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스터 사용을 연습한 지 벌써 두달이 넘었다. 여러 동료들의 도움과 실전 경험으로 제법 익숙해졌다고 생각하지만 아직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아직 속도를 조금만 더 내면 적의 공격을 대응하기 어려워진다. 특히 이전 전투에서 알 수 있듯 아직 부스터를 사용한 상태로 능력을 사용하는 데에는 미숙하다.
만약 조금만 더 능숙했다면 구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르는 이들이 너무나 많았다. 더이상의 의미없는 희생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훈련과 아이템의 활용은 능숙해져야했다.
소음과 혹시 모를 문제로 인해 마을에서 제법 떨어진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마을의 모습이 점 형태로 조그맣게 보이자 부스터를 오버클럭하여 마을에서 벗어났다. 부스터의 소음이 이전과 비교도 못할 정도로 커지며 열기에 못이겨 덜덜 떨리기 까지 하지만 이전과는 비교도 안될 속도로 움직였다.
그 상태에서 아공간을 소환하기도 하고 그곳에 들어갔다가 나왔다를 반복하며 스페셜 스킬이나 버스트를 사용해보기도 한다.
푸쉬-
바로 그때, 등 뒤에서 불안한 소리가 들리며 부스터의 출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망할!!"
안전하게 추락할 장소를 이리저리 몰색하다가 숲 속에 있던 작은 호수를 하나 발견했다. 살았다. 이곳에 빠진다면 일단 살 수 는 있을 것이다.
부스터의 마지막 화력을 집중하여 호수로 돌진했다. 이내 빠른 속도로 호수에 빠져 커다란 물기둥이 솟아났다. 아공간에서 구명조끼를 꺼내 물 밖으로 빠져나왔다. 부디 아무도 이 창피한 모습을 보지 못하기를 바랐지만 아무래도 누군가에게 들킨 모양이었다.
아스텔은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어서 평소보다 더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자신은 그저 낚시를 즐기려고 했을 뿐이었다. 낚시대를 가지고 왔고 아이스박스도 가지고 왔고 물고기도 몇 마리 낚았으며 기분 좋게 자신만의 개인 시간을 즐기는 중이었다. 그랬다. 정말 고요하고 조용한 시간 속에서 물고기들을 낚으며 휴식을 취해야만 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갑자기 공중에서 뭔가가 호수를 향해서 돌진했고 물줄기가 눈앞에서 솟구쳤다. 물고기들이 놀라 절로 다 도망칠 정도의 날벼락을 목격하며 아스텔은 반사적으로 적의 기습이 아닐까 싶어 항상 차고 다니는 검을 뽑고 앞으로 내밀며 주변을 경계하듯 조용히 살폈다.
허나 물줄기가 사라지고 눈앞에 보이는 것은 제 0 특수부대원인 선우의 모습이었다. 왜 그가 공중에서 떨어졌는지 영문을 알 수 없어 아스텔은 정말로 멍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말 없이 바라봤다. 뭐지? 공중에서 하는 다이빙인가? 요즘 다이빙은 저렇게 위험천만하게 하는건가? 그렇게 생각하며 아스텔은 정말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안녕. ...근데 뭐하는거야? ...다이빙? 수영?"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의 머리로는 지금 이 상황을 따라잡을 수 없었기에 그는 정말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어 그를 조용히 바라보던 아스텔은 조심히 한가지 사안을 더 물었다.
상대가 선우이기에 다행이었지. 만약 가디언즈의 멤버였다면 어떻겠는가. 여기서 필사적으로 막아야만 했다. 거점인 마을이 이곳에서 그렇게 멀지 않았으니까. 당연한 행위라는 듯이 아스텔은 진지하게 선우의 말에 대답했다. 한편 자신의 앞에서 젖은 옷을 벗고 아공간에 넣어버리는 모습에 아스텔은 순간 당황해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같은 성별이라고 한들, 갑자기 눈앞에서 옷을 그렇게 벗으니 살짝 놀란 모양이었다. 허나 아닌 척, 괜히 그렇게 헛기침 소리를 내며 아스텔은 표정을 관리했다.
"...딱히 그런 것이 없어도 고쳐달라고 하면 고쳐줄 것 같은데. 이러니저러니 해도 뭐 만지고 수리하고 그런 것을 좋아하니까."
