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는 나무가 이렇게 많이 자랄 수 있다는 경이를 느끼면서 밀림 게이트 안을 거닐었다. 이 밀림 게이트는 특이하게도 너무나도 크게 자란 나무들과 덤불들이 너무도 오랫동안 이곳을 막으며 신비한 무언가를 축적한 나머지,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를 구성하는 '경계'가 되었다고 했다. 뭐 그건 빈센트와 같이 온 동료가 알 바는 아니고, 이계의 국소생태계에서 자라난 특이한 식물을 채취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니 꼭 찾아오라고 했다.
그래서 빈센트는 한숨을 쉬면서, 거기에 적혀있는 것을 본다. '사마란 장대꽃', 뭐 혈액순환에 좋다니 기미잡티가 사라진다니 정력에 좋다니 별별 말은 다 있었지만, 파릇파릇한 건 풀이요 빨간 건 꽃인 이곳에서 이렇게 생긴 건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빈센트는 한숨을 쉬며, 뒤돌아서 동료에게 묻는다.
그럼 실제로 본 적은 없겠지. 실제로 자주 보고 채취해본 사람과, 그림으로만 본 사람은 약간의 차이가 있다. 아무리 극사실주의적으로 식물을 그려도, 아니, 극사실주의적 그림이 아니라 아예 사진을 찍어놔도, 그걸 본 사람과 실제로 본 사람은 다르고, 실제로 본 사람과 자주 실제로 본 사람은 달랐다. 그래도 아예 모르는 사람이랑 같이 온 것보다야 낫다고 생각하면서, 일주일 내내 하나 찾았다는 말에 한숨을 쉰다.
"어쩐지, 고작 꽃 몇송이 찾는 의뢰가 보수가 왜 이리 좋나 했더니만."
어쨌든, 빈센트는 해야 할 일이 있었으니. 빈센트는 여선에게 제안했다.
"이렇게 하시죠. 제가 마도로 땅을 싹 다 갈아엎으면, 여선 씨랑 제가 같이 찾아보는 겁니다."
"실물 사진은 없진 않은데.. 보통 찾을 때쯤이면 개지쳐서 사진 초점이 조금씩 영...이라고 하네용" 보수가 왜이리 좋냐는 말을 듣자.. 그럴 만도 하죠? 라면서 일주일 내내 한송이 찾은 게 고작이라고 하는 의뢰후기를 흘깃거립니다만..
"근데 보통그런 갈아엎는 거 하면 손상가지 않나요..?" 마도로 갈아엎다니 쏘 바이올런스!(=폭력적)인데욧?! 이라는 말을 하면서 일단 수색을 해보고 결정하는 건 어때요? 아니면 조금 더 찾아보고 그러면서 찾는 요령을 발견한다거나요... 라면서 말려보려 합니다. 아니 그치만 마도로 엎는다 하면 어쩐지 절망편이 머릿속에서 펼쳐질 것 같고?
"저기. 저거 닮은 거 아닐까요!" 일단 되는대로 가리켜 보는 여선입니다. 저게 사마란 장대꽃일까요?
"그럴 법도 하군요. 일주일 동안 그것만 찾느라고 이 밀림을 돌아다닌다? 각성자라도 카메라 하나 들고 있기 힘들 법합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게이트 바깥으로 들고 나가서 연구진이 좀 제대로 찍으면 안 되는 거냐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다른 이유가 있겠거니(고향 게이트와 상이한 지구의 대기에 접하면 쉽게 변질되거나 다른 외형으로 변한다던지) 한 빈센트는, 잠자코 여선의 말을 듣고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 빈센트는 수색을 하자는 의견에, 바닥을 가리킨다. 말이 좋아 바닥이지, 그 '바닥'은 길면 둘의 가슴께, 짧아도 무릎까지 오는 풀에 잠식당해 있었다. 빈센트는 그것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뭐가 보이지도 않을 겁니다. 차라리 마도로 땅을 갈아엎으면서 뿌리들도 드러나게 하는 게 좋을 겁니다. 보니까 사마란 장대꽃은 뿌리가 깊어봐야 20cm라는데, 이 정도면 마도로 조심히 탈탈 털어내면 잘 뽑힐 겁니다."
