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중 : 📬 파란 우체통 📬 : 상황극판

0 신임 우체부 (v3eKLywuEk)

2023-01-05 (거의 끝나감) 12:38:38

전임 우체부는 어디갔담? 우체통이 이렇게 꽉 찼는데.
배달은 전처럼 할 테니까 보내고 싶은 편지 있으면 넣어놔.
아참, 난 종이 못 먹어서 배달만 할거다.
📭

1 이름 없음 (TY9pxJu3gw)

2023-01-05 (거의 끝나감) 14:23:07

친애하는 C에게

답장이 늦어서 미안해요. 일이 좀 있었거든요. 지금은 국경으로 가면서 이 편지를 쓰고 있어요. 그래서 글씨가 좀 엉망일텐데, 부디 읽을만은 했으면 좋겠네요.

아, 그렇지! M은 잘 돌려보냈어요. 그 녀석에 대해서는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예요. 앞으로 몇세기 동안은 자기 고향에서 벗어나기 힘들 테니까요.
달리 말하면 몇 세기 뒤에는 나타날 수도 있다는 소리지만, 그 때는 저희 후임들이 잘 해주길 기도할 밖에요.

그건 그렇고, C는 어떻게 지내요? 바쁘지 않다면 다음달 즈음에 놀러가도 괜찮을까요? 한 동안 고생했으니까 당분간 놀 거라, 기왕이면 C랑 같이 놀고 싶어요. 그 일 끝나고도 고생 조금 더 한게 억울하기도 하고...

이런, 읽기라도 편했으면 해서 글씨를 크게 썼더니 공간이 부족해서 이만 줄여야겠네요. 답장 기다릴게요.

S로부터.

2 이름 없음 (.3KIz2OF9w)

2023-01-05 (거의 끝나감) 14:29:01

난 아직 살아있어. 동료들은 무사한가?

3 이름 없음 (TY9pxJu3gw)

2023-01-05 (거의 끝나감) 14:33:17

>>1
추신: O는 잘 지내요? 걔한테도 안부 전해주세요!

// 부연설명! M은 인류의 적같은 존재라고 보면 되고, O는 C의 우호적인 주변인물이라면 뭐든 좋으니 자유롭게 설정해줘!

4 이름 없음 (KjeRiVCmtg)

2023-01-05 (거의 끝나감) 14:39:22

>>1
S에게

답장이 늦어서 걱정했는데 일이 잘 해결 되었다니 다행이네. 국경으로 향하면서 편지를 썼다니까 이 편지는 국경에 도착하면 읽게 되겠네. 국경에서 또 한참은 더 가야겠지만.

M이 땡깡부리는걸 어떻게 잘 돌려보냈다니 한시름 놓이네. 고향의 다른 녀석들은 안그러는데 유독 그 녀석만 왜이리 유난인지. 또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다가 고향을 빠져나오겠지. 하지만 네 말대로 그건 몇세기는 지나야 가능할테니 이젠 걱정할 필요는 없겠다.

나는 지금 수도에 있어. 이것저것 복구작업을 진행하고 있었거든. 그래도 얼추 마무리는 된 상태라서 고향에 가볼 생각인데 ... 돌아오고 있다니까 수도에서 기다리고 있을께.

우리 고향은 한적하고 조용해서 좀 지루하지만 ... 처음 온다면 이것저것 구경할건 많으니까 지내는 동안 심심하진 않을거라 생각해. 그러니까 수도에서 기다리고 있는다?

C가.

5 이름 없음 (KjeRiVCmtg)

2023-01-05 (거의 끝나감) 14:40:43

>>3

P.S O는 서류 작업하느라 눈 밑에 다크써클이 진하던데. 언제 고장날지 알 수가 없어.

6 이름 없음 (TY9pxJu3gw)

2023-01-05 (거의 끝나감) 14:48:56

>>4-5
//음.. 미안한데 이건 잇기 힘들 거 같아 나는 쌍방 존대하면서 어느 정도 예의 차리는 친구 관계를 원했지 나는 존대하는데 상대는 반말하는 사이는 생각 못 했거든. M이나 M의 고향까지 훤히 꿰고 있는 것처럼 언급한 것도 생각했던 거랑 많이 다르고. 기껏 이어줬는데 이런 말 해서 미안하지만 이건 스루하고 싶어. 좋은 하루 보내:)

7 이름 없음 (aBGRWkcMz6)

2023-01-05 (거의 끝나감) 17:16:40

>>1
>>3

S께

편지 잘 받았어요. 지금쯤은 국경을 넘으셨을까요? 별일없이 평온한 여정이었어야 할 텐데요.

글씨가 엉망이긴요. 충분히 잘 알아봤어요. M이 앞으로는 못 오게 됐다니 희소식 중에 희소식이네요. 고생하셨어요. 저라면 M과 마주하는 것조차 엄두를 못 냈을 거라 그렇게 마무리하시기까지 얼마나 애쓰셨을지 감히 짐작도 못 하겠네요. 감사합니다. 무엇보다 이렇게 무사히 안부를 전해 주신 게 감사해요.

저와 O는 잘 지내고 있어요. 오신다면 언제든 환영이고요. O에게도 그렇게 전해 둘게요. 그런데 끝나고도 고생을 더 하셨다니 무슨 곤란한 일이라도 겪으신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지금은 잘 해결됐나요?

이 편지가 잘 전해졌으면 좋겠네요. 그때쯤엔 어디에 이르셨을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여건이 되시면 답장 주세요. 아니면 다음달에 직접 뵈어도 좋고요. 어느쪽이든 기다릴게요.

C가

/>>6 예의 차리는 관계 바란대서 딴에는 맞춰 봤는데 괜찮을지 모르겠네.. 내키지 않으면 스루해도 괜찮아~

8 이름 없음 (lLRRAhstG2)

2023-01-05 (거의 끝나감) 23:13:55

C에게

나도 편지 잘 받았어요. 그리고 또, 나 역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C가 해준 말이 무척 힘이 됐거든요.
나에겐 그게 직업이라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인데, 덕분에 나의 안위를 진심으로 염려해주는 사람이 있고, 내 일이 의미있는 일이라고 실감할 수 있어서, 그게 참 든든했어요.
새삼스럽지만 벗이 되어줘서 고마워요. C는 알아가면 알아갈 수록 참 따뜻한 사람이에요.

