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 하지는 않지 않을까? 사적으로 얽히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공과 사 구분은 하니까."
툭하면 자리를 비우거나 사람을 기피하는 레레시아와 달리 라라시아는 허투로 자리를 비우지는 않았다. 심지어 자매간 싸움이 있었을 때도 꿋꿋하게 의무실 자리를 지키며 할 일은 하곤 했으니까. 하지만 아스텔이 먼저 말을 걸거나 사적으로 접촉하려 하면 그건 무시할 것 같다고 그녀는 말했다. 라라는 냉정해지면 밑도 끝도 없이 차가워진다고.
"으음. 껄끄러운 건 아니니까. 괜찮아. 20년만에 어머니 외의 가족이라니까 어색해서 그런 거야. 뭐어. 나중에 같이 인사 정도는 하면 좋을지도 모르지만."
외출의 원래 목적을 얘기하고 또 말을 나누면서 그녀는 다시금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말의 순서상 할아버지라는 사람을 찾아가는게 어색해서 그런가 싶다가도. 아니라며 시선을 바깥으로 굴리는게 뭔가 숨기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고보니 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꼼지락거리는 것도 같은데. 그러면서 그녀도 안주를 집어 자근자근 씹다가 그가 원하는게 있으면 말하라고 하자마자 휙 하니 돌아보며 눈빛이 득의양양하게 바뀌었다.
"들어줄 수 있는 거면 들어주는 거지? 네가 말한거다? 괜히 이유 대면서 무르기 없기야?"
무슨 말을 하려고 거듭해서 확인을 하고 베시시 웃는다. 장난이나 농담 칠 때의 웃음보단 원하는대로 되어서 기분이 좋아보이는 웃음이다. 그렇게 생글생글 웃으면서 하나 둘 얘기한다.
"있지- 내일까지는 임무도 없댔잖아? 그러니까. 지금부터 내일까지 쭉 같이 있을래. 여기 계속 있어도 되구 이따 내 방에 가도 좋으니까. 늦게까지 얘기하다가 같이 잘래. 그리고."
첫번째 부탁은 참 의미심장한 내용이지만 마냥 눈동자 반짝이면서 말을 하니 그냥 순수하게 같이 있고 싶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을 것이다. 이래서 들어준다는 걸 그렇게 확인했나 싶을 지도. 여기서 그건 좀 곤란하다고 하면 단번에 반짝임이 사그라들며 시무룩해지겠지만. 그 대답을 듣기 전에 그녀가 두번째를 연달아 꺼내었다.
"내가 됐다고 할 때까지 눈 꼭 감고 가만히 있기. 오래는 아니니까. 절대 눈 뜨지 말고 기다리기야."
그 정도는 말만 해도 들어줄 텐데. 싶은 부탁을 한 그녀는 들어줄 거야? 하는 눈으로 빤-히 지그-시 그를 바라보았다.
자신에게도 동생이 있거나 형이나 누나가 있다면 비슷한 느낌이었을까. 그렇게 상상을 해보나 자신은 외동이었다. 아니. 다른 형제나 누나 등이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자신의 기억 속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어느 순간 자신은 고아원에 있었고 어느 순간 팔려가 그 지옥에 있었다. 자신의 가족이 누구인지, 정확히 자신이 어떤 이인지 이제 알 길은 없었다. 허나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을 하며 잠깐 떠오른 생각을 아스텔은 깔끔하게 스스로의 마음 속에서 정리했다.
"...들어줄 수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은 알고 있을 거라고 믿을게."
아무리 자신이라고 불가능한 것은 존재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들어줄 수는 없다는 것을 아스텔은 다시 한 번 분명하게 이야기했다. 뭐든지 다 들어주겠다고 이야기를 하다가 못 들어주게 되면 결국 거짓말이 되는 것이고 서로에게 섭섭함만이 남을 뿐이었다. 그런 사태는 최대한 만들고 싶지 않은만큼 아스텔은 그 부분은 다시 한 번 확고하게 이야기했다. 그러는 와중 그녀의 요구 조건이 들려왔다. 지금부터 내일까지 쭉 같이 있겠다는 그 말. 아스텔은 그에 대해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늦게까지 얘기하다가 자고 싶다는 말을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딱히 불편하거나 힘들 일도 없었고.
