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수가 지키는 이 세상은 그 자체로 존재해서는 안 되었던 악이다. 제국이 지배하는 세상도, 제국을 멸하고 마족이 지배하는 세상도, 모두 죽고 재밖에 남지 않은 세상도.. 존재한다면 그것이 악이다. 하지만 우리마저 불완전한 세상의 일부이니 우리에겐 세상을 징벌할 능력이 없다. 세상이 스스로 죽는 날까지 무식하게 기다리거나, 세상으로부터 빠져나와 우리가 왔던 곳으로 돌아가거나.. 그것이 나의 사명이며 그 외의 다른 것은 없다. 존재한다면 필연적으로 고통받는다. 필연적으로 불행해진다. 악의 세상에 행복은 없다.
파냐가 다그치는 말에 배알이 불컥거렸다. 아니, 언제 봤다고 아이이고 자녀인가? 뭘 가슴으로 품어주려고? 나와 파냐의 관계는 나와 다르메의 관계보다도 얕고 좁았다. 파냐의 경험은 오롯이 파냐의 것. 나의 경험은 오롯이 나의 것. 당신이 뭘 안다고 나에 대해서 지껄이십니까.
'눈을 떴을 때 혼자가 된 감각이 아니라 잃어버릴 사람도 없이 처음부터 혼자인 감각을 네가 알아? 네가 뭘 알아? 온 세상과 나 자신까지 나를 저주하고 조롱하는데 할 수 있는 건 눈을 감고 귀를 막은 채 잔뜩 웅크리기밖에 할 수 없었던 감각을 네가 알아? 왜 나한테 난리인데!'
'어떻게 네가 감히, 죽음에게까지 손사래치며 거부당하는 기분을. 최후의 출구까지 허락받지 못한 그 기분을.. 죽음을....!!!'
고개를 숙인 채로 헐떡거리며 몸을 떨던 내가 파냐를 찌르지 않은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그럴 능력이 없어서. 그리고 분노와 증오가 갑자기 가위로 자른 것처럼 되어버려서. 나는 줄 끊어진 인형처럼 부자연스럽게 뚝 멈췄다. 죽음이라는 단어를 생각하자 마음이 물에 떨어진 횃불 꼴로 되었다. 내가 숙녀께 가는 첫 걸음을 떼고 있음을 상기했다.
' 아니지. 열내지 않아도 돼. 숙녀께 가기만 하면 모두 끝나니 짜증내도 의미가 없어.'
'나도 참, 왜 화났던 걸까. 상관도 없는 일에....'
죽으면 세상에 버리고 갈 감정. 나의 원한, 증오, 분노가 마르고 부식되어서 가루가 되고. 공허 안으로 스며들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우리가 나온 공허와 그곳을 지키는 밤의 숙녀이시여. 오로지 당신만이 저의 평강입니다. 살아있는 한 지금 느끼는 평온은 잠깐이지만, 확실히 느꼈다.
" 기억을 찾으면 다음 단계가 있습니까? "
감정이 이렇게 격렬히 끓어오르다가 한순간에 끊겨버리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당신 말대로 할게. 앞으로 있을 내 미래는 내가 직접 손에 넣을게. 그러니까 품을 내어주겠다느니, 쉬었다 가라느니 하는 영양 없는 대화는 관두자. 어차피 사라질 것들이니까. 그래서 기억을 찾으면 다음은?
그녀가 흐음, 하고 짧게 소리내며, 새로운 담배를 꺼내어 입에 물고, 불을 붙입니다. 성냥이 환하게 타들어가고, 그녀가 당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는군요. 입을 벌린채로 천천히 연기를 내뱉습니다..
" 아가야. "
" 찔러보겠느냐? 그래도 좋다. 여기를 찌르면 된다. 가슴의 사이, 여기 이 델피니움 꽃을 노리고 찌르면 된다. 그러면 난 죽는다. 아니면 이 옆구리의 검은 개를 찔러도 좋다. 목의 나비를 도려내도 쉽게 죽겠지. "
그녀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가슴 사이를 가리키고, 옷을 걷어 왼쪽 옆구리를, 그리고 다시금 목을 툭툭 두드립니다. 허나 그녀의 시선은 가라앉아 있습니다. 피어오르는 연기처럼 흩어지는 시선엔, 당신을 향한 분노도, 증오도, 혹은 값싼 도발의 옅은 내음조차 존재하지 않는군요.
" 가슴이 아프구나. 너 같은 아이들을 마주한다는건, 긴 삶을 살아온 나로써도 매번 가슴이 아픈 일이야. 한 가지만 분명하게 말하지. 나를 신뢰하지 않는다면 이 세상의 그 누구도 네 저주를 풀어줄 이는 없다. "
" 자물쇠가 달린 상자가 있고, 열쇠가 있으니, 남은것은 열쇠를 자물쇠에 집어넣고 돌리는 간단한 일 뿐. 해주 의식을 할거다. 그걸로 끝이야. "
더 궁금한게 있냐는듯 그녀가 가만히 당신을 바라봅니다...
! 행동해봅시다.
