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스텔이 했던 조언의 뜻이 이거였나. 눈이 멀어버릴 것만 빛이 전장을 뒤덮다 사그라졌다. 감은 눈꺼풀 뒤로도 번쩍이는 요란한 빛이 가실 무렵, 그는 눈을 가린 팔을 치워내고 빠르게 상황을 살폈다. 완연한 설경으로 변모한 지대가 사방으로 어질거리는 반사광을 흩뿌려댄다. 감상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발을 떼고 앞으로 달리는 걸음으로부터 불과 열기의 압력이 터져나갔다. 폭발의 반동을 추진력 삼아 앞으로 내달리며 쏘아지는 공격을 피한 그는 빙벽의 옆면을 죽 짚으며 미끄러졌다. 근접하지 말랬지. 하지만 이렇게 깔짝이는 것만으로는 해결될 것 같지 않으니 얼음벽이나 치워볼 생각이다. 벽면으로부터 불길이 일었지만,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꼬맹이들, 명령이다. 거기서 최대한 안전하게 있어. 서로를 다치게 하지도 말고 서로를 지키는 데에만 능력을 사용해."
그는 인정해야만 했다. 얼음벽은 지금 저 여자를 쓰러뜨린 후에야 부숴버릴 수 있다. 선우는 자신이 얼음벽에 정신이 팔려있던 사이 인지하지 못한 위험이 얼마나 많이 있었는 지 깨달았다. 동료들의 긴장한 표정과 흘려들은 약간의 대화는 현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고 있었다.
"내가 싸워보니까 알겠는 데, 너 레이버보다도 약한 거 아니야?"
선우는 손가락으로 그녈 가리키며 도발했다.
선우에게 날아오던 빛 한줄기를 아공간을 열어 삼켜버렸다. 아이들이 숨어있는 아공간이 아닌 전혀 다른 아공간이기에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
선우는 글라키에스의 목을 향해 산탄을 발사했다. 이내 그 공격은 명중했지만 역시 무장의 힘 때문일까. 당연히 글라키에스가 그것을 맞고 털썩 쓰러지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조금은 아픈지 그녀는 살짝 혀를 찼다. 그리고 레이먼드가 글라키에스의 허리 부분에 칼을 휘둘렀고 그로 인해 글라키에스의 움직임이 움찔했다. 그뿐일까. 체인을 이용해 단번에 거리를 좁혀낸 쥬데카는 글라키에스의 허벅지를 노려 총알을 발사했다. 읏. 소리가 나왔으나 이내 총알은 꽁꽁 얼어붙은 상태로 땅에 떨어졌다. 아무튼 그런 공격이 날아오자 이내 그녀는 땅으로 착지했다. 그 와중에 멜피의 랜스 공격이 드릴처럼 회전하면서 글라키에스에게 날아왔고 그것은 땅으로 착지하는 그 순간을 노려서 글라키에스의 머리 부분을 노렸다. 공격이 명중하는 듯 했으나, 역시 무장으로 인해 관통하진 못하고 글라키에스를 뒤로 밀어내는 것이 고작이었다. 허나, 얼굴 쪽의 무장이 아주 살작 금이 간 것은 보였을지도 모른다. 한편 마리의 전기 공격은 또 다시 글라키에스의 머리를 노렸다. 강한 스파크가 튀었고 글라키에스의 머리 무장이 완전히 산산조각 났다. 허나 그게 고작이었다. 그다지 크게 데미지는 들어가지 않았는지, 아직 글라키에스는 여유로웠다. 한편, 승우의 불길이 얼음벽을 치워보려고 하는 것 같았으나 조금도 소용이 없었다. 세븐스로 만든 얼음은 쉽게 녹지 않았다. 허나, 적어도 발바닥이 얼어붙는 감각이 줄어드는 것으로 보아 '발이 지면에 얼어붙은 것을 녹이는 것'은 가능한 모양이었다.
공격을 명중하고 다친 이들을 바라보던 글라키에스는 피식 웃었다. 이어 고개를 가만히 도리도리 저었다.
"이야기가 안돼. 그러면서도 잘도 나를 죽이니 뭐니 하면서 떠들어댔구나. 하긴, 유일하게 주제파악을 잘 하는 이가 하나 있는 것 같긴 한데."
누구를 말하는 것일까. 굳이 지목은 하지 않았지만 그와 동시에 쥬데카는 지금까지는 느낄 수 없었던 강한 살기를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그것은 매우 위험한 무언가였다. 어쩌면 지금 단계에서는 전혀 대처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한 명도 살려보낼 순 없어. 그러니까 힘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똑똑히 깨닫게 해줄게." "너희들이 바라는 희망이라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고 절대로 이룰 수 없는 이유가 뭔지... 승리자와 패배자의 차이가 뭔지 깨닫게 해줄게." "각오해."
이내 그녀의 등 뒤의 장치에서 강한 냉기가 하늘을 향해 솟구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변은 매우 진한 하얀 안개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이내 보이는 것은 지금까지는 느낄 수 없었던 세븐스의 기운이었다. 아마도 절대적인 힘의 차이. 절대적인 보검의 힘. 그것이 지금 막 나오려고 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이내 글라키에스는 스케이트를 타듯 질주했다. 허나 그 움직임은 상당히 빨랐다.이내 이도류를 이용해 하나하나를 도륙하듯, 그리고 마치 얼음 위에서 춤을 추듯, 검을 휘둘렀다. 그 움직임은 아스텔의 움직임과 상당히 유사했다. 어설픈 움직임을 죽이고, 말 그대로 상대를 죽이기 위한 움직임. 그야말로 다른 곳을 건드리는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 목이나 심장 등을 노리는 정확한 움직임. 그 움직임에 망설임은 없었다.
/<버스트> 발동. - 공격형. 가드 브레이크 (단 방어형이 방어를 해 줄 때에는 1배 데미지의 판정만 입게 된다.). 이번 턴 공격은 데미지 2배 효과.
프리징 스워드 퍼레이드. 데미지 450. 단. 버스트 발동으로 인해 데미지 900 버스트와는 관계없이 공격을 당하게 될시 100%의 빙결효과. 회피다이스로 회피만이 가능.
버스트에 대한 것은 다음 턴에 설명을! 원작에는 없지만 일단 팀으로 움직이는만큼 나름의 포지션 같은 것을 주기 위한 어떤 것이고.. 아무튼 자세한 것은 이후에 설명하도록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