"...나중에 라라시아가 나에게 뭐라고 한마디 할지도 모르겠다만 괜찮아. 그런 것 정도는."
어느 정도 자제력은 필요할 지도 모르겠으나 그건 그때의 이야기였다. 적당히 생각을 넘겨버리며 이내 눈 감고 가만히 있으라는 그 말에 아스텔은 빤히 그녀를 바라봤다. 이건 방금 그녀에게 요구한 그거와 비슷한 느낌 아닌가. 고개를 잠시 갸웃하긴 했으나 이미 자신도 눈을 감으라고 이야기를 했었고 그녀도 눈을 감았었다. 자신만 하기 싫다고 한다면 말이 안되는 이야기 아니겠는가. 어느 쪽이건 딱히 자신이 손해 볼 것도 없었고 못 들어줄 내용도 아니었다. 이내 아스텔은 고개를 조용히 끄덕인 후, 눈을 천천히 감았다. 이어 그는 그 상태를 고수하며 가만히 있었다. 뭘 할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그녀의 행동을 기다리는 모습이 꽤나 얌전했다.
사랑받는다. 사랑이라. 그녀는 라라시아의 행동이 과연 사랑일까 생각한다. 그녀와 같이 어딘가 비틀린 혹은 부서진 라라시아가 과연 그녀를 그저 자매로서 가족으로서 그렇게 감싸고 도는 걸까. 종종 그 푸른 눈동자에서 그리움과 서늘함을 동시에 느끼곤 하는데. 그 눈으로 그녀를 바라볼 때의 시선을 사랑이라 칭할 수 있을까. 무수히 피어오르는 생각을 조용히 내리누른다. 이것은 온전히 그녀의 생각으로만 가져갈 부분이었으니.
그녀는 남몰래 한 생각은 뒤로 밀어두고 그에게 집중하기로 했다. 거듭된 확인에 다시금 들어줄 수 있어야 가능하다고 못을 박으면 그야 당연하지 라며 고개를 끄덕끄덕. 연이은- 이래봤자 두 개의 부탁을 늘어놓고 그의 대답을 기다린다. 같이 밤을 보내고 같이 잠들고 싶다는 부탁은 어렵지 않게 승낙해주었기에 일단 하나는 클리어.
"와아. 역시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오길 잘 했네."
물론 처음부터 이럴 작정은 아니었지만 뭐든 들어준다니까 생각나는 걸 어쩌겠어. 앗. 하지만 안 갈아입었으면 그건 그거대로 아스텔의 옷을 빌려입을 수 있는 구실이 되었을 지도. 아니 아니 잠깐 지금은 이걸 생각할 때가 아닌데.
"어. 어. 으응. 그대로 가만히 눈 감고 있어야 해."
잠깐 사이 생각이 옆길 샛길로 빠져나갔다가 얼른 다시 붙잡아온다. 지금은 더 중요한게 있으니까. 순순히 눈을 감고 앉아있는 아스텔을 보고 잠시 이리저리 살펴본다. 얼굴의 생김새라던가. 앉아있는 자세라던가. 그러다 조심조심 손을 올려 머리카락 위를 살살 쓰다듬어보고. 손을 슥 내리다가 검지 끝으로 귀를 톡 건드려보기도 하고. 그게 뭐가 재밌는지 혼자 키득키득 웃는다. 조금 더 건드려보고 싶지만 너무 오래 이렇게 두면 미안하잖아.
