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을 당황시키는게 즐거운건지 아니면 리젤로테가 평소에 보여주지 않는 반응을 보는 것이 즐거운건지 모르겠지만 확실한 점은 강민이 리젤로테가 자신으로 인해서 당황해하는 모습을 볼때마다 즐거워 보인다는 점이었다. 상대방에게 미움을 살 수도 있는 것이었지만 악의가 하나도 없는데다 그 선 또한 넘어오는 법이 없었기에 장난이라는 인식을 남겨주기에도 충분했다.
" 100년이라 ... 리즈에겐 이기기 쉽지 않겠는걸~ "
그렇다고 딱히 이길 마음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단 한번도 약속시간에 늦어본 적이 없는 그였기에 리젤로테의 말도 신경 쓰지 않았다. 애초에 늦을 일이 없는데 늦었을 때에 대한 생각을 어떻게 하겠는가.
" 힘들어하는 것 같으니 이만 가볼께. "
자신이 오는 것을 꺼려하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수시로 그녀를 찾아와서 이렇게 대화를 나누고 가는 이유는 그만 알 수 있었다. 애초에 초대 받지 못하는 손님인걸 아는데도 어째서 그러하는 것일까. 돌려놓았던 의자도 제대로 해놓은 그는 천천히 부실의 문을 향해 걸어가다가 이내 뒤돌아 웃으며 작게 속삭였다.
" 그럼 다음에 봐, 아름다운 마녀님. "
그리고 이번에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듯이 가던 걸음을 계속해 부실 문을 열고 나섰다. 서늘한 기운이 감돌던 부실과는 다르게 아직도 후덥지근한 바깥의 날씨는 내려갔던 셔츠 소매를 다시 팔꿈치까지 올려놓을 수 밖에 없었다.
강민-san과 치나츠 모두 섬 출신이니 꼬꼬마때부터 같은 초중고를 나온 소꿉친구 루트도 나쁘지 않을 듯! 어차피 선관 짜기 시작하는건 미사키-chan과의 선관이 끝난 뒤에나 가능할거 같으니 어떤 방향으로 짜볼지나 고민해보자 이말임 😎 강민좌가 원하는 방향대로 go 할것이다....
>>13 밥(아직 기다리는중) 크아아악 드디어 밥먹는다.... 10시간만의 밥이다.....
>>14 long time no see 다 Misaki-San 🐟🔥 배구부 축구부가 왔다가도 귀가부를 고집하는 미사키-san이라니 이럴수가!! 미사키는 정녕 집사랑맨인 것인가?? You 미사키-san의 주목받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 아주 잘 알겠읍니다. 그렇다면 필사적으로 귀가부를 고집하려하는 미사키를 쫄래쫄래 따라다니며 내심 미사키를 수영부로 끌어들일 기회를 노리려하는 계략걸 치나츠 전개는 어떠한가?? >>16 소꿉친구(서브녀 지향)
>>17 이럴수가(이럴수가) 이 전개대로 간다면 한테이-chan과도 정말 접점이 생길것같군...섬 동지 매우 좋은 것. Very good 이다. ✨
"...왜 또 이거야!!" -유우나가 운이 없는 것 뿐 아닐까? "...수호천사님. 심술쟁이."
간만에 학교에 나온 유우나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면서 벤치에 앉아있었다.식당에서 디저트를 팔길래 사는 것은 좋았는데 처음에 눈알 젤리가 나오더니 이번에도 또 눈알 젤리가 나온 것이 그 원인이었다. 물론 가짜 눈알인 것은 알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것을 어떻게 먹는단 말인가. 랜덤박스 가챠 운이 이렇게 없을 수 있는 것인지. 정말로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면서 유우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1번째는 다른 친구가 먹어주긴 했는데 이번에도 다른 친구에게 먹여주기는 애매하지 않은가. 용기를 내서 입에 담으려고 해도 영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이런 것은 싫어! 내적 비명을 지르지만 당연히 목소리가 주변으로 퍼지는 일은 없었다.
"...이거 누가 대신 먹을 사람 없을까..."
아이돌이 주는 선물이라는 느낌으로 누군가에게 주면 받지 않을까? 그런 뻔뻔한 생각을 하지만 막상 앞으로 나가서 말을 하려니 그건 또 애매한 느낌이었다. 말이 좋아 선물이지. 그냥 먹기 싫은것을 넘겨주는 것 뿐이지 않은가. 아이돌로서, 그 전에 사람으로서 이게 괜찮은 것인지도 스스로 알 수 없었기에 유우나는 시무룩한 표정을 이어나갔다.
식당에서 판매하고 있는 할로윈 기념 과자들이 처음으로 배포된 것은 의외로 각 기숙사의 관리인들에게 였습니다. 기숙사생들에게 배포하라는 이사장명이 있었기 때문에 그녀도 처음에는 하나씩 받아와 다른 사람에게 전해줄 생각이었지요. 물론 그것이 그녀가 제대로 일을 한다는 뜻은 아니었습니다. 처음으로 받아온 과자는 이미 입안으로 사라졌고 눈에서 빔을 뿜는다거나 하는 경험을 한 그녀였지만 의외로 그 조금은 불량식품같은 맛에 중독된것일까요 이번에도 그 눈알 젤리를 들고 돌아다니던 그녀는 이윽고 슷한 일을 경험하고 있는 것 같은 소녀를 만났습니다.
"그렇게 한숨쉬어도 먹을건 변하지 않는 법이야."
이전까지 다른 사람들에게 큰관심을 가지지 않는 그녀였지만 이렇게 맛있는 것을 들고도 고민하는 소녀에게 흥미가 동했던 걸까요? 그녀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젤리를 소녀에게 보여주기 위해 손바닥을 펼쳤습니다. 묘하게 그로테스크하고 리얼한 젤리가 손바닥의 온기때문에 약간 더 흐물흐물해진 모습이었습니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예쁜 언니라고 유우나는 생각했다. 저 적당히 큰 키도 그렇고, 예쁜 검은 머리까지. 이 학교엔 정말 예쁜 사람이 많구나. 라는 것이 바로 유우나의 생각이었다. 아무튼 자신에게 말을 거는 모습에 그녀는 테이의 눈동자를 바라봤다. 그러다 그녀가 손바닥에 젤리를 잡고 내밀자 그녀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아뇨. 아뇨. 아뇨. 아뇨. 아뇨. 아뇨. 아뇨."
이내 그녀는 정말로 빠르게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뭔가 그로테스크해. 징그러! 싫어! 왜 이 젤리를 자신에게 주는 거야? 괴롭히는거야?! 그런 생각이 빠르게 스쳐지나갔고 그녀는 절로 울상을 지었다. 히잉. 세상이 나를 미워해.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는거야.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유우나는 애써 미소를 지었다.
"고, 고민거리라고 할 건 없어요. 그냥... 오늘 디저트 2번이나 그냥 랜덤으로 구매했는데 이게 나와서."
이어 그녀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눈알젤리를 보여줬다. 정말 먹고 싶지 않다는 듯, 그녀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할로윈이긴 하지만 이렇게까지 리얼할 필요는 없잖아요. ...눈동자 먹는 것 같단 말이에요. 이거."
그렇게 말한 그녀는 소녀가 이상하다는 듯이 쥐고 있던 젤리를 한입에 삼켜버렸습니다. 징그러워봐야 벌레보다는 못하니까요. 이정도면 충분히 정키한 맛이라 그녀에겐 그다지 꺼림칙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녀는 소녀가 울상을 짓자 당황한듯 주변을 돌기 시작했습니다. 소녀가 미소로 화답하자 그제서야 조금 마음이 진정된 듯 소녀의 옆자리에 앉았네요.
"음, 확실히 계속해서 그러면 조금 신경쓰이기는 하겠네. 맛있는 건 둘째치고 진짜 눈알 같긴 하니까."
그녀는 아직 남은 남은 하나의 젤리를 자기 눈 앞에 가져다 대고는 소녀를 놀래킬 것처럼 얼굴을 가까이 했습니다. 에비-하는 목소리는 어쩐지 즐거워하는 것 처럼 보이기도 했네요. 소녀의 반응을 확인하고 나서야 다시 아무렇지 않다는 듯 젤리를 자기 입에 던져넣었습니다. 뭐하러 온걸까요 이사람.
"그럼 이렇게할까. 일단 이리 와볼래?"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가볍게 손바닥을 친 그녀는 곧바로 자신이 입고 있던 가죽 재킷을 벗어 비를 피할때처럼 머리에 뒤집어 썼습니다. 그러고는 소녀에게 이쪽으로 더 가까이 오라는 것 처럼 손짓합니다. 가려진 재킷 안에서 무엇을 하는건지 꼼지락거리는 것이 바깥으로 보이다가 이내 정지합니다.
어째서?! 왜 좋은건데?!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유우나는 테이를 빤히 바라봤다. 물론 취향은 존중해야하는 것이니 자신은 곧 이해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자신은 이게 징그럽고 싫지만 그녀는 좋아하는구나. 그렇게. 아무튼 그녀가 유우나에게 젤리를 눈앞에 가져다대고 얼굴을 가까이하자 유우나는 절로 깜짝 놀라서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찔했다.
"...너무하세요. 심술쟁이."
작게 중얼거리면서 그녀는 한숨을 약하게 내쉬었다. 물론 딱히 무섭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다. 너무나 리얼해서 그게 싫은 것 뿐이었다. 정말로 뭔가의 눈알을 먹는 것 같아서. 물론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자신의 취향이나 호불호가 도저히 그것을 허락할 수 없었다. 그러는 와중 그녀가 이리로 와보라는 말을 하자 유우나는 고개를 살며시 갸웃했다.
"네? 아. 네."
대체 왜? 무슨 일로? 그렇게 생각하며 유우나는 그녀에게 좀 더 가깝게 다가갔다. 뭔가 움직이는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을 하다 그녀는 고개를 살며시 갸웃했다.
"저기. 그런데 뭐하는 건지 물어도 되나요? 아니면 비밀이에요?"
