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길거리에 서서 누가 나이많아보이나요! 하면 저에게 표가 쏠릴 것 같은걸요!" "저는 노안이 아닌데두!" 물론 의념각성자는 겉보기로 나이를 예상하면 안된다지만. 일단 민간인에게 묻는다면 말이다... 그러다가 언니라고 부르면이라는 말에 한번정도야.. 라고 생각하면서
"언니이이..." "같이 가줘요.. 네?" 반짝반짝거리는 눈으로 여선이 유하의 손을 잡으려 하며 말을 합니다. 이렇게 하나하나 언니로 덧씌워 가는 겁니다!
토고는 오랜만에 숙면을 취하려고 만반의 준비를 했다. 하루 밤샘? 오케이. 빨래 후 건조기에 돌린 향긋한 베개? 오케이. 그리고 푹신한 이불? 토고는 이불을 만져본다. 음.. 이 정도면 괜찮지. 오케이. 이제 비밀스러운 헬멧을 벗고 편안하게 수면용 모자로 얼굴 전체를 가리고 자려고 하는데
슥- 슥-
뭔가 긁는 소리가 들려왔다. 방문 앞에. 흰개미라도 들어왔나 싶지만 고것도 아니고... 귀마개라도 끼고 자야지 하고 귀마개를 찾던 도중에 말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앞이라 그런지 더욱 생생하게 들린 목소리.
'여우신 믿는 처자하고... 동물 목소리? 뭐꼬.. 금마 퍼리가?'
순간 띠용?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남의 방 앞에서 이런 짓을 하는 건 용납못하기에 토고는 모자를 벗고 다시 헬멧을 머리에 쓰고 방문을 열었다.
의뢰가 들어왔다. 게이트에서 정찰하는 간단한 의뢰지만 적대적인 생물체 발견 및 해당 생물체를 충분히 제거 가능하다면 제거할 것이란 의뢰이기에 토고는 총과 탄약을 꺼내 점검해본다. 생각외로 총기 점검은 금방 끝났다. 점검이라 해봐야 토고가 들고있는 총기는 장인과 고급 등급이고 과격하게 사용한다고 해도 둘 다 품질이 좋아 자주 점검할 필요가 없기에. 오히려 멋대로 손 대다가 고장날 수도 있기에 대충 상태만 보는 것이다. 그리고 토고는 눈을 옮겨 오현을 쳐다봤다.
'점마는 언제 끝나는교...'
검사의 도구 손질이란 참... 무시하지 못할 일이란 건 알지만 꽤 오래걸린다는 건 참 귀찮은 일이다. 검사에게 검은 생명 아닌가? 거너에게 총이 필요한 것처럼.
‘ 삐용 ’씨의 힘찬 도움 요청이 빛을 발하는 순간...! 오토나시는 방문이 열리자 얼빠진 표정을 지어보이며 양 손의 힘을 뺐고 그 틈을 기가 막히게 캐치한 고양이는 오토나시에게서 벗어나 바닥에 우아한 몸동작을 선보이며 착지합니다.
“ 와. 나 죽는줄 알았다 진짜. ”
그렇게 투덜거리며 은근슬쩍 토고의 두 다리 뒤로 숨는 ‘ 삐용 ’씨.
“ 음. 오늘 ‘ 기숙사 ’에 아무도 없는 줄 알고 ‘ 친구 ’를 데려왔을 뿐이야. ” “ 아니! 이건 분명한 납치야! 이 몸은 학교 담벼락 위에서 쉬고있었을 뿐인데 쟤가 멋대로 ‘ 삐용 ’이라는 이상한 이름을 붙여서 여기로 데려왔다고! ” “ 하지만 ‘ 삐용 ’씨는 ‘ 삐용 ’씨 인걸요- 순순히 ‘ 포기 ’하는 것을 ‘ 추천드리는 것 ’입니다- ”
...상황이 쉽게 정리가 되질 않습니다. 그래도 이 대화에서 오토나시가 의념을 각성한 고양이 한 마리를 고양이의 의사는 무시하고 기숙사 안으로 납치해왔다는 건 알 수 있겠네요! // 3
"이사를 가는 건 자유일 겁니다. 아마 한지훈 총교관님 명의 건물이니까 지내는 건 별 문제가 없겠습니다만, 외부인이라..."