아 참, 지금은 A제국의 국경을 지나 B왕국 국경지대의 여관에 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글씨 상태가 훨씬 나을 거예요. 지난번 글씨도 잘 알아봤다니 마음이 놓이긴 하지만요.
어쨌거나 이대로 가다 보면 확실히 한달 안에는 당신과 O가 있는 곳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길다면 긴 시간이지만, 그동안 C와 편지를 나누면서 간다면 혼자 여행중이라도 즐거울 것 같아요.
아, 그래도 바쁠 때에는 무리하지 말고 여유로울 때 답장해주면 고맙겠어요.

그리고 무슨 일이냐 하면, 어떻게 보면 M과의 일보다는 사소한 일이고, 결론이 나긴 한 일인데, 그 결론을 내고도 머릿속이 정리가 잘 안 되고 있어요. 다 적자면 길어 적을 공간이 없으니 오늘은 여기서 맺어야 할 것 같아요. 제가 좀 길게 징징거리게 되어도 괜찮다면, 다음 목적지에서는 편지지를 좀 더 넉넉히 준비해둘게요. 마음 써줘서 고마워요. 또 편지할게요.

S가

추신: 추신에서나마 좀 긍정적인 이야기를 더 적어보자면, A제국에서 출국하기 전에 C가 좋아할만한 간식을 샀어요. 뭐게요? 맞춰봐요!

//>>7 우와 안 물릴 줄 알았는데! 내가 기대했던 예의 바르면서도 진솔하고 따뜻한 내용이라 무척 만족하고 있어:) 캐릭터로서도 고마운 내용인데, 잇기 까다롭게 보일만한데도 좋은 내용으로 이어줘서 오너로서도 고마워! 잘 부탁해;3

9 이름 없음 (9QuQFgBPDc)

2023-01-06 (불탄다..!) 10:56:55

>>8

S께

이번에도 편지 잘 받았어요. 이동 중이실 터라 앞서 보낸 편지가 잘 전해질지 의문이었는데 다행이에요. 전달책이 굉장히 유능한가 봐요, 고맙게도.

사실 이번 편지를 받고는 조금 놀랐어요. 제 편지로 힘을 얻으셨다고 하셔서요. S와 S의 동료분들이 하신 일은 당연히 의미 있고 대단한 일이죠. 인류를 위협하던 적을 내쫓으셨잖아요. 피하려면 피할 수 있었을 텐데요. 제가 지금 이렇게 안전하게 지내는 것도 그 덕분이니 감사하지 않으면 오히려 뻔뻔한 게 아닐까요? 그런데도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주셔서 고맙습니다. 저처럼 평범한 사람의 당연한 인사에서도 긍정적인 의미를 발견하시는 건 S가 마음이 단단한 분이셔서일 거예요.

B왕국 국경지대가 어딘지 O와 함께 세계 지도를 살펴봤어요. (A제국에서 간식을 사셨다고 해서 A제국의 특산물도 찾아봤는데 그건 잘 모르겠어요...) 저번 편지를 받은 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는데 되게 멀리까지 이동하셔서 놀랐어요. 그렇게 빠르게 움직이신 건 그만큼 여정이 순조로워서겠지요? 한 달 안에 도착하실 수 있다니 기쁘지만 혹 지치시거나 힘든 일을 하신 날엔 서두르지 마시고 느긋하게 쉬셨으면 해요. 어련히 알아서 하시겠냐만 노파심에 군소리를 늘어놓네요.

참, 답장은 얼마든지 쓸 수 있으니 편히 써 주세요. 제 편지로 여행길을 덜 적적하게 느끼신다면 저도 뿌듯할 것 같거든요. 머릿속이 정리가 안 될 정도의 일을 겪으셨다니 그건 걱정이지만... 여건이 되시고 어떤 일인지 털어놓고도 싶으시면 그렇게 해 주세요.

이번 편지도 무사히 전해졌으면 좋겠네요. 이만 줄일게요.

C가

/읭? 딱히 특별한 거 없이 막연한 내용인데 너무 비행기 태워 주니 얼떨떨하다😅😅 그래도 고마워. 나도 잘 부탁할게. 인류의 적을 몰아내는 거 말고 S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궁금하네ㅎㅎ

10 이름 없음 (9zhgC/vH.6)

2023-01-06 (불탄다..!) 11:01:48

/>>8 아 다는 걸 깜박했다 C가 좋아하는 간식은 뭘 생각했었어? 그런 거까지 설정은 안 했어서 정작 내가 모르겠다😅😅

11 이름 없음 (l5apIN85mc)

2023-01-06 (불탄다..!) 15:00:48

/>>10 앗 그랬구나! 나도 C주에게 물어볼 생각이었긴 한데, 주로 운반하기 쉽고 잘 상하지 않는 걸로 상상하고 있었어. 그럼 모듬 건과일은 어떨까?

12 이름 없음 (K4rMBNXbQk)

2023-01-06 (불탄다..!) 15:20:38

/>>11 건과일 좋지😆😆 잘 부탁해~

13 이름 없음 (l5apIN85mc)

2023-01-06 (불탄다..!) 15:34:11

>>12 /나도! 그럼 금방 이어올게;D

14 이름 없음 (l5apIN85mc)

2023-01-06 (불탄다..!) 22:42:55

>>9
C에게

도착하자마자 편지 잘 받았어요! 여긴 B 왕국의 H 시예요. 이번에도 내 집사인 K가 발 빠르게 우체국에 다녀와 준 덕에 지금 이렇게 답장을 적고 있어요. D 왕국에 도착한다면 그에게도 휴가를 줄 생각이에요. 아무래도 임무 동안 나와 함께하느라 내내 고생했으니까요. 그래도 그 뒤에는 전서구로 편지를 주고받으면 될 거예요. D 왕국에 도착하면 그땐 전서구를 보낼게요. 미리 알려주자면, 제 전서구는 오렌지색 리본을 목에 두르고 있는 녀석일 거예요.