뭔가 조금 불안불안한 마음을 품으면서 유우나는 고개를 가웃했다. 물론 테이에게는 보이지 않았겠지만 유우나의 바로 옆에서 날고 있는 그녀의 수호천사는 아주 흥미롭다는 듯이 조용히 날개짓을 하면서 테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가까이온 소녀에게까지 재킷을 덮었습니다. 빛이 가려져서 조금 어두워진 덕에 그녀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습니다. 그리고는 눈을 슬쩍 감았다 뜨더니 이내 몸에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야광선배야."
몸에서 빛이 납니다. 맞아요 마치 야광공룡이라도 되는 것 마냥 그녀는 몸에서 빛을 뿜어냈습니다. 사실은 이벤트가 시작한 순간부터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는 듯 그녀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재킷을 다시 입기 시작했습니다. 자기는 그걸 봤더니 이 바보같은 이벤트도 마음에 들었으니 다른 사람도 그럴거라는 어린아이 같은 생각이었지요.
"이유는 모르겠는데 그걸 먹으면 한시간정도는 야광을 할수 있거든. 좋지?"
그녀는 좋은 일을 했다는 듯 이마를 슥 닦아내고 시선을 소녀에게로 향했습니다. 즐거운 일이 있었으니 무언가 멋있는 말을 하고 싶은 욕망이 가슴속 깊은 곳에서 조금씩 기어나오기 시작해 조금 머리를 쓰느라 그녀는 잠시 퍼지상태로 들어갔습니다.
뭐지? 무슨 원리지? 어떻게 사람이 야광이 일어날 수 있는거지?! 영문 모를 표정으로 유우나는 당황스러움을 숨기지 못했다. 이거 정말로 먹어도 되는 거 맞나? 괜찮은거야? 그런 혼란과 혼돈이 조금 더 커지고 있었다. 젤리를 먹었다고 온 몸에서 빛이 난다니. 들어본 적이 없었다. 아니. 생각해보니 뭔가 오늘 돌아다니면서 이상한 것을 많이 본 것 같기도 하고... 그런 생각이 들자 순간적으로 머리가 어지러운지 그녀는 살짝 휘청거리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면서 고개를 살며시 약하게 흔들었다.
"확실히 신기하고 멋지긴 한데... 그거 유해한 것은 아니죠? 저, 젤리를 먹었다고 그렇게 되는 것은 처음 봤어요. 물론 엄청 예쁘긴 한데!"
하지만 생각해보면 자신에게 있는 수호천사도 절대로 상식적인 존재는 아니었다. 그렇게 따지자면 이런 것이 하나 있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지 않겠는가. 그렇게 생각해보면 마냥 이상하거나 나쁘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저것을 이용하면...
"디자인만 바꾼거라면 한번 먹어보고 싶어요. 아. 저 아이돌 일 하고 있거든요. 일단 나름 이름을 알리고 있는 편이긴 한데. 뭔가 잘만 하면 야간 무대에서 엄청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러니까, 그러니까... 어두운 곳에서 젤리를 냠 먹고 빛을 내면서 등장하는 장면이라던가."
뭔가 여러 아이디어가 떠올랐는지 그녀의 눈빛은 저 하늘의 별빛처럼 찬란하게 반짝였다. 그러다가 정신을 차리면서 그녀는 반사적으로 두 손을 모았고 살며시 검지를 문질렀다.
태양빛을 쐬고 있자니 그녀의 몸에서 나오던 빛도 조금씩 줄어가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야광이라고 했으니 어두운 곳에서나 그렇게 보이는 걸테지요. 자세한 사실은 그녀도 모륵 ㅗ있었습니다. 다른 기숙사 관리인들이 하는 말로는 학생들이 이상한 증상을 호소한다고는 하던데 아마 이런 것 말고도 더 있는 걸까요? 이사장과 알게 된 이후부터 이상한 일 뿐이라 생각한 그녀는 어째서인지 조금 즐거워 졌다며 웃었습니다.
"모르겠는데. 이사장님이 하는 말로는 어디 연구소랑 합작으로 만든거라더라."
엄청 예쁘다고 느끼는 소녀도 조금 이상한 건 아닌지, 어쩌면 자신과 비슷한 부류는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한 그녀였지만 이내 생각을 멈추었습니다. 어차피 그렇게 생각해봐야 대체로 빗나가더라구요. 지금도 아이돌을 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기 전까지는 무언가 이상한 것을 생각하고 있던 것이 틀림 없습니다. 가령 야광 공룡에 대한 거라던가요.
하지만 그녀는 이내 다시 소녀에게로 관심을 옮겼습니다. 솔직히 그녀는 대중 문화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조금 적은 편이니까요. 연애관도 쇼와에 머물러 있는 그녀에게는 너무 하이컬러스러운 직업이었습니다. 어쩐지 그 직업에 대해서 열번을 토하는 후배는, 귀엽게 느껴지기는 했는지 드물게 상냥한 얼굴로 소녀의 머리에 손을 올리려 했습니다.
"평소에도 열심히 하려고 하는거니까 안부끄러워 해도 되는거야. 나는 아이돌은 잘 모르겠지만..."
후배는 확실히 귀여웠으니까요. 아마도 옛날 기준을 생각하고 있는 그녀에게도 아이돌이 무엇인지, 소녀가 가진 열정이 얼마나 대단한건지는 전해졌을 겁니다. 그렇게나 눈을 반짝이는 사람은 드물었으니까요. 적어도 그녀가 아는 사람 중에서는 한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이런거라도 괜찮으면 몇개 더 구해줄 수 있는데. 아, 그런데 괜찮겠어? 이거 말고는 좀비나 거미나 유령모양이다?"
"그거야... 열심히 안하면 안되니까요. 아이돌은. 경쟁사회이고 대충하면 금방 이미지가 떨어지고 그러면 퇴출당할 수밖에 없고..."
열심히 할 수밖에 없는 곳이었다. 물론 자신도 열심히 하고 싶어하지만. 그래도 괜히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방금 들은 칭찬에 대한 쑥스러움을 회피하려고 하면서 그녀는 괜히 헤실 웃었다. 그 와중에 자신의 머리 위에 손을 올리는 것을 그녀는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쓰다듬어줬다면 기분 좋게 받지 않았을까?
아무튼 좀비와 거미, 유령 모양이라는 말에 그녀는 순간 움찔했다. 좀비와 거미는 질색이었지만 그래도 유령이라면 괜찮았다. 물론 너무 징그러운 모양이면 조금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그 정도라면 얼마든지 오케이였다.
"그러면 유령 모양으로 부탁해도 될까요? 다른 것은 좀 그래도 유령 모양이라면 괜찮거든요! 아. 그러고 보니 이름. 어떻게 되세요? 전 아이자와 유우나에요. 16살. 1학년."
아마 상대는 자신보다 선배일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생각하며 그녀는 살며시 자신의 나이도 밝혔다. 어쨌건 이 학교에서 자신과 동갑인 이보다는 연상이 훨씬 더 많을테니까.
열심히 해야만 한다, 경쟁사회, 실패하면 퇴출당한다. 그녀에게는 무엇보다 익숙한 말이었겠지요. 확실히 그 사람을 만나기 전까지는 형제라고 부를만한 이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형제들이 사라진 이후에야 연구소의 사람들도 그녀를 묘하게 두려워하거나 편의를 봐주는 일도 늘기야 했지만... 그럼에도 매번 이어지는 시험에서 쓸모를 증명하지 못하면 퇴출, 폐기당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흥미는 있었지만 이 자리를 떠나면 만나지 못할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그녀는 소녀에 대한 동정심이 조금은 생기기 시작했기 때문일까요. 그녀는 소녀의 머리에서 손을 떼지 않고 그대로 쓰다듬기 시작했습니다.
"무리하다가 퍼지면 그거야말로 의미 없는 일이야."
소녀에게서 조금 떨어져서 앉은 그녀는 라인업에 떨고 있던 소녀를 보고는 들리지 않을정도로 웃고는 자기소개를 하는 소녀에게 맞춰 주머니에 든 메모장을 꺼내 자기의 이름과 번호를 적어 건냈습니다. 앞으로도 조금은 길게 만나보고 싶다는 뜻이겠지요.
"쿠라카미 한테이야. 학교에는 조금 늦게 들어와서 18살이야. 2학년."
黑神半帝. 행서체에 가까운 글이였습니다. 알아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조금 난해해보이는 특이한 문체였습니다. 약간은 비싸보인다고 할까 고급 과자의 포장지에 적힌 것 같은 친근감도 섞여있었습니다.
"기숙사 일월정에서 관리인도 하고 있어. 혹시라도 들어올 생각이 있으면 거기 쓰인 번호로 말해줘. 온천도 있고 바다도 보이는 좋은 기숙사다?"
아이돌들 중에서는 몸매를 관리하기 위해서 일부러 밥을 굶는 이도 있다지만 유우나는 그런 부류는 아니었다. 오히려 달콤한 것을 먹고 그날 운동량을 조금 더 늘리는 편에 가까웠다. 물론 아주 살이 조금 찌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래도 심각하게 수치를 벗어나는 일은 없었다고 생각하기에 그녀는 괜히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면서 미소를 지었다. 어쩌면 엣헴! 하는 느낌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녀의 소개가 들려오자 유우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기억하려고 했다. 쿠라카미 한테이. 그렇다면 쿠라카미 선배라고 부르면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면 쿠라카미 선배라고 부를게요! 아. 그런데 글씨체가 상당히 고풍스럽네요. ...이런 글씨체는 처음 봤어요. 저."
적어도 직접 필체로 나오는 것은. 꽤나 고풍스러운 선배로구나. 그렇게 생각하다 기숙사 이야기가 나오자 유우나는 고개를 저으면서 두 손을 약하게 휘저었다.
"저 아이돌이니까요. 아이돌용 숙소에서 보내고 있어요. 무엇보다... 기숙사에 들어가면 괜히 시끄러워질수도 있고 매니저라던가 그런 사람들이 들어오는 것도 힘드니까 사양할게요. 그래도 제안은 고마워요!"
제안해준 것 자체는 정말로 기뻤는지 유우나는 싱글벙글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가 그녀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한테이가 들고 있던 메모지를 떠올리면서 미소를 지었다.