...라고 말하고, 거기를 보는데... 빈센트도 확실히 비슷한 것 같아서 보니, 조금 달랐다.
"사마란 장대꽃은 잎이 마주난다고 하는데, 이건 어긋나고, 꽃봉오리도 파란색이라서 빨간 사마란 장대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다만 그 차이만 빼면 사실상 사마란 장대꽃이나 다름없군요."
빈센트는 여선의 이야기에 다시 한번 의뢰를 본다. 의뢰에는 사마란 장대꽃을 가져오라고 되어 있었는데... 내용을 보니까 "완벽하게 보존된 상태로 진공 포장해서 가져오라"고 되어있었다. 빈센트는 주머니에서, 의뢰 수주와 함께 받았던 진공포장 봉투를 본다. 빈센트는 그것을 보고 한숨을 쉬며, 여선에게 말했다.
"...아주 섬세해야죠. 제가 마도 A랭크까지는 아니더라도, B랭크 정도는 되는 게 다행이군요."
빈센트는 그렇게 말하면서, 최대한 섬세하게 땅을 '갈아 엎었다.' 빈센트가 눈을 감고 힘을 주자, 빈센트와 여선 앞에 있던 땅이 천천히 하늘로 들려 올라가고, 땅에 잠들었던 뿌리들이 우직, 파직, 찌직, 같은 나름의 소리로 비명을 지르며 딸려나왔다. 그리고 빈센트가 손을 흔들자, 올라간 땅이 흔들리면서 흙먼지가 떨어지더니 뿌리들이 드러났고, 빈센트는 손을 풀어 그것들을 떨어뜨렸다. 그리고 그 다음은? 반복노동의 시간이었다.
"이건 아니고, 이건 확실히 아니고, 이건 비슷한데 아니고..."
빈센트는 그렇게 말하면서, 눈에 익은 무언가를 보고는 여선에게 말한다.
"이게... 그 사하란지 사마란장대꽃인지 하는 그거 아닙니까?"
빈센트의 목소리는 무심함을 가장하려 해도, 기대를 숨길 수 없었다. //9 여선주 다이스운 실화?
빈센트는 그렇게 말하고, 여선이 말한 곳으로 가본다. 어차피 의뢰는 달성했지만, 더 퍼주면 보너스도 두둑이 챙겨준다고 했으니, 나와서 나쁠 것은 없었다. 빈센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다시 한번 마도를 가동한다. 다행히도, 게이트가 빈센트의 출신 세계와 완전히 상이한 곳은 아니라서 그런지 마도를 운용한다고 망념이 턱턱 쌓이지는 않았다. 빈센트는 다시 한 번 눈을 감고...
"진공포장진공포장~" 즐겁게 진공포장을 해서 인벤토리에 넣고는 싹 다 파버린다는 말에 미묘한 웃음을 흘립니다.
"하지만 싹 파버렸다가 뭔가 잘못 건드려서 보스전을 하고 싶지는 않아요..." 뭔가 파는 게 실수라면 뭔가 후루룩 지나갈수도 있지 않을까? 같은 여선주의 망상은 넘어가고 이번에는 성과가 없자.. 그러면 적당히 파본 다음에 나가는 걸로 할까요? 라는 말을 하는 여선입니다. 대충 찍은 몇개의 포인트에서 열심히 캐보면 한두개쯤 더 나올수도 있지 않을까?
빈센트는 여선의 말을 따라하면서, 딱 봐도 성과가 없을 것임을 짐작한다. 다 이름없는 잡초나 정체모를 무언가일 뿐, 빈센트와 여선이 찾고 있는 사마란장대꽃은 척 봐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비슷한 무언가라도 보이지 않아서, 빈센트는 여선이 알아서 찾게 내버려둔다. 그리고... 이번에는 여선이 찾았다. 빈센트는 실소를 터뜨리며 여선을 칭찬한다.