물론 장난치다가 그렇게 되었다고 하면 한 소리를 할지도 모르지만 그게 아니라면 딱히 뭐라고 할 일을 없을 거라고 이야기를 하며 아스텔은 고개를 살며시 도리도리 저었다. 물론 정말로 장난으로 했다고 한다면 뭘 갖다줘도 화를 내겠지만 굳이 그 부분은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서 잠시 고민하다 아스텔은 대답했다.
"굳이 좋아하는 음식을 말하자면... 닥터 페퍼라던가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것들을 좋아하긴 하지. 디저트라던가. ...그렇다고 대충 성의없이 주면 화내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물을 정도니 아마 그런 일은 없지 않을까 생각하며 아스텔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말을 마무리지었다. 그 와중에 그가 뭔가 이것저것 꺼내자 아스텔은 고개를 살며시 갸웃했다. 지금 뭘 하냐는 그런 눈빛을 보내다가 그는 입을 열어 질문했다.
"...어느 정도는 잡긴 했는데. 왜 여기서 그 물건들을 꺼내는거야? ...여기서 캠핑이라도 하려는거야?"
굳이 여기서? 물론 하는 것 자체는 자유였기에 딱히 말리거나 할 생각은 없었다. 물고기 잡는데 방해만 되지 않는다면야. 어차피 지금 당장은 물고기들이 놀라서 도망쳤을테니 당장은 잡을래야 잡을 수도 없었기에 이내 아스텔은 조심스럽게 자리에 앉았다.
거점과 이곳은 그렇게 멀지 않았다. 따라서 이곳이 발각되었다는 건 이 주변에 있는 마을도 발각되었다는 뜻이고 에델바이스를 먼지로 만들기 위해 이전과는 비교도 안될 규모의 공격이 시작 될 것이다. 어쩌면 간부들이 모두 출동할 수도 있고. 그런 상황에서 아직까지 승리할 수 있다는 말은 빈말로도 하기 어려웠다. 그저 이길 수 있냐 없냐가 아니라 이겨야한다는 각오다지기 용 말 밖에 하지 못하겠지.
"그래도 미안하잖아. 나름 이것도 수고스러운 일인데 뭐라도 줘야 좋지 않겠어?"
물론 장난치다가 그렇게 되었다고 하면 한 소리를 할 것이라는 아스텔의 말에 생각했다. 따지고 보면 부스터를 오버클럭하여 원래 설계 이상의 출력을 내어 고장을 유도한 셈이 되는 데 그것도 어찌보면 장난친 셈이 되는 건가?
"그래? 크리스마스 때, 도넛 한상자 넣길 잘했네"
크리스마스 파티 전날 우연히 들른 빵집에서 맛있게 생긴 글레이즈드 도넛을 발견하여 선물을 하기 위해 한상자를 사서 넣었다. 에스티아가 자신의 선물을 받았다는 것을 듣고 과연 이런 것을 좋아할까 고민되었지만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을 좋아한다니 다행이었다.
"내 선물을 준 사람은 누굴까?"
아직도 숙소에서 잘 사용하고 있다. 처음 맡아본 향이지만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향이 될 정도로 좋은 향이었다. 이런 것은 어떻게 안 건지 신기할 정도였다.
"추워...그리고 배고파서.. 구워먹게"
아공간에서 낚시대와 루어찌를 꺼낸다. 지난번 아스텔의 말을 듣고 이 근처의 낚시하기 좋다는 곳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월급이 떨어질 때를 대비하여 싼 가격의 낚시대를 구매했다. 어설픈 솜씨로 떡밥을 끼워넣고 호수가에 던져 넣었다.
아스텔의 말처럼 이전의 추락으로 물고기들이 놀라 도망쳤을테니 한동안은 그저 의자에 앉아 몸을 뉘어야했다. 화로의 온기가 몸을 데워주고 자리에 앉으니 노곤노곤해지고 졸음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자신이 받은 것은 건 케이스. 자신은 딱히 총을 쓰거나 하진 않지만 그래도 예비용으로 하나 정도는 들고 다니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어 아스텔은 어느 정도 사격 연습도 하고 있었다. 물론 제 손에는 역시 총보다는 검이 더 잘 익었지만. 애초에 자신의 능력 역시 검과 좀 더 상성이 좋은 것이기도 했고. 뭘 받았을까? 그런 궁금증을 품다가 그는 선우에게 조용히 물었다.
"...뭘 받았는데? 참고로 난 건 케이스. ...그리고 구워먹는다고? 물고기를? ...음. 구워먹을 정도로 커다란 녀석들은 여기엔 잘 없는데. 그래도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니까."
