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의 음림은 그 특유의 분위기 때문인지 간혹 어린 요괴나 철없는 인간들이 담력 시험이랍시고 찾아오는 경우가 있다. 딱봐도 들어가기 싫게 생긴 곳을 구태여 찾아오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렇게 들어온 인간이던 요괴던 십중팔구는 길을 잃고 헤매곤 한다. 빛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데다 안개도 끼어있는 숲을 제대로 방향을 잡을 수 있으려면 최소한 초행길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 다음부터는 얼씬도 하지 말아라. "
그렇게 오늘도 숲에서 방황하는 인간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서 간만에 만찬이나 즐길까, 하는 생각에 가봤더니 웬걸 꼬맹이들이 오들오들 떨고 있는게 아닌가. 어른들도 없이 여기까지 어쩐 일로 온건지 ... 혀를 한번 쯧하고 찬 나는 무서운 표정으로 나타나선 다짜고짜 허리춤을 잡아서 어깨에 이고선 하늘로 높이 날아올라 인간 마을로 향하며 말한 것이다.
" 그러다 정말로 집에 못돌아가는 수가 있으니까 말이다. "
날아가면 인간 마을은 생각보다 금방이라 나는 마을의 입구에 꼬맹이들을 내려주고선 다시 날아오르려고 했다. 허나 갑작스러운 변덕에 그냥 여기선 산책 삼아 걸어갈까, 싶어서 날아오르려던 자세를 멈추고 그저 놓여있는 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아리스는 환상향에서의 시간을 보내는 방식으로서 이번에는 인간의 마을에 이리저리 돌아다니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행동은 단순히 그럴 뿐이기에 놀이적인 감각이라고는 그다지 할 수 없겠지요. 이것은 산책 같은 느낌이 더 강했죠. 단순히 그저 산책일 뿐이라면 굳이 마을이 아니여도 상관없는 일이겠지만 그녀는 그러기로 했습니다. 환상향에 있어 그 놀이 수단은 바깥 세계만큼의 다양성은 가지지 못합니다. 무언가를 색다른 것을 원한다면 적극적으로 스스로 찾아나서야 하는식이죠. 그러니 만큼 적어도 자택 안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늘어져 있는 것보다는 지루함을 달래기에는 더 나은 행위 이였습니다. 물론, 이외 다른 것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오늘의 아리스는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우선 산책하듯 마을을 돌아다니다 보며 더 좋은 것을 생각할 수 있을 겁니다. 어쩌면 흥미로운 무언가를 찾게 될 수도 있겠지요
그러던 중 아리스는 마을의 입구에 거의 다다랐을 때 어느 한 요괴라고 생각되는 인물의 모습을 우연히 볼 수 있었습니다. 흰머리와 붉은 눈, 머리의 귀가 돋보입니다. 그 외모는 대략 '하쿠로텐구' 정도로 생각할 수 있었지요. 환상향에서 요괴를 마주하는 것은 따로 말할 수준의 이야기조차 되지 못할 일반적인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특별하지 않는다는 이유는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더 가까울 겁니다. 특히 아리스에게는 말이죠
마을의 입구에서 얼마 걸어가지도 않았는데 대뜸 누군가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겉모습을 보면 인간인데다 키도 작은데 검은색의 긴 머리를 발목 언저리까지 길게 기른 모습이었다. 저번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인간이란 요괴에게 그렇게 쉽사리 말을 거는 존재들이 아니었을텐데.
" 요괴가 인간 마을에 왔으면 대부분의 용건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
인간들이 생각하기에 요괴가 인간 마을에 왔다면 인간을 잡아먹으러 왔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물론 나는 여기에 그런 의미로 온 것은 아니지만 종종 오늘과는 다른 목적을 위해 찾아오기도 하는 편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눈을 가늘게 뜨고서 여자를 바라보던 나는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 그리고 보통 요괴에겐 다가가지 말라고 교육 받지 않던가? "
우호적인 요괴인지 아닌지도 모르는데다 굶주려있다면 큰일나기 십상이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눈 앞의 인간은 어떤 동요도 없이 서있을뿐이었다. 저번에도 그렇고 신기하기 짝이 없다.
