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금 중얼거리는 대답. 반복되는 단어, 생존. 이스마엘의 노이즈 속 표정이 보이지 않지만 제법 눈이 돌았음은 알 수 있을 테다. "영원불멸한 것은 없어.." 알 수 없는 한마디. 정말 보고 싶은 사람이 여기에 없다고 해도 살아남아야만 한다. 명령이니까. 명령은 필수불가결이다. 이스마엘은 지금 명령을 따르고 있었다. 살아야만 한다. 살아서.. 살아서─
……정면으로 확실하게 날아오는 공격이 아니라면.
땅을 내려찍어 바닥이 크게 흔들릴 적 이스마엘은 공중에 떠올랐다. 카시노프의 관절은 꺾이지 않았고, 비슷하게 엘리나도 공격을 할 때 죽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무언가가 비호하고 있음은 자명한 사실이요, 이스마엘은 보이지 않는 것으로 눌러야 한다 생각했는지 떠오른 상태에서 눈짓했다.
상대의 무장이 너무나도 단단하니 제 보검의 이가 나가는 게 아닐까 걱정이 들까. 흠집정도 밖에 내지 못했는데 그마저도 금방 원상태로 돌아가버리니, 이어지는 에스티아의 말을 듣고서 어이 없다는듯 한숨을 내쉰다. 이래서야 원. 어떻게 해야 할지 감도 안 오고. 생각하다, 채 상대의 공격을 피하지 못한다. 충격 웨이브에 그대로 휩쓸려 바닥을 구른다.
지진에 휘말리면서도 레레시아는 독액을 쏟아부었고 그것은 분명히 플래나에게 명중했다. 무장의 일부가 부식되는 듯 했고 플래나의 입에서 작은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허나 이내 독액은 또 다시 투명한 액체가 되어버리더니 증발하듯 사라졌다. 한편 이스마엘의 염력이 플래나를 억누르기 시작했고 그 사이에 선우는 파편과 불길이 전해지도록 조절해서 수류탄을 던졌다. 이내 쾅!! 하는 소리가 울려왔고 플래나의 장갑이 아주 살짝 금이 갔고 그을리긴 했지만 또 다시 검은 빛이 돌더니 그 장갑은 원상복귀 되었다. 데미지는 들어가지만 장갑은 지속적으로 회복이 되는 것일까. 아니면 저것조차도 플래나의 세븐스 능력인 것일까.
"조금 아프긴 하지만 그 정도로군요. 그래도 가디언즈를 꽤 고생시킬 정도는 되는군요. 축하합니다." "왜 살아야하죠? 지금의 당신은 아무리 봐도 살고 싶어서 살고자 하는 것이 아닌 것 같은데." "그런가요? 그렇다면 직접 느껴보도록 하십시오. 물론 피할 수도 있을테니, 피한다면 그것도 상관없겠지요."
이내 플래나는 단번에 빠져나가더니 기합을 넣었다. 등 뒤에서 검은색 빛, 정확히는 버스트의 빛이 번쩍이기 시작했다. 뒤이어 플래나는 신디와 선우 쪽으로 두 손을 쭈욱 뻗었다. 이내 그의 양 손에서 뭔가 강한 에너지 기운이 멤돌더니 보이지 않는 '풍탄'이 두 사람에게 날아갔다. 그것은 아스텔이 사용하는 능력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보이지 않기에 오로지 감으로만 대처해야만 하는 능력. 그것은 명백하게 두 사람의 명치를 향해서 발사되었다.
"앞으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버텨줘!! 다들!"
에스티아는 어떻게든 버틸 것을 요구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른 것일까. 시간을 계속 체크하는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시간을 끄는 것은 일단 지금까지는 어떻게든 성공적인 모양이었다.
/풍탄 발사. 타깃-선우&신디. 데미지 1200. 그러나 버스트 공격형 버프로 인해 X2배. 가드 브레이커 장착. 데미지는 2400.
9시 45분까지!
앞으로 2턴 후. (플래나의 공격이 2번 더 나오는 시점) 전투 종료.
