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을 직시하는 것도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는 방법 중 하나다. 그 현실이 왜곡되었을지, 진실되었을 지는 주로 제3자가 결론 내리는 것 같다만, 본인이 자신의 위치에 만족한다면 그것도 좋은 것이겠지. 그도 그렇고, 글라키에스도 그러하다.
그가 그리 감춰지는 글라키에스를 보며 느끼는 감정은 딱히 없었다. 그는 그녀의 승리 우월주의적 사상과 어느 정도 동의하지만, 그녀가 이 체제를 받아드리는 행동은 그저 이해만 할 뿐, 동의하는 바는 아니다. 플레이어를 싫어한다기보단, 게임을 싫어하는게 더 알맞다는 말이 생각난다. 가해자는 안중에도 없이 같은 피해자끼리 싸우게 된다니, 아이러니하다고 느낀다.
이 싸움이 장기전이 될수도 모르니, 에너지를 최대한 아껴 버텨야 할지도 모른다. 얼어붙어오는 두 발의 냉기를 고스란히 느끼며 능력에만 집중한다. 물감은 곧 고운 가루 상태로 변화해, 판을 최대한 넓게 에워싼다. 보검 덕에 글라키에스를 에워싸는 얼음벽이 온전히 반사하는 그 특별한 푸른색이 시야에 자리잡는다.
파랗다. 벽이 파랗다. 보이는 것은 짙은 남색, 그가 인지하는 것도 짙은 남색. 그의 능력이 글라키에스의 얼음에 통한다면, 그는 그대로 그 얼음벽에 물리력을 퍼부어 그녀를 찌그려트리려 했을 것이다.
몸에 닿은 체인이 얼어붙는다. 츄이의 공격 덕에 더 이상 얼어붙는 건 멈췄지만 아무래도 근접전은 위험할 것 같은데. 문제는 근접전이 아니면 어떻게 할지 생각을 해둔 게 없다는 점일까. 너는 체인을 회수하곤 그 끝에 매달린 토마호크에 낀 성에를 털어냈다. 어떡한담. 다음 순간 마리가 내뿜은 불덩이가 눈 모양의 결정체에 직격했다. 눈...얼음이었다면 금새 녹아버렸겠지만 그건 아니었던 모양인지 그것은 엄청난 광채를 내뿜기 시작했다. 더욱 더 강한 광채에 눈을 찡그리던 너는 갑자기 웃음소리와 함께 스스로를 얼음벽으로 가두는 글라키에스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아무래도 심상찮습니다, 저기로부터 뭔가 터져나올 것 같습니다만...!"
이걸 어쩐다. 너는 주변을 빠르게 둘러보았다. 각자 생각한 바가 있는지 제각각 움직이고 있었으나 어떤 행동을 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한 사람도 몇 있었다. 어딘가 몸을 숨겨야 할 것 같지만 숨을 만한 장소는 보이지 않는다. 저 위로부터 쏟아져 내릴지도 모르는 위협에서 벗어나려면 위를 막아야만 할 텐데. 너는 가만히 있는 레이에게 달려들었고 그 앞에 네 몸을 지지하듯 발을 디뎠다. 아마 다음 순간 가해질 충격은 터무니없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멍하니 서 있을 수는 없잖은가. 네 한쪽 팔의 무장이 활짝 펼쳐지는가 싶더니 강철의 우산이 되어 너와 네 뒤에 있을 남성의 몸을 가리려고 했다.
이어 아스텔은 그것으로 통신을 끊었다. 아무래도 이쪽도 상당히 긴박한 모양이었다. 한편 마리는 거북이로 변한 후에 자신의 몸을 완전히 감쌌다. 그것은 '시선'을 가리는 행동이었다. 이어 레레시아는 얼음벽으로 향했고 가드를 올렸다. 가드를 올림으로서 '시선'은 가려졌다. 한편 츄이는 레레시아의 말을 듣고 얼음벽으로 향한 후, 가드를 올렸다. 그것은 마찬가지로 '시선'을 가리는 행동이었다. 한편 유루는 물감을 뿌렸고 그 상태로 얼음에 물리력을 가하려고 했다. 이내 얼음벽에 조금 금이 갔고 그 내부가 보였을 것이다. 거기서 보이는 것은 '눈'을 감고 있는 글라키에스의 모습이었다. 즉 유루가 보는 곳은 '얼음벽' 방향이었다. 그 시선은 얼음벽으로 가려졌다. 이내 선우는 얼음벽을 계속해서 공격하려고 했다. 물론 얼음벽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아무리 불로 태우려고 해도, 염화칼슘을 뿌려봐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허나 그 때문에 그의 시선은 '얼음벽'에 고정되었고 얼음벽은 그의 시선을 가렸다.
한편 레이먼드의 폭발물은 펑 터졌을지도 모르나 얼음벽에는 타격이 조금도 가지 않았다. 그리고 쥬데카가 레이에게 갔고 쥬데카는 무장으로 강철의 우산 형태로 레이와 자신의 몸을 가렸다. 즉 우산은 두 사람의 '시선'을 가렸다.
그와 동시였다. 불꽃 회오리가 사라지고 그 안에 있던 결정체는 커다란 소리를 내면서 터졌다. 그와 동시에 강렬한 빛이 그 근방을 완전히 덮어버렸다. 만약 '시선'이 가려지거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면 저 빛은 그대로 눈을 덮쳐버렸을 것이다.
한편, 그 빛이 사그라들무렵, 글라키에스는 스스로 얼음벽을 깨부숴버리고 밖으로 튀어나왔다. 이어 그녀는 피식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제법이네. ...어디서 정보를 들은거려나? 아니면 머리가 나름 돌아가는 걸까? 패배자 치고 말이야. 응?"
그리고 이제 본격적으로 공격을 가해보겠다는 듯, 글라키에스는 단번에 벽을 스케이트 타듯 높게 타고 올라가다가 단번에 하늘을 향해 높게 점프했다. 이어 그녀는 오른손에 쥔 검을 땅으로 집어던졌다. 그러자 그 검은 땅에 꽂혔고 그 검을 중심으로 빠르게 푸른 빛이 여기저기로 흐르기 시작했다. 빠르게 타고 흐르는 그 빛 중 하나가 근처에 있는 얼음벽 쪽에 충돌했고, 충돌한 그 포인트 부분의 땅에서 하늘을 향해 날카로운 고드름이 빠르게 치솟아올랐다.
즉, 빛을 회피하지 못하면 저 고드름, 그리고 순식간에 저 고드름을 생성시키는 냉기에 그대로 노출된다는 이야기이다.
/ 조건 달성. 만일 미달성시 화이트 아웃 발동. 시야가 온통 새하얗게 변해버려서 3턴간 적을 공격할 때 다이스를 돌려야하며 명중률은 25%. 단 25%의 확률로 아군을 공격함.
아이스 웨이브 - 150의 데미지. 그리고 명중하게 될시 1/3의 확률 (다이스를 1~3으로 돌려서 1이 나오게 될시)로 하반신이 얼어붙어서 다음 턴 회피 행동 아예 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