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혹은 충고. 그녀는 그녀가 한 말들이 과연 그런 것들일까 새삼 돌아본다. 그런 구석이 없지는 않다. 언젠가 그런 극한의 상황에 마주했을 때, 기억 한 켠에서 떠올라 혹시나 할 지 모르는 어긋난 선택을 막을 수 있다면 좋겠지. 하지만 동시에 모든 말을 수용하려는 짓도 하지 않길 바란다. 담을 것이 너무 많다면 가장 먼저 버리는게 그녀의 말이기를. 그저 그 정도로 흘러간다면 더할 나위 없으리라.
재미없는 얘기라 칭한 화두에 말을 더 얹지 않으려 했으니 고개 한 번 끄덕이고 카푸치노를 마셨다. 휘핑은 이제 잔재만 남았지만 음료는 여전히 따뜻하고 부드럽고, 또한 달콤하다. 그의 마시멜로 녹인 핫초코도 비슷하지 않을까. 힐끔 봤을 때는 잘 마시고 있는 듯 했으니 뭐 그런가보다 치자. 그래도 중얼거리는 말에 입이 근질거려 한 마디는 해버렸지만.
"그거야말로 판단의 지표, 참고용으로 삼으면 되는 일이지. 결론과 정의는 결국 스스로가 내릴 수 밖에 없어."
당장은 이도 저도 아닌 것 같고 어지럽겠지만 언젠가는 실마리가 잡힐 것이다. 그 때까지 헤매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누군가는 도와줄 수 있을 지도 모르나, 그건 절대 그녀의 역할은 아닐 것이다. 그러니 실컷 고민하라며 조금은 얄궂게 말했다.
"그건 그렇고- 레이버 이후라. 그 호수인가."
본격적으로 실감하기 시작한 이후였으니 사람들 사이에서 어떠한 변화가 생긴 것도 있을 법 하다. 물론 그 중에는 그녀도 포함이었다. 레이버와 대면하고 겨우 눈 돌리던 본심을 마주할 수 있었으니. 음료가 반절 남은 잔을 가볍게 흔들며 쥬데카의 얘기를 듣고 피식, 코웃음을 흘렸다.
"그래. 설레발 오지게 친다. 난 너 친구라고 생각 안 하거든. 라라는, 음- 라라도 아마 그럴 거고."
뭐랄까. 친구보다는 보고 있으면 답답해서 등짝 한 대 쳐주고 싶은 그런 사람? 농담 같은 말이지만 제법 진지하게 말했다는 점에서 언젠가 등짝 한 대 맞을 지도 모른다는 예감을 주었을까. 미간을 살짝 찡그리며 말하고 혼자 고개를 끄덕끄덕 하던 그녀는 그대로 돌아온 질문에 겨우 그런 대답으로 내 근황을 얻어가려 하냐며 핀잔 아닌 핀잔을 준다. 그러면서 대답은 또 해주었으니 참 뭐하자는 건지 싶다.
"좋은 일이라면 있긴 있었지. 겨우 해묵은 일 하나를 정리했어. 어디서부터 손 대야 할지 알 수가 없어서 마냥 방치하고 있었는데. 특수부대의 미션에 나가기 시작하면서 계기가 생긴 덕분에 얼른 정리해버렸지. 그 일 하나랑, 다른 것도 하나."
다른 것이라 말하며 왼쪽 손목에 걸친 은빛 팔찌를 만지작거린다. 직접 받은 건 아니지만 간접적으로나마 연결고리가 생긴 것 같아서 전투 중에도, 지금도 마음에 큰 안정을 주고 있었다. 물살을 키우기도 하고 잠재우기도 하는 것이 바람이니. 검은 장갑을 낀 엄지로 팔찌 중앙의 녹색 보석을 스윽 문지르곤 다시 음료잔을 쥔다. 그리고 얘기한다.
