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점에서 사는 물건이래봐야 간단한 생필품에 매점 주인의 취향으로 간간히 들어오는 화과자 정도. 히가시요츠야나기 미사키는 화과자도 좋아했지만 오다 가다 하나씩 사 먹는 정도로 족했고, 방 안에 가득 저축해 두기에 적합한 녀석은 구할수가 없었기에 시내로 나올 필요가 있었다.
"과자만 잔뜩!"
주먹을 꽉 쥐며 눈이 한순간 빛난다. 적어도 한아름은 들고 갈 속셈이다. 나머지 물품은 한테이가 고생을 하겠지만 택배를 받으면 그만이니, 굳이 시간을 들여 나올 필요는 없었다.
"유우군은 어떤게 필요해?"
버스정류장의 횡단보도를 건너면 지름길이라고 있는 좁은 골목이 있다. 시내로 가는 길은 이 골목길이 아니라면 대로변을 통하여 가야 하는데 목표로 하는 곳까지 한참을 돌아 가야 하고, 사람도 많기 때문에 보통은 골목길로 향한다. 미사키도 마찬가지. 미사키는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과 대화를 한답시고 고개를 돌려 주변시로만 앞을 보고 걸어가는 모양이 나온다.
문득 자신의 방에 쟁여둔 간식거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은 강민은 이왕 이렇게 나온거 과자라도 사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는 음료수랑 초콜릿 같이 공부할때 먹을 것들 위주로 살 예정이었으니 말이다. 미사키의 눈이 빛나는 것을 본 강민은 대체 얼마나 사려는거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천천히 길을 걸어갔다.
" 난 원래 음료수랑 초콜릿 같은거 사려고 했거든. 거기에 볼펜심이 다 떨어져서 ... 그런 것들은 택배로 받으려면 너무 양을 많이 시켜야하니까 주기적으로 나가서 사와야하거든. "
그는 학용품은 절대 싼걸 쓰지 않는 주의였다. 싼걸 사용하면 금방 고장나서 스트레스만 더 받기에 한번 살 때 비싼걸 사서 오래 쓰는걸 더 선호하고 있었고 보통 그런 제품들은 잉크가 떨어지면 볼펜심만 교체해주면 되기에 그것들을 사러가고 있었다. 정류장에서 시내로 향하는 지름길인 골목길은 빠르게 갈 수 있었지만 골목길을 빠져나갈때 갑자기 나타나는 대로변 때문에 조금 주의를 요해야하는 곳이었다.
" 미사키 앞 제대로 안보면 넘어진다? "
그녀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해있다는 것을 깨달은 강민은 작게 주의를 해주며 정면을 살펴보았다. 아직까진 빠져나가는데 좀 거리가 남았고 걸려 넘어질만한 것들도 안보였지만 혹시 모르니 조심해야하는 법이다.
"사자! 덤핑 상품 같은걸로 어때? 거기까지 혼자서 사가기에는 엄두가 안 났는데 유우군이랑 반으로 나누면 딱 좋을것 같은데!"
박스 단위로 팔아넘기는 과자를 사왔다가는 유통기한이 길다고 할지언정 여기저기에 무료나눔하는 최후를 맞이하고야 말것이다. 참고로 경험담이다.
"알지 알지~ 나도 저번에 필요한게 있어서 봤는데 200개부터 배달 가능이라더라?"
필요한 양은 1개인데 최소 주문량이 200개라면 뭘 어떻게 하나 같은 고민은 흔히들 하는 법이다. 하나 사서 오래 쓰는 녀석이라면 더더욱...
"응? 헤헤, 걱정해주는거야?"
미사키는 헤실헤실 웃으며 아예 뒤를 돌아 뒷걸음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뒷골목의 지리는 이미 눈으로 봐두었으니 걸어가는데 별다른 지장이 없겠다는 판단으로 한 행동이었다. 보통의 상황이라면 전혀 문제가 될 것은 없을 선택이다. 의식적으로 도로와 보행을 사뮬레이션 하지 않아도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도달할수 있었을 테니까. 주의는 유강민에게만 집중하고, 집으로 돌아와 둔감해진 감각으로는 소리 없이 달려가는 전기 자동차를 예측할수 없으니— 이점이 가장 큰 맹점이라 할 수 있겠다.
