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들이 강도들을 붙잡고 바깥으로 끌고 간다. 하지만 빈센트는 그들을 신경쓰지 않아서, 하마터면 총구가 경찰들의 관자놀이를 노리는 미친 상황이 연출될 뻔했지만 다행히도 '뻔'하고 끝났다. 그리고, 빈센트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서, 그 쪽을 바라보았다. 정말로 익숙한 강산이었다.
"...강산 씨."
빈센트가 그렇게 말하자마자, 염동력을 조작해서 권총을 분해한다. 심지어 총알까지 강제로 분리되어서 탄두와 탄피, 화약, 뇌홍으로 분리되고, 그 상태 그대로 모래처럼 바닥에 흩뿌려진다. 빈센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인사한다.
빈센트가 마도를 해제하거나, 그에게 허락을 받고 염동 마도를 역분해하고 나면 총을 회수해 경찰에 증거품으로 넘기려 했던 강산은... 빈센트가 총을 아예 분해해버리자 약간 당황하며 부품들을 주워담는다.
"아무튼, 그 사이 비살상 제압하는 실력이 꽤 느셨군요?"
그래도, 그러는 중에 그에게 웃어보이기도 한다. 부품을 줍고 있는 중이 아니었더라면 엄지도 들어보였겠지만 그러기엔 손이 모자랐다. 곧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경찰관 두 명이 다시 들어온다. 한 명은 그의 옆에서 같이 부품을 줍다가 강산에게 나머지 부품들도 넘겨받아서 가지고 나가고, 다른 한 명은 숨어있던 편의점 직원을 데리고 편의점을 나간다. 경찰관 두 명은 강도들을 경찰서로 이송해가고, 남은 한 명은 잠깐 편의점 안의 두 마도사를 바라보더니 둘을 잠깐 대화하게 두고 편의점 직원에게 먼저 사건 진술서를 받기로 한 듯 했다. 강산은 멀어지는 경찰 두 명과 남은 한 명의 배려(?)에 "수고하십니다."라고 눈인사를 하고 다시 빈센트에게 다가가 조용히 묻는다.
빈센트는 의뢰지를 북북 찢어버리고, 이야기한다. ADX 플로렌스 교도소, 알카트라즈 교도소 등등. 빈센트는 그곳에 처박힌 이들이 겪었던 고통을 생각하면서 미소를 짓는다.
"강산 씨. 범죄자들 중에는 평생 가는 감옥살이가 너무도 끔찍해서, 차라리 죽여달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 것 아십니까? 굳이... 죽이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었어요."
...라고 말한다. 생각해보라. 당신이 사람을 아무리 죽였어도, 그 죗값을 사형으로 치른다면 고통은 한순간이고, 안식은 영원하다. 하지만 당신이 중범죄를 저지르고, 흰색의 침대와 변기, 세면대만 있는 방에 갇혀서, 식사를 제외한 외부와의 모든 교류가 차단된 채 그곳에서 영원히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빈센트는 그곳에 끌려가기 전에 자살할 요량이었다.
빈센트가 자신의 사상이 바뀌었다고 답하자 강산은 감탄사를 내뱉는다. 그리고는 그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인다. 죽음이라는 탈출구를 틀어막고 죽지 못해 살아가게 한다. 그런 것이라면 정말로 죽음보다 가혹한 형벌이 될 수 있겠지. 그런 경우들을 어렴풋이 떠올리던 강산은, 빈센트가 무언가 더 이야기하려 하자 그의 옆자리에 앉아 그를 마주본 채 답한다.
"음...본가에 갔더니 일이 생겨서 며칠 있다 오느라, 아직입니다 요즘 뭔가 어수선하고 다들 바빠보인다 싶긴 했는데...무슨 일인지 아십니까?"
빈센트는 루트 이야기가 나오자 표정이 갑자기 씁쓸해진다. 베로니카가 금방이라도 갈 수 있는 곳 아닌가. 하지만 빈센트를 그나마 괜찮게 생각한느 사람 앞에서, 굳이 그 이야기를 꺼내고 싶지는 않아서 가만히 있는다. 말하는 뉘앙스를 보니 기분 나쁘라고 뱉은 것 같지도 않고. 빈센트는 허허 웃으면서 얼굴 표정을 바꾸고 말한다.
"유럽에서... 죽은 심장의 태아인지 죽은 간장의 조미료인지가 난리를 피우고 있답니다. 그거 때문에 난리도 아니라는군요."
빈센트는 이야기를 계속한다.
"죽은 자 가운데서 일어난 예수님마냥 분명히 죽었거나, 시체조차 안 남았을 인간들이 도로 살아돌아오고, 사람들이 점점 미쳐가고... 그래서 엄청나게 파격적인 조건으로 우리 특별반에 의뢰를 던졌다는군요." //7
'루트'를 언급하자 빈센트의 표정이 어두워져서, 강산은 아차 싶어 잠시 그의 눈치를 살핀다. 정말로 별 생각없이 말한 것이었지만(그에게 '루트'는 지금쯤 살아서 검거된 다윈주의자들이 수감되어 있을 곳일 뿐이었다), 아...베로니카 씨 관련이구나...하는 뒤늦은 깨달음이 머리를 치고 지나간다.
"잘은 모르겠지만 게이트가 또...입니까? 어디 무시무시한 대형 내지는 초대형 게이트의 보스 같은 이름인데요."
뒤이어 들리는 무시무시하고 지구의 섭리를 벗어난 듯한 이름에, 강산은 심각한 표정으로 답한다. 죽은 사람을 되살린다니 그냥 몬스터도 아니고 뭐 고대 흑마도사나 신적 존재쯤 되나...?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