이것도 마음에 안든다고 하던 녀석들도 있었는데 말이야. 그녀는 잠시 과거를 떠올렸습니다. 어린 시절 부터 강요받았던 황제로서의 삶의 방식은 그다지 마음에 들만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잠이 든 순간까지도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라 배웠으니 편히 있을 수 있던 순간은 그다지 없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자랑스러운 듯 말하는 소녀의 모습에 어쩐지 이해못할 동경같은 것을 느끼기도 하고 있었습니다. 스스로의 일에 이렇게나 자신감을 가질 수 있더니 아직 어린데도 굉장하다고 생각한 그녀였기에 어째선지 놀려주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름으로 불러도 돼. 주변에서는 다들 그렇게 부르니까. 나도 유우나라고 불러도 될까?"
이미 머리에 손까지 올렸는데 이미 늦었나 했던 그녀였으니 이것은 사후확인에 가까웠습니다. 아마도 다음에 만나면 그녀 혼자 내적인 친밀감을 올려서 스스럼없이 다가올지도 모르겠네오.
"아 그러고보니 유명인이었지. 그럼 확실히 기숙산 어려울 수도 있겠구나. 뭐 그래도 낮에는 민간에도 온천을 여니까 언제 한번 들려. 그정도는 괜찮지?"
싸인이라는 말에는 나쁘지 않을것 같으니 이왕이면 해달라며 그녀는 메모지와 펜을 소녀에게 건냈습니다.
딱히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 낯설거나 하진 않았다. 오히려 아이돌로 활동을 하면 팬들에게 이름으로 불리는 경우가 더 많았으니까.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조금 부끄러울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동성에게는 그런 저항감은 적었다. 오히려 이렇게 편하게 불러주는 것은 아무래도 친근감이 있어서 더 좋았으니까.
"시간이 된다면요. 아이돌이라서 조금 바쁘지만 그래도 매번 바쁘진 않으니 한번은 가볼게요."
그게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졸업하기 전에 최소 한 번의 기회는 생기지 않을까 생각하며 유우나는 환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어떤 풍경이 있을까. 어떤 탕일까. 기분은 좋을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유우나는 기대의 눈빛을 찬란하게 반짝였다. 그러다 그녀가 메모지와 펜을 주자 유우나는 두 손으로 그 메모지와 펜을 받았다.
뒤이어 그녀는 동글동글한 글씨체로 자신의 이름을 싸인체로 썼고 그 옆에 작은 하트 모양을 그려 마무리했다. 그리고 그 아래에 마찬가지로 동글동글하고 작은 글씨체로 황제님께. 라고 그녀가 요구한 리퀘스트를 그대로 이뤄줬다.
"자. 여기 싸인이에요! 선배. 이거 인터넷에 올려서 팔면 안되는 거 알죠? 후훗."
장난스럽게 그렇게 웃은 후, 그녀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슬슬 다른 곳으로 이동할 생각인 듯 했다. 계속 여기에 앉아있을 수도 없는 논릇이었으니까.
"그럼 또 기회가 되면 봐요. 선배!"
그렇게 손을 흔들면서 유우나는 다른 곳으로 가벼운 발걸음을 올겼다. 물론 눈알 젤리에 대해서는 애써 모르는 척 하면서. 다음에 또 살 때는 그거 안 나오길 바라면서.
강민은 라인으로 유우나와 대화를 마치고선 잠깐이 될 것이었던 산책길을 벗어나서 학교 바깥으로 향했다. 아직까지 통금이 될 시간대도 아니었고 애초에 통금이어도 걸리지 않고 빠져나갈 능력이 있었기에 그의 걸음은 거침이 없었다. 시내로 나간 그가 향한 곳은 이 섬에서 가장 유명한 빵집이었다. 늦은 시간이라 빵이 남아있을까 싶었는데 다행히도 몇가지가 남아있었고 그 중에는 카스테라도 있었기에 강민은 빵을 사서 그대로 기숙사로 돌아왔다.
다음날이 되자 그는 카스테라를 가방에 넣어서 학교에 가져갔다. 점심 시간에 유우나가 올 것이라고 말을 해두었기 때문에 점심시간에 일월정으로 빵을 가지러 다녀오기엔 시간이 조금 애매하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침 수업은 평소처럼 졸음과 싸워가며 반쯤 흘려들은 그는 점심시간이 되자 곧바로 교실 바깥으로 나갔다.
[저번에 내가 알려준 그 장소에서 기다릴께.]
유우나에게 라인 메세지를 보내놓은 그는 자신이 먹을 빵과 음료수를 매점에서 사서 일월정으로 가는 길에 있는 작은 공터로 향했다. 딱 맞춰서 올지 조금 늦을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언제든 유우나가 와서 먹을 수 있게 일회용 포크 같은 것도 어제 받아와서 세팅해두었다.
아이돌의 하루는 오늘도 어김없이 상당히 바빴다. 이른 아침부터 뮤직비디오를 찍기 위해 이리저리 움직이고 같은 노래를 몇 번이나 부르던 유우나는 점심시간 30분 전 정도 쯤에 해방될 수 있었다. 매니저에게 부탁해서 오후는 학교에 가겠다고 말을 하니 그녀의 매니저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유우나를 차량에 태워 학교로 보냈다.
[거기 말이죠? 알았어요. 아. 저 지금 마쳐서 가는 중이에요. 조금민 기다려주세요.]
라인으로 도착한 메시지를 읽으면서 유우나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무슨 일 있냐는 매니저의 물음에 유우나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특별하 말을 하거나 하진 않았다. 아마 제대로 말하면 무슨 소리를 할지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딱히 뭘 하려고 가는 것은 아니고 그냥 점심을 먹자고 해서 점심을 먹는 것 뿐이었으나 매니저에게 있어선 안 좋은 상황일지도 모를 일이었고 유우나는 딱히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
아무튼 학교 안에 들어선 유우나는 매니저에게 인사를 한 후에 그녀를 보냈다. 이어 바로 교실로 올라가지 않고 강민이 전에 알려준 그 장소로 향했다. 전에 그와 헤어지고 난 후, 한 번 갔었던 장소이기에 아주 조금 망설이긴 했으나 그녀는 그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물론 두 손에는 오늘 점심에 먹을 도시락을 가지고서. 카스테라를 부탁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것만으로 밥을 먹기에는 조금 부족했다. 엄연히 유우나는 성장기였으니까.
"아. 선배."
해당 위치에 도착하자 보이는 강민의 모습에 유우나는 미소를 지으면서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으면서 입을 열었다.
"오래 기다렸어요? 오늘 뮤직비디오 촬영이 있어서. ...그래도 어떻게든 시간 맞춰서 올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역시나 그 공터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점심시간에 구태여 여기까지 올 학생들은 거의 없을테니 당연한 얘기겠지만, 방해할 사람이 없다는 것은 강민에겐 좋은 소식이었다. 바람이 적당히 불어오는 위치에 있는 벤치에 걸터앉은 강민은 자신의 옆에 가져온 것들을 내려놓고서 그저 멍하니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 아, 왔구나? "
그가 도착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와 그는 정면을 향하던 시선을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옮겨 바라보았다. 그가 그곳에서 기다리던 사람이 도착하자 그는 웃으면서 일어나 그녀가 가져온 것들을 들어주며 말했다.
" 아냐 나도 방금 도착했어. 괜히 빨리 온다고 무리한게 아닌가 싶네. "
자신은 그냥 매점에서 간단하게 빵이나 사왔는데 유우나는 충실한 도시락을 가져왔다니,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볶음밥이라도 만들었어야했나 싶었지만 이미 지난 일이라 그는 원래 앉아있던 자리에 돌아가서는 유우나가 앉을 자리를 손으로 털어주었다. 다행히도 날씨는 맑았고 바람도 적당히 불고 있어서 바깥에서 무언가 하기에 너무나도 좋은 날이었다.
" 아이돌 일로 바쁠텐데 부지런하네. 도시락도 싸오고. "
하는 일이라곤 학교 다니는 것뿐인 자신은 아침에 일어나는게 귀찮아서 도시락도 준비하기 힘든데 아이돌과 학생을 병행하면서도 도시락까지 싸온 것을 보고 그는 1년에 몇번 느끼지 않는 자괴감을 느끼고 있었다. 아이돌이란 이렇게 부지런해야 성공할 수 있는건가 싶어 약간의 존경을 담은 눈빛으로 유우나를 바라본 그는 가져온 카스테라를 건네주며 말했다.
" 이거 이 섬에서 가장 빵이 맛있는 집에서 사온거야. 아침엔 영업을 안해서 어젯밤에 사둔거라 조금 맛이 없어졌을지도 모르지만 ... 그래도 되게 맛있다고 하더라. "
자신은 빵을 애초에 잘 사먹는 편이 아니라서 그곳에서 무언가 사먹은 일도 손에 꼽은터라 남에게 들은 정보를 갖고 사온 것이었다.
"그 방금 도착했다는 말이 그냥 저에게 미안해서 방금 도착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죠? 그리고 무리하지 않았어요. 저 학교다니는 것도 좋아해서. ...아이돌 일도 좋지만... 아무튼 그것을 떠나서 선배와의 약속도 중요한걸요!"
절대 무리해서 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어필하듯 그녀는 손을 마구 휘저으면서 미소를 지었다. 참으로 자상한 사람이었다. 중학교 시절, 상담을 받을때와 비슷한 느낌으로. 아마 다른 이들에게도 다 이런 느낌이 아닐까. 성품이 그런 이가 아닐까 생각을 하면서 그녀는 조심스럽게 자리를 잡았다.
이내 그의 입에서 도시락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유우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도시락을 싸고 있는 천을 조심스럽게 풀었다. 천 안에는 2층 반합형 도시락이 들어있었고 이내 그녀는 뚜껑을 열었다. 안에는 계란말이, 그리고 문어 모양으로 자른 소시지, 감자볶음, 볶은 양념 돼지고기,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샐러드가 2층, 그리고 그 아래인 1층에는 하얀 밥, 그리고 토끼 모양으로 자른 사과가 디저트로 들어있었다.
"아이돌 일을 하려면 싫어도 부지런해질 수밖에 없는걸요. 그리고 이건... 선배가 같이 먹자고 해서 조금 신경써서 싸봤어요. 같이 먹어요. 선배."
얼마든지 괜찮다는 듯 밝은 미소를 짓던 유우나는 이내 그가 내미는 카스테라를 두 손으로 받았다. 거기까진 좋았으나 이후 설명에 그녀는 살짝 놀라 오른쪽 손으로 입을 막았다.