>>325 레온
당신은, 마침내 최후의 일격으로, 녀석의 가슴에 창을 찔러넣는데에 성공합니다.
녀석이 비명을 지르며 피를 토해내고, 곧이어 당신의 창 끝에서 싸늘하게 식어갑니다..
! 축하합니다! 전투에서 승리하였습니다. 보상으로 EXP 70 , 금화 40 을 획득하였습니다. 현재 레온의 EXP는 98 , 소지금은 595 골드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눈 앞이 점점 흐려지는것을 느낍니다. 당신을 향해 상처를 입었으면서도, 벨라가 천천히 걸어오기 시작합니다. 힘을 모아 간신히 걷고 있는것 같군요.
허나, 당신도 벨라도, 너무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상황이 좋지 않군요.. 당신은 점점 시야가 흐려지는것을 느낍니다.
벨라가 당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 같지만.. 곧 몸에 힘이 천천히 빠지기 시작합니다...
...
! 강제로 시간이 흐릅니다. 현재 시간은 2일 후 '낮' 입니다.
당신은 눈을 뜹니다... 낯선 천장, 하얀 침대에 누워있는 당신. 온 몸이 삐걱거리는군요.. 그리고 옆 침대에도 벨라가 붕대를 감은 채로 누워있습니다. 깊게 잠에 빠진 것 같아 보이는군요..
당신은 빠르게 뛰기 시작합니다! 발목이 지끈거리는군요.. 복잡한 골목 안으로 도망치는 당신이지만, 계속해서 추격대의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 행동해봅시다. 당신은 지금 복잡한 골목 안에 있으며, 발목이 성하지 않고, 추격대가 당신을 쫓아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327 코우
당신이 그대로 쓰러진 단장의 무릎을 즈려밟으려 하지만, 그가 빠른 속도로 다리를 접어 피해버리고 맙니다!
" 으왓?!?! 손니임!!! 정말 이러실겁니까용? 다 아는대로 말씀드리겠다고 했잖아용!! 고~져스하고 엘~레강스한 우리 지성인답게 대화로 풀어보자구용! 스컬의 위치가 궁금하다고 하셨죵?? 오늘 밤! 바로 오늘 밤에 거래를 하기로 했습니다용! 다만 오는건 똘마니라서.. 제게 계획이 있습죵! "
" 이름하여 노예 대 변신 작전입니다용! 와! 정말 궁금하지 않고는 못배길것같은데용?! "
그가 필사적으로 당신에게 설명하는군요... 어쩐지 반짝거리는 눈으로 쳐다보는것만같은, 조금 기분 나쁜 느낌이 듭니다.
! 행동해봅시다.
>>328 미야비
당신의 말에 그녀가 조금 의아한 얼굴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 지금 받으실수 있는 의뢰의 종류는 총 두가지가 있답니다. 고블린, 슬라임 같은 마물을 토벌하는 '토벌 의뢰' 계열, 혹은 붉은 꽃을 캐오는 '채집 의뢰' 계열이겠네요. 추가로 의뢰를 받으실건가요? "
어두운 골목 속, 적당히 나무판자와 다 헤진 천을 덮어놓은 간이 움막 비슷한 것이 보이는군요.. 마침 주인도 없어 보이겠다. 저 안에 숨는다면 이대로 무사히 몸을 숨길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행동해봅시다.
>>335 베아트리시
" ..너는 신을 믿나? "
그녀가 진지한 얼굴로, 긴 담배연기를 내뱉으며 조용히 이야기합니다.
" 물론 신은 있지. 하지만 정말 우리가 아는 ' 그 대로 ' 일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희박한 가능성에 모든 것을 걸 바에야, 적어도 확실하게 존재하는 이 세계에서. 비슷한 가능성으로, 이 세계를 바꾸는것에 나는 걸려고 한다. "
그녀가 가만히 당신을 바라봅니다..
" 아가. "
" 내게 언제든 찾아오거라. 그 허무한 감정이라도 소중한 것이란다. 적어도 네가 살아있는 동안엔 말이다. "
그녀가 당신에게 손을 가볍게 흔들어보입니다. 씁쓸한 미소가 그녀의 얼굴에 번지는군요. 물감이 흰 도화지 위에 번져가듯.
" 아, 그러고보니 이름을 묻지 않았던것 같은데. 이름을 알려다오. "
! 행동해봅시다.
>>336 코우
당신의 말에, 그녀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 마그나 가 초급 MP 회복 포션 (소) 를 사용했습니다. 현재 마그나의 MP는 10 입니다.
그리고 당신의 말에 단장이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 제가 노예들에게 덮는 로브를 준비할테니, 그걸 덮고 노예인척 그 똘마니들을 따라가서 스컬의 아지트로 가는겁니다용! 스컬에게 볼일이 있다고 하셨잖아용? 애초에 저희가 거래하는것도 별게 아닙니다용~ 스컬의 부하들이 요구한 노예들을 넘겨주는것 뿐이에용! 그러니까 어떠신가용? 녀석들은 노예를 한 짐차에 태워서 전부 끌고갑니다용. 거기에 이 로브를 덮고 자연스럽게 합류한다면 원하는 목적을 다 이루실수 있을것같은데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