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두렵지 않았다. 어쩌면 죽음이 목전인 상황이래도 두려움 따윈 일절 들지 않았다. 그것은 곧 그녀가 그녀의 어머니에게 유일하게 감사하는 부분이었다. 그렇게 고통이 지나가길 기다리려 했건만. 느껴지는 것은 없고 들리는 건 얄미운 목소리다.
"전장에서 오지랖 떨지 말라고 대체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을래?"
치료도 제때 안 받으면서 오지랖은 아주 망망대해라고. 기껏 막아준 쥬데카에게 쓴 소리만 내뱉는다. 어찌보면 상황을 방해 받은 것에 대한 불만 같기도 하다. 그래도 덕분에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는 하.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좋은 접근이고 나발이고. 난 그냥 궁금한 걸 물어볼 뿐이야."
보이지 않는 시야 너머로 무언가 깨지는 소리와 글라키에스의 발악이 재차 들려온다. 눈을 감으니 더 잘 알겠다. 벼랑 끝에 몰린 것 같은 절규를.
"눈 앞의 현실에서 고개를 돌린다고 해서 현실이 바뀌지는 않아. 글라키에스. 네가 진정 강자라면. 승리자라면! 널 그렇게 몰아가는 현실조차도 밟고 올라서야지! 하지만 네 꼴을 봐. 그게 어딜 봐서 압도적인 강함을 지닌 승리자라는 거지? 당장에라도 네 힘을. 자리를 빼앗길까 두려워 악을 쓰는 나약한 인간이잖아? 어디 한 번 아니라고 해 봐. 고개를 돌린 채 계속 부정해 보라고!"
그렇게 외치며 그녀는 독액을 사방으로 쏟아내었다. 점점 옥죄어오는 한기를 어찌 할 수는 없으니. 뭐라도 닿아보라고. 뭐라도 되라고.
이스마엘은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힘의 차이가 무엇인가, 어째서 저렇게 발악하는가, 쓰러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것인가. 추위를 받아드릴 수밖에 없음을 알고 있다. 겨울이 왔는데 어떻게 인간이 겨울을 막아내겠는가. 대신, 이스마엘은 노이즈 속에서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 어째서 나는 이 겨울이 두렵지 않은 것인가. 알고 있다. 정답 정도는 누구나 안다. 너는 인간이구나. 인간이로구나.
"압도적인 승리자라기엔..."
나는 인간을 무엇보다 사랑하지.
"아직 3명 더 남았지 않습니까, 불완전한 승리자.. 완벽할 수 없는 사람.. 휘둘리는 존재.."
최후의 발악 해보고자 하니 글라키에스를 염력으로 집어 던지는 일이겠다.
"끝까지 불안해 하십시오. 그 눈에 저희를 담고, 평생토록 저주하며 사십시오. 그리고 끝내 저주할 것조차 없을 때의 당신은.."
살아있다는 의미라면 그건 그거대로 괜찮았고, 감사 인사를 들으려고 한 행동도 아니었으나 조금 지치는 감이 있었다. 뭐 어쩌겠는가, 네가 생각하는 최선의 행동과 그녀가 생각하는 최선은 다른 모양인데. 여기서 더 주고받아서 더 나아질 만한 것도 없었기에 너는 그 말을 끝으로 입을 다물었다. 애초의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했다. 문제라면 발이 얼어붙어 좀처럼 자리를 옮기기가 쉽지 않았다는 걸까. 이대로면 공격을 받아낼 수밖에...
그리고 아무래도 중요한 걸 놓친 모양이었던지라, 급히 사슬을 쏘아냈지만 그것만으론 역부족이었다.
"-젠장...!"
얼어붙는다, 사슬이 제대로 닿기도 전에, 그대로 뻣뻣하게, 실린 힘 따위 아무런 상관 없다는 듯이, 외압으로 인해 온 몸이 얼어붙는 감각에 너는 눈을 질끈 감았다. 움직일 수...없다...!
모든 것이 멈췄다. 공간의 모든 것이 얼어붙었다. 움직일 수 없었고 눈을 깜빡이는 것도 불가능했다. 허나 감각은 분명하게 살아있었다. 온 몸이 차갑게 식어가는 그 순간을 그들은 모두 느낄 수 있었다. 눈앞의 광경 역시 꺼지지 않았다. 화이트 아웃이 사라지고 보이는 것은 글라키에스의 모습이었다.
"이제야 조용해졌어." "이것이야말로 압도적인 힘. 압도적인 나의 능력. 승리자만이 가질 수 있는 힘이야." "너희같은 패배자들이 어설프게 따라할 순 없어. 너희들은 패배자이기에 애초에 처음부터 진짜가 주어지지 않았던거야. 그렇기에 지금 이 결과를 일으킨거지."
"죽어버려."
이내 글라키에스의 손에 거대한 검이 생성되었고 글라키에스는 그대로 그것을 모두에게 휘둘렀다. 이내 온 몸이 찢어지는 감각을 모두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데미지 4000)
아프지만 쓰러지는 것도 용서되지 않을 정도로 얼어붙은 공간은 그들을 놓아주지 않았다. 이내 글라키에스는 피식 웃으면서 반대편 손에 똑같은 거대한 검을 생성했다.
