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 ※최대 12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진행 때에는 #을 달고 써주시면 됩니다. 진행레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색깔을 입히거나, 쉐도우를 넣는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스레주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쁘게 꾸며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주도 무협 잘 모릅니다...부담가지지 말고 츄라이츄라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적용하며, 이에 기속됩니다.
빛이라곤 방 곳곳에 박힌 야명주가 전부인 어두침침한 공간. 야견은 가부좌를 튼채로 좌선의 자세를 취하고 있으나, 그 숨소리는 거칠었다. 최근 들어 수양에 힘써 조금 침착해지긴 했으나, 야견은 결국 동네 양아치 출신. 해도 해도 얻어지는 것이라곤 없는 참선에 지쳐,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향해 발을 휘두르고 버럭하고 소리를 지른다.
“아아아아악! 독고고 제갈이고 짜증나 죽겠네!”
차라리 나무인형이 가득한 앞의 방이 나았지. 아무것도 없이 고요한 이곳은 그야말로 야견의 성미에 맞지 않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야견의 동행자인 고불도 마찬가지였나보다. 폴짝 뛰어올라, 야견이 독고, 고불이 제갈이라 하는 등의 뜻 모를 이야기를 하며 사슬을 돌린다. 지식이 많은건 아니지만, 은근 철학적이란 말이지 이 사람.
“으음, 요는 그거지요 고불 형님? 좀이 쑤시니까 한 판 붙자.”
야견은 고불에 말에 동의하듯 자리에서 느긋하게 일어나는 척 하더니, 바로 주먹을 뻗는다. 추혼법권 3성 십연격. 적을 따라가며 열 번의 주먹을 휘두르는 무공이다. 대련인지 시간 때우기인지 모르겠지만, 야견은 예전에 고불과의 대련에서 저지른 무례를 만회하기 위해 나름 전력을 다할 생각이었다. 뭐 하는 김에 그냥 싸우면 심심하니 수다나 떨까.
“동정호 근처에는 흑천성이 있을 거고, 조금만 더 가면 그 산하인 졸부 금봉파도 있을텐데. 시간도 여유도 없는데, 우리도 마땅한 수가 없구만!”
야견이 빠르게 치고 들어온다. 평소라면 사슬을 뒤로 날려 거리부터 벌리고 보겠지만, 이곳은 그게 불가능한 환경. 고로 별수 없이 맞받아치는 수밖에 없다.
추풍쇄 4성 광쵀타. 사슬을 휘둘러 야견의 연격을 맞받아치나 근접한 거리에서 긴 사슬은 제 위력을 내지 못하고 고불은 뒤로 밀리기 급급하다.
"고불! 금봉? 금붕어! 같은 거다 고불? 여기 원래 호수라! 금붕어! 같은 애들 많다 고불?" 정신없이 밀리는 와중에도 야견의 말에서 희한한 것을 들은 고불은 멋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흑천성의 주요 문파를 모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겠지만, 그 와중에 유독 역사도 짧은 금봉파를 고불이 알리 만무하다.
이대로 계속 밀리면 결국 등이 벽에 닿을 것이고 그 시점에서 승산은 사라진다. 별 수 없이 고불은 살을 내어주는 심정으로 자신의 작은 체구를 이용해 야견의 가랑이 사이로 미끄러져 통과하려 한다.
“그치. 싸그리 날아간 동정호에 살고 계셨던 금붕어들 모두 극락왕생하길....이 아니고! 뭐, 고불형님은 녹림 출신이니 잘 모를수도 있겠구만. 어쩌면 흑천성 놈들을 마주칠수도 있으니 이 기회에 이야기나 해둘까...!”