그나저나 전에 해준 말로도 아주 기뻤는데 또 이렇게 또 금칠을 해주니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기쁘다는 뜻이에요!) 위험한 것들과 맞서는 것을 업으로 삼으면서 그런 말들을 당연히 여기지 않도록 다짐했던 것도 있지만, 사실 다른 걸 떠나서 그런 말을 해준 게 내 벗인 C고, 또 인사치레나 빈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렇게 말해주는 게 느껴지니까 더 의미 있게 들렸어요.

그리고 지난 추신의 정답은, 건과일 모둠이에요! 특히 A 제국 국경지대에서 나는 푸룬과 베리들은 당도가 무척 높다길래, C가 생각나서 사봤어요.
어서 도착해서 나눠 먹으며 수다를 떨고 싶어서 서두른 것도 있지만, 한번 다녀본 경로고 날씨도 도와줘서 지금까진 꽤 순조롭네요. 그리고 염려해줘서 고마워요. 계속해서 이동하기 어려운 일이 생긴다면 편지로 알릴게요. 컨디션이 좋은 상태로 도착해야 수다도 마음껏 떨 수 있을 테고요.

그리고 이제 지난번에 하다만 이야기를 해볼게요. 요약하자면, 임무를 함께한 동료 중에 무려 제국에서도 손에 꼽히게 높으신 양반이 한 분 계셨어요. 그분께서 따로 언급하지 않으셔서 저는 물론 동료들도 그분의 정체를 모르고 허물없이 지냈고요.
그랬다가, 모든 일이 끝나고 나서 그 분께서 본인의 정체를 말씀하셨어요. 충격과 공포였죠. 그전까지 그분의 위치를 고려하면 대단히 무례한 언사를 하고 지냈으니까요.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었더라도요.
여기까지는 그래도 앞으로 예의만 차리면 문제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좀 난감했던 게, 그 분께서 당신이 정체를 밝히시기 전처럼 예의를 차리지 않고 편하게 대하길 바라시는 뜻을 내비치시더라고요.
그러기 난감한 이유를 말씀드리느라 실랑이 아닌 실랑이를 하다가, 정체를 숨긴 것이 그렇게 기분 나쁘다고 한다면 미안하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전까지는 다른 감정보다는 난감한 감정이 더 컸는데, 그 말씀을 들으니 기분이 되게 이상하더라고요.
공적으로는 기분 나빠할 일까지는 아닌 것 같고, 허물없이 대하라는 말씀이 난감한 정도라고 생각하면서도, 그저 제 감정이 풀어지면 해결될 문제인 것처럼 여기는 듯한 말을 들으니, 친구로는 지낼 수 없어도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마저 흔들리는 기분이었달까요.
그래도 냉정하게 생각하면 그 말을 듣기 이전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그 분께서 그런 말씀을 못 하시게 할 수도 없잖아요. 그래서 그냥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최대한 빨리 국경으로 출발했어요. 그런데도 그때 느낀 이상한 기분이 가라앉질 않더라고요. 그래서 무심코 편지에서도 푸념하다 이렇게 길게 털어놓게 됐네요.
그래도 C가 말해도 괜찮다고 말해준 덕분에 그때 일을 글로 적어 보면서 조금은 머리가 가벼워진 기분이에요. 고마워요. 이렇게 편지로 이야기 나누면서 가니, 적적함이 달래지는 것 이상으로 좋네요. 서면일 뿐이지 꼭 대화하면서 가는 것 같아요.

쓰다 보니 벌써 밤이네요. 또 부지런히 이동하려면 일찍 일어나야 하니 슬슬 줄여야겠어요. 종이가 이게 마지막이기도 하고요. 목표대로라면 다음 편지는 D 왕국에 인접한 국경지대나 그 근처에서 보낼 것 같아요. 그럼 이만 줄일게요. 몸 건강히 지내요!

S가

/적다보니 좀 길어졌네. 길이는 안 따지는 편이니까 편하게 이어주면 고마워!

15 이름 없음 (/tPQdhRPkw)

2023-01-07 (파란날) 23:30:44

>>15

S에게

예상보다 답장이 빨라서 놀랍고 반가웠어요. 어떻게 하셨나 궁금했는데 K께서 애써 주셨군요. K께 수고를 끼치는 게 면구스럽긴 하지만 그 덕에 S의 여정을 상세히 알 수 있어서 좋네요. 기왕이면 빠른 시일 내에 D왕국에 도착하셔서 K의 노고 없이도 서신을 주고받을 수 있으면 더 좋겠어요. 오렌지색 리본의 전서구, 기억하고 있을게요.

제 말이 기쁘셨다니 보람 있으면서도 대단찮은 소리를 높이 평가해 주시는 게 쑥스럽기도 했어요. 금칠이라니요? 흉기가 비켜 가는 사람 없고 누구나 목숨은 하나잖아요. 그만큼 위험한 일을 업으로 삼기는 힘들고 그래서 대단해 보일 수밖에 없는걸요. 그렇게 대단한 분께 벗이라는 말을 듣는 게 오히려 금칠인 듯해요.

그리고 말린 과일을 사셨군요. 무려 제국에서 달기로 유명한 과일이라니 벌써부터 입에 침이 고이는 것 같아요. 이동도 순조로우시다니 기대되지만, 그보다 무리하지 않으면서 오시겠다는 말씀이 더 반가웠어요. 건강하게 다시 뵈어야 나머지도 의미 있을 테니까요.

