 솔직히 말하면, 여전히 상황을 파악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도 의미가 없는 건 아니었던지라. 앞으로 어떻게 행동하면 좋을지 정도는 생각해볼 수 있었다는 게 다행일까. 모든 걸 알았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까. 문제가 생기기 전에 해결하기 위해 움직일 수 있었으려나.
"찾아볼 걸 전제로 한 일들이라..."
조롱하는 듯한 태도가 아닐까 생각하면서 너는 몸을 돌렸다. 더 이상 여기서 볼 건 없겠구나. 있다고 해도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영상은 내가 모르고 있던 너의 모습을 비춘다. 어쩌면 네가 감추려고 노력했을지 모르는 과거를 짚어가며 화면이 바뀌면, 오늘로 온다. 신디는 창백해진 얼굴로 마지막 영상을 지켜본다. 이게 다 뭐야, 그 말을 내뱉지 않으려 입술을 깨물고, 떨리는 제 손을 감추기 위해 주먹을 쥔다. 당장 너에게 달려가지 못하는 것은 고통이었다.
《정보 정리》 1. 이스마엘이 지금껏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긴 했다. 2. 킬보드와 편지로 보아 현재 이상향에 대해 회의적인 모습인 듯싶고, 오히려 새로운 이상향에 들여서는 안될 것을 스스로 처리하려 하고 있었다. 3. 과거의 영상을 확인한 결과 이스마엘은 오래 전부터 이 이상향을 꿈꿔온 것 같다. 4. 그렇지만 그 모든 것이 탈주의 이유가 아니라 제 3자의 습격이었다. 이스마엘은 지금 '어떠한 상태'에 놓여있다.
《특이사항》 1. 노트북에서 맨 처음 확인한 영상에서 마주한 '지나가던 슬럼의 늙은이'의 의상이 이스마엘의 옷장에 있는 것과 동일하며, 이 남성의 이름은 '가란'이다. 2. 가란은 헬무트와 어떠한 관계가 있었고, 현재 이상향을 긍정하고 있다. ..혹시, 도움을 받을 수 있나? 그런데 이 사람은.. 3. 가란과의 대화로 보아 이스마엘의 아버지를 참칭하는 자는 '에르베르토'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으로 추정된다. 4. 누군가 이스마엘의 곁에 있다. 그것도 둘이나! 제 3자일 가능성이 있을까? 5. 현재 이스마엘이 제정신일 확률은 낮아 보인다.
약물 유통의 경로를 조사하기 위한 장소로 가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는 당신들을 흘긋 쳐다보다 눈을 감습니다. 다그침과 어르고 달래는 모습에 혼자 갈 수 있고 괜찮다며 몸을 일으키고, 워프실로 가자 허망하게 중얼거립니다. 안타깝게도.
"..."
참으로 안타까웁게도. 황제의 기는 모두 꺾여버렸군요.
션이 살아있어. 쥬데카는 들었을지도 모르는 중얼거림이 개인실의 문을 열고 나가는 소리에 허망하게 묻혀버립니다.
아! 워프 게이트를 타기가 무섭게 슬럼이 드러납니다. 누군가에겐 익숙한 곳, 그리고 고향인 곳! 어두운 하늘, 원색 계열의 네온사인, 좋지 않은 냄새, 텅 비어버린 골목, 낡은 집이었을 곳, 괜히 음산한 느낌이 드는 곳..
많은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지금부터 <에반데 찬스>를 본격적으로 사용합니다. 캐릭터 당 3번, 남아있는 찬스를 뒤집어 질문할 수 있고, 자동차감으로 행동을 만회할 수 있습니다. 대신, 모든 찬스를 소모할 경우 행동 만회를 할 수 없습니다.
찬스가 하나라도 남아있는 경우, 슬럼 시나리오 뒤의 '돌입' 파트에서. 제가 제법 좋은 힌트를 드리겠습니다.
탐색할 곳을 정합니다.
> [세븐스 부랑자가 모여있는 곳] > [골목 깊은 곳, 전투가 벌어진 장소.]
지금부터 제를 동행하실 수 있으나, 단 한 곳에서만 동행할 수 있습니다. 루트가 갈릴 수 있으니 상의 후 결정하시길 바랍니다.
- 현재 제는 무리하지 않기로 한 듯싶습니다. - 세븐스 부랑자가 모여있는 곳은 경계심이 강합니다. 행동 하나하나를 주의하십시오. - 골목 깊은 곳은 말 그대로 깊습니다. 무엇이 나타날지 모릅니다. 경계를 늦추지 마십시오. - 무엇을 믿고자 하십니까? - 무엇을 보고자 하십니까? - 무엇을 원하십니까?
