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을 넘어 방 안으로 들어간다. 등 뒤에서 문 닫히는 소리 들릴 때. 그녀는 조용히 방 안을 둘러보았다.
전에도 온 적 있는 아스텔의 방은 익숙함보다는 새삼스런 낯섦이 느껴졌다. 사실 이런 낯섦이 여기가 처음은 아니지만. 막상 와보니 그래 여기도 이렇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복귀한 후로 드는 어중간한 감각이 심술인지 의도인지 이제는 알 수 없다. 레레시아는 망연히 바닥 어딘가를 보다가 아스텔의 목소리가 들리자 시선을 들어 그에게 향했다. 그리고 살짝 웃으려 했다.
"그렇게 보여서 다행이네. 응. 고마워."
평소처럼 말하면서도 원래 이랬었나 하는 의구심이 스물스물 명치 안쪽을 기어다닌다. 표정은? 행동은? 아. 문 밖에서의 불안함이 이것이었구나. 겉으로는 태연한 척 내색하지 않으며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려 하나 들리는 건 토막나고 중간이 빠진 말조각 뿐. 흐리게 들려오는 목소리를 잡으려 하다가 눈을 깜빡이니 어느새 그가 내어준 방석 위에 앉아있어서 언제 앉았지 싶다. 앉은 자리를 보고있다가 문득 고개를 돌리니 방 한켠에 작은 트리가 보인다. 반짝반짝. 점멸하는 전구빛을 멍하니 보던 그녀는 바스락대는 선물상자가 앞에 보이고서야 흠칫 정신을 차린 듯 했다.
"어... 어? 언제 이런 걸 준비했대. 으응 .너도 메리 크리스마스."
앞서 무슨 말을 들었는지 기억도 안 나지만 상황상 크리스마스 선물이겠거니 싶어 얼른 선물상자를 받아든다. 손에서 손으로 넘겨받을 적. 후드집업 주머니에 들은 함이 생각났지만 역시나 선뜻 꺼낼 수가 없다. 선물상자를 무릎에 놓고 잠시 가만히 있던 레레시아는 곧 웃는 표정을 지으며 포장지에 손을 얹었다. 뭐가 들었을까나. 기대가 섞인 듯한 말을 하며 붉은 포장지를 벗기고 상자를 열어 안에 들어있던 목도리를 꺼냈다.
"목도리...? 와아. 어디서 산 거..."
보라색 털실로 짠 목도리는 잘 만들어진 물건이라 언뜻 어딘가에서 사온 건가 싶었다. 완전히 꺼내어서 이리저리 만져보며 어디서 산 거냐고 물으려는데. 말을 하는 도중에 은실로 박은 그녀의 이름을 보고 손도 말도 멈췄다. 그 이름 말곤 어디에도 어떤 표식도 붙어있지 않은 목도리. 이런 물건에 익숙한 그녀이기에 출처는 굳이 물을 필요도 없었다. 그렇지만 하필. 아니. 아니다. 그녀는 손 끝으로 목도리에 수놓인 이름을 슥 만져보고 조심히 들어서 목에 둘렀다. 목과 얼굴 일부가 감싸이도록 폭 두르고 또 잠시간 만져보고서야 아스텔을 향해 웃어보였다.
"정말 좋은 목도리네. 그리고 정말로 마음에 들어. 정말로... 고마워. 아스텔."
고맙다고 말은 했지만 여전한 불안함이 표정에 드러날까 싶어 괜히 목도리에 얼굴을 푹 묻어본다. 괜찮을 거라고 자기암시를 몇 번 걸고서야 아무렇지 않은 척 목도리를 풀어 다시 상자에 집어넣었다. 상자를 닫아 옆으로 밀어두고서도 주머니에 든 걸 꺼내지 못한 그녀는 마냥 웃는 얼굴로 테이블에 차려진 술을 향해 손을 뻗었다.
