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수다. 존재의 이유. 지금까지 살아온 것들, 지금까지 품어온 것들. 차마 진실이라 말하지 못한 것들. 부정할 수 없어 품어간 것들, 혐오하기에 애증한 것들, 그럼에도 차마 버리지 못한 것들.
나. 하유하라는 존재의 근원. 어쩌면 그토록 바라는 것이 되어서야 이유를 들을 수 있을까봐. 그때가 되면 나를 제대로 봐줄지 모른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살아온 날들.
그것을 부수는 것입니다.
" 너... "
그 호소에 상대가 고개를 돌려 바라보는 순간. 유하의 손은 이미 뿔 위에 올려져 있습니다. 이깟 것, 그 근원마저 부정하진 않더라도 감히 사랑하지만은 않을 수 있기에 말입니다. 조금의 힘이 육체에 가해지는 것만으로도 유하의 뿔은 산산히 박살납니다. 신기하게도 조금도 고통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 모든 것이 허상이었다는 것처럼. 단지 사라질 것이었다는 듯 말입니다.
부러진 뿔을 치켜들고, 흥분에 색색거리는 숨으로 유하는 저 쪽을 바라봅니다. 감히 닿기도 어렵고 보이지도 않을 허무와 다른 실체를 가진 존재에게 청합니다.
나를 가르쳐달라. 나는, 나의 존재성을 혐오하고 있으니. 이 존재성을 채울 방법을 달라.
그 호소에, 마도사는 유하를 바라봅니다. 단지 그렇게 둘 사이의 침묵이 이어집니다. 그리고 유하는 걸음을 내딛습니다. 대응할 생각따위도, 마음도 없다는 듯 유하를 짓누르던 뇌기의 폭풍은 이제 없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그 앞에 무릎을 꿇곤 자신의 뿔을 내려놓습니다. 그리고 기꺼이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절을 올리는 것입니다.
스승에 대한 예禮. 그것을 올리는 유하를 바라보다가.
" ... 허. "
그는 웃음을 터트리곤
" 하하하하하하하하!!!!!!!! "
상황 속에 미친 듯 웃음을 터트립니다.
" 꼬마야. 네가 무슨 짓을 한지 아느냐? "
그는 웃음을 이어가면서도 정지된 듯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 네 근원을 끊어낸 것은 아니다. 너는 분명, 여전히 드래곤의 자식이겠지. "
그 말에 고갤 끄덕입니다. 유하의 핏속에는 여전히 드래곤의 잔존이 느껴지니까요. 단지.
" 네 손으로 네 근원을 부수겠다? 내 도움을 받아? "
그 사실에 우습다는 듯이 마도사는 웃습니다.
" 절경이구나. 내 마지막을 장식할 꼬맹이가 이리도 미친 녀석이라니! "
유하는 그 말속에서 유독 거슬리는 말을 찾아냅니다.
" 나는 오늘. SS의 경지에 들기 위한 마지막 깨달음을 앞에 두고 있었다. 내가 개척해나간 길 앞에 무엇이 남았는지를 확인하려 했지. "
그때서야 유하는 이곳에 존재하던 함정들을 떠올립니다. 뇌기가 휘몰아치고, 때때론 폭풍처럼 밀려들었던. 단지 그것이 함정이라 생각했기에 부수고 들어왔던 것이.. 사실은?
온 몸에 소름이 돋아나는 유하를 바라보며 마도사는 손을 뻗습니다. 저 손이 그 벽을 넘지 못한 유하를 벌한다면 유하는 분명 죽을 것입니다. 아니 온갖 고통을 토해내며 살지도 죽지도 못하게, 호소하다 죽어갈 것입니다. 마도사. 그것도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마도사들에게 그 길의 가치란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다. 자신에게 가르침을 남긴 아서 도브만의 말. 그리고 그 말에 당당히 누군가의 길을 방해한 유하.
이 금강산에 존재하던 뇌기와 힘은 누군가를 방해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던겁니다. 단지 당연히. 그 깨달음을 열어내기 위해 마도가 반응하였을 뿐이었던 겁니다.
그 속에서 유하는. 그 깨달음을 방해하였고, 또한 일부는 박살내면서 도달한 것입니다. 그 목적을 위해, 깨달음을 얻으려는 이에게.
자신의 목적을 위해 누군가의 숙원을 박살냈다는 것.
온몸이 미친듯이 떨립니다. 그 손이 천천히 유하에게 다가옴에 따라, 유하는 죽음을 느낍니다. 마침내.. 그 손이 이마에 닿았을 때.
" 멍청한 것. "
그는 유하의 뿔의 파편으로 손을 올립니다. 파직, 하는 짧은 뇌전이 지나가자 고통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거슬리던 뿔의 파편이 사라졌을 뿐.
" 만약에 그것이 더 고통스러웠더라도 그랬겠냐? "
유하는 그에 반사적으로 고갤 끄덕입니다. 그 대답에 가볍게 흐, 하는 웃음을 흘린 마도사는 유하의 앞에 앉습니다. 옷이 더러워지건 말건, 상관없이.
헐.......헐 미친... 아니....처음부터 다짜고짜 패드립부터 갈기면서 태도가 날카로웠던 이유가 나는 골드 드래곤의 딸이다!말고도 더 있었군요...?ㄷㄷㄷㄷ 즉 이거 잘못하면 데플각 나올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던 건가요....?! 와....진짜...진짜 다행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