"해묵은 일이라는 건 나랑 라라 사이의 문제였어. 너도 봤으니 알겠지. 저번이랑 서로 쓰는 말투나 행동이 다른 거. 그렇게 서로를 가면처럼 쓰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시기가 있었고. 그게 최근에야 겨우 끝난 거야. 아- 쌍둥이라는 건 참 귀찮아. 서로를 알 수 밖에 없으니까 어떻게 할 수 없는 순간이 꼭 있거든. 그런데 라라는 또 엄청 들러붙는 타입이라-"
옛날부터 그런 점이 정말 귀찮았다고. 툴툴대는 것 같으면서도 전혀 아닌 목소리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는 동생이라며 곤란한 듯한 미소를 짓기도 하고. 짧게 얘기를 풀은 후엔 음료를 마시며 잠시 숨을 돌렸다.
갱신이에요!! 싫어하는 타입과 좋아하는 타입이라. 글쎄요. 딱 한가지라고 정하긴 힘들지만...
로벨리아 - 입만 살아서 나불대는 부류, 실속이 없는 부류 / 자신의 일에 책임감이 확실한 부류, 천박하지 않은 부류 아스텔 - 배신자, 남을 배신하는 자 / 자신을 이해해줄 수 있는 자,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는 자, 자신의 주관이 뚜렷한 자 에스티아 - 별 이상한 것으로 트집 잡는 이, 아무것도 없으면서 허세를 부리는 이 / 자신에게 기대를 하는 이, 머리가 좋은 이
딱히 답을 한다기보단, 답글을 다는 듯 말을 이을 건덕지가 없게끔 말을 잇는다. 혼잣말에 가깝게 들리는 그 말을 뒤따르는 건 당신이 발에 물이 튄 것에 화들짝 놀라는 모습. 대화 시작부터 느슨했던 눈꺼풀은 여전히 그 형태를 잃지 않고 가늘게 있다.
"살아남는 걸로 만족하다니, 잘 싸운다는 기준점이 어디까지 낮은거야."
자신의 띠꺼운 말에는 별 생각이 없는 듯, 정신은 다른데 팔려 있다. 괴물이라, 글라키에스 그녀가? 치명적인 인물이였으니 그런 소리 들을만도 하겠다고 정정하듯 생각하지만 온전히 이해는 하길 관둔다.
"어째 내가 결투 신청해 온 것 마냥 들린다?"
그저 질문이였으니 말이다. 훈련장으로 가겠냐는 당신의 말에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동전 하나를 꺼낸다. 엄지로 강하게 튕긴 그 동전은 천장을 찍고 빠르게 낙하한다. 공중에서 그 동전을 다시 잡은 것도 순식간이였다.
"너랑은 한번 붙어보고 싶었어. 장기전으로 가면 내가 어디까지 밀릴지 확인해보고 싶었거든."
그런 사족을 덧붙이며 동전을 낚아챈 손을 슬쩍 펼쳐보고선 다시 동전을 주머니에 넣는다. 아공간으로 깔짝대며 회피하면 능력으로 맞서기도 까다롭고, 그렇다고 능력을 쓰지 않고 육탄전으로 가도 아공간을 이용한 회피나 반격은 유효하다. 사실 이런 비슷한 이유로 어떻게든 싸움을 장기전으로 이끌어갈수 있는 사람들과는 좀 상성이지만.
코웃음과 함께 설레발을 잔뜩 친다는 말이 들려오자 너는 "역시 그렇겠죠." 라면서 아직 온기가 남은 음료를 한 입 머금었다. 달콤한 향이 또 입 안에 은은하게 퍼지는 걸 느끼다가 넘겨버리곤.
"그럼 아마 친구라고 할 만한 사람은 없지 않을까 싶네요, 동료라고는 할 수 있겠지만 그 이상의 관계는 아닌 거겠죠."