"아. 저기. 매점에서 파는 것으로도 괜찮은데. 뭔가 고생시킨 것 같아서 죄송해요. 그래도 고마워요! 잘 먹을게요!"
조금 놀라긴 했지만 그래도 감동한 듯, 기분이 좋은듯. 그녀는 배시시 웃으면서 챙겨온 젓가락 중 한 쌍을 그에게 내밀었다. 이어 어서 먹어보라는 듯, 그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유우나가 싸온 도시락은 2층짜리였는데 1층에는 밥과 후식으로 먹을 과일이, 2층에는 곁들일 반찬들이 들어있었다. 반찬의 모양새가 딱 봐도 요리를 잘하는 것 같은 사람이 만든 것 같아 강민은 작게 감탄사를 터뜨리며 바라보았다. 강민이 요리를 잘하냐고 묻는다면 그 본인은 물론이요 오래 알고 지낸 사람들은 전부 고개를 저을테니 말이다. 물론 무엇이던 보면 따라할 수 있기 때문에 맘만 먹으면 할 수 있겠지만 그것과 별개로 레시피를 모르기 때문에 맛은 보장할 수 없었다.
" 유우나를 보면서 내가 반성하게 되네. 나태했던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어. "
사실 어릴적의 반동으로 지금처럼 유유자적한 성격이 되어버린 것이 크지만 그것까지 유우나에게 구태여 말해줄 필요는 없었다. 중요한 것은 그녀가 챙겨온 젓가락이 두개이고 그 중 하나를 그를 위해 가져왔다는 것이다. 같이 먹자고 한 것뿐인데 그의 몫까지 도시락을 싸오다니 마음 속으로 감동의 눈물이 줄줄 흘러 넘친다.
" 조금 양이 많으니까 차에서 두고두고 먹어도 괜찮을 것 같아. 다른 사람들 나눠줘도 되는데 절반 이상은 유우나가 먹기다? "
장난식으로 말한 그는 자신의 몫으로 사온 빵과 음료수는 한 구석에 치워두고 젓가락을 꺼내 잘먹겠습니다, 라고 작게 말한뒤 양념 돼지고기를 약간 집어서 입에 넣었다. 그리고 강민의 입에서 느껴진 맛은 최근엔 먹어보지 못한 상당한 맛이라 웬만한 일에도 잘 놀라지 않는 그의 눈이 커지며 유우나를 바라보았다.
" ... 진짜 맛있는데? 직접 만든거라니 유우나는 못하는게 없구나 ... ? "
진심으로 감탄하는 표정으로 말한 그는 천천히 다른 반찬들도 집어먹기 시작했다. 정말 거짓말 안치고 맛없는게 하나도 없는 수준이라 그는 연신 감탄을 터뜨리며 유우나가 만든 도시락을 먹었다.
"아뇨! 아뇨! 조금 나태해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물론 매일매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뒹굴거리기만 하는 그런 삶은 조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선배는 그 정도는 아니잖아요? ...아니죠?"
나름대로 변호하려는 듯 그렇게 이야기를 했으나 정작 강민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명확하게 아는 것은 없었기 때문에 그녀의 답은 이내 그렇지 않냐는 물음으로 돌아왔다. 아주 살짝 눈치를 보는 것이 스스로 말하고도 상당히 민망한 모양이었다. 바로 귓가에서 그렇게 말하면 어색한 분위기가 된다고 주의를 주는 수호천사의 목소리에 유우나는 아주 살짝 자신에게만 보이는 수호천사를 흘겨봤다. 그러다가 화들짝 놀라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유우나는 다시 미소를 지었다. 조금 어색할지도 모르는 미소였다.
"후훗. 이렇게 사줬으니까 많이 먹을 거예요. 오늘 하루만에 먹거나 하진 않을 거지만 그래도..."
그보다 역시 무리를 시킨 것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그녀는 조금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와는 별개로 다시 한 번 고맙다고 이야기를 하며 그녀는 강민이 자신이 싼 도시락을 먹는 모습을 바라보다 맛있다는 말에 배시시 웃으면서 조금 부끄러운지 손을 모아 검지를 살살 비볐다.
"모, 못하는 것이 없다니. 그 정도는 아니에요. 그냥 잘하는 것 중 하나가 이것 뿐이에요. 거기다가 유명 셰프가 만드는 것에 비하면 제 요리는... 아. 물론 그렇다고 못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저기. 그러니까... 그게... 고, 고마워요. 선배. 마, 많이 드세요! 같이 먹으려고 조금 많이 준비했거든요."
얼마든지 먹으라는 듯 그렇게 말을 하며 그녀는 제 몫의 젓가락으로 계란말이를 하나 집어서 입에 넣었다.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것이 역시 맛이 좋았기에 유우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녀 말대로 매일매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뒹굴거리는 삶을 사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당장은 목적 의식 없이 하루하루를 주어진대로 살아가고 있는지라 그녀의 말과 크게 다른 점은 없다고 생각했다. 세계를 뒤에서 주무르고 있는 그런 조직의 후계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풀어진 태도였지만 그것을 견제할 사람은 지금은 아무도 없었기에 더욱 그런 것 같았다.
"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네. "
그래도 신경 써서 사온 카스테라인만큼 유우나의 입맛에 맞기를 바라는 강민이었다. 조금 어색해보이는 미소를 봤지만 별거 아니라고 생각한 그는 유우나의 도시락을 연신 감탄사를 터뜨리며 먹다가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입에 음식이 들어있어서 대답하긴 힘들었다. 입에 있던 것들을 마저 씹어삼킨 그는 가져온 음료수를 건네주며 말했다.
" 이렇게 맛있게 만들 수 있다니 유우나는 인기가 많을 수 밖에 없겠네. 나중에 누군가는 이런 음식을 매일 먹을 수 있겠지 ... 좀 부러워지네. "
정말로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금방 원래의 미소로 돌아와 도시락을 먹기 시작한다. 급하게 먹지 말라는 말을 들었음에도 젓가락이 움직이는 속도는 평소에 그가 먹는 속도보다 조금 더 빨랐다. 그래도 유우나가 못먹으면 안되니까 적당히 먹는 양을 조절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음식이 어지간히 맘에 드는지 평소에는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하는 그였지만 오늘은 말수가 부쩍 줄어있었다.
" 덕분에 맛있는 점심도 먹는데 입을 싹 씻으면 좀 곤란하니까 ... 뭔가 하고 싶은게 있어? "
물론 본인이 싸달라고 한 것은 아니지만 이런 예상치 못한 선물에는 그래도 답레를 하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인지라 강민도 유우나를 바라보며 싱긋 미소지으며 말했다.
누군가는 이런 음식을 매일 먹을 수 있겠지? 라는 말의 의미를 바로 캐치하지 못하고 유우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다가 순간적으로 그 의미를 파악하고 그녀는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좀 부러워진다는 그 말의 의미도 포함해서. 그러다가 음식이 그만큼 맛있다는 의미일거라고 해석하려고 하면서 유우나는 조심스럽게 그에게 물었다.
"그게 부럽다는 것은 선배는 제 요리를 매일 먹고 싶은 건가요?"
자신도 왜 그렇게 물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답 여부에 따라서는 상당히 당황할지도 모르나 그럼에도 답이 듣고 싶었는지 그녀는 그렇게 물어봄녀서 강민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한편 그와는 별개로 하고 싶은 것이 있냐는 그 물음에 유우나는 고개를 살며시 도리도리 저으면서 미소를 지었다.
"애초에 선배는 입을 씻은 것도 아니잖아요? 카스테라도 이렇게 주셨으면서. 그것으로 충분해요. 딱히 뭔가를 바라고 한 것도 아니고.. 저도 먹을겸해서 만든 것인걸요. 1인분을 준비하나 2인분을 준비하나 크게 차이는 없기도 하고요. 10인분이면 또 모를까."
애초에 뭔가를 바래서 한 것이 아니라는 듯이 그녀는 두 손을 휘저으면서 정말로 괜찮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가 잠시 생각하느 모습을 보이던 유우나는 강민에게 말을 이었다.
"그래도 정 신경이 쓰인다면, 이 멋진 장소를 알려주고 중학생 때 아이돌이 될 수 있도록 격려해준 보답을 이제서야 하는 거라고 생각해주세요. 후훗."
여전히 그는 남이 오해를 가득 살만한 언행을 하고 있었지만 본인은 그것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어쨌든 강민은 진심으로 유우나의 요리가 맛있었고 너무 좋았기 때문에 그 말에 거짓은 없었다. 분명 이런 요리 말고도 다른 요리도 잘할 것 같으니 더욱 그녀의 요리가 기대되는 강민이었다. 소시지를 하나 집어서 입에 넣으면서 그는 말했다.
" 아무리 그래도 이런 정성에 그 카스테라 하나로 퉁치는건 좀 미안한데 ... "
머리를 긁적이며 말한 그는 젓가락을 잠시 내려놓고 무언가 생각하는듯 시내쪽을 바라보았다. 유우나가 말은 저렇게 해도 이 도시락이 어떤 정성이 들어갔는지 강민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뭐라도 해주고 싶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잠깐 생각하다가 이내 좋은 것이 생각났는지 다시 젓가락을 들며 유우나를 바라보았다.
" 다음에 시내 같이 나가자. 맛있는거라도 같이 먹으러 가면 괜찮을 것 같으니까. "
단 둘이 말이야, 하고 작게 덧붙인 그는 여전히 무해한 웃음을 지으면서 밥을 살짝 떼어서 입에 넣었다. 도시락은 이젠 다 먹어가고 있었고 강민의 배도 어느정도 찼기에 젓가락을 내려놓은 그는 배를 통통 두드리며 말했다.
" 와, 배부르다. 너무 맛있어서 정신 없이 먹었지 뭐야. "
물론 정말 엄청 배부른건 아니었지만 적당하게 먹는걸 미덕으로 삼는 그였기에 이 정도만 먹어도 많이 먹은 것이었다.