그런데 말씀해 주신 이야기는... 놀랐어요. 당사자인 S는 아마 훨씬 더 놀랐겠지요? 그렇게 높으신 분께서 편하게 대해 달라 하셨다니 저라면 어쩔 줄 모르고 버벅거렸을 것 같아요. 높으신 분을 대할 때 편한 방식은 대개 철저히 법도대로 하는 건데, 그러지 말라는 취지의 말씀인 거잖아요. 물론 일행의 태도가 단번에 달라지면 누구라도 당황할 만한 데에다 아랫사람의 편함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계기도 필요도 없으셨던 분이시니, 그런 반응도 무리는 아니지만요. 그렇게 복잡한 문제라 그분의 사과에 더 심란해지실 수밖에 없었을 것 같아요. 기분이 상하고 말고에 좌우되는 사안이 아니니까요. 높으신 분과 격의 없이 지내는 건 그분의 호의에 기대야만 가능하고 그 호의가 사라지면 죄로 돌변할 수도 있는 일인데, 순전히 낮은 사람의 기분에 달린 건으로 취급되는 것 같다 보니 좁힐 수 없는 입장 차이를 절감하셨겠다 싶어요. 그분께서 한 번 속내를 숨기신 이상 또 언제 속내를 숨기실지 모르고 높으신 분이 가장 무서운 순간은 속내를 짐작하기 어려울 때니 그 점도 염려되셨겠다 싶고요. 그런 의미에서 서둘러 떠나오신 건 위험 부담을 최소화하는, 현명한 대처였다고 생각해요. 위험한 일을 함께한 분의 일이고 복잡미묘한 문제인 만큼 끄집어 내기 쉽지 않으셨을 텐데 말씀해 주셔서 감사하고요.

저도 쓰다 보니 벌써 7장째네요. 너무 길어서 읽기 힘든 편지가 되지는 않아야 할 텐데요. 답장보다는 건강하게 오시는 게 훨씬 중요하니 여유롭게 움직여 주세요. 이만 줄일게요.

C가

/늦어서 미안! 길이 부담은 안 가졌으니 걱정 안 해도 돼! 굳이 부담을 꼽자면 이 내용이 종이 7장을 잡아먹을 길이가 맞을지 긴가민가 했다 정도?😅😅 S와 C의 재회가 더 빠를지 S의 답장이 더 빠를지 모르겠다 전자라면 이게 막레일 거 같아서ㅎ

16 이름 없음 (/tPQdhRPkw)

2023-01-07 (파란날) 23:41:14

/>>14 악! 어투가 달라졌다! 15의 'S에게'는 'S께'로 읽어 줘😭😭

17 이름 없음 (U.K0QD08V.)

2023-01-07 (파란날) 23:44:26

>>2
무사하다. 조만간 은신처를 옮겨야 할 것 같지만.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만 네 연락 덕분에 조금 나아졌어.
우선 당분간 옮길 곳의 주소를 적을테니 다음 연락은 그곳으로 해줘.

18 이름 없음 (d/oBJ368D6)

2023-01-07 (파란날) 23:51:36

>>17
그거 다행이네. 내가 없다고 너무 죽상하고 있지 말라고. 아ㅡ 배리 녀석, 내 까망베르 치즈를 다 먹어버린건 아니겠지? 그럼 울어버릴거야. 돌아가서 꼴사납게 울거라고. 나중에 와인이나 한 잔 하자.
세간엔 내 처형이 집행되었다고 알려진거 같은데, 이렇게 된 거 좀 더 정보를 캐내보고 갈게. 밑져야 본전.
연락 없으면 죽은줄로 알고.

19 이름 없음 (EjBO2LjYPo)

2023-01-08 (내일 월요일) 00:12:37

>>18
배리는 한동안 울적하게 처져있느라 치즈는 볼 기회도 없었어. 무사하다는걸 알았으니 이제 내가 먹으라고 해버릴거야. 어디한번 실컷 울어보시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정보가 필요하면 우선 J 주점으로 가. 접선 대상에게는 미리 연락을 취해놓을게. 아주 유능하진 못해도 없는 것보단 나을거야.
사람 심란해지는 말 하지말고 조심해서 다녀. 연락 없으면 치즈고 뭐고 죄다 갖다버린다.

20 이름 없음 (LU6zqSuqy2)

2023-01-08 (내일 월요일) 00:20:41

>>19
와하학, 너무한 거 아냐? 수도원에서 받아온 소중
한 치즈라고! 그래도 그걸로 배리 녀석이 기운 차리면 됐어. 너 은근히 성격 나쁜 거 알지. 잘도 너한테 의지하면서 돌아가고 있네, 우리네 혁명단은.
내가 아버지 이야기 해준 적 없지? 봉마전쟁에서 살아남은 칠용사 중 한명이라던가. 얼굴도 본 적 없으니 아무래도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그래서 내 명줄이 질긴지도 모르지. J 주점, 거기 벌꿀주 맛있지. 거기 가드를 접때 늘씬하게 패준 게 좀 마음에 걸린다만. 접선 암호는?
치즈보다 내가 오래 살아남아야 겠다.

21 이름 없음 (EjBO2LjYPo)

2023-01-08 (내일 월요일) 10:11:47

>>20
농담이야. 배리는 네가 무사하다고 알려주니 금세 원래대로 돌아왔어. 알다시피 원래 심신이 튼튼한 녀석이니까. 치즈는 아직 멀쩡하지만, 앞날은 모르는 일이지? 성격 나쁜 리더라 미안하게 됐다.
그러고 보니 아버지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네. 몰랐는데 제법 혈통이 좋았잖아? 혁명이 성공하고 나면 부자가 모두 역사에 기록되겠는걸.
대체 가드를 왜 패고 다니는거야. 문명인이라면 대화로 풀란 말이다. 벌꿀주 둘이서 마실만한 돈은 보내줄테니, 하나는 가드한테 나눠줘. 혼자 둘 마시지 말고.
접선 암호는 글쎄, '이번 치즈는 서리달에 들어왔나?' 정도로 할까. 봄도 얼마 남지 않았네.

추신: 요즘은 왠지 쓸데없는 생각이 많이 들어. 항상 일이란 실행에 옮길 때 계획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러니까 더 심란해지는 일은 없었으면 해. 무슨 말인지 알지?

22 이름 없음 (LU6zqSuqy2)

2023-01-08 (내일 월요일) 10:45:55

>>21
농담도 하고, 기운을 제대로 차린 것 같구만. 그런 점까지 알고 함께 하는거니까 상관없어. 자각은 하고 있는거 같아서 다행이구나.
말하면 괜히 과한 기대를 받을까 싶어서 말이지. 내 이름은 역사에 남지 않아도 상관없어. 내 목표는, 이 왕정을 무너뜨리고 너를 초대 혁명정부의 수반으로 올리는 것. 그것뿐이다.
하지만 가드 녀석이 먼저 요새 형편이 안 좋다더니, 왕당파쪽에 우리 정보를 넘기면 어떨까, 그딴 소리를 하잖아. 사내자식이 혀가 길던데. 뭐어... 마음엔 안들지만 네 말이니 그리 하지. 괜찮은 암호네. 혁명력이 역시 입에 잘 붙어.

