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마엘은 여가시간에 공터에 있는 것을 즐겼다. 공터는 외진 곳에 있어 인적이 거의 없다시피 하거니와, 마을의 부차적인 건설을 하다 만 자재가 쌓인 모습이 알기 어려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이유도 있었다. 과거에는 자재 더미에 앉아 저 멀리 너머에 있을 일상의 소리를 듣곤 했다. 그 이후에도 여러 임무를 마치고 올 때면 이스마엘은 공터를 찾았고, 지금은 에델바이스의 비밀스러운 안식처가 되었다.
지금도 이스마엘은 공터에 있었다. 소란이 있었음에도 근신은 짧았다. 그 기간 동안 반성할 수는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달리 말하자면 여전히 이상향에 대한 마음도, 아버지에 대한 마음도 갈무리할 수 없었다는 뜻이다.
이스마엘은 허공을 원수를 쳐다보듯 노려다 보듯 하다 눈을 감고 신경질적으로 노이즈 속 앞머리를 헝클었다. 걸쭉하니 F로 시작하는 욕설을 한 단어 뱉더니 주머니를 뒤적거려 엄지로 무언가를 밀어 올리고 손목을 두어 번 털었다. 그리고 고개를 꺾듯 하더니, 다른 손을 들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지 않아 노이즈 너머로 창백한 연기가 어스름히 피어오른다. 그리고 고개를 돌렸다.
"뭡니까?"
평소답지 않게 가시 세우는 이유는 주변 눈치를 볼 이유도 없거니와 당신이 아버지를 대했던 태도를 익히 기억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재 턴다.
이러한 곳에 특별한 용무가 있어 찾아오는 인물은 드물 것이다. 그러나 내가 용무가 있는 사람이 이곳에 용무가 있다고 하면, 찾아올 수 밖에 없겠지. 꺼림칙한 장소다. 왜인지 구체적인지는 말하기 힘들다만, 뭔가 재생되려다 만 어중간한 기분이 드는... 마치 아물다 만 시뻘건 상처같아서 꺼려지는 장소였다.
"흡연 중에 말을 거는 걸 상당히 싫어하나보군."
물론, 그런 게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나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질 수 없다는 것도.
"지난 번 작전 때문인가?"
이스마엘의 대답이라도 대신하는 듯, 바람이 이쪽으로 불어온다. 털린 재에서 남아있던 불빛마저 사라져가며 내 쪽으로 날아들더니, 곧 바람과 함께 흩어졌다.
붉은 저항의 에델바이스 제 0 특수부대를 만들었다. 제 0 특수부대는 본격적으로 위험한 임무을 맡게되는 말 그대로 특수부대이다. 제 0 특수부대원들에겐 세븐스의 힘을 강화시킬 수 있고 자신만의 커스텀 무장과 장갑을 만들 수 있는 '보검'이 주어진다.
가디언즈에는 병사들을 지휘하는 간부 클래스가 총 7명이 있으며 이 중 제 7위인 레이버가 제 0 특수부대원들에게 무너진다. 한편 레이버는 마지막으로 리타이어하기 전, 쥬데카에게 자신의 힘이 담겨있는 세븐스 입자를 내밀었고 보검이 파괴되었으나 이내 제 6위인 엘리나에게 회수된다.
제 6위 엘리나는 원래 다른 레지스탕스 멤버의 일원이었으나 현재는 가디언즈에게 붙잡히고 제 5위인 카시노프에 의해서 조종당하고 제 0 특수부대원들과 싸웠으나 패배 후 리타이어. 허나 카시노프가 회수해갔다.
한편 어제 시점은 아니었으나 제 3위인 글라키에스와도 대치. 수많은 세븐스 아이들을 붙잡아서 싸우고 죽이는 것들을 가르치고 서바이벌 방식으로 1인만 살아남아서 거기서 살아남은 제일 강한 이를 가디언즈의 병력으로 쓰려고 하는 '고독' 프로젝트를 막고자 글라키에스와 대치했으나 상당히 밀리던 와중 겨우겨우 모두의 보검에 깃들어있는 사이버 엔젤. '루시아'가 등장해서 버스트를 각성하고 겨우 임무를 완수할 수 있었으나 가디언즈 쪽에서도 '검은 루시아'를 가지고 있었으며 현재는 적대 관계.
아무튼 현 시점 제 7위와 제 6위는 쓰러졌고 남은 간부 클래스는 5명. 현재 본격적으로 모습을 보인 것은 제 1위인 플래나, 제 3위인 글라키에스. 그리고 제 5위인 카시노프.
덧붙여서 붉은 저항의 에델바이스를 만든 로벨리아는 플래나의 누나이자 U.P.G의 총수인 아르센의 딸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또한 비능력자 보호법령도 로벨리아에 의해서 발령되었다는 것도 밝혀졌다.