잡을 수 있다면 그것은 개개인의 자유이기에 아스텔은 그 정도로만 대답했다. 이내 그가 낚시대를 던져 넣는 것을 바라보던 아스텔은 가만히 선우를 바라봤다. 뭔가 많이 노곤노곤해보이는 그 모습에 그는 난감한 표정을 짓다가 선우에게 이야기했다.
"...피곤하다면 쉬는 것도 나을 것 같은데. ...낚시대를 던지고 잠들어버리면 정작 물고기가 낚였을 때 아무것도 잡을 수 없어. ...낚시는 시간 싸움과 인내심과의 싸움이야. ...그러니까 피곤할 때 해도 효율성이 없어."
나름대로 정보를 알려주면서 아스텔은 자신의 낚시대를 가만히 바라봤다. 당연하지만 아직 반응은 없었고 이내 아스텔은 낚시대의 바늘을 밖으로 끄집어냈다. 좀 잠잠해지고 물고기가 다시 활동할 쯤에 다시 낚시를 시작할 생각이었다. 물론 어느 정도 잡긴 했으니 더 많이 잡기보다는 한두마리만 더 잡고 그만둘 생각이긴 했지만. 한번에 많이 잡아서 씨를 말리면 그건 그것대로 손해였으니까.
"...그리고 캠핑을 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더럽히진 마. ...물이 더러워지거나 환경이 더러워지면 물고기들이 오질 않으니까."
송사리 같은 놈들이어도 밀가루 묻혀서 기름에 튀겨먹으면 별미다. 물론 이 곳 물고기들은 적어도 송사리보단 클테니 충분히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내장을 제거하고 비늘을 벗기는 게 귀찮을 뿐이지. 송사리라면 내장을 제거하지 않고 비늘 째로 먹어도 괜찮겠지만 애매하게 큰 놈을 그냥 튀기면 맛이 없을 테니 그것 하나는 아쉬웠다.
"나는 향초랑 방향제 세트, 뭐라 특정할 수는 없는 향인데 맡으면 기분 좋은 은은하고 상쾌한 향이야."
시리얼바 두개를 꺼내어 하나를 베어물고는 남은 하나를 아스텔에게 건네었다.
"그러면 어쩔 수 없이 허탕치는 거지. 못 잡으면 그냥 고기 구워먹는 거고 운 좋게 내가 깨어있을 때 잡으면 튀겨먹는 것이고."
아무래도 최근 캠핑 용품과 식재료를 과소비해서 월급날 직전에 돈이 떨어진 것 같았다.
"내가 머문 공간 바닥에 아공간을 펼치면 자동으로 떨어져서 깔끔하게 청소가 돼. 더러워질 걱정은 안해도 괜찮아"
아스텔이 알려준 낚시 정보를 새겨 듣고는 아스텔처럼 자신의 낚시대를 가만히 바라봤다. 그의 낚시대 역시 아직 반응이 없었다. 아스텔은 바늘을 밖으로 끄집어냈지만 선우는 그저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다. 바늘을 다시 빼서 떡밥을 다시 끼우는 건 어려우니 최대한 한번에 끝내고 싶었다.
자신도 향초를 보내긴 했지만 방향제와 같이 보내거나 하진 않았다. 그렇다면 자신이 보낸 선물은 아니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아스텔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자신이 보낸 선물은 지금 어디로 갔을까. 그런 생각을 하기도 하며 나중에 한번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물어나볼까. 라고 생각하며 아스텔은 그의 말에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잡아먹기 위해서 낚시를 한다면 상당히 시간이 많이 걸릴건데. 그냥 이 잡는 행위가 재밌는거야. 낚시는."
나름의 철칙이라도 있는지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아스텔은 가만히 손을 털었다. 물론 그렇다고 자신이 잡은 물고기를 안 먹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튼 들려오는 물음. 즉 물고기를 풀어놓은 것이 자신이냐는 말에 아스텔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니. ...내가 알기로는 호수 아래 쪽에 다른 쪽 물과 연결되는 구멍 같은 게 있어. ...아마 그쪽으로 물고기가 들어오는 것이 아닐까 싶은데. 그리고 이미 내가 여기에 왔을 때는 호수 안에 생태계가 형성된 후기도 하고. ...혹은 내가 모르는 사이에 누가 물고기를 넣어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난 아니야."
그 정도의 시간도 여유도 없어.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아스텔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이내 아스텔은 조금 목이 말랐는지 가만히 호수로 다가간 후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물을 떠서 한 모금 시원하게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