추신: 계획대로만 흘러가지 않아도 큰 목적지에 도달하면 된거지. 그게 바로 너의 강한 점 아닐까. 고민하면서도 결국 계획을 실행에 옮긴다는 것. 노력은 해볼게.

23 이름 없음 (EjBO2LjYPo)

2023-01-08 (내일 월요일) 20:58:35

>>22
나라면 사실을 알더라도 기대보단 부자가 다르다는 생각이나 했겠지만 말이지. 이것도 농담이야.
부담감이 가득해지는 말이로군. 역사에 남지 않기보단, 번거로운 행정업무는 피하고 싶은게 아냐? 너라면 언제든지 거들기 위해 오겠지만. 혁명이 성공하면 뭘 하기로 했더라. 나도 마음같아선 빨리 다음 정부에 넘겨버리고 밤새 놀고 싶지만 힘들겠지.
듣고보니 잘 때렸네. 술은 벌써 나눠줬어? 그냥 너 혼자 둘다 마셔도 돼. 혹시 나중에 또 헛소리하면 쳐서 재워버려. 이년 정도.
간지러운 응원 고마워. 사실 무책임하게 저지르고 생각한 적도 몇번 있지만 말이지. 들키지 않은 점은 천운이네.
은신처 이전은 잘 진행됐어. 다들 열심히 움직여준 덕분이야. 우선 주소를 적어보내지만, 혹시 모르니 편지는 당분간 K서점에서 주고받아야겠어.

24 이름 없음 (RQEUdI3k5E)

2023-01-08 (내일 월요일) 21:36:32

>>15-6
C에게

이번에는 답장이 좀 늦었죠? 큰 일이 있었던 건 아니고, 이번에도 도착하자마자 받아봤는데, C가 써준 말들이 무척 와닿아서 답장을 바로 적지 못하고 주의 깊게 읽으면서 하루를 보냈거든요. 솔직히 좀 놀랐어요. C 사실 사람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오는 재주가 있는 거 아니에요?

아, 참. 이번엔 전서구가 직접 가서 눈치챘겠지만 여기는 D왕국이에요. 그 말인즉 K는 이제 자유의 몸이 되었죠! C가 편지에 써준 몫까지 수고가 많았고 고맙다고 전해주고 보너스도 챙겨주니 지금껏 본 중에 가장 행복한 얼굴로 떠났어요. 저는 이제 수도에서 부모님과 회포를 풀고 C와 O가 있는 곳으로 향하는 배를 탈 예정이에요. 곧 직접 만나서 이야기 나눌 수 있겠네요.

아, 그리고, 사실 읽으면서 재밌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C가 지난 편지에 적어준 것과 똑같은 기분을 저도 느꼈거든요. 당연히 해왔던 일에 대해 치하를 들어서 쑥스러우면서도 보람차고, 또 그런 말을 해준 C에게 고맙기도 하고요. 벗으로서 서로 통했다는 느낌이 든 것도 좀 기뻤어요. 그것도 그거지만, 그 옛 동료이자 높으신 분과의 일에 대한 내 푸념에 대해서 공감해줄 때는, 앞서 언급한 대로 C가 내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왔나 싶을 정도로 놀랐어요. 그 전까지만 해도 막연하게 심란하기만 했는데, C의 편지를 읽으니 머릿속이 정리가 되었거든요. 그 분께서 이런 절차로 그런 난감한 요구를 하신 걸 수도 있었겠구나. 내가 이런 이유로 그 분의 요구와 말에 난감했고, 또 심란했구나 하고요.

그분께서 단 둘이 있을 때만이라도 편하게 대해달라고 요구하실 때, 당신은 딱히 책을 잡지 않으실 것이고, 그것으로 괴롭히는 이들도 없게 할 것이라고도 말씀하셨었거든요. 달리 말하면, 그 분의 말씀대로한다 쳐도, 그 분의 호의가 사라지면 언제든 불경을 빌미로 위험해질 수밖에 없는 거잖아요. 무슨, 높은 신분의 사람이 단 한번이라도 격의없는 태도를 허한 아랫사람은 그가 누구든 절대로 해칠 수 없다는 법적 제도가 있는 게 아닌 이상은요. (그런 게 진짜로 생긴다고 해도 여러모로 난감한 일이 되겠지만요.)
그리고 C말대로 그분께서 또 속내를 숨기지 않으시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보니 그 때 그 말씀들도 어떤 의도로 하시는 말씀일지 쉬이 짐작할 수 없다 보니 무서운 마음도 좀 있었던 것 같아요.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도 난처하긴 마찬가지였지만요.
그래도 A 제국에서 멀리 벗어나 있으니 좀 마음이 놓여요. 사실 제가, 그 분께서 그 난감한 요구를 하실 때, 예전처럼 대하는 흉내를 내라는 명이시라면 따르겠지만 진심으로 그러는 건 불가능하다던가, 사사로운 연으로 범국가적 질서를 가벼이 여기심에 동조하는 건 아랫것으로서의 도리가 아니라던가... 그런 식으로 좀 할 말을 하긴 했거든요. 그래도 무사히 A제국을 벗어났고, 딱히 미행도 안 붙었으니 안심해도 될 것 같긴 해요.
임무가 끝난 이후에도 여행을 다니실거라 듣기는 했지만 설마 마주칠까 싶기도 하구요. 난 한동안 C랑 놀거고 그 뒤에는 다시 일선에 복귀할 텐데.
그리고 나야말로 고마워요. 들어준 것만 해도 고마운데, 제가 느꼈던 심정들을 공감해주고 헤아려줘서 머릿속이 많이 정리되고 엄청 위로가 됐어요. 이제는 그 일로 심란한 마음은 콩알 크기로 줄어들고, 어서 C와 만나서 건과일을 나눠먹으며 회포를 푸는 게 기대되는 마음이 훨씬 커졌어요.