워프 게이트를 넘어 도착한 곳은 이미 한 번 왔던 기억이 있는 장소였다. 그리곤 남아있는 기억 때문에라도 너는 후드를 뒤집어쓰고 주변을 둘러본다. 확인할 만한 장소는... 저기 부랑자들이 모여 있는 장소나, 누가 봐도 무슨 일이 있었던 게 분명해 보이는 골목의 안쪽... 굳이 따지자면 후자가 위험해 보이지만. 이미 무슨 일이 있고 난 뒤의 장소라면 오히려 안전할지도 모르겠다.
"저는 저 골목 안쪽을 확인해 보겠습니다. 제, 무리하지 말고... 사람들이 많이 가는 쪽으로 따라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여차하면 도와줄 사람이 많은 편이 좋겠죠. 그렇게 덧붙이며 발걸음을 옮겼다. 캄캄할지도 모르는 골목으로.
워프실로 향하는 제의 뒤를 라라시아가 총총 따라간다. 힐끗 안색을 살펴보고. 손을- 손 잡듯이 잡아주려 한다.
"혼자 가면 길 잃어. 그리고 심심할 거야?"
이후 레레시아도 워프실로 가 워프를 타고 이동한다. 자매에게 슬럼의 분위기는 익숙한 듯 낯설다. 빈민가보다 깊은 무언가가 일렁이는 듯 했으니. 부랑자가 모인 곳을 가느냐. 전투가 벌어졌던 골목이냐. 두 선택지 중 레레시아는 고민도 없이 골목으로 돌아섰다. 라라시아는 제를 보고 물었다.
많은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본디 슬럼이란 그런 곳이지만 세븐스가 모여있다면 특히 비참하기에. 집이 있어도 집이 아닙니다. 길거리가 오히려 집보다 나을 수도 있습니다. 시체를 곁에 두고도 장례를 치를 수 없고, 병에 걸려도 치료할 수 없습니다. 누군가를 팔아치워 생계를 유지한다면 모를까.
사람들은 옹기종기 모여있고, 드럼통에 아무렇게나 주운 무언가를 태우는 모닥불 너머로 당신을 경계합니다. 무언가를 가만히 안고 있던 10대 소녀가 쭈뼛거리다 당신을 물끄러미 쳐다봅니다. 좋은 옷, 말끔한 모습.. 아마 훑어보며 무언가를 재간해보는 듯싶습니다. 누군가는 당신을 보고 경계하다 후다닥 사라집니다. 땅에 주사기가 떨어져 있습니다. 약쟁이 하나가 숨이 넘어갈 듯 웃더니 도망치려 듭니다.
"히익- 힉- 흐흐, 으흐흐.. 아하하하!!"
저런! 약쟁이는 원래 대화가 통하지 않지요! ...아하, 약쟁이요?
한편 선우는 부랑아 사이에서 왕고를 찾았습니다. 의심을 사지 않을 수 있었지만, 글쎄요.. 무언가를 가만히 안고 있던 10대 소녀가 불안한 눈길로 선우를 쳐다보다 경계심 가득한 눈초리를 보내고, 비쩍 곯은 여성은 후우우.. 하고 한숨을 쉬더니 뭔가 툭 던져줍니다. 우와, 초콜릿 바인데 유통기한이 4년이나 지났어요. 먹으면 뒤지겠는데?
"아우우-"
던져주기가 무섭게, 갑자기 개 짖는 소리를 내는 이유가 뭐죠? 뭐야, 미쳤나?
행동하며 다이스를 굴려주세요. 탐색을 시작합니다. 굴릴 다이스는 2개입니다. 하나는 1부터 2까지, 다른 하나는 1부터 50까지입니다. 결과값을 미리 공개합니다.
17 이상시 성공입니다.
《골목 깊은 곳, 전투가 벌어진 장소.》
제는 우물쭈물대다 고개를 끄덕이고는 잡힌 손을 물끄러미 봅니다. 인간의 것이 아닌 손을 누가 이리 잡아줄까요. 조사에 도움이 될까요? 되어야만 하지요..
날카로운 것에 긁혀 팬 자국, 총탄이 박힌 벽, 핏자국은 지워지지 않고 그때의 참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문제가 있다면 시간이 오래 지났다는 점일까요. 누군가 현장을 훼손했을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혹은 쓸만한 것을 주워갔거나... 그래도 의미있는 흔적이 남아있길 빕시다.
아, 한가지 말씀드리지 않았군요, 쥬데카. 이 주변은 개발 중단 구역이 있습니다. 이 어찌 운명의 장난일까요? 길을 기억하고 있다면 그 주변을 둘러봐도 괜찮을 일이지요.
어디선가 인기척이 느껴집니다.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다이스를 굴려주세요. 탐색을 시작합니다. 굴릴 다이스는 2개입니다. 하나는 1부터 2까지, 다른 하나는 1부터 50까지입니다. 결과값을 미리 공개합니다.
