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목표는 좀 마음에 들었다. 물론 중간에 심부름꾼 대용 인력충원 느낌으로다가 대려와서 대형길드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지만 어쨌든 그건 올지도 안올지도 모르는 먼 훗날의 일이고.
"아직까지는 그래도 적당히 도리를 중시한다는 느낌이니까요."
만약 느낌만이 아니었으면 그녀는 아마도 진지하게 다른 곳으로 이적해버릴까 고민을 했을지도 모른다.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종이의 글자를 읽는다. 왠지 최근에 길드장하고는 상담분위기로 많이 흘러가는 것 같은데, 하기야 여러모로 변화의 시기긴 하니 내실을 다지려는 걸지도.
"소녀는 UGN의 의뢰를 받아 곧 바티칸으로 출발할 예정이어요. 다른 분들께도 같은 의뢰가 주어진 걸로 알고 있사온데 태식씨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지 한 번 여쭤보아야 할 것 같았사와요."
왠지 미리 말해야 할 것 같아 반에 방문한 본래 목적을 말한다.
"만약 잘 해결된다면 10년 뒤에는, 저희 모두가 각자의 목표를 이루어 최강의 길드를 일구어낼 수도 있을것이라 생각되어요."
"낭비인 건 알죠.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쓸 때는 있는대로 다 쓰고, 없으면 버는대로 벌어서 대충 쌓아두고 사는 게 내 인생이었던 것을."
빈센트는 그렇게 말하며, 시큰한 코에 손을 가져다 댄다. 그리고 마도의 놀라움을 시현해보기로 한다. 살아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면, 빈센트는 뭐든 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오현이 하는 말은 딱히... 동감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다음은 나름 공감이 되었다. 빈센트는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한다.
"...어릴 적의 일입니다. 마도를 처음 배운 뒤의 일이었죠. 그 때, 어릴 적의 부족한 지성으로 어떻게든 마도를 깨우치려고 노력했습니다. 내가 왜 부족한지 나름대로 생각해보고, 어떻게든 그걸 해내려고 했죠. 결과는? 실패였습니다. 좋게 말해주려 해도 성공한 부분이 하나도 없었죠."
빈센트는 말을 맺는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내질러서 닿고자 했지만, 결국 닿지 못했다. 모든 것이 실패했다. 정말로 끔찍한 상황이고, 단련이나 공부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많은 이들을 그리 하도록 내모는 원동력이기도 하죠."
나노 머신이나 초소형로봇에 관해서 그걸 어떻게 알았어요? 같은 질문을 하지 않으려고 입술을 살짝 우물우물 움직였다가 아 그러고보니 코멕 사의 초소형 로봇 제품이 있다는 것이나 그런 제품이 있었으면 이러이러한 현장에서 유용했을 것이다. 로 요약되는 이야기를 하려고 노력은 했을 것.
"어디나 돈 들긴 하지만, 의료계는 은근히 돈이 더 들긴 하더라고요.." "그.. 에..정보를 얻는 행위 맞습니다.." 하는 말이 끝나고 나오는 토고의 잔소리에 으에엑 잔소리다! 같은 생각부터 들기는 했지만. 일단 듣고 이해를 못한 건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영성치 200이 쓸모없어! 가 되고싶진 않을 테니까요. 하지만 얜 좀 쓴소리를 듣고 나아져야 합니다. 여선주도 마찬가지지만!
"어 그.. 저 카페 트럭에서 파는 에이드...요? 저 사올 수 있어요." 들은 만큼 생각을 한 번 거쳐서 나오려 하는 말이긴.. 했을까..? 아니 뭐 지금 상황에서 마시지는 않았다지만 이거라도 드실래요? 라며 손에 들고 있던 에이드를 내밀까 고민하다가 말한 거라는 점이 좀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이리와서 좀 앉아봐라. 라고 말한 다음에 잔소리를 좀 했다. 미성년자가 하고 싶은 일이 부모랑 다른건 알지만 이런 식의 수단이 아닌 직접 말을 해봤는지부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한다. 공감하다가 아니라고 고개를 젓다가 여러가지 이야기를 주고 받고는 얌전히 집에 돌아갈 것을 다시 한번 확인 받은 후에 부모에게 연락을 한다.
물론 여선이도 흘러가는 자의 보조자라는 게 자기한테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니까 대충.. 아 이거 예전에도 있었으면 그때 좀 더 편했을 것 같았다. 같은 것에 가까운 이야기였을 것. 그치만 뭔가 화가 났다거나. 속이 답답하다거나 하는 건 조금은 눈치를 챈 듯이 뭔가 말을 더 하거나 붙잡는다.. 같은 건 아닐 것 같군요.
"노력해볼...게요" 물음표를 관성적으로 붙이는 것이긴 했지만. 일단은 주관이 중요하고 어.. 화법적으로 노력을 해보자. 의 문제일 것이다. 다시 한번 노사님 좋으신 분이구나를 깨달을지도.
"안녕히 들어가세요" 그래도 손을 흔들어서 확실히 인사는 하려 하는구나. 다음번에 만날 일이 있다면 유자차에 휘핑.. 아니 이게 아닌데. 제대로 된 카페에서 유자차..라도 사드려야 할 것 같아요.. 라는 생각을 합니다.
//막레네요! 수고하셨어요 토고주! 역시 화법이라던가 그런 건 연습이나 노력이 필요하군요..
빈센트의 삶에서... 솔직히 말해 '성공'은 참으로 먼 단어였다. 빈센트 그 자신에게도 그랬고, 그리고 빈센트 주변을 스쳐 지나갔던 이들에게도 그랬다. 대학에 들어가서 학도의 꿈을 펼쳐보고자 한 이는, 자신의 모든 것을 대학원, 하다못해 학부도 아니고 입학 시험에서 쏟아내고는 실패했다. 자신의 예술 작품을 세상이 알아줄 거라 생각한 후견인은 열심히 목공을 했지만 결국 죽을 때까지 자신의 '성공'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둘의 태도는 달랐다.
"대학 입학 시험에 떨어진 사람은 모든 것을 포기했습니다. 간간이 이야기는 들리지만... 계속해서 방황만 하고 있다는군요."
그렇게 말하면서 다른 하나를 생각한다. 그 사람은... 그래. 멋졌다. 그건 확실했다.
"자신이 걸어온 예술의 길이 인정받기를 기다렸던 사람은... 죽어서까지 인정받지 못했고, 저한테 쓸모도 없어보이는 조각상만 처치곤란한 유물로 떠넘기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끝내 인정받았고, 지금은 어디 갤러리에 걸려 있죠. 뭐, 말씀하신 대로, 끝까지 나아간 후자가 더 멋진 사람이겠죠."
빈센트는 어깨를 으쓱이면서 말한다.
"달려갈 겁니다. 아니, 뭐라 해야 할 진 모르겠지만.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좀 쉬어야지요."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