읏차. 조금 움직여서 아스텔과 마주하고 앉은 그녀는 아스텔의 왼손을 들어 그녀의 다리 위에 올렸다. 얇은 반바지 위에 손을 가지런히 두고 혼자 뭔가 부시럭부시럭 하더니 달칵 열리는 소리가 난다. 그리고 그의 손을 들어올려 소매를 슥 걷더니 손목에 살짝 차가운 기운이 착 붙는다. 금속의 감촉이다. 동그랗고 판판한 금속이 닿고 약간 넓적한 띠 같은 것이 손목에 둘러진다. 그녀의 손이 꼬물대며 띠의 뭔가를 조작하고나서 휴. 작은 날숨 소리 나온다. 띠가 둘러진 손을 이리저리 돌려보고 띠를 조금 만져보고서야 만족했는지 그의 손을 제자리로 돌려놓아준다. 이제 됐다고 하려나 싶은 순간. 그녀의 기척이 그에게 스윽 가까워지고 톡- 부드럽게 입술 위에 닿고 떨어지는 감촉. 그 감촉이 나고서도 조금 더 지나서야 몸을 뒤로 무른 그녀가 말했다.
"이제 됐어. 눈 떠도 돼."
그 말을 따라 눈을 뜨면 얼굴이 옅게 붉어진 레레시아가 아스텔의 앞에 앉아있다. 얼굴의 홍조는 필시 방금의 행동 때문이겠지. 좀 전처럼 지그시 바라보고있던 그녀는 눈이 마주치면 다시금 베시시 웃고 만지작거렸던 손목을 가리킨다. 손목에 거는 동그란 금속과 띠. 그것은 시계였다. 은은한 장미빛 금속 테두리에 짙은 갈색 가죽 띠로 된 전자도 아닌 시침과 분침이 있는 아날로그 남성용 손목시계.
"내가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이야. 그렇게 튼튼한 건 아니라 임무 중에는 못 하겠지만. 언젠가 그런 염려 없이 그런 것도 차는 날이 오길 바라면서 준비해봤어. 그. 나는 손재주는 영 별로라 뭘 만드는 건 무리라서. ...마음에 들려나...?"
어쨰 점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조잘조잘 말하고 이제는 그녀가 가만히 그의 반응을 살폈다. 행여나 마음에 안 들면 어떡하지. 그 생각이 얼굴에 언뜻 비춰졌다.
눈을 감고 가만히 있으니 여기저기 만져지고 건드려지는 감촉이 들어 그는 몸을 순간 움찔했다. 이런 스킨십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이건 이거대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며 그는 작은 미소를 지었다. 임무 때는 차가운 면도 있다고 하지만 이런 모습은 또 귀엽단 말이지. 이런 것을 갭이라고 하는 모양이라고 생각하며 아스텔은 그녀의 손길을 가만히 받아들였다. 그러는 와중 제 왼손이 들리고 이런저런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는 와중 손목에 뭔가가 느껴지고 둘러지자 그는 순간 고개를 갸웃했다. 뭐지? 팔찌라도 채우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나 아직 눈을 뜨라는 말이 없었으니 그는 얌전히 눈을 뜨라는 말을 기다렸고 이내 눈을 떠도 좋다는 말이 들려오자 그는 그제야 눈을 살며시 떴다.
"이건?"
자연히 그의 눈길이 제 손목으로 향했다. 장미빛 금속 테두리에 갈색 가죽 띠인 아날로그 시계. 얼핏 봐도 절대로 대충 고른 물건은 아니었다. 가만히 손목을 돌리면서 제 손목에 채워진 시계를 바라보던 그는 곧 들려오는 말에 피식 웃었다. 뭔가 주머니에 있는 것을 신경쓰는 느낌은 있었다만 이것 때문이었을까. 마음에 드는지의 여부를 물어보면서 점점 목소리가 작아지는 레레시아를 바라보며 아스텔은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확실히 임무 중에는 찰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긴 하네. ...하지만 그 외에는 언제나 끼고 다닐 수 있고 시간을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어서 충분히 마음에 들어. ...무엇보다 네가 준 거잖아. 이게 마음에 드는 이유로서 그거보다 더 큰 이유는 없어. 고마워."