누군가가 움직일 수 없는 신디를 구해줘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물론 아스텔이 기동형이니 버스트를 써서 신디를 데리고 회피할 수도 있지만..일단 그건 공평성을 위해서 오더가 있어야 가능하기에!
그녀의 공격과 동료의 공격이 들어가는 것을 보며 그런 의문이 들었다. 왜 피하거나 맞기 전에 상쇄하지 않을까? 일부 물리적인 공격은 그러는 것 같지만 독액이나 염력은 맞은 후에야 반응한다. 일부러? 기만인가? 길게 생각할 수는 없었다. 지면의 충격을 버티며 독액을 생성해내다가 타겟이 된 동료 둘을 보고 쳇, 혀를 찼다. 그래서 급히 아스텔을 부르려고 했으나 그럴 필요까진 없을 듯 했다. 그렇다면-
"아스텔! 플래나 주위로 칼바람을 계속 날려! 사방으로!"
어차피 버티기만 하면 되는 거라면 애꿎은 힘 쓸 필요 없다. 아스텔에게 플래나의 시야 교란을 위한 조력을 맡기고 다시 상당한 양의 독액을 분출한다. 그대로 기회를 엿보다가 다시 단번에 몰아서 플래나의 위로 쏟아붓는다. 끈적한 독액이 터뜨린 듯 왈칵 흘러내린다.
이스마엘은 드디어 고개를 들 수 있었다. 노이즈 너머로도 시선이 느껴질 정도로 정확하게 플래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질문하는 것에 답하려는 듯하더니만 한마디만 뱉었다.
"레인이라는 여자도 그렇고, 당신도 그렇고. 무슨 일이 있었는진 묻지 않겠습니다."
단지 그뿐이었다. 이내 다시금 되뇌어 본다. 살아야만 하니까. 이스마엘은 버스트의 빛을 뒤로 강한 에너지를 느낀다. 도너티. 소중한 너, 다행스럽게도 피할 수 있었던 것 같지만, 당신에게 향했다는 사실에 잠시 심장이 철렁했다. 너를 얼마만에 만났는데. 아니, 아니야. 너도 네 생각이 있을 텐데 내가 걱정을 끼치게 만들면 안돼. 이스마엘이 인형을 움직이듯 손을 뻗더니 꺾는다.
"버스트."
주변으로 펼쳐진 에메랄드빛. 직접 꺾을 수 없다면 주변을 비틀면 되겠지. 플래나를 직접 공격하는 것이 아닌, 플래나 주변을 보이지 않는 힘으로 꺾어들려 시도했다. 팔과 다리가 있는 부분을 서로 역방향으로 짓누르려 시도한 것이다. 그리고. 팔은 특별히 비틀어보려 시도했다.
1위라는 이름에 걸맞는 강함은 지니고 있을 테지만. 그게 무적임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그 역시 살아있는 사람이고, 가해지는 공격에 고통을 느끼는 것처럼 보였기에 너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세븐스로 직접적인 타격을 주기는 조금 어려울지라도. 보검 무장에 피래를 누적시킬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터다. 애시당초 플래나와 마주쳐 패퇴시키는 것을 주문한 것이 아니다. 임무는 시설의 파괴, 그리고 복귀. 살아 돌아가기만 해도 승리다. 그 와중 플래나의 공격이 선우와 신디를 노리는 것임을 느꼈으나. 발빠르게 대처한 선우 덕분에 두 사람은 모두 공격을 피할 수 있어 보였다. 그렇다면 네가 할 일은... 버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증명하듯 에스티아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너는 혹시 에스티아에게 향할지도 모르는 공격을 미리 차단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며 소총을 꺼내들었다. 가늠자 끝에 놓인 플레나의 얼굴, 무장으로 감싸인 얼굴을 노려 방아쇠를 당기니 파열음과 함께 총탄이 날아든다.
"지금... 전력을 다하고 있는 건 아닐 테니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조금이나마 몰아세울 가능성이 있는 거겠죠."
닿기도 전에 공격을 무력화하는 건 아닌 듯했으므로, 적어도 무장에 공격이 닿아야만 한다고 판단한 너는 계속해서 그가 무장을 수복하고, 공격을 무효화하는 데 집중하게끔 유도하고자 했다. 네가 할 수 있는 건 그 정도뿐.
