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재능이 있는 분야와 없는 분야가 있다지만, 어쩜 네 재능은 네가 가장 사랑하는 것에 딱 맞춰 주어졌을까. 네가 슬럼에서 조그맣게 푸념하던 얘기를 누가 주워 담아 고스란히 돌려준 것일까, 아니면 네게 재능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소망하고 사랑하던 것일까. 고작 밀가루, 버터, 계란과 설탕을 비롯한 지극히 일상적인 재료로 만들어지는 평범한 간식일 뿐인데도 가슴 벅차게 다가온다. 잘 만들어진 것도 있겠지만 네가 만들었다는 사실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구원의 맛은 어떠냐면, 글쎄. 쉽게 답할 수 없어 괜히 한입 더 베어 물게 된다. 그래, 너는 이렇게나 바라던 것과 함께 살아남았구나. 목이 메는 느낌인데도 잇새로 씹어 삼키던 것은 쉬이 넘어가고야 만다. 꾹 다물던 입을 뒤로 만면 가득히 미소를 그려냈다.
"그립고도 환상적이야, 도너티."
나지막한 웃음소리에 목메어 울음 나올 일은 쏙 들어가 버렸다. 이스마엘은 못 이기겠다는 듯 결국 웃음을 부스스 흘렸다.
그렇기 때문에 노력에 대한 인정을 받는 걸 행복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는 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만큼 노력이란 말은 변명이 되기 십상이었으니... 너도 결국 노력헀다고 말할 뿐인 사람일지도. 이어지는 두 사람의 말에는 의미 있는 대답보다는. 그렇군요. 라는 등의 간단한 대답과 고개 끄덕임으로 넘긴다. 주고받을 만한 주제도 아니고.
"한 번쯤 사로잡힐 법도..."
과거에 사로잡힌다. 과거를 돌아보고 후회하는 것도 사로잡히는 것일까? 아니면 그것만으로는 사로잡히는 게 아닌 걸까. 그러면 사로잡히는 이유가 뭐지? 이유가 달라진다면 그만큼 생각할 게 많아져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잠시 생각을 멈추기로 했다.
"저는,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그 모습만으로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자꾸 생각하다 보면 자꾸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돼서요."
그런것 치곤 제가 먼저 생각을 물어봤었네요. 아무래도 좀 정신이 없나 봅니다. 라고 덧붙이며 우유를 한 모금 마신다.
쥬데카가 간단히 말을 하며 주제를 넘길 적. 레레시아는 숨기려는 기색도 없이 쯧! 혀를 찼다. 그런 반응이 몹시 불쾌한 듯이 미간을 팍 찡그리면서. 그에 비해 라라시아는 평온했으나 되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표정이다. 그러나 자매 모두 더이상 말꼬리를 늘이진 않았다. 그가 그럴 거라면 그러라는 듯이.
누구에게나 과거가 있고 한 번쯤은 사로잡히 법 하다. 라라시아가 흘린 말은 의미가 있는 듯 하면서도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어쩌면 현 상황에 빗댄 말이 아닐 지도 모른다. 누구에게나 과거는 있다. 그건 쥬데카도 해당하는 말이었으니까.
"지 생각도 정리 못 한 주제에 묻긴 뭘 묻"
명확치 않은 대답에 날 선 대꾸가 튀어나가다가 또 막힌다. 이번에도 라라시아가 레레시아의 입을 막아서였다. 재차 눈으로 불만을 표출하는 레레시아를 두고서 라라시아가 대신 말을 이었다.
"나도 그 영상 보고 시체 수습도 했었는데. 글쎄. 그것만 보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
레레시아는 손이 치워지고 입이 열렸음에도 다시 말을 하지 않았다. 혀를 차긴 했지만 아예 고개를 돌리고 초콜릿을 집어먹으며 할 말 없다는 듯이 보였다. 라라시아만이 차분한 목소리로 대화를 이어갈 뿐이었다.
"너나 우리나 그 영상의 뒷편에 뭐가 있는지 몰라. 너는 물론 뭔가 더 알 지도 모르지만. 그게 어디로 어떻게 인과를 뻗었을 지는 아무도 모르지. 아마 당사자도 몰랐기에 지금 같은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을까 싶어."
담담히 얘기하던 중. 레레시아에게서 초콜릿 상자를 뺏고 대신 과자 상자를 들려준다. 그리고 차를 마시고 간식을 집어먹는다. 어떤 심각함이나 진지함도 없이. 지금 대화도 그 정도인 것처럼.
"같잖은 조언 하나 해주자면. 너는 일단 네 기분과 생각부터 정리하는게 먼저일 거야. 너는 이 상황에 어떤 기분을 느끼는지. 어떤 생각이 드는지. 스스로 기준도 잡아놓지 않고 상황을 판단하는 건 오만의 극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