사실 이게 맞는 말이었다. 뭘 얼마나 터놓고 이야기했다고 친구니 뭐니 말하겠는가. 애초부터 네가 친구를 만들 생각을 가지고 대화를 나눴느냐면 그것 또한 아니었으므로 그럴 수밖에 없었다. 뭐- 오래 전의 친구라면 다시 만났지만 지금도 그러한지는 알 수 없었으니 너는 그렇게 말할 수밖에. 가끔은 혼자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그 자체에 슬프거나 하지는 않았다- 랄까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다는게 맞지 않으려나.
"보통 친하지 않은 사람의 등짝을 치는가 하면 또 그건 아닌 것 같긴 합니다만..."
지난번에는 경황이 없어서 그냥 등을 얻어맞았던 것 같은데, 막상 생각하면 말과 행동이 조금 삐걱거리는 부분이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생각하면서 짙은 고동색으로 그 안을 감춘 음료를 쳐다보았다. 그리곤 네 대답이 마음에 들진 않았는지 핀잔이 들려오자 "하지만 사실이 그런걸 어쩌겠습니까." 라면서 컵의 손잡이를 엄지로 문질렀다.
"그렇습니까... 그래도 둘이 같이 있었으니 떨어질 때까지 지내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만."
라라시아가 들러붙는 타입이라는 말에는 조금 그런 것 같다고 생각하던 너는 짧은 감상을 남긴 뒤에 그녀가 만지작거리는 팔찌를 잠시 눈에 담았다. 그러고 보면 못 보던 장신구였는데. 레이버와의 싸움에서 보조적인 역할을 했던 것도 같고. 짚이는 거라면 차고 넘치지만 입 밖으로는 내지 않았다. 확실하지도 않은 이야기를 내뱉다간 설레발이라는 말은 물론이거니와- 얼추 들어맞더라도 스스로 드러내고자 하지 않았던, 먼저 이야기하고 싶은 생각이 없던 일들을 다른 사람의 입으로 듣는 건 그다지 유쾌한 경험이 아니라는 걸 배웠으니까.
"어쨌든, 축하할 만한 일이라고 봐도 괜찮겠죠? 더 이상 서로 연기할 이유도 없고... 좋은 일이 하나 이상이라니, 좋네요."
상당히 빈약한 감상을 입 밖으로 내며 살짝 웃은 너는 핫초코를 한 모금 마시며 창 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좋은 일이라. 누구라고 해서 나쁜 일을 겪어야 할 이유가 있겠느냐만. 쉴 새 없이 터지는 나쁜 일 속에서 즐거운 일, 좋은 일이 있다는 건 바람직한 거라고 생각했으므로, 어찌 되었든 기뻐 보이는 그녀의 표정 덕분이었는지 네 표정도 부드러운 편이었겠지.
좋아하는 유형은 자기한테 잘해주거나 친절하고 좋은 말 해주는 사람? 너무 당연하고 단순한 거 아니냐고 하면 할말 없지만 어쩔 수 없다... 이 정도 조건 없이도 사람 금방 좋아하는 편이라() 싫어하는 유형은 예의없고 성격 나쁘고 좋게 봐도 참작의 여지 없는 인간쓰레기 나한테 *같이 구는 개** 미* 새* ***... 그냥 누구나 싫어할 법한 인간말종 정도? 이것도 너무 당연한 거지만 이 정도 쓰레기가 아닌 한 어지간하면 그래도 친밀감 느끼는 편이라...()
>>398 그치만 팔찌 쓰는 걸 봤는걸...(??) 그리고 레레시아가 팔찌를 만지작거리기도 했고... 랄까 결국 확실하게 아는 건 없으므로 그냥 뭔가 낌새는 챘구나~ 정도입니다... 독심술사 같은 게 아니에요!
좋아하는 유형과 싫어하는 유형은...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대놓고 말한다거나 하는 건 아니니까 음, 사실 큰 의미는 없지 않을까 싶은데... 좋아하는 타입은 곁에 있을 때 안심이 되는 사람, 있는 그대로 전부 받아들여주는 사람 정도? 싫어하는 사람은 주변을 까내리는 사람... 으음 쓰다보니까 둘 다 굳이 따지기엔 너무 많네요, 여기까지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