한편 가디언즈와는 별개로 레인이라는 여성이 세븐스와 비능력자의 평화를 추구하는 이들을 이 세상에서 멸하겠다는 일념 아래에 활동 중이다. 세븐스를 복사해서 자신이 사용할 수 있기에 싸울때는 상당히 요주의가 필요하다. 현재 블러디 레드, 로벨리아, 에스티아, 레이버, 이스마엘의 세븐스를 뺏어서 복사한 상태. 스토리에서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엘리나의 세븐스도 이후 복사된 상태이다.
아무리 그래도 가족이었는데. 아니, 이젠 육신만 존재하던 그것을 가족으로 받아들여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받아들일 걸 알면서, 혼란의 끝에 뱉어버린 언사가 경박하다 못해 끔찍하다는 것도 알면서. 굳이 정정하지 않았다. 정정해 봤자 죽은 사람이 돌아오는 것도 아니니.
알기만 하는 정도가 아니었다라. 손가락으로 두어 번 튕기듯 재를 땅에 털어내며 당신을 향해 시선을 돌린다. 아버지와 어떠한 관계가 있는지 알지 못하니, 권총을 꺼낼 적엔 당연하게도 눈이 가늘어진다. 같은 동료니 설마 쏘겠냐마는, 갑작스러운 무기의 등장에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이스마엘은 당신의 입에서 나온 아버지의 이름에, 반쯤 탄 연초를 자재에 아무렇게나 비벼 끄더니 헛웃음을 한번 흘리며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다. 이런 우연이.
"언제였더라. 그래, 아버지가 죽기 직전 돌아온 적이 있었습니다. 평소에는 상처를 입고 돌아오셔도 내색하지 않던 분이셨지만 그날은 달랐지요."
이스마엘은 그 순간을 잠시 곱씹듯 말을 끊었다.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평소 같으면 의무실에서 충분한 치료를 하고 돌아올 사람의 제복은 피투성이요, 어디 하나 성한 곳이 없었던 것은 둘째치고 금방이라도 눈을 뒤집고 쓰러질 것 같은 모양새였으니. 그날 아버지를 부축하며 당혹감에 휩싸여 어찌나 울었는지.
"난생처음 보는 모습이었습니다. 늘 자상하던 얼굴은 창백하고, 표정은 굴욕과 분노에 얼룩졌으니 말입니다. 단단히 혼이 날 각오를 하며 쓰지 말라고 했던 세븐스를 사용했는데도 혼은 고사하고 제가 세븐스를 사용했다는 것도 모르실 정도였습니다."
말을 이어가며 당신을 향해 시선을 정확하게 던졌다. 노이즈 너머로도 당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게 느껴질 정도로.
"레이먼드 나이벨. 어디서 많이 들어봤다 했더니만.. 아버지를 거기까지 몰아간 '그 선글라스 쓴 개자식'이 당신이었군요."
>>354 성공적인 해장을 하고 오셨군요~ 마음 써서 질문해주니 뮬주도 많이 즐겁습니다앙... 비설이 통과된다면 3년에서 2년 반 사이를 생각하고 있어요 🤔 전혀 사수가 될 수 없는, 막내같은 고참, 고참이지만 아기라서 막내 취급...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요.
당시의 상황을 상기하자니 느꼈던 충격이 다시금 머리를 맴도는 것 같다. 아버지는 오로지 자신이라는 존재 하나 때문에 치료를 하지 않고, 굳이 위태로운 몸을 이끌고 멀리 동떨어져 아무도 살지 않는 폐허에, 열악한 환경까지 찾아왔다. 다행스럽게도 응급처치 이후 아버지가 정신을 차려 의무실을 찾은 뒤, 오랜 기간 동안 집에 들어오는 일이 없었을 때가 되고 나서야 이스마엘은 아버지가 자신이 안전한지 확인하기 위해 몸을 이끌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순간의 무력감과 공포를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나 또한 이곳에 몸담고 있으니 당신이 한 행동이 무엇인지는 이해합니다."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이해할 수 없다. 양극적인 감정이 교차한다. 아버지는 가디언즈였으니, 레지스탕스나 그 비슷한 단체와의 충돌은 당연한 것이다. 그렇지만. 덤덤하게 뱉은 단어와 달리 장갑 낀 손이 부들부들 떨려오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저 사람의 잘못이 아닌데도. 해야만 하는 일이었을 텐데도.
"마지막 말은 안 하는 편이 좋았을 텐데."
후들거리는 손을 들키지 않기 위해 주먹을 말아 쥔다. 가죽끼리 서로 거세게 맞닿아 뻣뻣한 소리를 내고, 숨을 깊게 쉬기 때문인지 흉곽의 움직임이 도드라진다. 노이즈 속에서 턱 근육이 팽팽해졌다.
"그 상처가 남긴 후유증만 없었더라면, 아버지가 내 품에서 돌아가시지 않고, 레이버에게서 같이 도망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을 텐데.. 그런 생각을 치울 수가 없잖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