묘하게 어색함이 녹아내린 것 같다고 아스텔은 생각했다. 들어오면서 바닥을 바라보는 모습, 그리고 묘하게 정신이 다른 곳으로 팔린 것 같은 느낌. 그 많은 것을 느끼면서, 특히나 메리 크리스마스를 이야기하지만 살짝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은 느낌. 그 모든 것이 마치 모래알을 씹는 것처럼 그의 마음 속에 살짝 걸렸다. 뭔가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지만 과연 그것을 자신에게 말을 할지. 그 많은 것들을 떠올리면서 아스텔은 언제부터 이랬던가. 라는 생각에 잠시 빠졌다.
"마음에 든다면 다행이야. ...겨울이 춥다는데 따뜻하게 사용하길 바랄게."
건배를 제안하는 레레시아의 말에 이내 아스텔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면서 자신의 잔을 들어 그녀가 따라주는 것을 조용히 받았다. 뒤이어 그는 맥주병을 잡으면서 그녀의 잔에 맥주를 따라주려고 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잠시 또 입을 다물고 뭔가를 생각하던 아스텔은 레레시아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무슨 고민거리나 걱정거리. 혹은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어? ...기분 탓인진 모르겠지만 뭔가 정신이 조금 다른 곳으로 팔려있는 것 같아서."
몇 번의 생각을 하긴 했지만 결국 아스텔은 정면승부를 던지기로 했다. 어쨌건 물어보고 싶은 것을 물어본다고 해서 잘못은 아니며 답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면 자신도 더 굳이 캐물을 생각은 없었다. 허나 그 모든 것은 일단 물어봐야만 시작이 되는 법이었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입을 꾹 다물면 결국 아무 것도 시작을 못하는 법 아니겠는가.
"...라라시아 때문에 그래?"
일단 아스텔이 여기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라라시아라는 존재였다. 어찌되었건 조금 불편함이 남아있을 수도 있으니까. 허나 아니라고 한다면? 적어도 자신은 더 추론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이내 그렇게 말을 마치며 아스텔은 살며시 잔을 들어올린 후, 그녀를 향해 내밀었다. 가볍게 짠- 을 권유하는 모습이었다.
블래키... 깜찍하지요! 그 아담한 크기를 가졌는데 악타입이라니... 거기다 여우를 닮았다니! 그리고 검은 몸에 붉은 눈이라니!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포켓몬이다! 갑자기 급발진을 했군요... 그치만 원래는 독타입으로 기획된 포켓몬이니만큼 레시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독타입 포켓몬 트레이너 레시도 운명이 점지해준 수준으로 멋있다!
자캐가_외로움을_표현하는_방식은 : 외로움.. 그렇게 표현하지는 않는 편이지~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왜냐면 익숙하니까... 하는 타입이라 꾸욱 누르고 있다가 어느 날 펑 터지고 혼자 앓으니까.. 그렇지만 굳~~~이 표현하자면 아무말 없이 꾸욱 안고 안 떨어지기... 그냥 잠깐만 이러고 있으면 안 됩니까..? 하고 한 10초 뒤에 노이즈 위로 충전 완료 표시 뿅 떠오름...
자캐에게_의미없는_질문은 : "페이스 재머가 불편하지는 않아?" "이상향은 이상향이지 현실이 되는 게 아니지 않아?" "오늘은 커피 안 마셨어?" < 이거 되게 의미없음
자캐별로_웃기지_널_부순_사람은_바로_나인데_를_말해보자 : "우습지 않습니까.. 당신은 명석하니 잘 알고 있겠지요."
이스마엘은 당신을 내려다본다. 어둠에 가려져 표정이 보이지 않았지만, 연두빛이 감도는 시선은 어둠 속에서도 네온사인처럼 홀로 빛을 발하고 있었다.
