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쾌한 소리까지 내가며 바닥을 열심히 쓸던(그러나 효과는 미미한!) 오토나시는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 기숙사를 바라봅니다. 보통 특별반 학생들은 개인활동을 자주 하고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은 다른 지역에 나가있는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니 누군가가 있을거라는 생각은 못한 모양입니다만!
“ ‘ 이거? ’ ”
시윤의 눈이라면 빗자루를 들어서 보여주지 않더라도 빗자루의 상태를 알 수 있겠지만(아니면 이미 완벽하게 빗자루의 상황을 파악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오토나시는 굳이 청소를 멈추고 빗자루를 들어 보입니다. 오토나시는 시윤이 ‘ 언더휴먼 ’이라는 사실을 모르니 어쩔 수 없지요!
“ 음... 그렇다고는 생각하곤 있지만. 꼭 ‘ 이런 빗자루 ’를 사용해야 해. ”
그러니까... 바닥의 먼지를 완벽하게 쓸어주는 성능 좋은 빗자루는 오토나시가 하고자 하는 일에는 사용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겠군요.
특별반 기숙사에 있는 누군가가 오토나시의 이름을 안다는 것은 그닥? 유별난 이야기는 아닙니다. 오히려 뭐라고 해야할까요... 다른 특별반 학생들의 이름을 거의 모르고 기억하려고 애쓰지도 않는 오토나시 쪽이 이상하다는 쪽이 맞겠죠.
“ 그러는 당신은? ”
어쨌든 인간 사회의 예의를 다하기 위해 오토나시도 시윤에게 이름을 물어봅니다. 어쩌면 오토나시에게 있어서는 ‘ 윤시윤 ’이 아니라 ‘ 유하 남친 ’이라고 말하는 것이 효과가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리고 오토나시는 시윤의 당연한 의문에 고개를 가로저어 보입니다.
“ 음. ‘ 청소 ’를 하는 것은 맞아. 하지만 청소라는 행위에 단순히 ‘ 기숙사 근처를 깔끔하게 한다. ’라는 것 보다 더 큰 ‘ 이유 ’가 존재하는 거야. ” “ 뭐라고 깔끔하게 ‘ 표현 ’해야 할 진 잘 모르겠지만 ‘ 기숙사 주변이 깨끗해졌다! ’라는 ‘ 결론 ’은 일종의 덤 같은 느낌으로. ”
흠. 하는 소리를 내뱉으며 오토나시는 고개를 갸웃해보입니다! 아마 기억속의 무언가랑 시윤의 이름을 매치시켜보려고 하는 동작이겠지만, 아쉽게도 오토나시는 ‘ 대운동회 ’기간 동안 어딘가로 사라졌었기에...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질 않아 얼마 지나지 않아 포기하고 맙니다.
‘ 유하의 남자친구 ’라는 엄청난 정보값에 오토나시는 영혼이 빠져나간 듯한 감탄사를 내뱉습니다.
“ 이럴 수 가...... ”
아무튼... 앞으로 오토나시가 시윤의 이름은 확실하게 기억하겠네요!
“ 응. 단순한 ‘ 청소 ’라면 초강력 청소기를 들고와서 1분만 이 근처를 돌면 끝나는 일이니까. ” “ 청소는 많은 종교에서 ‘ 정화 ’와 연결을 짓고 있어. 결과적으로는 ‘ 무언가를 깨끗하게 만든다 ’라는 핵심이 일치해서 그런거일지도 모르겠네. 응. 이건 비유를 하자면 시간을 더 들이더라도 그런 쪽의 효능을 ‘ 강화 ’하기 위한 ‘ 아이템 ’인 셈이야. ”
그렇게 ‘ 엉성한 빗자루로 굳이 청소를 하는 이유 ’를 완벽하게 설명해준 오토나시는 다시 본업(?)으로 돌아와 바닥을 천천히 쓸기 시작합니다.
“ 음. ‘ 나 ’는 ‘ 특별 의뢰 ’가 그렇게 뒤숭숭한 물건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 “ 하지만. 뭐라고 해야할까. 응. ‘ 영월 ’에 이어서 이런 일이 일어나니 앞으로도 이런 사건들이 계속해서 ‘ 특별반 ’앞에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 불길한 감상 ’이 들었어. ”
시윤의 말에 오토나시는 끝내 수긍하고 침착함을 되찾습니다. 사실 이건 시윤이 생각하는쪽 보다는 내 친구에게 애인이 있는데 나는 그 사실을 몰랐어! 라는여자만의 감수성쪽의 문제라고 해야할까요...