장난스런 미소로 미사키를 바라보며 말한 강민은 예전에 박스채로 과자를 샀다가 처치곤란에 빠져서 결국 주변 사람들에게 과자를 나눠준 것을 떠올렸다. 그때 나눠준 과자를 최근까지 먹었던터라 아직도 기억이 생생했는데 이번에도 그러지 않을까 살짝 기대했지만 역시 두번의 실수는 하지 않는다.
" 시내에서는 낱개로 사는 것도 가능하지만 작게 한박스로 파는 것도 살 수 있으니까, 그런거 위주로 사려고. 미사키도 필요하면 같이 살래? "
과자도 나누고 그것도 나누면 서로 재정 부담이 좀 덜하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부족하게 살지는 않는 강민이었지만 아낄 수 있는 부분에선 아끼는게 좋으니까 말이다.
" 아니 그렇게 뒤로 걸어가면 ... "
걱정해주냐며 헤헤 웃어보이는 미사키를 보고선 강민은 위험하다며 손을 뻗었다. 그야 이제 골목길에서 대로변으로 빠져나가는 출구는 얼마 남지 않았고 거기는 차들이 꽤나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골목길에서 빠져나가려고 할때 무언가 빠르게 다가오는 것을 느꼈고, 나는 미사키의 손을 잡아 끌어당겼다.
" 봐봐, 위험하다니까. "
너무 강하게 당겼는지 미사키가 품에 안긴 모양새가 되었지만 그런것은 신경쓰지 않는지 강민은 눈쌀을 살짝 찌푸리고선 얘기했다.
타인의 고통을 행복으로 삼는 부덕. 하지만 밉게 보이지 않는 것은 사랑의 힘이겠지. 이렇게 다음을 기약하며 기숙사 문을 두드리는 상황을 의도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강민이도 박스의 내용물을 받아갈테니 아마 먼 훗날의 일이 되지 않을까. 섭취속도로만 보면 미사키가 강민의 기숙사 문을 두드릴 가능성이 더 크겠다.
"좋지! 둘이서 왔으니까 짐도 더 많이 들 수 있고~"
양 손에 장바구니 가득. 그것으로도 모자라 가방 안까지 꽉 꽉 채워서 갈 계획을 그리고 있다.
"―?!"
잡아 끄는 손길에 미사키는 두 눈을 크게 떴다. 상대의 품에 무력하게 안겼다. 쌩 하고 지나가는 차량의 소리가 뒷편에서 들려온다. 앗뿔사, 이걸 눈치체지 못한걸까. 하지만 미사키의 인지력중 대부분은 에초에 보고 있던 상대에게 쏟고 있었다. 차량의 소음을 듣는 것은 그저 당황스러운 일에 따른 인지 확장의 영향이었다. 즉, 손을 잡아 끈 상대의 손길이, 맞닿은 몸의 체온이, 이제는 익숙해진 체취도, 나지막한 목소리도 전부 평소보다 느리고 확실하게 다가오고 있음을 의미했다.
"아...."
동요했다. 언제나처럼 빠르고 정확하게 자신의 신체를 진정시키기 힘들었다. 가슴은 쿵쾅거리고 있었고 얼굴은 상기된 상태. 들키고 싶지는 않았지만, 이미 들켰나. 고개를 숙인다고 한들 키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니 얼굴은 빤히 보이고, 안겨 있는 상태이니 박동도 확실히 전해질 터였다. 숨이 턱 하고 막힌다.
그런 말도 나누지 못할만큼 미사키와 거리가 있는 사이라곤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강민은 정말로 할 것처럼 얘기하고선 장난스럽게 씨익 웃었다. 물론 정말 과자가 먹고싶은 것도 아니고 정 먹고싶다면 매점에 가면 되니까 그럴 일은 거의 없겠지만 ... 매점에 팔지 않는 과자를 미사키가 가지고 있다면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 꼭 말할때 안듣고 말이야. "
잠깐 안겨있던 미사키의 어깨를 잡아 품에서 떨어뜨리며 그는 어디 다친 곳은 없는지 살펴보았다. 키가 비슷해서 눈높이도 맞았기에 딱 봐서 다친 곳은 어디 없는지 보기가 편했다. 다행히 다친 곳은 없는 것 같아서 강민은 작게 한숨을 내쉬고선 말했다.
"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어? "
미사키가 자신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는 것이 느껴지자 그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그녀가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에 대해서 이유를 아는 것인지 모르는 것인지 그저 방긋방긋 웃어보일뿐이다. 그러다가 그는 그녀의 귓가에 얼굴을 살짝 가져가선 작게 속삭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