"이 힘은 나만의 것이야." "너희들 따위에게 파괴될 순 없어." "그 두 패배자들처럼 되자 않아. 난." "내 강함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너희들은 반드시 내 손에 죽어야만 해. 테러리스트!!"
모든 것이 멈춰버린 것 같은 순간. 틀림없이 저 공격을 맞게 되면 누군가는 죽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만큼 강력하고 위험한 일격이었으니까. 허나 그 순간 들려오는 것은 모두를 서포트해주는 사이버 엔젤. '루시아'의 목소리였다. 당연하지만 루시아가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몸에 두르고 있는 보검을 이용해서 만든 장갑에서 텔레파시처럼 머릿속으로 조용히 목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이대로는 모두 죽어. -여기서 쓰러진다고 해도... 로벨리아도 아스텔도 에스티아도 뭐라고 하진 않을거야. -이대로 쓰러지면 더 이상 힘든 싸움을 하지 않아도 돼. 이런 이와 더 싸우지 않아도 돼. 정말로 편해질 수 있어. -하지만.... -그럼에도 그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
-금기의 문을 열어보겠어?
-사이버 엔젤은 그것이 가능한 유일무이한 세븐스. -그들이 그토록 가지고 싶어하고 손에 넣고 싶어하던 세븐스. -이 모든 지옥이 유지되는 근원. -그렇기에 에스티아에게 몰래 맡긴 '나'의 힘.
사물과 생물에게는 반드시 상성이 있다. 그것은 서로 당기는 것이면서 동시에 밀어내는 것이라. 그녀에게 상성이 있다면 글라키에스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나 서로 부딪힐 리가.
시야는 트였지만 밝아진 시야에 보인 첫번째는 정면으로 휘둘러지는 거대한 검이었다. 아. 맞았다. 싶은 순간. 거대한 크기만큼이나 어마어마한 고통이 전신에 퍼진다. 이번엔 비명을 내고 싶어도 내지 못 했다. 목소리마저 얼려버린 한기 때문에.
그러나 글라키에스는 끝장을 보겠다는 듯이 다시 검을 생성했다. 그녀는 이미 꽤 큰 데미지가 누적되어있던 상태라 저 한 방이면 그대로 끝날 것이다.
아아. 이대로 끝인 걸까. 정말 죽을 지도 모르는데. 두렵지 않아. 죽음은 두렵지 않지만. 그렇지만.
루시아의 속삭임이 들려온다. 이대로 끝내도 아무도 탓하지 않을 거라며. 편해질 거라며. 정말 달콤한 속삭임은 바라던 것이었을까. 여기에서 끝내고 편해지면 좋을까.
......
아니. 나는 끝을 바라지 않아. 내가 쓰러지는 건 상관 없어. 당장의 죽음은 두렵지 않아. 하지만 내가 죽으면. 그의 맹세가 소용 없게 되어버려. 내가 한 약속을 지킬 수 없어. 그건 싫어. 나로 인해 그에게 쓴 경험을 주는 것도 싫어. 나는 이미 너무 많은 영향을 주변에 뿌렸고. 그건 내 업이야. 내가 지켜야 할 업보.
모든 것이 얼어붙었다. 몸이 차갑게 식어가는 감각을 두 번이나 느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스마엘은 글라키에스를 보지 않았다. 아니, 볼 수 없었다. 얼어붙기 직전 눈을 감아버렸으니. 온통 어둠 속에서, 홀로 독백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압도적인 힘에 취하고 스스로에게 오만을 가지며 유기체에서 무기질적인 하나의 육편이 될 존재에게 조롱을 뱉는 목소리를 하나하나 기억해간다. 격통이 느껴졌을 적 소리 하나 내지 못하지만 억울하진 않았다. 어째서일까 곰곰이 떠올렸을 적, 이스마엘은 얼어붙어 참 다행이구나 생각했다.
증명받지 못하며 겉도는구나. 인정받고 싶은 욕구에 점철되었으며 몸부림 치며 발악하는구나. 이상향으로 가지 못하고 쳐다보지도 못하는구나. 스스로의 세계에 갇혀 떠도는구나. 가여운 어린 양아, 가여웁고도 가여운 것아.
머리에 맴도는 소리에 이스마엘은 천천히 단어를 고르고 고른다.
차라리 편해지면 좋을 텐데, 당연히 그런 생각을 했던 날이 있었기에. 수도 없이 생각하고 실행에 옮기고 싶었던 충동을 억누르는 삶을 살았기에. 그렇지만 이스마엘에겐 두가지의 원동력이 있었기에, 편해질 수 없었다. 이상향에 가고자 하는 열망과, 나머지 하나는…….
끝을 보고자 하심이 아닌 걸 압니다. 각오하지 않았더라면 진작 도망쳤을 테니까요. 그러니 빌려주십시오.