요괴를 봐도 도망가지 않는 인간은 요괴를 잘 모르는 바깥 세계의 인간과 힘 있는 인간밖에 없죠! 아리 같은 경우에는 요괴의 부하고, 불로불사라서 잡아먹혀도 안 죽기 때문에 요괴를 무서워하지 않지만 유령은 무서워하는 게 재밌는 점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아리주는 그렇지 않죠. 고로
아리스는 대뜸 앞의 요괴에게 인사와 함께 질문을 건넸고, 그 요괴는 충분히 아리스가 상정하고 있는 만큼으로 응하여 주기로 한 것 같기에, 적당히 놀수 있을 것 같았으므로 그녀는 나름 흥이 났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질문이 질문으로서 되돌아 오자 곧바로 대답했습니다. 그 대답은 의도적으로 특정한 무언가를 지목한 것이 아니라 어떠한 식으로든 대략 끼워 맞출 수 있도록 하는 형식 이였습니다. 마을에 요괴가 온다면 무엇을 위해서 방문하는 가? 어려울 것이 없습니다. 마을에 원하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으로 결과가 어떻게 되는가 이는 거겠죠
"환상향의 인간은 다양한 사유로서 그렇게 알고 배우게 되고는 하죠. 글쎄, 그러한들 안될 이유가 있을까요? 후후훗."
아리스는 앞의 요괴 씨의 이어지는 다른 질문에 그렇게 말했습니다. 앞의 요괴의 말처럼 환상향의 대부분의 인간들은 교육 받을 수 있다면 그렇게 배우고 그리 하기로 할 겁니다. 요괴는 위험하기 때문에, 라는 명목으로. 하지만 위험한 것은 인간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저 그 수준이 다를 뿐이죠. 앞선 이야기는 아리스에게는 약간 다르게 적용됩니다. 그그녀의 성향이나 목적도 그렇고, 그녀가 바깥 세계에서 유래한 인물이라는 것도 관계없지는 않을 겁니다. 애초에 그녀에게 있어 요괴란 흥미로운 대상이자 잠재적 친분을 가질 존재이지 굳이 적대해야 될 존재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적을 제거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 중 하나는 바로 그 적을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겁니다. 그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말입니다
그냥 단순하게 아이들이 숲에서 길을 잃고 헤매고 있어서 마을로 데려다준 것 뿐이지 마을에 무언가 원하는게 있어서 온 것은 아니다. 눈 앞의 여자는 그런 쪽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 다른 날이면 모를까 오늘은 아니다. 그런데 분위기가 인간 마을에 사는 느낌은 아니라서 돌렸던 시선을 다시금 여자를 향하며 말했다.
" 안될 이유는 없지만 보통 그렇게 가르치는 이유가 있는 법이니까 말이지. "
여유만만인듯 했다. 요괴를 눈 앞에 두고 이렇게나 여유로운거면 믿는 뒷배가 있거나 아니면 본인이 강하거나 아니면 미쳤거나, 셋 중 하나일텐데 ... 미쳤다곤 보이지 않으니 앞의 두가지 경우 중 하나 일테다. 하지만 어떻든 간에 지금의 나와는 아예 관련이 없으니 추론은 이쯤하기로 했다.
" 자네야말로 왜 말을 걸었지? 그저 심심해서는 아닌 것 같은데 말일세. "
아무리 적대감이 없다고 한들 같은 요괴들 사이에서도 지나가는데 이유 없이 불러세우는 일은 거의 없으니 말이다. 나는 주머니에서 육포를 꺼내 질겅질겅 씹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여자와 눈과는 다른 붉은색이 가득한 것으로.
아리스는 그 뒤에 이어지는 말에 뒤따르듯 말했습니다. 어찌 되었든 결국 마을에 관련된 행동을 했다. 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고 그 것 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이 앞에 요괴가 목표가 그녀와 관련된 것이 아닌 이상, 그가 무엇을 원하고 행하든 그것은 그의 일입니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에서는 말입니다. 아리스에게 어떤 변덕이 생긴다면 그것은 그 때의 일입니다. 그녀에게 있어 지금은 이 요괴와 말이나 나누며 적당히 놀고 싶을 따름이죠
"뭐, 그렇다고 할 수 있죠. 교육이란 그런 것이니까. 해야 할 것과 하지 않아야 할 것, 할 수 있는 것. 그러한 것들을 후대에 전달하여 남기기 위한 수단."
아리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에 긍정하듯이 말하면서도 그 이유가 어떻든 그녀 자신과는 별 상관없다는 듯한 태도로 보였습니다. 아리스라고 해서 그러한 '이유'들을 무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녀에게는 좀 다르게 해석될 뿐이죠. 그녀에게는 그녀가 생각하는 행동을 할만 한 충분한 능력이 있습니다. 하고자 하고 할 수 있다면 그것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죠
"정답은 이미 나왔어요. 지루하던 순간에 우연히 만난 요괴와 어울리는 것."
아리스는 앞의 요괴의 물음에 당연하다는 듯이 살며시 옅게 한번 웃고는 말했습니다. 아리스의 언행은 요괴 입장에서는 이상하게 여기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겁니다. 아무래도 환상향의 인간들의 일반적인 행동과는 다르면 있으니까요. 하지만 온갖 각양각색의 요괴들이 저마다 자신만의 규칙을 따르며 언동을 보이듯이 아리스도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