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본가가서 좀 쉬나 싶었는데 급하게 서울 내려오느라 쉬지도 못하고 배는 고프고 그래서 먹고 쉬고 싶었다. 이런 기가? 토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을 듣다가 "고생했네." 한마디를 하곤 접시를 꺼내온다. 가져온 접시에 맛있는 살코기와 껍질과 지방, 살코기가 붙은 그 얇은 부위를 여러 개 얹어서 그의 아파에 놔둔다.
"오, 콜라 주면 내야 고맙제. 역시 기름진 건 탄산이라 무야 하지 않겠나?"
그리고 토고는 젓가락으로 김치를 집었다. 한 입 먹으니 새콤하고 아삭한 것이 크으.. 이 맛에 족발 먹는기지... 아... 음료 더 있음 좋겄다... 그런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아쉬운대로 콜라라도 한모금하니 짜릿한 탄산이 최고다.
토고는 젓가락으로 족발과 보쌈을 샌드위치로 얹어서 먹는다. 특히 보쌈은 와사비 살짝 섞은 간장이랑 먹어야 제맛이다. 나중에 치울 때 보면 약간 기름이 굳은 채로 떠다니는 게 불쾌하긴 하지만. 토고는 그렇게 고기를 먹으며 콜라를 마시고 느끼함을 양파절임과 김치로 씻으며 배불리 먹는다. 그러면서도 그가 하는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꽤 힘들었나보네."
씻다가 잠들 정도면 토고는 대체 얼마나 고생한걸까 생각해본다. 토고는 씻다가 피곤해서 잔 적은 없고 겨울에 따슨물에서 벗어날 수 없어서 씻다가 잠든 적은 몇 번 있다. 하지만 그렇게 지쳐서 씻다가 잠들었을 정도면 어떤 수련을 한 걸까 토고는 살짝 기대가 됐다. 가문의 비전? 혹은 마도사의 기술? 뭐든 군침이 돌 수 밖에.
"특수 의뢰인가 뭔가 하는 금마 때문에 쪼까 많이 상황이 급박하제? 크크... 하필 그놈아들은 이럴 때 그런 깽판을 치는 건지 몰겠다. 사람 좀 편히 살게 냅두면 안되는 건지.. 쯧."
"멀티 캐스팅? 고거는 뭐하는 기술인데? 이름만 들으면 두가지 마도를 한번에 하는 기가?"
토고는 마도의 세계를 이해하기엔 지식이 쪼까 부족하다. 하지만? 잠을? 자지 않고 버텨야 한다... 라는 것에서 집중력을 흐트리거나 하는 행위가 필요하나 싶었다. 그러다가 그가 하는 행동에 "얼씨구 얼씨구..." 본가에 다녀오더니 얘가 어린애로 돌아간 것 같았다. 원래라면 밥상머리 앞에서 밥맛 떨어지게 뭐하는 기고..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저렇게 좋아하는데 그냥 넘어가주자.
"특별반 요놈 아가 문제지... 내도 일반 학생이었음.. 아이다, 내는 특별반 안 왔음 대곡령에서 일 하고 있었겠네. 크크.."
일반 학생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일반 학생들은 방학.. 비스므리한 것을 했으니까. 하지만 곧장 특별반이 아니었으면 대곡령에서 일하고 있었겠다는 사실이 떠올라 말을 바꿨다. 지금은 대곡령에서 일을 하기 보다는 회계 준비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게 맞다. 쉴 수 있을 때 쉬고 먹을 수 있을 때 묵어야지. 역시 먹는게 남는기다. 크크..."
토고는 막국수를 후루룩 먹다가 자신도 특별반에 안 왔음 어땠을까 생각했는데 그는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 입을 연다.
강산이 부리는 애교를 보고 토고가 살짝 못마땅해하는 기색을 보이지만...장난꾸러기 막내 도련님은 오히려 깔깔댄다.
"그렇습니다. 두 가지 마도를 동시에 시전하는 거죠. 의식적으로 하려고 하면 제 머리가 한 줄을 세워서 순서대로 처리하려고 하니까...의식이 좀 흐트러진 상태에서 순서를 의식하지 않고 동시에 파팟!해서 깨닫는 수련이었습니다."
파팟!이라고 말하기 직전 강산이 양 팔을 머리 위로 들어올린다. 그리고 한 손에서는 반짝이는 불빛이 터져나가고, 다른 한 손에서는 공기가 잠깐 모였다가 손가락 사이로 새어나간다. 전기와 불로 했어야 했나?하고 잠깐 후회하기도 해본다.
"특별반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그렇겠죠. 학원도(*)에 몰래 들어갔다가 붙잡혔다든가 했을 수도 있겄군요. 특별반은 있는데 제가 못 붙은 거였으면...일반반 입시도 같이 준비했으니 일반반에 들어가서 특별반 주면에서 얼쩡거리고 있었을 겁니다. 저는 특별반을 보러 미리내고에 온 것이었으니까요. 아, 저도 막국수 한 젓가락만 주십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