물론 자신은 임무에 자주 나가고 그때마다 이 시계를 풀고 가야할테니 조금 아쉬운 점은 있긴 했지만 그것만 제외하면 충분히 멋진 선물이었다. 무엇보다 자신이 준 목도리 역시 임무 때 그녀가 하고 다닐 순 없지 않겠는가. 결국 피차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며 그는 신기하다는 듯, 가만히 눈을 반짝이며 제 손목에 채워진 시계를 가만히 바라봤다. 생각도 못한 좋은 선물을 받은 것에 만족하며 아스텔은 가만히 레레시아를 바라보며 또 태연하게 직구를 한 번 날렸다.
"...어쩌지. 한 번 더 너에게 반한 것 같은데.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로."
나름 진지한 듯, 목소리에 무게감을 주면서 아스텔은 싱긋 웃었다. 이어 그녀에게 다가가 다시 한 번 고맙다고 조용히 이야기했다. 머리카락을 살살 어루만지다가 눈가를 살살 어루만져주고, 뒤이어 입술을 살살 어루만지다가 손을 아래로 내리면서.
/와. 시계라고? 시계라니! 뭔가 크리스마스 선물 나오겠거니 했는데 좋은 것을 받았군요! 와!! 아스텔은 레레시아에게 잘해라! 진짜로!
사실 시계를 준비한 건 꽤나 이전이었다. 당시에도 작정을 하고 산 건 아니었다. 어쩌다 나간 외출에서 악세사리 가게에 들렀다가 딱 발견했는데. 적당히 멋스러우면서 기본에 충실한 디자인이 딱 아스텔과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줄 구실은 없었지만 선물이 꼭 구실이 있어야 하나 싶어 사놨더니 이게 왠 걸. 이 일 저 일 연달아 터져버려 줄 타이밍이 영 없었다. 그렇게 시계는 계속 서랍장 제일 아래칸에서 잠자다가 결국 크리스마스에서야 밖으로 나와 주인 될 사람의 손목에 도달하게 되었다는 이야기.
나름의 우여곡절 끝에 시계를 주고나니 홀가분하면서도 기쁘고 걱정스러우면서도 묘한 기대감이 동시에 든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쩌지. 아니라면 무슨 말을 해주려나. 상반된 생각이 조용히 술렁술렁 그녀의 마음을 흔든다. 그가 손목을 돌려가며 시계를 살펴보는 동안. 심장이 초 단위로 콩닥대는 것 같기도 했다. 기다림 끝에 시선이 마주치고 아스텔이 말의 운을 떼자 덩달아 그녀의 눈동자도 크게 뜨인다. 그리고 곱게 접히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나는. 늘 솔직한 로로가 정말 좋더라. 응."
엄청난 리액션은 없었지만. 휘황찬란한 미사여구도 없었지만. 그녀를 똑바로 바라봐주며 있는 그대로의 생각을 얘기해주는 것이야말로 그녀에겐 최고의 반응이었다. 거기까지만으로도 좋은데 저런 말까지 직구로 꽂아주면 심장이 버티기 힘든데. 재차 반한 거 같다고 립서비스가 아니라 진짜라고 까지 말하는 아스텔에 그녀는 붉게 물든 얼굴로 키득였다. 너무 귀엽잖아.
"이제 겨우 한 번 더야? 나는 로로랑 같이 있으면 매 순간 좋아하는 마음이 커지는데. 마음 주는 거 좀 아껴둘까 봐. 나만 너무 주면 서운 한 걸?"