"발굴의 천재시군요! 이거 의료가 아니라, 고고학이나 금광탐사 쪽으로 나가셨으면 나이 30이 차기도 전에 10대가 놀고 먹을 재산을 쌓으셨겠습니다."
빈센트는 진공포장 봉투를 열어서 여선에게 건넨다. 이제 한 번만 더 하면 될 것 같은데... 빈센트는 보스전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위험성은 별로 없다고 했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죠. 이쯤에서 게이트를 나갈 길을 찾아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왠지 오늘은 운이 좋은 것 같아요!" 넌 항상 운은 좋았어.... 라는 소리는 들리지 않으니. 여선은 고개를 크게 끄덕이면서 나가는 길에 천천히 찾아보자고 말하면서 재산을 쌓았겠다라는 말을 듣자 에이... 그정도는 아니겠죠. 라고 답합니다. 그야.. 여선이 생각보다 운에 대해서 신경 안 쓰는 편이고?
"생각해보니까 저희 들어온지 엄청 오래된 건 아닌데 나오면 포기하겠다고 나온 줄 아는 거 아니에요?" 근데 그때 딱 세개의 사마란 장대꽃을 내주면서.. 라는 말을 조잘조잘거리는 여선입니다. 빈센트가 찾아내길 바라는 것처럼 반짝반짝거리는 눈으로 바라보기는.
빈센트는 그렇게 말한다. 빈센트는 하는 척을 하는 사람과, 안 한 것 같으면서도 실제로는 한 사람 중에서 '실제로 한 사람'으로 보이는 쪽을 더 선호했으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챙기려는데, 빈센트는 꼭 찾았으면 좋겠다는 듯한 그 표정에 어깨를 으쓱인다. 뭐, 해봐서 나쁠건 없겠지. 어차피 시간은 넉넉하다 못해 흘러넘쳤으니까. 빈센트는 다시 한번, 손을 흔들었고...
빈센트는 이번에는 반드시 찾겠다고, 오기를 가졌다. 그동안 빈센트가 오기와 분노로 무언가를 추진했던 적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고작 꽃 몇송이에 오기를 가졌던 적은 없었다. 고작 몇송이, 라는 것이 오히려 빈센트의 독기를 더 키워서, 안 나오면 이 밀림을 불태워버리겠다는 각오로 열심히 찾기 시작했다.
두송이나 찾았는데 아무도 우릴 막을 수 없으셈! 같은 자랑스러운 표정을 짓는 걸 상상한 듯 입꼬리가 씩 올라가기는...
"인생 뭐 찾을 수도 있고 못 찾을 수도 있죠!" 하지만 그래도 찾을 수 있을 때 최선을 다해야 하니까요! 라는 말을 하면서 빈센트와 자신이 흔적같은 것도 못 찾은 걸 보고는 이런.. 이라는 소릴 내고는 전 한번만 더 찾아보고 같이 나가요! 라네요. 그야.. 서포터 혼자서(아직아니지만) 여기서 몰 할 수 있어요!
"같이가요오!" 어쩐지 가취가욥 스러운 말인데? 이것만 들어올리고요! 라는 말을 하면서 집어든 것은...?
그렇게 뒤지고 뒤진 결과, 더 이상의 사마란 장대꽃은 나오지 않았다. 빈센트는 한숨을 쉬면서도, 이성적으로 생각해보기로 한다. 생각해보자. 이건 일주일을 뒤져야 하나가 나올까말까한 꽃이다. 하지만, 빈센트와 여선은 하루도 아니고, 고작 3시간만에 두 포기나 찾았다. 이걸 돈을 버는 단순 노동으로 생각해보면, 남들은 1주일을 일해야 벌 돈을 두 명은 3시간만에 다 번 셈이다. 그리고 빈센트도, 일주일 동안 뒤져야 할 것을 고작 몇 시간 파서 얻으려 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가죠."
빈센트는 이성적으로 생각해서 오기를 싹 다 털어내고 여선을 바라본다. 운 좋은 사람이랑 같이 왔기에 망정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