읽기 힘들기는 커녕, 무척 위로가 되고 기운이 나는 편지였어요. 다시 한번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요. 내일은 비가 온다고 하더군요. 이동이야 비가 그치면 해도 되지만, 편지를 부치려면 하루 기다려야 하는 게 좀 아쉬워요. 하지만 전서구가 비행하기 안전한 날에 보내야 제 편지가 잘 도착할 테니 인내심을 가지려구요. 사둔 종이를 거의 다 썼으니 이만 줄일게요. 건강히 지내요!

S가

//나는 텀도 신경쓰지 않는 편이니까 괘념치 않아도 돼:3! >>16도 확인했어XD 부담은 없었다니 다행이다:D 완전 깨알글씨가 아닌 이상 일곱장은 차지 않았을까?ㅋㅋㅋ S가 C가 있는 곳으로 가는 배를 타는건 다음턴 정도일 것같긴 한데, 더 이어줘도 좋지만 분위기상 여기서 막레해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해!

25 이름 없음 (LU6zqSuqy2)

2023-01-08 (내일 월요일) 21:48:58

>>23

솔직히 말해서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보단, 너와 우리 혁명단 쪽이 더 친근한데 말이지. 어이어이, 네 농담은 흘려들을 수가 없다고... 하하, 잘 알고 있네. 격식 차리는 건 질색이야. 그래도 네가 고양이손이라도 빌려야 할 정도로 바쁘면 도와주지. 상황만 정리되면 다른 녀석한테 얼른 맡기고 우리 둘이 어디든 가버리자고. 예전에 같이 포커로 귀족나리들 주머니 털고 다닐때 기억나지?

유감. 벌써 술 나눠주고, '이 술은 네가 그렇게 씹어댔던 혁명단장이 사준거다.'라고 말해뒀다. 접선책이랑도 만났고, 필요한 정보도 들었어. 내가 교수형 당한줄 알았을 때, 정부에서 휴전제의를 했다며? 넌 어쩔 생각이냐?

오우. 주소 잘 받았고, K서점의 풍속잡지 코너에 편지 둘 테니 전령에게 잘 받아가라고 해. 악취미래도 할 말 없어. 최근에 스트레스가 심했다고.

26 이름 없음 (ImXmJgOg/c)

2023-01-08 (내일 월요일) 23:10:08

>>25

괜히 옛날 생각이 나네. 처음 너랑 만났을 때 말이야. 뭐,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가족처럼 지냈으니까. 속 썩이는 것도 똑같아.
어떻게 잊어버리겠어? 죄다 잃어놓고 지어놓는 표정이 얼마나 재밌었는데! 마음같아선 정부 업무를 끝내놓고 다시 도박장에 드나들고 싶은걸. 입 씻고 여행자인 척 돌아다니면 괜찮으려나?

젠장. 괜한 술낭비가 아니었으면 좋겠군. 하여튼 내 좋은 소문은 죄다 오해로 퍼지는 것 같아. 전에 귀족 도련님이 구해줘서 고맙다며 혁명단에 들어왔을 때도, 난 그녀석 집안사정은 몰랐다고.

휴전은 하지 않아. 감히 누구를 죽이려 들었는데. 혁명단이 아니더라도 봐줄 수 없지. 그리고 생각보다 네 인망이 두텁더군. 불안해하던 단원들도 제법 많았는데, 네 처형 소식을 듣고 결사항전으로 여론이 바뀌었어. 그래서 사실 네가 살았다는건 아직 몇명밖에 몰라. 미안하게 됐다.

풍속잡지 코너라, 제법 재밌는 발상인걸. 앞으로 문서는 그곳에서 주고받도록 하면 괜찮은 문화가 되겠어.

27 이름 없음 (SYbnS83Gbs)

2023-01-09 (모두 수고..) 00:14:02

>>26

선술집 위의 다락방에 세들어 살 때 말이지? 그땐 그때 나름의 낭만이 있었지. 새벽내내 시시껄렁한 말도 하고, 밤새우고. 내가 언제 속썩였어? 라고 하기엔 전과가 있어서 말을 못하겠군.

그 때 배운 손기술들 아직 안 까먹었지? 뭐 까먹었어도 괜찮아. 내가 다시 가르쳐줄게. 그때 친하게 지냈던 집시들이 국경밖까지 태워주지 않으려나. 생각있으면 나중에 말해. 난 혁명이 성공하면 조용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싶은 편이다.

아, 오귀스트 말이지. 오귀스트 녀석, 너를 보는 눈이 동경 그 이상이던데. 받아줄거면 받아주고 아니면 지금이라도 선을 그어두는게 좋을거같다. 누군가의 구원자가 되는건 무거운 일이야.

굳이 날 처형하려한 이유가 있겠지. 내 별명 말이야. 왕당파는 날 이름이 아니라 혁명단의 미친개라고 부르더군. 그 면전에 대고 내 아버지가 봉마전쟁의 울프릭이라 외쳐도 소용없는 짓이지. 칠용사들이 구해놓은 나라가 지금 이렇게 됐어. 곧 죽을 공포보다 그게 더 숨통을 조이더라. 엘리제가 울었겠군. 마음을 받아주진 못했지만, 그 아가씨한텐 미안하게 됐어. 모두에게 밝힐 시기는 네 판단에 맡기마. 언제나 그랬듯이.

풍속잡지도 제법 읽을거리가 많아. 귀족들의 페티코트, 뭐 그런- 여기까지 할게. 새 소식 나오면 연락하마.

28 이름 없음 (KpFlRv7d1Q)

2023-01-09 (모두 수고..) 00:35:39

>>24

S께

편지 잘 받았어요. 늦기는요? 계속 이동 중이셨을 텐데도 제가 벌써 답장을 쓰고 있을 정도인걸요. 이미 D왕국이시라니 이걸 읽으실 즈음에는 이미 부모님과 재회하신 뒤일지도 모르겠네요. 어떤 심경이셨을지 감히 짐작할 수 없지만 상상하니 제가 다 벅차는 기분이에요. 그런데 머릿속에 들어가는 재주라니요? 그런 엄청난 능력이 있을 리가요. 높으신 분을 대할 일이 종종 있었다 보니 흥분해서 지레짐작한 부분도 많은데요. 그래도 전보다 덜 심란하시다니 다행이에요.