좋아죽겠단 얼굴로 그런 말을 하면 전혀 진심 같지 않겠지만. 아무렴 어때. 마음을 주고 안 주고는 어차피 생각처럼 안 되는 일이다. 장난스럽게 재잘거린 그녀는 얌전히 그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눈가를 만질 땐 눈을 깜빡이고 입술에 닿으면 그 손에 스스로 부비기도 한다. 손길이 지나가자 이번엔 그녀가 몸을 들어 아스텔에게 다가가 안긴다. 두 팔로 그녀의 품 가득 그를 안고 마찬가지로 그에게 그녀의 몸을 맡기며 기대선 작게 속삭였겠지.
"언젠가 그 시계를 보며 아무런 걱정 없이 즐거운 고민을 하게 되는 날까지. 그 이후에도. 꼭 같이 살아서 함께 하자. 그리고. 많이... 정말 많이. 사랑해. 아스텔. 사랑해."
죽지 말자던 그의 맹세 같은 말과 비슷한 말. 그리고 온 진심을 담은 애정 어린 말. 그 두 가지 말을 그에게만 들리도록 전한 그녀는 잠시 가만히 있었다. 스치듯 닿는 볼이 제법 뜨끈하다. 온기만큼 붉은 얼굴을 한 그녀가 조금 떨어져 바라보며 다시금 중얼거렸다.
"으음. 그러니까. 우리 이제 술 좀 더 마실까? 나 와인 마시고 싶은데."
아직 하루는 남았고 밤 역시 멀었으니. 당장 와인을 마시든 달리 무얼 하든 무엇인들 좋을게 분명했다. 아스텔. 그와 함께라면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반하지 않는 것은 아니고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으나 적어도 아스텔에게 있어서 그런 말은 그다지 신뢰가 가지 않는 말이었다. 물론 그녀가 저렇게 말하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자신이 그렇게 말을 해도 믿음은 안 가지 않을까. 라는 일방적인 추측에 지나지 않았다. 아무튼 자신에게 몸을 맡기며 기대자 아스텔은 몸에 힘을 줘서 그녀의 몸을 지탱했다. 자신을 안고 있는 그녀를 한쪽 팔을 내린 후 몸에 둘러 안아주며 그녀의 말에 조용히 그는 귀를 기울였다.
"...미래에 대한 확신을 할 수는 없지만 어떻게든 살아남을거야. 어떻게든. ...여기까지 왔는데 죽으면 그것이 더 억울할 것 같거든. ...나 역시도 사랑해. 레레시아."
사랑한다는 그 말에 대답하듯 그렇게 대꾸하면서 그는 팔에 힘을 주며 그녀를 조금 강하게 끌어안았다. 그 상태에서 그녀가 떨어지려고 하자 그는 살며시 그녀를 놓아주었고 와인을 마시자는 그 제안에 그는 싱긋 웃으면서 팔을 뻗어 와인을 잡았다. 잔을 굳이 바꿀 필요는 없겠지. 조금 술맛이 섞일지도 모르나 그건 그것대로 나쁘지 않았다. 자신도 그녀도 나름 술은 자신 있었으니 오늘 밤은 이대로 취하면서 분위기에 따라 행동하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그게 아스텔의 판단이었다. 그것이 바로 '자유'라는 것이었으니까.
"마셔야지. 술. ...술 마시자는 핑계로 여기로 왔는데. ...그 이상의 무언가는 술을 좀 더 즐긴 후에 즐기자. ...밤은 깊으니까."
밀회는 이제 시작이었고 눈치 볼 것도 없는 둘의 시간이 찾아왔다. 잔에 와인을 천천히 따르며 그는 제 잔에도 와인을 천천히 따랐다. 이어 그녀의 잔에 제 잔을 가볍게 부딪치려고 하며 아스텔은 속삭였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건배."
/Q.오늘은 왜 이리 빨리 오셨나요? A.마지막 날이라고 좀 빨리 퇴근했습니다. 그래도 벌써 이 시간이지만. (흐릿)
아무튼 갱신할게요!! 일단은 막레 비슷하게 쓰긴 했어요! 좀 더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이어도 되긴 할 것 같지만..요? 아무튼 줄 것은 줬기에! 그리고 받을 것도 받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