빈센트는 베로니카의 법적 지위를 생각해본다. 무기한 외출(즉 언제든 다시 갇힐 수 있는)을 허가받은 범죄자 베로니카도 같은 집에서 거주를 허락받았다. 법적으로 따지면 빈센트와 베로니카는 가족관계가 아니었는데도 말이다. 법적으로 아무 관계도 아닌 범죄자를 데려와도 문제가 없었다면, 글쎄, 그냥 '외부인' 정도야... 빈센트는 그렇게 생각하다가 어깨를 으쓱인다. 뭐, a가 그랬으니 b도 그럴 것이다보다는 그냥 규정을 보는 게 더 빠를 것이다.
"나중에 규정이 있는지 물어보시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모르는 것이 많다구요?"
빈센트는 네 이름, 이라는 말이 나오자 턱을 쓰다듬는다. 빈센트 이름이야 처음 보는 사이인데 모르는 게 당연하고, 특별반은 미리내고 내부 돌아가는 사정에 밝거나 UHN 높으신 분이 아니면 제대로 알고 있기는 힘들겠지. 그런데 미리내고를 모른다는 것은 조금 신기했다. 빈센트는 아래로 내려가서 상대를 보고 말한다.
"저는 빈센트 반 윌러, 다들 빈센트라고 부르는 사람입니다. 그쪽은 이름이 어떻게 되시나요?" //5 괜찮습니다
문을 열자 보이는 것은 여우 처자와 말하는 고양이다. 저건 퍼리가 아니라 완전한 '동물' 이다. 하지만 말을 하는. 토고는 "워매 귀찮은겨." 하는 혼잣말을 중얼거리고는 자기 다리 뒤로 숨어버린 '삐용' 이란 이름을 오토나시에게 받은 고양이를 고개를 돌려 바라보고는 입을 열었다.
"내는 고양이 싫다. 개파다 개파."
킹갓퍼리강아지가 지존아닌가? 반박시 고양이로 인정하겠다. 하지만 둘만의 대화가 시작되자 토고는 내버려두면 귀찮은 일이 수십배로 늘어날 것 같아서 토고는 오토나시와 고앵이 사이를 가로막듯 바닥에 쪼그려 앉았다.
"어허이. 니 임마, 암도 없다고 기숙사에 함부러 고앵이 데려오믄 되것나? 여 기숙사에 애완동물 출입금지 라 카믄 어키할낀데?"
토고는 일단 정론을 말하고는
"그래도 마 온거 간식이나 주면서 친해지던가 해라. 일단 여 내 방 앞은 시끄러우니께 거실로 가자."
토고는 저번에 그 일을 떠올린다. 어리면서 귀염성 없고 날카롭게 틱틱 거리는 그 성격. 그리고 나름 진지한 이야기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남의 꿈을 비웃는 녀석. 왜 하필 이런 녀석이랑...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사람이 없었다. 라고 하면 변명이 되려나? 생각해보면 특별반에서 전위라고 할 만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이럴수가. 쇼코쇼코쨩이 고양이파가 아닌 개파라니! 오토나시는 토고의 말에 충격받은 표정을 잠시 지어보입니다. 어째서인지... 라기보다는 평소에 헬멧을 쓰고 다니고 사투리를 고수하는 토고의 모습을 보고 오토나시는 마음 속으로 ‘ 토고는 고양이파 일 것이 분명하다!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겠군요...
“ 음. 상당히 ‘ 정석적 ’인 이야기네. 기숙사에 들어오면서 ‘ 벌점 ’같은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지만. 응. 그래도 한 번 확인해 보는것도 좋을것 같아. ”
생각보다 빠른 납득입니다. 오토나시는 뒤이어지는 토고의 말에도 고개를 끄덕이며 순순히 따르겠다는 제스쳐를 해 보이나 고양이는...
“ 친해져!?! 저 여자랑!?!?! 말이 되는 소리라고 생각하냐! ”
토고의 말에 일단 불만을 토하고 보는군요.
“ 아. 간식을 가져와야 하니 혹시 ‘ 삐용 ’씨를 부탁해도 괜찮을까? 음. 이 상황에서는 내가 ‘ 삐용 ’씨를 거실로 데려가긴 어려울 것 같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