“ 응. 복슬복슬하고 따끈따끈하고 귀여우신 ‘ 여우신 ’님을 믿어. ”
시윤의 질문에 ‘ 여우노래 교단 ’이라고 말할 수도 있었겠지만 오토나시는 ‘ 여우신 ’을 믿는다고 대답합니다.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에게 있어선 아무래도 여우노래 교단같은 신흥 종교는 이름도 들어보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지요... 사실 오토나시라면 그런 낮은 가능성을 고려했다기 보다는 그냥 여우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거라는게 함정이긴 하지만요.
“ 하지만 ‘ 특별반 ’에 들어온 이상 어쩔 수 없는걸까. 응. 무언가를 받는다면 그만큼 무언가를 내어줘야 한다. ‘ 세상의 이치 ’인거네. ”
누가 칼들고 특별반에 들어가라고 협박한 것도 아니니... 슬퍼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겠죠.
“ 음. 어떤 방식으로? ”
오토나시는 시윤의 말에 단번에 긍정을 하기보다는 우선 방법을 물어보는 쪽을 택합니다. // 11
조금 팔불출 같은 멘트일지도 모르지만......그래도. 그녀가 행복하길 바라는 사람으로써, 그녀의 친구를 만난건 꽤나 기분 좋은 일이었다.
"과연. 나는 딱딱한 신님은 그다지 선호하진 않지만, 그런 분이라면 호감이 가는데."
.....그래서 무녀복인가? 라고 다시 의문이 들었지만 굳이 입밖으로 내뱉진 않았다. 왜냐면 그냥 입고 싶어서 입은 걸지도 모르고. 두번이나 '왜 입은거야?' 라고 묻는 것도 이상하잖아. 나는 종교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고, 신앙하는 선한 사람들은 좋아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딱딱한 교리나 신에게의 절대 충성 같은 것은 역시나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인간이니까. 그러나 상대의 분위기만 봐도, 여우신님이란 분은 분위기가 조금 편안한 것 같아 다행이다.
"그러네. 뭐어. 기대를 받고 지원도 받았다면, 거기에 부흥할 의무가 있다.....란 것이지. 이번 의뢰도, 보상은 파격적이니까."
요 근래 들어서 이렇게 쓴소리를 많이하는건, 처음일지도 모르겠군. 솔직히 말해서 상대하지 않는 편이 가장 편할텐데도. 그래버리면 나 자신이 찝찝함을 견디지 못할테기에. 대신 잔소리 하기로 한다.
"예의바르게 존댓말을 한다고 예의바른 것이 아니고. 반복되는 사과는 그 무게가 한없이 가볍다. 네 각오와 의지가 남들에게 반드시 이해받는게 아닌 것과 같이. 네 미안함과 사과를 상대가 받아줘야만 하는 의무 같은건, 없어."
이 녀석을 보면서 계속 느끼는 것이다. 본인은 예의를 차린다고 존댓말을 하지만 태도는 결과적으로 일방적이고 무례하고. 습관적으로 미안하다며 내뱉는 사과엔 무게감이 없다. 자신을 받아주는, 사랑하는 여인과의 추억에 매달려 대인관계를 소홀히 했기에 드러나는 한없는 어리광이다.
"나는 여기서 듣고 싶지 않다며 전화를 끊을 권리가 있고, 대부분의 사람이라면 그리 할 것이다. 그러니까 절대로 착각하지 마라. 네가 여기서 한번 더 기회를 얻는 것은, 내가 멍청하기 때문일 뿐이야. 이런 행운이 언제나 오지는 않아. 이 사태를 절대로 긍정적으로 여기지 마라."
결코 이 상황을 자신에게 긍정적으로 해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반성하지도 않을테고. 그럼, 누군가에게 언젠가 비슷한 실수를 또 저지르겠지. 무서운 일이다. 자신의 잘못을 인지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것은. 그러니 난 그 부분을 힘주어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