매일 먹어도 안 질릴 것 같아서 매일 먹고 싶다니. 이 말을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지 유우나는 잠시 망설였다. 누가 들으면 마치 매일 아침 나를 위해서 된장국을 끓여줘 같은 발언 같으면서도 막상 들어보면 또 아닌 것 같으니. 어떻게 대답해야할지 애매한 탓이었다. 그래도 이 선배는 뭔가 그렇게 심각하고 무거운 이야기를 한 것은 아니겠거니 생각하면서 유우나는 고개를 살며시 도리도리 저었다. 아주 살짝 심장이 뛴 것 같지만 그래도 이내 진정하니 그 고동소리는 서서히 가라앉았다.
"제일 맛 좋은 빵으로 사온 거라면서요? 그러면 비슷하지 않아요? 근데. 네?"
다음에 시내를 같이 나가자고 하면서 맛있는 것이라도 같이 먹자는 것도 모자라서 단 둘이라는 말을 붙이는 것이 참으로 유해한 말과 표정이었다. 이거 그냥 데이트 신청? 순간적으로 혼란이 왔는지 유우나는 살짝 당황한 표정으로 두 손을 휘저으면서 얼굴을 붉혔다. 아니라고 생각을 하지만 그래도 괜히 그녀는 두 팔을 바둥바둥 휘저으면서 그에게 이야기했다.
"선배는 심술쟁이에요! 지금 그거 누가 들으면 저에게 데이트 신청하는거라구요! 막막 말 돈다구요! 아니. 싫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표현방식이..아으.."
단 둘이 말이야. 는 또 뭐란 말인가. 이건 누가 봐도 아주 자연스럽게 데이트 신청하는 말이 아니던가. 괜히 놀랐는지 그녀는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붉어진 제 얼굴을 식히려고 했다. 이어 그녀는 천천히 도시락을 먹으면서 사과를 하나 집은 후에 집에 쏙 밀어넣었다.
정말 모르는듯이 반문한 것 같지만 금방 장난스런 표정으로 웃어보이는 강민은 이게 노리고 하는 말인지 아니면 정말로 모르고 하는 말인지 듣는 사람을 다 헷갈리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 그래도 섬에서 손에 꼽히는 미소년 중에 한명이니까 이런게 먹히는게 아닐까 싶었지만 ... 어쨌든 유우나의 반응에 작게 웃어버린다.
" 이렇게 둘이서 종종 놀러가곤 하는데 말이야. 유우나도 그렇게 놀러가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데이트 신청이라면 신청일수도 있겠네. "
싫다는 말은 안했으니 강민은 유우나와 놀러가는 것을 거의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듯 했다. 하지만 유우나는 자신보다 한참은 바쁜 사람이니 그녀가 잠시 시간을 낼 수 있을때 잠깐이나마 같이 놀러다닐 생각이었다. 밖을 돌아다니는 것도 힘들테니 최대한 실내 위주로 다닌다면 그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 말이다.
" 진심이라니, 지금까지 유우나한테 거짓을 말한적은 없는걸? "
무방비하면서도 무해한 웃음, 강민이 유독 잘 짓는 이 미소는 처음 보는 상대방도 곧잘 무장해제를 시키곤 했다. 선천적인건지 어디서 배워온건진 모르겠지만 그의 외모와 함께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는지라 그는 잘 자각하지 못해도 그의 주변 사람들은 특유의 표정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았다.
" 그래도 심술쟁이라니 마음이 살짝 아픈데~ "
물론 유우나가 악의를 담아 말한 것은 아니니 타격은 하나도 없었지만 말이다. 유우나가 가져온 사과를 자신도 한 입에 밀어넣는다. 맛있는 사과라 아삭하면서도 단맛과 신맛이 적절했다.
뭔가 지금 완전히 그의 페이스에 휘말려버린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유우나는 난간함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푹 숙였다. 거짓을 말한 적이 없다면 그건 그거대로 더 문제가 아니던가. 뭔가 말이 엇갈린 것 같으면서도 일부러 그러는 것 같아 괜히 얄밉다고 느끼면서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 와중에 미소가 되게 잘생겼어. 무해해. 멋져. 그렇게 생각해버리는 자신이 있었다. 지금 이걸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지 알 수 없어 유우나는 침묵을 지키면서 빤히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러다가 얼굴을 붉히면서 살며시 시선을 돌렸다.
"...그러니까 그런 의미 아닌 거 알잖아요. 심술쟁이."
괜히 또 심술쟁이라는 표현을 대면서 그녀는 두 손을 모은 후에 검지를 비비는 특유의 동작을 취했다. 그리고 머뭇거리다가 오른손으로 제 입을 살짝 가리면서 침묵을 길게 지켰다. 그리고 괜히 자신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정리를 하다가 그에게 이야기했다.
"저 아이돌이라서 길거리를 막 돌아다니면 사진 찍힐 때도 많고 그래요. 그래서 변장하고 돌아다니는데 그래도 괜찮다면... 괜찮아요."
놀러다니는 정도라면 괜찮겠지. 그렇게 생각을 하나 상대가 데이트 신청이라는 것을 인정해버렸으니 만약 나간다면 철저하게 변장을 해야겠다고 그녀는 다짐했다. 그 와중에 괜히 제 가슴을 가볍게 툭툭 치던 그녀는 그를 바라보면서 괜히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까 다음에 시간 나가면 데이트 해요. 선배가 말 시작했으니까 저도 제대로 응할거니 그렇게 알고요."
유우나가 자신을 빤히 바라보자 그는 시선을 피하지 않고 눈을 마주친 상태로 빙긋 웃어주었다. 뚫어지게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면서 그녀가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하는듯 했지만 이내 심술쟁이라는 말에 시선을 다시금 정면으로 향하며 말했다.
" 그래서 실내 위주로 간다면 괜찮을거라고 생각해. 칸막이가 쳐져 있어서 프라이버시 보호도 해주는 곳이 많으니까 말이야. "
고작 길거리를 돌아다니는데 변장까지 해야한다니 아이돌의 삶은 너무 피곤하고 비참한게 아닌가 싶다. 그렇기에 그는 바깥에서도 유우나가 조금은 마음을 놓고서 본래의 모습으로 놀기를 바랬다. 그래도 완벽하게 차단 되는 것은 아니니까 조심은 해야겠지만 안을 굳이 들여다보는 사람은 없을테니 말이다.
" 제대로 응한다는건 본격적으로 나오겠단 뜻일까~? "
유우나의 진심 모드라는게 어떤 것인지 강민은 갑자기 궁금해졌다. 그렇기에 꼭 유우나와 단 둘이 노는 날을 근시일 내로 잡아야겠단 생각을 했지만 ... 지금의 그와 그녀의 일정은 오롯이 유우나의 일정에 달려있으니 그렇게 맘대로 되는 일은 아니다. 마지막 남은 사과를 입에 넣은 그는 빠르게 씹어 삼키고선 말했다.
" 그래도 나도 기대가 되니까 말이야. 누군가랑 단 둘이 놀러간다는건 꽤나 설레는 일이거든. "
그치? 하면서 반문한 그는 허벅지를 툭툭 털고선 다 먹은 도시락 정리를 도와주었다. 그래도 얻어먹었는데 정리는 본인이 하는게 맞다면서.
이것은 집 도착하고부터 주말 내내 상태가 안좋아서 묘로묘로 뻗어있었던 Chinatsu-ju 라는 것이다. 거의 겨울잠을 잤는데도 상태가 여전히 묘로묘로하긴 한데 아무튼 말짱하게 돌아왔지롱~~~~~~minasan 좋은 밤이라구~~~~~새로운 신입 Ninja-san도 Konbanwa~~~~~~~~🐟✨
>>57 me 치나츠주...늦었지만 강민주의 쾌유를 기원하며 강민주에게 몇 가지 질문하고 싶은 것이 있다. Kangmin-san 은 이 하렘-world에서 히로인이 남몰래 짝사랑하고 있는것부터 시작하는 전개를 선호하는지 아니면 그냥친구에서부터 서서히 관계를 쌓아나가는것을 좋아하는지?? 솔직히 이거 물어볼까말까 며칠 끙끙 거리다 레스 올려본거 맞음 아무튼 맞음. 그렇다. Me 는 쓸데없는 것을 고민하다 돌아온 것이다....😱
>>235 이럴수가!!!! 삼파전으로 가도 상관없다니 강민좌...그는 하렘의 신인가?? 정말 ok인지?? 만약 전자가 괜찮다면 남몰래 지켜보며 주인공인 kangmin-kun을 향한 마음을 키워나갔단 흔하디 흔한 story는 어떠한지 제안해볼까 햇다 이말임. This Res-ju 클리셰 매우 좋아합니다. 😉🔥
실내 위주로 간다. 당장 떠오르는 곳이 유우나에겐 없었다. 룸카페 같은 것일까? 허나 그런 곳으로 들어가면 그건 그것대로 강민이 재미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에 그녀는 바로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가라오케를 떠올리면서 아. 하는 소리를 그녀는 작게 냈다. 여기라면 강민도 나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가라오케 정도라면 괜찮을 것 같아요. 후훗. 무려 아이돌의 노래를 바로 앞에서 라이브로 들을 수 있다구요. 제 노래도 있거든요. 가라오케에."
이전에 친구들과 가라오케를 갔던 것을 떠올리면서 유우나는 이내 장난스럽게 이야기했다. 그러다 들려오는 그의 말에는 장난스럽게 두 눈을 곱게 접으면서 오른손으로 입을 살며시 가리면서 웃음소리를 냈다. 장난을 조금 더 칠까? 아니면 그냥 솔직하게 말할까 하다 그녀는 그 중간쯤의 어딘가를 살며시 선택했다.
"제대로 된 데이트를 할 거예요. 선배가 그렇게까지 말했으니까 진짜 아이돌의 매력으로 선배의 가슴이 뛸 정도로."
그렇게 작은 선전포고를 하면서 웃지만 진심일진 알 수 없었다. 어쩌면 그의 분위기에 맞춰주려고 한 것일지도 모르고. 이내 그녀는 장난스럽게 웃었지만 분위기가 크게 변하진 않았다. 이후에 아주 살짝 메롱 자세를 보인 것을 보면 어쩌면 장난이 8할쯤 되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오기가 어느 정도 섞여있는 것일지도 모르고.
"그런 말. 여자애들에게 함부로 말하면 진짜 오해받아요. 정말로."
