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가 출신... 샤오예이신가 보네요!" 샤오예(少爷(Shàoyé))=도련님.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다가 너무 격의없이 대한 건가? 라는 생각을 한 0.1초쯤 했는데 알 바 뭐냐로 휙 날려보내고 말았습니다. 그야... 루샨이 최소한의 예의는 있지만 막 기죽거나 그럴 것 같지는 않고?
"그러도록 노력은... 할게요?" 노력하는 것은 효과를 발휘했지만 그 짧은 시간동안 목소리를 죽이는 것도 근질근질한 건지 입꼬리가 조금 이리저리 움직이긴 했지만. 교관님들이 무서울 땐 무섭다는 건 아주 잠깐 본 편에 속한 여선도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수업은 열심히 들을 것 같은데?
"생각해보니 엄청 늦기는 했네요? 채여선이라고 해요!" 반가워요! 라고 말하는 여선입니다. 정작 여선아!라고 부르면 어..음.. 나를부르는 건가.. 나를 부르는 거구나! 라는 생각을 한 1초정도는 하고 아! 안녕! 이 되겠지만.
강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옥상 위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인벤토리에 넣어뒀던 배달 음식을 차례차례 꺼낸다. 조금 식긴 했지만 짬짜면은 아직 붇지 않았다. 강산도 딱히...여선이 자기보다 조금 어려보이긴 하더라도 일단은 또래이니 격의를 크게 신경쓰진 않는 편이었다.
"여선 씨는 일반 반?"
수저와 단무지, 종이컵도 차례차례 꺼내고는 나무젓가락과 플라스틱 숟가락을 건네주며 묻는다. 어느 틈에, 나노머신 칩을 조작해 여선에게 자신의 연락처도 보내두었다. 그러다가도 뭔가 생각날 듯 말 듯 한지 고개를 갸우뚱한다.
"맛있겠다아!" 자리를 잡고 앉아서 배달음식을 꺼내면 보는 눈이 반짝입니다 구라오러우 비슷한 것에 탕육사면에 작장면? 볶음밥! 물론 신한국식 탕수육과 짬짜면이라는 호칭에도 익숙하지만 여선주가 정체성을 까먹을까봐(...)그런다는 게 정설이다? 별로 격의 없이 지낸다면 여선 또한 격의 없겠지?
"음음음~♪" 일반 반이냐는 질문에 대답하려다가 낯이 약간 익은 것 같다는 말에 장난기가 가득한 표정을 짓습니다. 그렇지만 연락처까지 바로 보내다니! 이건 자기같은 인싸의 재목인 게 분명합니다! 당연하지만 자기가 인싸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면 아니라고! 격렬한 거부를 보일지도 모르지만?
"얼굴이 좀 익은 건 맞을지도 몰라요?" 특별반이긴 한데.. 편입 느낌인 듯 복학인 듯 편입 아닌 복학이라서요? 라는 말을 하는데도 자기도 아리까리한지 갸웃하는 겁니다.여선주는 편입 느낌인데 어른의 사정으로 복학이라면 그게정답인 것이다! 일단 수저는 감사하게 받습니다. 수저도 안주고 손으로 퍼먹으라고 하면 어쩌지?! 같은 그럴 리가 없는 쓸데없는 망상도 아주 잠깐 했다고요?
"입학은 같이 했을 건데 얼마 안지나서 일이 있었죠?" "아마도?" 뭔가 살펴본 바를 기반으로 했을 때에는 약간 스킵된 두달 사이에 휙! 인 기분이다? 한국식 중화요리라는 말을 들어봤냐는 것에 물론이죠! 라는 반응인데. 그도 그럴 만하다. 배달음식을 개봉하고 앞접시 삼을 것으로 덜어서 먹으려 합니다. 옴뇸뇸 먹다보면 익슥한 게 사실인 듯 찍먹에도 익숙한 모습을 보입니다.
