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려온 특수부대원은 온몸이 성한 곳이 없었다. 거대한 차에 들이받힌 것처럼 뼈가 모조리 부러졌다. 부러진 갈비뼈가 폐를 관통해 피가 폐 속에 고였고, 무릎을 관통한 다리뼈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남고자 숨이 붙고, 아직 몸을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 끔찍하다 못해 처참했다. 스미스는 수술을 집도하며 생각했다. 차라리. 죽는 것이 낫지 않을까. 환자를 살려야 한다는 사명감에 가득 찬 스미스가 그런 생각을 할 정도로 눈뜨고 볼 수 없었다. 더 환장할 점은 이 세븐스의 상태가 처음부터 이상했다는 점이다. 육체에 메스를 대자 쉽게 물러지고, 폐의 피를 빼낼 때는 마치 시체를 부검할 때 느껴지던 이미 죽은 자의 감각이 느껴졌다. 스미스는 침음했다.
이 사람, 대체 무슨 삶을 살아온 거지? 썩어 문드러진 살, 멎지 않는 피, 강제로 성장을 억제했을 것이 분명한 기계장치, 노골적이다 못해 대놓고 소모품으로 길러졌음이 여실한……. 잠깐만.
"세상에."
그는 눈을 의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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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하게도, 장기에 고의적으로 새긴 낙인. 윤리를 저버린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행위를 실제로 보게 될 줄이야.
스미스는 이 이름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어지간히 돌아버린 사람이겠구나 싶어 몸서리를 쳤다. 그리고, 불현듯 이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과거 부검의 시절 마주했던 젊은 연구원이 떠오르는 건 삽시간이었다. 잊을 리가 없다. 아내의 죽음을 부정하되 부정하지 못하고, 부검실에서 부검에 참관하면서도 가련히도 울음을 그치려 노력하던 그 남성을.
"주여."
대체 어디부터 잘못된 겁니까?
그야말로 기적이었다. 수술 도중 심장이 한 번 멈췄다 겨우 뛰는 등, 큰 소란이 일었으나 회복 계열의 세븐스가 모조리 달라붙어 겨우 목숨을 붙들 수 있었다. 그 이후로 여러 번의 교대 근무를 통해 육신의 빠른 회복은 가능했지만, 처음부터 가지고 있던 몸의 이상은 고칠 수 없었고, 제는 눈을 뜨지 못했다. 누군가는 그가 영원히 깨어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며 안타까워했으나, 기적은 다시금 손을 뻗어 그 눈을 뜨게 했다. 제는 혼수상태에서 기적적으로 깨어났다. 그리고 가장 먼저, 이스마엘의 행방을 물었다.
"헌트리스는 어디에 있느냐." "누구요?" "이스마엘. 이스마엘 헌트리스 케르스트너……." "제, 미안하지만 지금은 안정을 취해야 해요." "어디 있냐고 물었잖아!!!"
눈을 뜨고 아직 약에 절어있을 텐데도, 어디서 나온 힘인지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악을 질렀다. 손목에 꽂혀있던 바늘이 빠져나가 피가 순간 역류하고, 다른 세븐스 여럿이 그를 붙들어 진정제를 투여했지만 그는 약물이 전혀 듣지 않는 사람처럼 용의 모습으로 변해 날뛰며 포효했다.
"제발, 진정하세요!" "어디 있냐고, 어딨냐고!! 왜 아무도 구하지 못한 거야, 왜! 무능한 것들, 어째서 내버려 둔 거야, 두려워서 도망친 이유가 뭐야, 왜, 왜!! 돌려줘, 돌려달라고!! 돌려내─!!" "진정해!! 더 센 약을 가져와!!"
회복실이 난장판이 됐을 때, 제가 말에 반응하듯 구석에 도망쳤다. 그리고 머리를 부여잡더니 웅크리는 모습이 심상치 않아, 스미스는 한 걸음 제에게 다가갔다.
"나를 불러도 할 말이 있긴 한가?" "로벨리아, 미심쩍겠지만 여를 한 번만 믿게나." "이미 증거가 있어. 뭘 믿어야 하지? 냉정하게 말하지, 동료라고 비호하는 것도 한계가 있어." "여는 다 알고 있어. 부디 믿어주게." "그 증거가 어디 있는데." "……여의 마지막 소원일세."
제는 자존심을 내려두고 머리를 박았다.
"찾게 해줘."
탈주가 아니라는 증거를 찾을 수 있다고. 그러니 특수부대원의 도움을 받게 해달라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지금껏 보인 오만과 자존심을 전부 내려놓고 오체투지를 하며 덤덤히 비는 듯한 모습은 가히 해탈에 가까웠다.
피가 튀자 얼굴을 덮어 가렸다. 혐오스러워야 했건만 가슴부터 끓어오르듯 치고 올라오는 전율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숨이 가쁘다.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고양적인 감각이 몸을 훑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몸서리를 쳤다. 숨이 거칠어지고 금방이라도 멎을것만 같았다. 숨을 쉴 때마다 가슴팍이 요동쳤다.
"힉……. 히익-"
손가락 틈 사이로 홉뜬 눈이 갈 곳을 잃고 떨렸다. 목이 졸린 듯 숨을 들이 마시는 소리를 뒤로 침대 위로 쓰러지고, 몸을 뒤틀며 하염없이 웃었다.
"아, 흐흐, 흐흐흐흐... 으흐흐.."
춘유록빛 눈동자가 기이하게 휘었다.
에르베르토는 커피를 마시며 눈을 감았다.
"개가 움직일 시간이네요." "추격할까요?" "아뇨.. 때로는 모르는 척하는 것도 좋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