그 부분은 분명하게 이야기를 하나 딱히 선을 긋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그럴 수도 있다는 정보를 전달하고자 하기 위해서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는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유우나는 핸드폰을 연 후에 가만히 스케쥴을 확인했다. 비어있는 날은...
>>255 Misaki-san.... 수영부가 해병대가 되기를 바라는 것입니까??? 그랬다간 everyone 해상자위대 지망생이 되어버릴것!! 청춘하렘물에 군대가 웬말이냐!!!!!! Me 치나츠주는 그런 분위기를 원하지 않는다. 수영부는 평범한 분위기일 것이니 Don't worry 하십시오. 🐟✨
이름: 히가시요츠야나기 미사키 학과: 치위생학과 평균 학점: A+/4.5 TMI: 퀭한 얼굴 + 다크서클이 턱까지 내려온 곧 죽을 것 같은 몰골을 하고 다님. 선배의 평가: 볼 때마다 취해있던데요..? 후배의 평가: 그 선배는 제 나이 때 뭐 했을까요? https://kr.shindanmaker.com/1140226
전적으로 유우나가 편하게 놀게 하기 위해 가는 곳이니만큼 프라이버시가 가장 중요한 곳으로 고를 생각이었다. 그래도 역시 유우나가 말한 가라오케가 가장 놀기도 좋고 다른 사람들 시선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곳인만큼 1순위가 될 예정이었다. 거기에 현직 아이돌의 라이브라니 원래 값비싼 티켓값을 주고 들어야하는 것인만큼 몇 없는 귀중한 기회를 강민이 놓칠리 없었다.
" 아이돌인 유우나도 좋지만 말이야. "
갑작스러운 선전포고에 강민은 살짝 놀란듯 했지만 금방 감정의 동요는 사라지고 특유의 옅은 미소만 다시금 얼굴에 남아 유우나를 바라보았다.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는 시선을 유우나의 시선과 겹친 강민은 그대로 말을 이어갔다.
" 평범한 고등학생인 유우나도 궁금하니까 말이야. "
유우나의 분위기가 장난이었던 것처럼 강민의 분위기도 장난에 가까웠다. 그리고 실제로도 장난이었겠지만 어쩌면 진심이 어느정도는 담겨있는 말이 아니었을까. 오해 받는다는 말에 모른척 어깨를 으쓱하고선 대답을 회피한 그는 유우나의 말에 자신의 핸드폰을 열어보았다. 무언가 스케줄이 있을까 했지만 역시나 그의 스케줄표는 텅텅 비어있었다.
" 유우나가 되는 날이라면 나는 언제든 괜찮으니까 말이야. "
일정이 따로 없으니 그럴 수 밖에 없긴 하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슬슬 점심시간이 끝나가는 것 같아 그는 주변을 말끔하게 정리하고선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지개를 한번 펴주니 온 몸에서 뚜둑,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가만히 들려오는 말. 평범한 고등학생인 유우나도 궁금하다는 그 말에 유우나는 입을 살며시 다물었고 아주 살짝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아이돌이 아니라 평범한 고등학생인 나. 물론 아주 좋은 말이긴 했으나 유우나로서는 조금 애매하게 들리고 있었다. 평소의 자신이 궁금하다는 말에 좀 더 길게 침묵을 지키던 유우나는 쓴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살며시 저었다. 그리고 아주 작게 중얼거리는 목소리를 냈다. 그가 들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자신도 알 수 없었다. 무의식중에 나온 말이었으니까.
"평범한 유우나는... 그렇게 반짝이지도 않고, 찬란하지도 않은 존재에요."
허나 어느 순간 그녀의 표정은 원래대로 돌아왔다. 방금 무슨 말을 했냐고 물어도 유우나는 무슨 말이요? 라는 말로 대답을 하지 않으려고 했을 것이다. 방금전의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이 다시 한 번 발랄한 분위기를 보이면서 가볍게 웃던 그녀는 괜찮다는 그 말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일요일에 일정 비워둬요. 저도 아무런 일정도 안 잡힐테니까. 약속 장소는 나중에 라인으로 보내주세요. 선배가 편한 위치라면 어디든지 괜찮아요. 저. 어디라도 갈 수 있으니까. 아. 물론 선배 집은 빼고요."
쿡쿡 장난스럽게 웃던 그녀는 점심시간이 끝나가는 시간을 확인하며 도시락통을 닫고 다시 주섬주섬 챙긴 후에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후 수업에 참여하려면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가야할테니 지금 빠르게 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며 그녀는 강민을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그럼 오후 수업에 참여해야하니까 저는 먼저 교실에 가볼게요! 교무실에도 들려서 등교했다고 보고해야하거든요. 또 기회가 되면 봐요. 선배."
그렇게 웃으면서 그녀는 사르륵 옆으로 돈 후에 빠르게 본교로 가려고 했을 것이다. 그가 잡지 않는한.
/이렇게 막레를 해도 되고 따로 막레를 줘도 괜찮아! 더 잇고 싶다면 이어도 상관은 없긴 하지만... 강민주 몸 상태 힘들테니 슬슬 끊는 것이 좋겠다 싶네.
매점에서 사는 물건이래봐야 간단한 생필품에 매점 주인의 취향으로 간간히 들어오는 화과자 정도. 히가시요츠야나기 미사키는 화과자도 좋아했지만 오다 가다 하나씩 사 먹는 정도로 족했고, 방 안에 가득 저축해 두기에 적합한 녀석은 구할수가 없었기에 시내로 나올 필요가 있었다.
"과자만 잔뜩!"
주먹을 꽉 쥐며 눈이 한순간 빛난다. 적어도 한아름은 들고 갈 속셈이다. 나머지 물품은 한테이가 고생을 하겠지만 택배를 받으면 그만이니, 굳이 시간을 들여 나올 필요는 없었다.
"유우군은 어떤게 필요해?"
버스정류장의 횡단보도를 건너면 지름길이라고 있는 좁은 골목이 있다. 시내로 가는 길은 이 골목길이 아니라면 대로변을 통하여 가야 하는데 목표로 하는 곳까지 한참을 돌아 가야 하고, 사람도 많기 때문에 보통은 골목길로 향한다. 미사키도 마찬가지. 미사키는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과 대화를 한답시고 고개를 돌려 주변시로만 앞을 보고 걸어가는 모양이 나온다.
문득 자신의 방에 쟁여둔 간식거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은 강민은 이왕 이렇게 나온거 과자라도 사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는 음료수랑 초콜릿 같이 공부할때 먹을 것들 위주로 살 예정이었으니 말이다. 미사키의 눈이 빛나는 것을 본 강민은 대체 얼마나 사려는거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천천히 길을 걸어갔다.
" 난 원래 음료수랑 초콜릿 같은거 사려고 했거든. 거기에 볼펜심이 다 떨어져서 ... 그런 것들은 택배로 받으려면 너무 양을 많이 시켜야하니까 주기적으로 나가서 사와야하거든. "
그는 학용품은 절대 싼걸 쓰지 않는 주의였다. 싼걸 사용하면 금방 고장나서 스트레스만 더 받기에 한번 살 때 비싼걸 사서 오래 쓰는걸 더 선호하고 있었고 보통 그런 제품들은 잉크가 떨어지면 볼펜심만 교체해주면 되기에 그것들을 사러가고 있었다. 정류장에서 시내로 향하는 지름길인 골목길은 빠르게 갈 수 있었지만 골목길을 빠져나갈때 갑자기 나타나는 대로변 때문에 조금 주의를 요해야하는 곳이었다.
" 미사키 앞 제대로 안보면 넘어진다? "
그녀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해있다는 것을 깨달은 강민은 작게 주의를 해주며 정면을 살펴보았다. 아직까진 빠져나가는데 좀 거리가 남았고 걸려 넘어질만한 것들도 안보였지만 혹시 모르니 조심해야하는 법이다.
"사자! 덤핑 상품 같은걸로 어때? 거기까지 혼자서 사가기에는 엄두가 안 났는데 유우군이랑 반으로 나누면 딱 좋을것 같은데!"
박스 단위로 팔아넘기는 과자를 사왔다가는 유통기한이 길다고 할지언정 여기저기에 무료나눔하는 최후를 맞이하고야 말것이다. 참고로 경험담이다.
"알지 알지~ 나도 저번에 필요한게 있어서 봤는데 200개부터 배달 가능이라더라?"
필요한 양은 1개인데 최소 주문량이 200개라면 뭘 어떻게 하나 같은 고민은 흔히들 하는 법이다. 하나 사서 오래 쓰는 녀석이라면 더더욱...
"응? 헤헤, 걱정해주는거야?"
미사키는 헤실헤실 웃으며 아예 뒤를 돌아 뒷걸음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뒷골목의 지리는 이미 눈으로 봐두었으니 걸어가는데 별다른 지장이 없겠다는 판단으로 한 행동이었다. 보통의 상황이라면 전혀 문제가 될 것은 없을 선택이다. 의식적으로 도로와 보행을 사뮬레이션 하지 않아도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도달할수 있었을 테니까. 주의는 유강민에게만 집중하고, 집으로 돌아와 둔감해진 감각으로는 소리 없이 달려가는 전기 자동차를 예측할수 없으니— 이점이 가장 큰 맹점이라 할 수 있겠다.
장난스런 미소로 미사키를 바라보며 말한 강민은 예전에 박스채로 과자를 샀다가 처치곤란에 빠져서 결국 주변 사람들에게 과자를 나눠준 것을 떠올렸다. 그때 나눠준 과자를 최근까지 먹었던터라 아직도 기억이 생생했는데 이번에도 그러지 않을까 살짝 기대했지만 역시 두번의 실수는 하지 않는다.
" 시내에서는 낱개로 사는 것도 가능하지만 작게 한박스로 파는 것도 살 수 있으니까, 그런거 위주로 사려고. 미사키도 필요하면 같이 살래? "
과자도 나누고 그것도 나누면 서로 재정 부담이 좀 덜하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부족하게 살지는 않는 강민이었지만 아낄 수 있는 부분에선 아끼는게 좋으니까 말이다.