>>904 저렇게 외로움을 참는 사람이 많긴 하지요. 정말로. 하지만 이젠 외로워하지 말기! 동료가 많으니까요! ㅋㅋㅋㅋㅋㅋ 오늘은 커피 안 마셨어? 라니. 하긴 확실히 그다지 의미는 없는 질문이기도 하네요! 음. 그리고 상당히 깔끔하군요. 손톱 발톱이. 물론 위생보다는 다른 이유가 더 큰 것 같지만요! 아앗...ㅋㅋㅋㅋㅋ 보검에 리본이라니! 하긴..예뻐지기는 하겠네요! 어떤 의미로는 말이에요!
들려오는 말에 간단히 답을 하며 그의 잔에 맥주를 따라주었다. 그 다음엔 병을 넘겨주어 그녀의 잔에도 술을 받았다. 거품이 스르르 올라오는 맥주를 물끄러미 응시하다가 따르는게 멈추자 잔을 앞으로 가져온다. 일단은 마시다보면 괜찮아지겠지. 왕게임에 참가할 때도 그랬으니까. 아스텔이 위화감을 느끼기 전에 좀더 그럴 듯 하게 굴고 싶었지만. 이미 위화감은 만연해 있었나 보다.
"아. 음. 좀 그런게 있기는 해..."
아스텔답게 정면으로 해오는 질문에 그녀는 이번엔 선명히 쓴 웃음을 지었다. 하긴. 잠깐도 아니었는데 못 느낄 리가 없겠지. 얘기를 해야 할까. 그러면 어디서부터 해야 할까. 거품이 톡톡 터지는 술잔을 마냥 내려다보던 그녀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라라시아 때문이 아니라는 의미였다. 그리고 얘기하기에 앞서 술잔을 들어올렸다. 먼저 건배하자고 한 건 그녀였으니.
"...새해를 위해."
그냥 잔을 부딪히기는 아닌 것 같아 적당히 생각나는 말을 중얼거리고는 그가 내민 잔과 그녀의 잔을 부딪힌다. 맑고도 묵직한 소리가 울리면 잔을 도로 가져와 입술에 댄다. 쌉쌀한 맥주거품에 입술을 적시다가 조금씩 기울여 잔을 채운 술을 마셨다. 천천히. 잔이 완전히 빌 때까지. 차가운 술에 속이 조금 시렸지만 뭐 괜찮을까. 테이블 끄트머리에 빈 잔을 내려놓은 그녀는 무릎을 올려 두 팔로 감싸안았다. 품에 안은 다리에 상체를 기대 살짝 웅크리고 있다가. 조심스럽게. 머뭇거리며 말을 꺼냈다.
"저번에 나 외출 나갔다가 일이... 있었잖아. 이것저것. 그 이후로 좀. 감각이 이상해져서 말야. 분명 알고 있는 건데 낯설다던가. 내가 알던게 아닌 것 같다던가."
혼자 있을 때는 괜찮다가도 밖에서 누군가와 섞이면 더 크게 느낀다는 말을 하며 몸을 조금 더 웅크린다.
"라라랑 같이 있을 때는 오히려 괜찮아. 귀찮긴 하지만. 닿아있기만 해도 진정제 같은 효과를 주니까. 그러니까 괜찮겠지 싶다가도. 떨어져있으면 문득 치솟아올라. 지금 네 눈에 비치는 내가. 네가 알던 내 모습이 맞나. 제대로 그렇게 보이고 있나. 그런 불안이."
그... 뭔가를 더 말하려는 듯 입술을 열었던 레레시아는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입을 다물고 고개를 숙여 무릎에 기대었다가. 살짝 들고서 겨우 들릴 만치 작게 중얼거렸다.
"그 불안이. 내 감정도 제대로 된게 맞나 하는 의심까지 들게 해서 그래. 어쩐지. 그 이전이 신기루 같고 꿈 같고 그래서."
그런 기분이 드는게 비단 아스텔에게만은 아니었지만. 어쨌거나 아스텔도 포함이었으니까. 어렵사리 말을 마치곤 맥주병을 집어든다. 스스로 잔에 술을 채워 또 단번에 반을 마셔버리고서 다발로 묶은 머리카락을 쥐어 만지작거린다. 시선도 머리카락에 향하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