다행히 선우는 버스트를 써서 신디와 자신을 회피시킬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레레시아와 쥬데카의 요청에 아스텔은 플래나의 주위로 칼바람을 연쇄적으로 날렸다. 정확하게는 플래나에게 명중시키는 일 없이 일부러 움직임을 봉쇄하듯이. 그리고 에스티아는 드론을 띄워서 칼날을 회전시키면서 마찬가지로 플래나를 견제하면서 움직임을 봉하려고 했다. 이내 선우는 섬광탄을 꺼내서 집어던졌고 그 섬광탄은 크게 번쩍였다. 하지만 눈을 마스크로 가리고 있는 플래나였기에 큰 효과는 없었던 모양이었다. 이내 이스마엘은 버스트를 써서 플래나의 팔과 다리가 있는 부분을 비틀려고 했다. 공간이 비틀리자 당연히 플래나의 움직임이 봉쇄되었고 플래나는 그 상태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팔이 살짝 꺾이는 듯 했지만 잡히는 것은 장갑 부분이었다. 허나 그렇게 잡아낼 수 있었기에 쥬데카가 쏜 총탄은 플래나의 얼굴에 명중했다. 허나 그 총알은 이내 물렁물렁해지더니 땅으로 툭 떨어졌다. 그리고 단번에 플래나는 이스마엘의 염력에서 빠져나왔고 다시 한 번 자신의 무장을 회복시켰다.
"무슨 일이 있었냐라. 후훗. 제가 말해줄 수 있는 것은 '비능력자 보호 법령'은 저의 누님의 말로 인해 시작되었다는 것 정도가 되겠군요. 그래요. 여러분들이 따르고 있는 로벨리아 레베우스에 의해서 말이지요. 하지만 원망하진 말아주십시오. 누님은 누님 나름대로 자신의 생각을 말한 거니까. 그리고 저도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태연하게 대답을 하면서 플래나는 잠시 몸을 푸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쥬데카를 바라보면서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실례했군요. 하지만 이 상태가 되면 조금 몸을 풀지 않으면... 저에게도 어느 정도 반동이 오기 때문에. 그렇다면 이제 준비운동은 마치고 슬슬 시작해보도록 하죠."
이내 플래나의 등 뒤에서 지지대가 나타났고 그 지지대는 땅에 그대로 틀어박혔다. 그리고 플래나는 오른발을 들어올렸다가 땅을 쿵 내려찍었다. 이어 모두가 밟고 있는 땅이 마치 늪처럼 물렁물렁하게 바뀌었다. 빨리 빠져나오지 않으면 그대로 붙잡힐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리고 뒤이어서 플래나는 오른팔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 손바닥에서는 붉은색 에너지 덩어리가 모이고 있었다.
"뭐, 그대로는 아니긴 하지만 블랙 스케빈저에 장착되어있는 핵 미사일에 들어있는 에너지입니다. 물론 가공이 되지 않았기에 그것보다는 약하긴 하지만... 적어도 여러분들이 맞아서 무사한 것은 아니지요."
이내 붉은색 에너지 덩어리는 더더욱 커졌고 전방을 향해 빔 형태가 되어 에델바이스 멤버들을 흽쓸려버리려고 했다. 핵융합으로 이뤄진 에너지 덩어리는 이내 강한 폭발을 일으켰고 건물을 통째로 흔들기 시작했다.
/마테리얼 체인저 발동. - 늪의 성질을 가진 땅에 붙잡히게 될 시 빔에 100% 명중. 가드 브레이커. 단 방어형은 방어 가능. 땅에서 벗어나는데 성공할 시, 절대 방어 사용 가능. 데미지 1500. 땅에서 풀려나는 것은 회피다이스와 동일. 땅에서 풀려난 이후 빔을 피하기 위한 회피다이스도 필요. 즉 다이스를 2번 돌리셔서 2번 다 회피가 뜨면 무사할 수 있다는 그런 이야기에요. 기동형의 경우는 자신 한정해서 땅에서 벗어나는데 성공하면 버스트를 써서 완전 회피가 가능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