모든 것이 얼어버린 시간 속에서 얼음은 산산조각 났다. 모든 것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고 글라키에스는 순간 당황해서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를 악물었다. 멈춰있던 몸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신의 몸을 보면 무장의 형태가 변화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방금 전보다 힘이 더 느껴졌을 것이고 몸이 더 가벼워졌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아주 손쉽게 능력이 더 세심하게 컨트롤 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이 기운. 이 힘. 제 8파동.. 어째서 너희들이... 어째서 너희들이 제 8파동을.." "설마. 루시아 언니?!"
루시아의 목소리는 당장 들려오지 않았다. 그저 노랫소리만이 조용히 울려올 뿐. 허나 확실한 것은 힘이 엄청나게 솟구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으나 그와는 반대로 피로도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아마 오랫동안 발동할 수 있는 힘은 아니라는 것이 분명해보였다.
-이게 금기의 힘. 세븐스가 한계에 한계까지 몰렸고, 그 세븐스의 힘이 결집되었을 때 들어설 수 있는 금기의 영역. 제 8 파동. 에이스. -사이버 엔젤은 세븐스를 고무시키고 결집시킬 수 있는 힘.
-버스트와 송 오브 엔젤을 넘어선 금기의 힘.
-그 금기를 개방할게.
마지막으로 울리는 루시아의 목소리. 그리고 그 목소리는 서서히 사라졌다. 한편, 제 0 특수부대원들을 바라보던 글라키에스는 이를 약하게 악물었다.
"...어째서.. 어째서... 저번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왜 그 패배자들을 돕는거야!! 사이버 엔젤은... 사이버 엔젤은, 요정의 가호는 이미 가디언즈의 것인데! 왜 그 녀석들을 돕는 거야! 대체 왜!!"
/제 8파동. 에이스. 실제로 원작에도 나오는 요소랍니다. 거기서는 제 7파동인 세븐스가 진화하면 나오는 요소라고 하지만 그대로 담을 수는 없기에 여긴 아주 살짝 변형 느낌으로. 뭐, 아무튼 원작에선 세계를 파멸시킬 수도 있는 힘이라고 하는데.. 아무튼 원작에선 그래요! 아무튼 지금은 에이스 모드이기 때문에.. 여러분들의 무장 형태도 바뀌었습니다. 바뀐 무장형태는 이제 여러분들이 각자 자유롭게 설정해주시면 될 것 같네요.
에이스 모드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을 하자면...
전체 체력의 절반을 소비해서 발동 가능. 한턴당 현 체력의 50%가 저하. 이렇게 3턴까지만 유지 가능 체력이 50% 이하인 상태에선 에이스 모드를 발동할 수 없다. 전원 공격력 3배 보정 (단 공격형의 경우, 플러스로 공격력 보정 4배 가능) 전원 방어력 2배 보정 (단 방어형의 경우, 방어력 보정 3배) 전원 회피 다이스 한 칸 플러스 보정. (기존의 1~2인 이는 1~3으로 가능. 기동형의 경우는 1~4로 가능)
그리고 전원 에이스 모드로 들어가지 않아도 2번째 스페셜 스킬을 발동하는 것이 가능.
대충 이렇게 되겠습니다. 시간 관계상 조금 애매한고로... 그냥 깔끔하게 오늘은 에이스를 각성시킨 여기서 끝을 내도록 할게요! 반응레스를 쓰고 마무리지으면 될 것 같아요! 이 전투의 마지막은 이스마엘주의 이벤트가 끝난 후에 하루 시간을 내서 깔끔하게 마무리를 짓도록 할게요!
어른의 사정으로 여러분들도 무장의 변형 형태나 2번째 스페셜스킬이나 생각해볼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나요. (속닥속닥) 아무튼 반응레스를 쓰고 끝냅시다. 오늘은!
시간마저 얼어붙는다. 그녀를 제외한 모든 것이 말 그대로 얼어붙었으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냉기가 느껴진 순간 네 시간의 개념은 흐르고 있기는 했어도 실제로 그러한지는 확신할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녹아 풀려나지 않는 한, 깨져서 박살나는 순간 그 시간에서 멈춰버리는 것 아니냐. 결국 혼자 힘으로는 빠져나올 수 없는 상태에 절망감을 느끼고 있었을 때 들려온 목소리는...
'에이스?'
그 목소리, 노랫소리와 함께 얼음은 산산조각났다. 적어도 너는 얼음이 아니었기에 점차 자유로워지는 손발을 휘감은 것은 지금까지 보아오던 무장과는 달랐다.
"이건...대체..."
고양감,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솟구치는 듯한 고양감에 너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러나 동시에 이런 감각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으리라는 게 느껴졌다. 이건 최후에 가장 강하게 타오르는 초신성과 같은 힘일지도, 그렇다면 종국엔 두려운 자취만이 남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겠군요. 피차 시간 끄는 건 힘들겠습니다."
극한의 상황에서 내뿜는 전력이라, 이렇게 모순적인 게 어디 있을까. 하지만 실제가 그러했으니... 지직거리는 듯 한 층 한 층 사라지는 바이저 너머로 드러낸 얼굴은 글라키에스를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