"그쳐? 신한국 출신은 아니지만 지금은 신한국에 있으니까 신한국 체류중? 에 가까운가?" 라는 고민을 잠깐 하지만 가볍게 휙 던져버리듯 고민하던 것도 씻어버리고는 먹는 데에 집중하는
"맛있네여!" 이 집 요리 잘하네! 같은 감상을 하는 루샨. 그야.. 루샨 요리 잘한다고 할 수 없지 않을까?
"모... 그럴 거에여!" 아니면 아닌 거고요? 라면서 별 거 아니라는 듯 짜장면을 면치기를 합니다. 잘 먹는구나.
"유학생이라고 해서 별 문제되는 건 아닐 거니까요!" 문제가 없도록 잘해야지... 흰눈으로 봐도 걱정되는 여선인 것이다.
"그니까여! 여기 나중에 중국집 가고 싶다! 라면 우선순위로 올려야겠어여!" 10대 청소년들의 식욕은 대단했다! 사실 10대 20대가 가장 잘 먹을 때라는 그런 느낌은 있으니까 괜찮지 않을까? 그러다가 이런저런 일이라던가 길드 만든다던가 하는 말에 어쩐지 동물귀가 쫑긋거리는 환상이 보인다면 아주 걸맞았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표정으로
"기-일드요?" 관심이 없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해서 지금 딱 알아보면 애매할 것 같고 특별반 사람들 아직 많이 못 만나본 것도 있어서 그런가.. 지금 상태에선 살짝 애매할 수 밖에 없어요? 라는 요지의 말을 하는데. 그 요지를 너무. 줄줄줄 늘여서 말했다는 게 문제 아닐까?
농담이라고 해도 어쩌면 신성 모독이 될 수 있는 말이지만 오토나시는 빈센트의 농담을 조금 진지하게 잠시 생각해봅니다.
“ ‘ 여우신 ’님도 도는 것을 그만두고 눕는다면 ‘ 버터 ’처럼 보일지도 몰라. 응. ”
먹을 수 있는 버터가 아니라... 생긴게 말이죠. 고양이가 앉아있는 특유의 자세를 ‘ 식빵 ’이라고 표현하는 것 처럼 말이에요!
“ 음. 그건 알 수 없지만 ’ 이왕이면 ’ 정수리라고 생각 하는 편이 낫지 않으려나. ”
사실 ‘ 헌터 ’인 이상 빈센트와 오토나시의 위치는 이미 등 위일 수도 있고 꼬리까지 내려왔을수도 있습니다. 그걸 오토나시도 아예 모를 리도 없고요. 하지만 오토나시는 빈센트에게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는게 어떻겠냐는 의미를 담아 그렇게 이야기하고선 여우 인형을 점프시켜 도록(그러니까 신 한국)위로 옮깁니다.
“ ‘ 종교인 ’의 시점으로만 말해보자면 행복했으리라고 생각해. ‘ 의사 ’로서의 관점은 또 다르지만... 어쨌던간에 ‘ 자신에게 주어진 여정 ’을 끝마치고 ‘ 꼬리 ’에 도달한거니까. ”
"갠톡으로 가게 정보 보내주게 연락처 알려주라. 아...하는 김에 우리 반 단톡방 초대도 해둬야겠군."
어쩐지 조금 으쓱해져서는, 소스에 찍은 바삭바삭한 탕수육 조각을 입에 넣으며, 자연스럽게 여선의 연락처도 넘겨받으려 한다. 연락처를 준다면 강산이 말한 대로 가게 전화번호가 오는 건 물론 바로 단톡방에도 초대될 것이고. 그리고 특별반의 길드화에 대한, 여선의 현재까지의 입장에 대해서 줄줄이 늘어놓는 말들에 차분히 귀를 기울이며 머릿속으로 요약해나간다. 강산도 여선만큼은 아니지만 영성치 160의 마도사이니 충분히 알아들었을 것이다. 요약하자면 '내가 이제 막 대치동에 돌아와서 대부분의 구성원들과 거의 초면이다시피 하다보니, 여명 길드 가입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바로 정하기엔 애매하다'는 건가.