그 말씀에 힘입어 S의 이번 편지를 보고서 새삼 든 생각을 덧붙여 보자면, 높으신 분들은 신분에 구애받지 않고 처신하는 것이 아랫사람에게는 목숨을 내거는 일임을 알기 어려울 것 같아요. 윗사람의 격의 없고 호의적인 태도를 접하는 것만으로도 목숨이 위험해지는 상황을 겪은 적도 접한 적도 드물 테니까요. 그러니 높으신 분이 아랫사람의 입장을 헤아리는 건 근본적으로는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그런 문제까지 고려해 주시는 분이 계시면 좋겠긴 하지만, 그건 너무 터무니없는 바람일 것 같아요. 아랫사람도 높으신 분의 속내를 다 짐작하지는 못하는데, 높으신 분은 오죽하시겠어요? 그래서 저는 S가 그 높으신 분과 무사히 헤어지셔서 조만간 여기 도착하실 거란 사실에 감사하고 싶어요.

이 편지를 받으실 때쯤엔 어디이실까요? 어디이시든 몸은 건강하시고 마음은 즐거우시길 바라요. 이만 줄일게요.

C가

/24로 마무리하는 게 깔끔할 거 같지만 한 턴 정도 더 걸릴 거라니 답장을 써 보고 싶어져서 뇌절 감행... 그나마 짧으니 지루하지... 는 않을라나?😅😅 이걸 막레로 삼든 따로 마무리를 짓든 너참치가 편한 대로 해 줘. 고생했어!

29 이름 없음 (Rs0TtxRQyg)

2023-01-09 (모두 수고..) 18:25:31

>>27 C에게

맞췄네요! 어제 막 도착해서 부모님을 찾아뵀어요. 의젓한 체라도 좀 해보려고 했는데 어리광만 잔뜩 부리게 된 거 있죠. 그래도 후련한 기분이었어요. 그날 밤에 C의 편지를 받아볼 수 있어서 더 기분 좋았구요. 그것도 그렇지만, 내일 날이 밝으면 출항할 거예요. 어쩌면 이 편지보다, 늦더라도 하루나 이틀 정도만 늦게 도착할 지도 모르겠네요.

그나저나 C한테도 그런 경험이 있었군요. 내 마음을 들여다본 듯 속시원하게 얘기해줘서 깜짝 놀랐었는데. C도 고생이 많았겠어요. 그렇게 막상 높으신 분들의 무신경한 태도나 언행을 마주하면 위아래를 알고 있더라도 기분이 안 나쁠 수가 없죠. 저희도 사람인데.
그런데 확실히 C 말대로인 것 같아요. 그분께 무슨 용기에선지 제 할 말을 다 하기는 했지만 제대로 전해진 것 같지는 않았거든요. 저희처럼 높으신 분들의 격의없는 태도나 무리한 요구에 의해 난처해지거나 위험해져본 적도, 주변 사람이 그런 상황에 휘말려 본 적도 없으니, 당신의 뜻이 선하니까 제게도 좋은 제안이라고 생각하신 걸 지도 모르겠어요.
하기사, 그분의 정체를 모르던 시기, 잡담을 나눌 때도 높으신 분들에 대한 불평불만을 말하지는 않았었네요. 말했더라면 지금 더 불안했을테니 그건 나름 현명했던 것 같아요.
저도 지금은 그 분의 노여움을 사지도 않고 무사히 벗어나서 가볍고 편안한 마음으로 C와 O에게 놀러갈 수 있다는 게 다행스럽기만 해요.
이렇게 제 푸념도 들어주고, 위로해주고 걱정해주는 좋은 벗이 있는데, 친해질 수도 있었던 사람이 있었지만 사실 없었고, 높으신 분의 무신경한 태도를 마주했다고 오래 슬퍼하는 건 너무 복에 겹기도 하구요.

아, 그렇지. 지금은 짐을 모두 싸놓고 내 방 책상에서 이 편지를 적고 있어요. 금방 출항할 거니까 짐을 풀고 또 싸지는 않을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도착하니 챙길게 좀 있더라구요. 나는 건강하고, 또 C 덕분에 마음도 즐겁고 편안해졌어요. 곧 C와 O를 만나서 수다떨 걸 생각하니 더 기분 좋고요. C도 그랬으면 좋겠네요. 어쨌거나 머지 않은 시일 내에 만나요! 내일 아침엔 일찍 일어나야하니 이만 줄일게요.

S가

//뇌절이라니 무슨말씀!! 막레일 줄 알았는데 또 달려서 기뻤는걸. C 사려깊으면서도 말 시원하게 잘해서 잇는 내내 무지 즐거웠어XD 내가 기대한 바로 그런 친구여서 만족스러웠고! 그럼 이걸로 마무리지을게. 이어줘서 고마웠고, 수고 많았어!

30 이름 없음 (lybSqGqd1g)

2023-02-01 (水) 18:17:54

말 없이 떠나와 미안하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군요.
어쨌든 잘 살아있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당신 성격에 날 걱정했을 것 같지는 않으니 귀찮은 일이 생기진 않을 거라 말하는 게 나을까요.
함께 보낸 이혼 서류는 이미 확인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서명해서 봉투에 적힌 주소로 보내주길 바랍니다.
이혼이 당신에게 불명예스러운 일이라는 건 잘 압니다만 난 내 인생을 통째로 희생하고 싶지 않습니다.
당신도 잘 생각해보면 이 편이 나으리라는 걸 깨닫게 될 겁니다.
당신 재산이라면 재혼은 얼마든지 가능하지 않겠어요?
조언을 하나 하자면, 다음 번에는 참하고 말 잘 듣는 아가씨를 들이는 편이 더 낫겠네요.
불명예는 잠깐이고 편안함은 영원할 거란 사실을 생각해 주시길.
이익계산이야 나보다 당신이 빠를 테니 이 이상은 덧붙이지 않겠습니다.
그럼 이만.