" 아니 그렇게 뒤로 걸어가면 ... "
걱정해주냐며 헤헤 웃어보이는 미사키를 보고선 강민은 위험하다며 손을 뻗었다. 그야 이제 골목길에서 대로변으로 빠져나가는 출구는 얼마 남지 않았고 거기는 차들이 꽤나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골목길에서 빠져나가려고 할때 무언가 빠르게 다가오는 것을 느꼈고, 나는 미사키의 손을 잡아 끌어당겼다.
" 봐봐, 위험하다니까. "
너무 강하게 당겼는지 미사키가 품에 안긴 모양새가 되었지만 그런것은 신경쓰지 않는지 강민은 눈쌀을 살짝 찌푸리고선 얘기했다.
타인의 고통을 행복으로 삼는 부덕. 하지만 밉게 보이지 않는 것은 사랑의 힘이겠지. 이렇게 다음을 기약하며 기숙사 문을 두드리는 상황을 의도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강민이도 박스의 내용물을 받아갈테니 아마 먼 훗날의 일이 되지 않을까. 섭취속도로만 보면 미사키가 강민의 기숙사 문을 두드릴 가능성이 더 크겠다.
"좋지! 둘이서 왔으니까 짐도 더 많이 들 수 있고~"
양 손에 장바구니 가득. 그것으로도 모자라 가방 안까지 꽉 꽉 채워서 갈 계획을 그리고 있다.
"―?!"
잡아 끄는 손길에 미사키는 두 눈을 크게 떴다. 상대의 품에 무력하게 안겼다. 쌩 하고 지나가는 차량의 소리가 뒷편에서 들려온다. 앗뿔사, 이걸 눈치체지 못한걸까. 하지만 미사키의 인지력중 대부분은 에초에 보고 있던 상대에게 쏟고 있었다. 차량의 소음을 듣는 것은 그저 당황스러운 일에 따른 인지 확장의 영향이었다. 즉, 손을 잡아 끈 상대의 손길이, 맞닿은 몸의 체온이, 이제는 익숙해진 체취도, 나지막한 목소리도 전부 평소보다 느리고 확실하게 다가오고 있음을 의미했다.
"아...."
동요했다. 언제나처럼 빠르고 정확하게 자신의 신체를 진정시키기 힘들었다. 가슴은 쿵쾅거리고 있었고 얼굴은 상기된 상태. 들키고 싶지는 않았지만, 이미 들켰나. 고개를 숙인다고 한들 키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니 얼굴은 빤히 보이고, 안겨 있는 상태이니 박동도 확실히 전해질 터였다. 숨이 턱 하고 막힌다.
그런 말도 나누지 못할만큼 미사키와 거리가 있는 사이라곤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강민은 정말로 할 것처럼 얘기하고선 장난스럽게 씨익 웃었다. 물론 정말 과자가 먹고싶은 것도 아니고 정 먹고싶다면 매점에 가면 되니까 그럴 일은 거의 없겠지만 ... 매점에 팔지 않는 과자를 미사키가 가지고 있다면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 꼭 말할때 안듣고 말이야. "
잠깐 안겨있던 미사키의 어깨를 잡아 품에서 떨어뜨리며 그는 어디 다친 곳은 없는지 살펴보았다. 키가 비슷해서 눈높이도 맞았기에 딱 봐서 다친 곳은 어디 없는지 보기가 편했다. 다행히 다친 곳은 없는 것 같아서 강민은 작게 한숨을 내쉬고선 말했다.
"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어? "
미사키가 자신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는 것이 느껴지자 그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그녀가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에 대해서 이유를 아는 것인지 모르는 것인지 그저 방긋방긋 웃어보일뿐이다. 그러다가 그는 그녀의 귓가에 얼굴을 살짝 가져가선 작게 속삭였다.
장난스러운 말투에 반만 장난인 대답을 돌려준다. 밤중에 갑자기 창문에서 똑똑 하는 소리가 들린다면 놀라겠지만, 들여보내줄 것이다. 방정리도 평소에 마법으로 착실히 해놓는 편이니 못 보일 꼴도 없고, 무엇보다 용사이기에 지구에 있는 그 어떤 존재도 미사키에게 피해를 입힐수 없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선택이다.
"일단은, 저... 고마워."
붉어진 얼굴을 가릴 목적으로 고개를 돌리고 오른 손으로 앞머리를 만진다. 유강민의 의도대로 미사키와 강민은 더이상 밀착한 상태가 아니게 되었고, 그건 빠르게 제정신을 차릴 이유가 되었다. 후- 하-. 심호흡 한번이면 심박도 이제 제대로 돌아온다. 상대의 시점에서 관찰 가능한 손목의 맥박에서 통상적으로는 하기 힘든 이 일련의 과정이 보였을지도 모른다.
고맙다는 말에 강민은 그저 손만 내저으면서도 걱정되는 어투로 얘기했다. 골목길에서 빠져나가는 곳이 꽤나 위험하다는 것을 미사키도 알고 있었을텐데도 어째서 그런 행동을 했는지 그는 잘 모르겠단 표정이었다. 그래도 자신이 빨리 눈치챘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그녀가 숨을 돌릴 수 있도록 시간을 준다.
" 생각보다 너무 부끄러워하는데? "
평소의 미사키와는 완전 다른 반응에 강민은 놀라워하면서도 재밌다는듯이 큭큭거리면서 그녀의 팔을 살짝 잡아서 골목길 바깥으로 데려갔다. 마침 빨간불이라 차들도 다들 멈춰있었기에 그는 빠르게 도보로 올라가서는 본래 가기로 했던 곳인 시내의 대형마트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 오늘 교훈을 얻었으니 다음엔 더욱 조심할거라고 믿어. "
이만 잔소리는 하지 않을 예정인지 그는 이내 다른 얘기로 화제를 돌렸다. 얼마전에 자신의 친구한테 들은 가십거리 중에 하나였는데, A가 B를 좋아하고 B는 C를 좋아한다는 등의 흔히 들을 수 있는 것이었다.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이 맘때엔 역시나 학교에 가기 싫은 법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학생도 있겠지만 같은 질문을 던진다면 대다수의 학생이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리고 강민 또한 그들과 같은 대답을 할 것이고 그것을 반증하듯 아침 등교를 나서는 그의 얼굴은 살짝 찌푸려져 있었다.
" 졸려. "
작은 목소리로 나지막히 중얼거린 그가 항상 하는 생각이 있다. 어째서 학교는 오전에 등교해서 오후에 끝나는 것일까에 대한 의문이다. 그냥 오후에 시작해서 늦은 오후에 끝나면 안되는 것일까. 쓸데없는 생각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하는 그에게는 중요한 문제였다. 그렇기에 얼른 졸업해서 대학교를 가는 것이 그의 작은 바램이기도 했고 ...
" ... 치나츠 안녕. "
그런 생각을 하며 천천히 일월정에서 학교로 가는 길을 걸어가고 있던 그의 시선에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다. 어릴적부터 보아왔기 때문에 절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뒷모습. 그는 기척을 죽이고 천천히 걸어가 그녀의 어깨를 톡톡 두드리며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435 꼭두새벽에 일어나 새벽같이 등교를 하는 것은 이제는 익숙해진 일이다. 남들이 버스를 찾을 때 자전거를 타고, 자전거를 못탈 땐 그냥 걸어서 간다. 히노하라는 오늘도 터벅터벅 학교로 향하고 있었다... 거의 잠들지 못했지만 졸리지 않아보이도록 애쓰며, 꾸벅꾸벅 감겨오는 눈꺼풀을 부릎뜨려 노력하며. 만일 지나가는 동급생 아이가 그녀를 발견한다면 뭐라 말할까. '히노하라양, 잘 잤어?' 라고 물을까? 그렇다면 나는 '아니, 아니야. 한 숨도 잠들지 못했단다' 하고 답할테야ㅡ하고 생각하며 히노하라는 걸음을 옮기는 것이다. 조금은 기운 없어보이는 걸음이었다. ...그 아이가 어깨를 두드려오기 전까지는. 분명 그랬을 테지.
"헤헤... 강민군, 좋은 아침? "
살짝 속삭여오는 목소리를 듣자마자, 베시시 웃으며 히노하라는 살짝 고개를 뒤로 돌렸을 테다. 그리고 강민에게 살짝 손을 흔들어 보였을테지. "어제는 잘 잤어~? " 따위의 말을 덧붙여 건네며. 한국이름 유강민. 어릴적부터 이 섬에서 보아온 얼굴이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히노하라에게 있어서는 해맑게 인사해올수밖에 없는 소년이였다.
어릴적부터 알고 지낸 치나츠는 강민의 소꿉친구라고 부를만 했다. 한테이의 경우에도 강민과 어릴적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지만 한테이는 치나츠보단 볼 기회가 적은 편이었다. 이름이 특이해서 조금 소외감 느끼던 강민에게 다른 이들과 차이를 두지 않고 친하게 지내준 치나츠는 강민에게는 고마운 친구이기도 했다.
" 나야 항상 비슷하지만, 치나츠는 어째 피곤해보이네. "
해맑게 인사해오지만 옛날부터 봐온 강민의 시선을 피할 수는 없었다.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와 컨디션에 강민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얼굴을 살짝 가까이했다. 눈에 졸음기가 맴돌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강민은 흐으음, 하는 소리를 내더니 자신의 가방을 뒤적거리더니 무언가를 꺼내서 건네주었다.
" 목캔디. 아침에 잠을 잠깐이나마 깨는데 도움이 될꺼야. "
레몬맛 목캔디는 아침에 약한 그가 항상 들고다니는 사탕이었다. 한번 먹으면 목과 코가 화한 느낌이 들면서 몰려오는 졸음을 일시적이나마 내쫓을수 있으니까 말이다. 매점에선 이 맛을 팔지 않아 항상 그가 시내에 가면 사오곤 하는 것이었다.
>>446 원체 피곤해보이는 티를 내지 않으려 열심이었던 히노하라였지만, 이런식으로 친구에게서 괜찮지 않아보이는 걸 들키니 저절로 긴장이 풀어지는 것이다. 표정 역시 조금은 바보같게 풀어졌을지도 모른다...꼭 이렇게 헤실헤실 웃으면서 말이다.