야견은 고불의 상상의 나래에 말려들법 하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주먹을 견제하는 사슬을 돌파하려 한다. 젠장, 여전히 사슬 휘두르는 솜씨가 매섭군. 이곳은 벽 밖에는 없는 방이니 환경적으로는 자신이 유리하다 하더라도 방심하면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 야견은 자신의 발 아래로 미끄러지려 하는 고불을 보고 그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30년전, 호재필이라는 무시무시한 실력자가 사파란 사파는 죄다 때려눕혀 굴복시키고 자기 밑으로 뒀지. 그 패거리 이름이 흑천성이고, 호재필 바로 아래 있는 놈들이 흑천대요. 그 녀석들은 명분이고 뭐고 강함이 제일이라는 것들이지.”
야견은 그렇게 말하며 다리를 일으켜 미끄러지는 고불의 동체를 강하게 밟으려 한다. 추혼법권 5성 발걸기의 응용, 하체의 견제에는 익숙한 바였다. 전력을 다하자.
“그리고 흑천성 밑에는 그 전부터 잘나가던 다섯 패거리들이 있었지. 내가 속한 파계회도 그 중 하나요. 소림사에서 파문당한 땡중 집단들. 금봉파는 최근에야 들어온 녀석들인데 호남 상인들을 보호하며 큰 졸부놈들이요. 말 그대로 금칠을 한 봉을 들고 다니는 돈벌레들이지.”
호재필. 그 이름 정도야 고불도 알았다. 녹림의 채주들이 모이면 으레 그 호재필도 우리 호걸들을 밑에 두지는 못 했다고 떠들곤 하니 모를 수 없다. 그 만큼 그 이름이 뜻하는 힘이 상당하다는 의미겠지.
앗! 여기서 밟히면 잡힌 채로 신명나게 두들겨 맞을 일만 남는다. 추풍쇄 5성 어망투척. 사슬을 날려 고불을 향해 떨어져 내리는 야견의 발목을 살짝 당긴다. 순수한 힘에서 밀리기에 큰 움직임은 못 만들어도 살짝 방향을 틀 순 있다. 그정도면 일단 무사히 빠져는 나갈 수 있으리라.
"고불! 다섯이나 있다? 많다 고불! 호재필의! 다섯! 손가락! 같은거다 고불?" 겨우 겨우 밑으로 빠져나가 벌떡 일어난다. 문제는 사슬을 회수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아직도 거리가 너무 가깝고 고불은 사슬을 뺏기면 음..무림인을 상대로 뭔가 해보기 어려워진다.
"고불! 금봉! 말만! 들어선! 만만한 호구! 같다 고불! 용돈 주머니 아니다 고불?" 봉에 금칠이나 하고 다니는 돈자랑하기 급급한 놈들이 뭐가 무서울까. 굳이 따지면 호재필의 새끼손가락? 아니 새끼손가락은 은근 유용한데 돈이 많아서 유용한가?
일단 급하게 사슬을 당겨 야견의 몸에 걸려있던 사슬을 빠르게 회수해본다. 사슬을 회수해야 뭐라도 할 수 있다.
“그렇게 금칠을 하고 다녀도 돈을 잘 간수하고 다니니 얕볼 놈들은 아니지! 흑천성 놈들도 그걸 아니 그런 신삥 놈들을 아래에 둔 것일 테고,....악!”
야견은 어느샌가 자신의 발목에 감긴 사슬에 균형을 잃어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하게 되버린다. 그 사이 고불은 어느새 자신의 공격이 닫지 않는 상태로 무사히 빠져나가 있다. 젠장, 역시 방심할 수 없다니까.
“물론 호재필의 다른 손가락도 다 쓸만한 녀석들이지. 매리곤문은 설산에 틀어박혀 지내는 샌님들인데, 사파치고는 예의가 바른 별종. 팔룡방은 무림인이라기 보다는 용을 잡아 죽이는 사냥꾼에 가깝다고 들었소이다. 그리고 혈검문은....음, 복건성 쪽 녀석들이니 고불 형님이 더 잘 아시지 싶은데.”