31 이름 없음 (gOvO9A7l0s)

2023-02-09 (거의 끝나감) 20:24:25

네가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소문은 사실이야.
마크가 일주일째 돌아오지 않고 있어.
갑자기 인어 얘기를 꺼내더니 밤중에 나가서는...
말렸어야 했어 전부 내 잘못이야.
에이미도 매일같이 울어 그럼 결혼은 어떻게 되는 거냬.
부모님은 누나가 돼서 왜 말리지 않았느냐고 날 볼 때마다 화를 내시고.
어떻게 해야 할까 도무지 좋은 답이 나오지 않아.
시간이 날 때마다 마크가 갔을 법한 해안동굴에 가는데
아무런 흔적도 없어 증발한 것처럼.
죽었으면 시신이라도 나와야 하는데...
그런데, 궁금한 게 있어.
인어에게도 우리와 같은 무언가가 있을까?
미안... 글이 두서가 없네.
그냥, 네가 인어에 대해서 잘 아니까 물어봤어.
그리고 넌 항상 모르는 게 없었지.
아무튼 이만 줄일게 부모님이 보시면 못마땅해하실 테니까.
나는 해안동굴에 다시 가봐야겠어.
안녕.

32 이름 없음 (dHQpfaPI22)

2023-02-11 (파란날) 15:39:06

>>31

에이미에게는 차라리 잘된 일인지도 몰라. 일이 조금만 늦게 터졌더라도 졸지에 과부가 됐을 테니까. 그래도 마크가 애먼 여자의 신세를 망치지는 않은 셈이 됐으니 조금은 다행이라고 해야겠군.
해안동굴 쪽은 가봤자 별 의미가 없을 거라고 생각해. 위험하기도 하고, 어차피 인어와 엮인 거라면 마크는 살아 있던던 죽었던 이미 거기 없을 확률이 높아 보이니까.
그게 식사가 됐건, 식구가 됐건, 넉넉한 수확을 얻은 인어는 외해로 나가려 하는 경향이 있어. 물론 안전한 거점에서 먼 곳으로 나가는 게 만만한 일은 아니니까, 당장 잡지도 못할 곳으로 떠나지는 않았을 테지만, 그래도 좁고 복잡한 해역에 남아있기보다는 넓은 바다로 이동하기는 했겠지. 많은 수가 모일수록 떠나기 좋을 테니.
만약에 그러지 않고 남았더라면 더 위험할지도 모르고. 아무튼 시체라도 건지고 싶으면 좀 넓은 해안을 찾아봐.
그리고 너희 부모님한테는 더러운 손이라고 이럴 때조차 빌리고 싶은 생각 없다면 좆까고 자리에 앉아서 돌아오기나 기다리고 있으라고 좀 전해 줘.
이만 줄일게.

33 이름 없음 (yE.M.RIeaU)

2023-02-25 (파란날) 03:34:00

들켰어. 군사용 염색약이 필요해.
지하 튜브 환풍구에 둬. 평범한 색이면 좋겠어.

보안관이 ‘이코’라는 이름의 안드로이드를 찾는다면 섹터 3으로 갔다고 해.

아무쪼록 거짓말을 했다가 죽지는 말아 줘. 그랬다가는 정말 곤란해지니까. 재조립은 언제든 할 수 있지만 너만한 엔지니어를 다시 찾기는 힘들어.

갓난애 돌보기가 지겨워지면 연락해. 그러는 김에 그쪽 상황도 좀 알려주면 좋겠고. 나는 당분간 네트워크에서 추적당할 움직임은 피해야 하니까.

sector 3
311, 079, 426

(eco, 라고 서명되어 있다.)

34 이름 없음 (mPOVnZyoF6)

2023-02-25 (파란날) 20:02:52

>>33

E5번 환풍구에 갈색 염색약을 놔뒀어.
13일 22시부터 5층의 보안을 대폭 강화한다는 소문이 있어. 확실하지는 않지만, 혹시 모르니 그 전에 회수해가는 편이 좋을 거야.

보안관은 아직 찾아오지 않았어.

보모가 내 최고의 적성이라고는 말 못하겠지만, 그래도 예상보다는 할만해. 한밤중에 애가 울기라도 시작하면 곤란했을 텐데, 다행히 아직까지 그런 일은 없었어. 사실 하루의 대부분을 자기만 해. 뭔가 문제가 있는 건 아닐지 걱정되지만, 여기서 육아 서적을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여긴 아직 큰 변동은 없어. 패트롤 일정도 평소와 같아. 3층에서 웬 멍청이가 안드로이드용 마약을 팔다 잡혀갔어. 당분간 그쪽을 통해 물자를 들여오긴 힘들 테니 다른 길을 찾아봐야 해. 다행히 아직까지는 재고가 넉넉해.

조심해.

sector [deceased]
[deceased]

―X.

35 이름 없음 (5SedRyL/Pg)

2023-02-27 (모두 수고..) 19:50:55

>>34

잘 받았어.

그 소문이 어느 정도는 사실이었던 모양이야. 13일 15시쯤 환풍구 안의 트랩이 모두 재설정되는 걸 봤어. 인간용이었으니 내 쪽을 겨냥한 건 아니겠지. 확실한 목적은 불분명하지만 단단히 마음먹은 것 같아. 빠져나오면서 왼쪽 다리 파츠를 뜯어내야 했어. 조치는 했지만 아직 빠르게 움직이는 건 무리야. 아마도 관절이나 관련 센서 문제인 것 같은데, 돌아가면 다시 정비해 줘야겠어.

나도 지금 타워를 더 자극하고 싶지는 않으니 당분간은 섹터 3 가장자리에서 조용히 있을 예정이야. 제대로 된 정보가 돌아다니는 곳은 아니지만 매니악한 수집가들을 꽤 알고 있어. 필요한 게 있다면 연락해.

자는 동안 그 시끄러운 입을 열지 않는다면야 반길 일이지. 목숨이 제대로 붙어있는 이상은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해. DNA 해독은 진전이 없지만, 무려 신인류라는 걸 병에 잘 드는 체질로 설계했을 리 없으니까.

에어리어 7의 사건 이후로도 그 마약이 돌아다닐 줄이야. 단속이 심해질 테니 좋은 징조는 아니지만, 품질 좋은 게 보이면 내 몫을 조금 사 놔.

농담이야.

sector 3
199, 032, 514
e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