"헤헤...? 들켰나~? "
"사실 나 말이지~ 어제 새벽 늦게서야 자버렸어...잠을 좀 많이 설쳐버려서... " 같은 말로 시덥잖은 이야기를 시작하려던 히노하라는, 강민이 건네오는 목캔디를 보고 눈을 반짝이기 시작했다. 척 봐도 '강민군이 이걸..? 나한테...?' 같은 생각이나 하고있을 법한 낯빛이다. 생각이 그대로 얼굴에 드러나는 것 같은 표정. 그리고 손에 건네지자마자 곧바로 이어지는 환호성.
"와아~ 레몬맛! 나 레몬맛 정말정말 좋아해~! " "고마워, 강민군! 이걸로 아침을 상쾌하게 시작할수 있을 것 같아!"
새벽 늦게나 잠들었다는 말에 강민은 눈을 살짝 가늘게 뜨며 말했다. 오늘이 쉬는 날이었다면 새벽 늦게까지 놀아도 문제는 없었겠지만 학교에 가는 날이니 학교 일정은 물론이고 내일도 아마 여파가 미칠 것이다. 자신의 친구가 힘들어하는 것을 강민은 별로 보고싶지 않았기에 작은 한숨을 내쉰 그는 치나츠의 팔을 살짝 잡으려 하며 말했다.
" 어차피 그 목캔디는 금방 졸음이 다시 몰려오니까 임시방편일 뿐이야. "
고작 목캔디일뿐인데 어째서 이렇게 좋아하는건지, 강민은 어릴적부터 보아온 자신의 소꿉친구에 대해서 작게 웃음을 터뜨리고선 학교 가는 길에 있는 작은 샛길을 가리켰다.
" 아침 수업 땡땡이 칠까? "
평소 바른 생활 사나이이긴 해도 그가 수업을 빠지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가끔 있는 일이었다. 가령 유파의 본부에 다녀오는 날이면 그 다음 날은 거의 움직이지 못할 정도니까 말이니 쉬는 수 밖에 없었다.
- 교내에서 정보수집이 필요할 때는 꼭두새벽에 등교(잠입)할 때도 있지만 - 보통은 적당한 아침 시간대에 등굣길 중간에서 슬쩍 나타나고(숲속에서 걸어나오거나 관목을 헤집고 나온다거나 맨홀을 열고 나온다거나) - 그날 아침 이불이 너무 따뜻하다 싶으면 아슬아슬 교문 버저비터를 하는 날도 있고....
들쭉날쭉이로구만
그럼 미사키는 마루의 정체를 눈치챘을까? 미사키 엄청나게 착해서, 만약 둘이 아는 사이라면 마루는 여전히 방심하고 뻔뻔하게 [닌자아닌척] 하고 있을 법한데!
사실 거짓말이다. 히노하라는 어젯밤 사진 편집을 하느라 밤을 새웠다. 제아무리 무녀라 해도 히노하라도 고교생. 스마트폰을 비롯한 현대 문물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인 것이다. 여기에 히노하라가 남몰래 갖고 있는 취미생활은 그녀가 전자기기를 이용한 작업에 도가 트다시피하게 만들어주었다. 포토샵 장인인 디지털-무녀 라고 들어는 보았습니까? 여기있는 무녀인 히노하라가 그 산증인이다. 무려 해가 떠있는 동안에 남들 앞에서 취미를 드러내보이고 싶지 않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밤을 꼬박 새워 가면서까지 사진 편집을 하다 잠든 게 히노하라인 것이다. 잠을 설치지 않을래야 않을수가 없었다. 잠을 겨우 두어시간을 고작 자버린 것을 어찌하겠는가. 시간은 고작 24시간이고 히노하라의 육신은 고작 하나뿐이니...
"헤헤.... 정말이네-? 다시 졸려온다... 응. "
이렇게 기왕 목캔디를 받아 먹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졸린 듯한 기색을 보이는 것이다.
"땡땡이~? 있을 수 없어! 나는 반장 인걸! 자리에 없으면 분명 선생님께서 나를 찾으실거야. 히노하라양 연락되는 사람 아무도 없나~? 하고 말이야. 전화가 정말 미친듯이 몰아칠거야..."
말하기 무섭게 추욱 늘어진다는 듯 어깨를 푸욱 숙이던 히노하라는, 돌연 강민에게 조금은 엉뚱해보일수도 있을 질문을 던지려하였다.
" 있지. 있지. 강민군, 강시가 되는 건 어떤 기분일까? 분명 지루한 수업시간 이래도 절대 잠들지 못하겠지~? 부럽다..."
Me 치나츠주 드디어 혐생의 고난을 극복하고 답레와함께 귀환하였다. Mina San Konnanwa~~~~~~Ogenkidesuka~~~~~~~~~~~ 덧붙여서 저 있을 수 없어! 하는건 모 라이브사랑하는 애니의 노란 머리 학생회장씨 말하는 방식처럼 말한 걸로 생각해주면 아주 veryvery kamsa 지롱~~~
그녀가 밤샘 공부를 했다는 말에 강민은 눈을 가늘게 뜨면서 얘기했다. 물론 치나츠도 공부를 못하는 편은 아니었고 엘부르즈에 입학했다는 사실을 본다면 오히려 잘하는 쪽에 속하였지만 그렇게 잠까지 못 잘 정도로 공부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므로 그녀가 좋아하는 사진과 관련된 무언가를 했다는 쪽이 오히려 잘 어울리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 반장이어도 땡땡이 정도는 칠 수 있잖아. 아침에 몸이 안좋아서 전화 오는걸 못들었다고 하면 괜찮을 것 같은데? "
기숙사에 살고 있지 않으니 그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부모님에게도 연락이 가겠지만 치나츠의 부모님과 강민은 잘 아는 사이니까 이 정도의 일탈은 봐주시지 않을까, 하고 살짝 기대도 하고 있었고. 그렇게 치나츠를 어떻게든 땡땡이 치게 만드려는 강민의 속셈과 다르게 그녀는 엉뚱한 질문을 던져왔다.
" 대신 밤에도 자지 못할껄? 그리고 강시는 매일 팔을 앞으로 뻗고 있어야하는데 ... 얼마나 팔이 아프겠어. "
그래도 이런 질문의 그녀의 매력이라고 생각해 강민도 장난스런 표정으로 받아주었다. 치나츠 강시라니 ... 생각보다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혹여 들킬까 표정관리는 철저하다.
안녕하세요, 현재 시트를 받고 계신 줄로 알아 인사드립니다. 근래 토의 스레에서 추진되던 외부 홍보 프로젝트에서 트위터 계정 운영을 맡은 사람입니다. 상황극판 유저들의 토의 결과, 트위터 "커뮤 홍보봇"의 "리트윗"이라는 방식을 이용하여 참치어장 상황극판과 그곳에서 운영되는 다양한 스레를 외부 홍보하여 상황극판의 활성화를 도모하기로 결론이 맺어졌습니다. 트위터에 "참치어장 상황극판" 그 자체를 홍보하기에는 커뮤 홍보봇이 수용을 해줄지부터 의문이 드는 등 여러 지장이 따르는 바, 홍보 프로젝트가 무사히 진행되기 위해서는 현재 운영되는 많은 스레들의 적극적인 도움이 절실합니다. 그리하여 트위터 홍보를 위한 각 스레의 "스레 홍보문"을 모집하기 위하여 감히 스레 중도 난입을 감행하게 되었습니다. 갑작스러운 난입에 깊이 사과드리며, 사정을 고려하여 양해해주신다면 몹시 감사하겠습니다.
사견을 개입시키자면, 참치어장 상황극판은 분명 전성기에 비해서는 유저수가 줄어들었으며, 조금 비관적으로 말하면 고일 사람만 고이는 침체기에 접어들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틈틈이 앵커판 등에서 외부 유입이 발생하며, 과거 상황극판의 추억을 안고 복귀하는 소수 상판러들도 있으나, 보다 적극적인 외부 유입이 발생하기에는 까다로운 환경에 놓인 사이트임에는 변함이 없고, 유입보다는 휴판하거나 탈판하는 인원이 더 눈에 띄이는 것이 현재 상황입니다.
물론 직접적인 외부 유입에 불안감을 안고 계실 분들도 틀림없이 계실 것으로 사료되오나, 현재 이 상황이 지속되면 유저수가 점차 줄어드는 미래를 배제할 수 없고, 다소의 부작용이 있더래도 외부로 상황극판을 알려 성향이 맞는 사람이나마 정착시키며 상황극판을 환기시키는 동시 부흥을 꾀하는 것이 그다지 가치 없는 도전은 아닐 것입니다. 해보지도 않고 두려워하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는 쪽을 보기로 했습니다. 그 이득을 조금이라도 더 쟁취하기 위해 저는 이 홍보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홍보문의 길이는 상관하지 않습니다. 길이 때문에 부담가지실 필요도 없지요. 트위터의 커뮤 홍보문은 대부분 짧기까지 합니다. 홍보를 위한 글 링크나, 사이트를 따로 만들어오셔도 좋습니다. 이미지를 첨부하셔도 좋습니다. 홍보문 형식에는 가타부타하지 않을 터이니 자유롭게 제작하시기 바랍니다.
물론 홍보 자체를 거절하셔도 무방하나, 외부 유입을 통해 조금이라도 상황극판이 활성화되거나 뉴비가 생기는 등의 이득을 얻을 수 있겠다고 여기신다면 한번쯤 재고해보시길 앙망합니다. 홍보문을 제작하는 것이 다소 번거롭게 느껴질지언정, 제가 아무도 시키지 않은 트위터 계정을 굳이 운영하겠다 총대를 멘 것처럼, 이러한 노력들이 모임으로써 비로소 상황극판이 변화할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협조해주시면 무척이나 감사하겠습니다.
외부인의 길고 긴 난입문 지금까지 읽어주셔서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캡틴과 참여자가 고루 의견을 나누며 입장을 결정해주시면 감사하겠고, 결론이 도출된다면 "토의 스레"에 인증코드와 함께 홍보 참여 여부를 남겨주신다면 시간이 날 때 직접 확인하도록 하겠습니다.
본격적인 홍보 작업은 최소 4곳의 스레가 홍보 동참 의사를 밝혔을 때 돌입할 예정입니다. 전용 스레를 새로 개설할 예정이고, 요할 때마다 상의를 요청드릴 수가 있음을 밝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