야견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발에 걸린 사슬을 한 손으로 단단히 잡고, 나머지 한 손으로는 지권인의 수인을 맺는다. 상대의 무기를 그렇게 간단히 돌려줄 수는 없는 노릇이지. 법화심법 4성 수양으로 정신을 올곧게 하고, 그 이상으로 몸도 땅에 박힌 것처럼 고정시킨다.
과연 지킬 자신이 있기에 그 만큼 과시할 수 있다는 것인가. 고불은 야견의 말에 납득이 되었다. 지킬 수 없는 것을 과시한다면 멍청이지만 지킬 자신이 있다면 과시하는게 뭐가 나쁘겠는가.
"고불! 매리..이름 괴상하다 고불! 그래도 설산! 취향이 고상하다 고불! 약지다!" 고불만이 아는 이유로 손가락 순서가 매겨진다. 결혼 반지 끼우기 딱 좋은 매리곤문이다.
"고불! 용! 사냥꾼! 뭔지 몰라도 멋지다 고불! 검지다!" 삿대질의 팔룡방.
"고불! 혈검문은 잘 안다! 우리 채주! 혈검문! 친하다! 고불! 근데 혈검문! 조금! 이상한 애들이다! 걔들 중지다!" 쌍욕의 혈검문.
역시 쉽게 회수하게 두지는 않는 모양이다. 고불은 어쩔 수 없이 사슬을 곧장 회수하는 대신 사슬을 튕겨 감았다. 추풍쇄 5성 어망투척. 사슬을 쥔 야견의 손을 중심으로 사슬로 야견의 몸을 감아 조인다. 고불의 힘으로는 큰 피해를 주기는 어려우나 움직임에 방해는 충분히 되겠지. 숨 돌릴 틈이 필요하다.
"고불! 파계회! 야견! 엄지다? 보여봐라 엄지!" 어차피 남은 자리는 엄지 밖에 없으나 그래도 쉽게 줄 자리는 아닌 법. 고불은 가벼운 도발을 건넨다.
“아아, 보여드리고말고! 그런데 솔직히 까고 말해 불만이거든. 엄지보단 손바닥이 갖고 싶단 말이지!”
야견은 고불의 기기묘묘한 손가락 순서 매기기에 이게 맞나, 싶으면서도 납득하고 만다. 은근히 예리하단 말이지. 녹림 사람 특유의 야성의 감인가. 그리고 이어지는 가벼운 도발에 응할 생각이 들었는지 이를 드러내며 웃어보인다. 사슬로 묶여 팽팽하게 이어지는 대치상태. 길면 길수록 고불형님에게 유리하다. 그렇다면,
“흡ㅡ!”
야견은 대치상태의 균형를 깨트리기 위해, 전신에 유지되었던 힘을 이완하고, 이내 묶여있는 몸 전신을 당겨 고불을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기려 한다. 체급의 차이에 환경의 차이까지 겹쳐 이용하려는 생각이었다. 이 상태로 주먹은 쓸 수 없겠지만, 몸 전체를 부딫혀 벽까지 끌고 갈 수 있다면 승기를 잡을 수 있으리라.
손바닥이라. 괜히 부처님 손바닥이란 말이 있는 게 아니겠지. 역시 절에서는 손바닥이 중요한가 보다.
그런 생각을 오래 할 여유는 주어지지 않았다. 야견이 본격적으로 힘을 쓰자 고불이 그리 끌려가기 시작한다.
"고불! 그래서 아까! 야견!이 말한 흑천대! 그게 지금! 손바닥이다? 걔들은 뭔 관계다 고불?" 끌려가면 패한다. 그렇다고 사슬을 놓으면..그건 그거대로 답이 없겠지. 어차피 야견도 주먹이 봉인된다. 자신의 사슬이 봉인되는 쪽이 타격이 더 크긴 하겠지만..방법이 달리 없다.
고불은 야견이 당기는 힘을 받아 그대로 야견에서 뛰어들며 기세 그대로 발차기를 날린다. 이 일격 이후로는 집요한 난투극이 벌어질 테니 여기서 우위를 점하지 않으면 비비기조차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