합산 37 이상 성공입니다.
쥬데카의 경우 세븐스 다이스를 굴립니다. 1부터 2까지 굴려주시고, 1이 뜬다면 1부터 6까지 하나 더 굴려주세요.
그렇게 도망쳤던 이 슬럼에 다시 오게 될 줄이야. 익숙한 장소를 둘러보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던 신디는 나뉘는 인원을 보다 선우의 뒤를 따른다. 그렇게 부랑자들이 모인 곳에 와 모여있는 이들을 살핀다. 장소에 안 어울리게 수상할 정도로 말짱한 아이. 약쟁이 하나. 사라지는 녀석까지. 나 잡아먹어주시오 하는 선우의 행동을 가만 뒤에서 지켜보며 떨어진 주사기를 신발 코로 건드려본다. 어디부터 찾아봐야 하려나. 생각하다 도망치려는 약쟁이를 본다. 시야에서 사라지기 전에 그런 약쟁이의 뒤를 밟는다.
골목에 들어서니 꽤 치열한 싸움이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미 이렇게 된지 시간이 꽤나 지났고 으레 이런 장소에는 챙겨갈 게 있기 마련이었기에 그대로 남아있을 거라는 생각은... 일단은 접어두는 게 좋겠지, 그보다는 기억을 좀 더듬어야 할지도 몰랐다. 주변에 가볼 만한 장소가 있었던 것 같은데.
".....어느 쪽이었지."
방향을 되살리려고 하면서, 일단은 현장을 한번 훑어보았다. 상처를 입힌 도구가 남아있을까.
>>327>>331 토닥이는 손길에 제의 꼬리 끝이 미약하게 살랑입니다. 오래된 핏자국과 인기척. 레레시아는 사방을 살폈지만 무언가 느껴지진 않습니다. 그렇지만 인기척 하나는 느낄 수 있었죠. 경계를 세울 적.. 쥬데카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 뭐, 당신이 신경 쓸 일이 아닌가요.
부스럭!
레레시아는 빠르게 단검을 치켜들고, 누군가 힉, 하고 숨을 들이켭니다.
"자, 잠깐만요.. 내, 내려놓아, 주세요.. 무, 무서워요."
저런, 누구일까요? 너무 그쪽에만 정신 팔지 말아요.
*
쥬데카는 어느 쪽이었는지 살펴봅니다. 네, 왼쪽으로 꺾어야 해요. 그리고 오른쪽으로 가면 어두운 길을 빠져나갈 수 있겠지요.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현장을 훑기 시작합니다.. 벽면을 훑어보기도 하고, 냄새를 맡아보기도 합니다. 별다른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지만, 다른 건 발견할 수 있었지요. 본디 이스마엘이라면 당신을 집어 던지거나, 밀치거나, 누르는 방식을 썼지요.
그런데 이건 다릅니다. 처참하게 박살난 벽, 영상처럼 쐐기처럼 내리꽂혀 온몸이 작살이.. 났을.. 정보요원, 이스마엘이 쓰기엔 지나치게 공격적인 방식. 이건 이스마엘의 공격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무언가 더 알아볼 수 있겠군요.
쥬데카. 우리는 늘 현실에 살고 있지만, 가끔은 꿈 속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골목 너머에서 새하얀 머리카락이 살랑입니다.
인기척의 정체가 누구인지는 몰라도 레레시아의 행동에 겁을 먹은 듯했다. 일단 그 쪽의 경계는 맡긴 채 살펴본 현장은 꽤나 무자비한지라, 갑자기 사람이 변한 게 아니라면 적어도 네가 아는 사람의 짓은 아닌 듯했다. 이제 어쩐다, 인기척의 정체를 확인해? 개발이 멈춘 구역을 찾아 움직여? 아니면...
"......"
저 목소리를 쫒아? 너는 쌍둥이와 제 쪽을 돌아보았다. 혼자 움직여도 괜찮을까?
"저는 저 쪽으로 가보겠습니다. 채널은 열어 놓을 테니...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전달하죠."
잡히지 않으려는 듯, 혹은 일부러 유인하는 듯한 움직임에 너는 재촉하는 대신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며 뒤따랐다. 골목을 돌고 돌아, 모서리를 지나치다가 결국 막다른 길에서 마주본 모습은 기억 그대로였다. 외려 그 모습 때문이었을까, 등줄기를 타고 오르는 듯한 감각에 너는 대답 대신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셔, 당신입니까?"
한 줌의 의심이 담긴 물음, 때로 보고 듣는 것이 진실이 아닐 때가 있다. 감각이란 것은 분명 직접적이었음에도 또한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것이라. 결국 무얼 믿을지 고뇌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