"음... 하지만 그럴 리는 없겠군요. 여우신님이 그럴 리는 없을 테니까요. 혹시... 있나요? 그 기독교의 아마겟돈처럼 말입니다. 뭐... 차차 알아갈 방법이 있을 수도 있겠죠."
빈센트는 애매하게 대답했다. 그래서 여우의 꼬리와 머리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그렇게 넘어가기로 했다. 어릴 적에 성경학교에서 삼위일체를 배울 때와 똑같았다. 한 분이면서 셋인 하나님의 존재가 도저히 논리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아서, 동네에 있던 기독교계 성직자들이 노이로제에 걸릴 정도로 물어보았다. 결국 그 끝은? 목사들이 빈센트를 "의념 각성자가 기독교 성직자를 대상으로 스토킹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신고했고, 결국 빈센트는 남들은 귀찮아도 끌려가는 교회를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신세가 되었지. 어쩌면 저 꼬리와 머리도 그런 게 아닐까 생각했다.
"그래도 이해는 확실히 되는군요. 어쨌든 인간의 삶은, 어쩌면 인간의 삶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이 '세계'는, 여우신님과 같이 끝없이 순환한다..."
빈센트는 그렇게 생각하다가, 토리의 이야기에 웃으면서 답한다.
"맞는 말입니다. 누군가가 날 보고 꼬리에 있다고 생각하건 무슨 상관입니까. 매일매일이 여우신님께서 굽어보시는 정수리에 있는 것처럼 살다가, 만약 알고 보니 꼬리였다면... 적어도 '순환'은 끝마쳤다는 거니까요."
갠톡과 단톡 초대라는 말을 듣고는 선선히 연락처를 건네주려 합니다. 앗 연락처 점심 한번이면 가질 수 있다? 인가? 가게 전화번호는 저장하고 단톡방에는 들어가는데. 의외로 내가 와따! 같은 거나 모두에게 인사는... 안하네요? 나중에 할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담스럽다- 보다는 그나마 끼이지 않아서 다행이다? 정도일까요?" 진짜 편입생이었다면 끼여서 고생했을 게 백퍼센트라구요. 아니 이백퍼센트인가?! 라는 말을 하면서 그렇다고 부담이 아예 없는 건 또 아니고요. 초면인 거나 다름없는 거라서 그런가.. 다른 분들이랑 좀 선을 맞추려면 쌔빠지게 뛰어야 할 것 같은 점도 영향이 있으니까 그렇죠?
곧 다 거덜나는 건 아깝지만 식사기회가 이것만 있는 것도 아니고, 가끔 좀 부족해야지 아 그거 진짜 맛있었는데! 같은 걸로 다른 기회도 생길 거니까...? 배가 너무 부르면 오히려 불쾌하기도 한? 잘 얻어먹은 여선은 젤리 작은 봉지 하나를 꺼내서(건네준 것과 같은 종류다) 디저트까지 야무지게 챙겨먹습니다.
"그래도 이제 곧 내려가기는 해야 할 것 같아요!" 좀 있으면 잠가놓거나 순찰을 돌지도 모르는 일인 만큼. 적당히 치우고 가야 할까요?
한숨쉬듯 내뱉은 말이다. 이 곳에서만 해도 그 역시 여러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지고, 엇갈려왔으니. 아무튼 식사가 끝나자 어디선가 또 물티슈를 꺼내와서 여선에게도 두어 장 주고, 적당히 뒷정리를 한다. 그릇은 중국집에 돌려주지 않아도 되는 플라스틱 그릇이니, 인벤토리에 넣어뒀다가 씻어서 다시 쓰든지 아니면 버리든지 하면 되겠지.
"어떻게든 내려갈 방법은 있으니까 안에서 문을 잠가버리는 건 상관없다만.... 뭐 그래."
강산 또한 여선에게 앞서 받았던 젤리 봉투를 뜯어 젤리를 입에 넣는다.
"그럼 조금 있다가 내려가지."
무심코 누울까 하다가 자세를 가다듬어 다시 앉으며 말한다. 상념에 잠기는 건 옥상에서 내려와서 해도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