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부터 첫 만남부터, 이 곳의 다른 녀석들의 재능이 반짝거려서 부럽다고. 그걸 보기 위해 들어왔다가, 자신도 뭔가 해보고 싶어졌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누군가의 재능을 기분좋게 보고, 힘차게 응원할 수 있는 것. 그 마음이야 말로 서포터라고 할 수 있겠지. 좋은 의미로.
"흠....신청곡이라. 그러고 보면, 첫 만남 때도 이랬던가."
첫 만남을 떠올리니, 그 뒤에 신청곡을 받았던 것도 연달아 떠오른다. 그 땐 분명 옥상에서, 내 전생의 동료들을 위한 장송곡을 요청했었던 것 같다. 나는 손에 든 시원한 음료를 한모금 마시고, 아직 창창한 햇살을 비추는 태양을 올려다본다.
빈센트는 강산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비현실, 초자연, 괴력난신, 괴이, 유사과학적 현상, 그 외 기타등등. 초자연적인 현상, 자신의 후견인 중 하나인 유사과학자 겸 일루미나티+프리메이슨+렙틸리언+666+베리칩+평면지구설+지하세계설+딥스테이트설 등등을 종합세트로 믿는 머저리에게, 빈센트는 걸어다니는 자기 신념의 증명이요, 일루미나티...와 그 외 기타등등 세계를 떡 주무르듯 통제하는 비밀그림자정부로부터 세상을 구원할 이였다. 뭐, 빈센트는 태어나서 한 번도 그의 사상에 동감한 적이 없었지만, 강산의 이야기를 들으니 문득 생각났다.
"자신의 마도가 무엇인가..."
빈센트는 손을 펼쳐, 자신의 마도가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무엇이지? 마도, 너는 나에게 무엇이고, 나는 너에게 무엇이지? 넌 무엇이냐? 난 너를 무엇으로 인식했느냐? 빈센트는 잠시 자신의 머릿속에서 나오는 것들을 생각한다.
"폐허의 설계자요 건축자, 전위예술을 위한 붓과 물감, 그저 파괴만을 배운 거신, 아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거대한 무기, 그 외 기타등등... 아, 농담입니다."
빈센트는 그렇게 말하고는, 찾아온 단 하나의 '다들'을 본다.
"음... 다들이라는 말을 쓰기에는 좀 적어보이긴 합니다만."
빈센트는 아이를 보면서 묻는다.
"그래서, 잘 했다. 뭘 해줄까?" //13 늦어서 죄송합니다 ㅜㅜㅜㅜ 혹시 이 다음은 강산이랑 빈센트랑 같이 합동마도로 멋진걸 구현하는걸 할수 있을까요?
아무 조건 없이 사람이 사람을 걱정할 수 있는가. 여전히 답을 모를 질문이지만 지금 린에게 답을 묻는다면 사르트르의 말-타인은 지옥이다-을 타당하다 여기는 입장에서 분명 부정하는 쪽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렇다고 짧은 시간 동안에 3번이나 당황하는 걸로 타인의 존재가 나를 이해하는데 분명할 역할을 한다는 사르트르의 말을 직접 체험하고 싶지는 않았다. 제가 이리도 쉽게 당황하는 사람이었나. 한차례 그 사실에 또 다시 황당해한다.
'이쯤이면 특별반에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고 의심해도 좋지 않을까?'
자신이 친하다고 언급한 두 사람은 들어오기 전부터 이미 그 상태였던듯 하니 다른 사람-예컨대 특히 빈센트-의 변화를 지켜보면 확신을 가질 수 있을것 같았다. 아무튼 여기서 지나치게 훌륭하다. 존경스럽다. 등등의 뻔하디 뻔한 아첨은 안하느니만 못했고 결국 그녀는 가만히 상대를 바라보다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길드장이시니 이미 알고계실거라 생각하지만, 소녀에겐 양친이 계시지 않아 이런 상황이 조금 익숙치 않사와요."
왠지 말만 잘 어울리겠다 하고 혼자 행동하면 또 잘 지내냐며 다른 사람들과 관계가 어떤지 물어볼 것 같아 묘하게 곤란했다. 그냥 이참에 다른 사람들을 소개해 달라고 할까. 특별반 인물은 대부분 그 오토나시라는 사람을 제외하고 알고 있지만 확실히 신 한국에 아는 사람이 없기도 하고. 외부 사람들 중 저에게 도움이 되는 인맥이 있을수도 있고 말이니.
"먼저, 소녀는 다른 분들과 잘 지내고 있사와요. 최근에 토고씨와 다투었지만 이도 잘 해결된듯 하니, 적어도 소녀의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그렇사와요."
후 조금 숨을 고르고 다시 문장을 잇는다.
"그리고 게이트 공략도 생각하지 않은것은 아니오나 소녀는 아마도 다시 마도로 잠시 돌아가야 할 듯 하여요. 일본의 상황에 대해 잘 아시는 분이 있다면 실례되지만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사와요."
아, 모르고 있었나. 어차피 조금만 알아봐도 알게될 정보이니 상관은 없지만 그저 이런 시선이 그리 좋지는 않아 굳이 먼저 언급하지 않았건만. 언제청승을 떨며 머뭇거렸냐는 듯이 태연하게 음료를 마시면서 일부러 시선을 잔에 두었다. 누군가의 유혹이라, 타 길드의 영입제안을 말하는 건가.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의 답을 하고서 자연스럽게 이 부담스러운 상황을 넘기려한다.
"생각해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여요. 그 오토나시라는 분과는 같은 길드이기도 하니 한 번 대화를 해보도록 해야할 것 같고, 교관님이라면."
남에게 의지를 하지 않는 버릇이 이 곳에 와서는 오히려 악수가 되었나. 잠시 고민하다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말씀대로 찾아가 보는게 좋겠사와요. 혹시 교관님을 만나기전에 소녀가 미리 알아야 할 무언가가 있을까요?"
이 특별반이란 명칭에는 말이어요. 들어오기 전에도 마냥 UHN이 갑자기 미래의 유망주를 키우겠다는, 그런 건전하고 순수한 의도로 특별반을 창설했을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직접 들어와보니 상상이상이라 이제는 그저 기가 찼다. 이렇게 앞도 뒤도 적아를 분간하기 힘든 상황이니 길드장을 맡은 태식이 저를 불러다 이런 말을 대뜸 하는 것도 납득이 되기 시작했다.
"...그런가요. 모쪼록 행운을 빌어야 할 것 같사와요. 우리 모두에게."
음료와 조언, 감사하다는 말을 하면서 다시 예의바르지만 조금은 힘없이 웃는다. //20 막레! 수고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