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가디언즈의 제복을 입고 있는 선우는 또 다른 아공간에서 총을 꺼내 얼음벽을 난사했다. 아이들이 다칠 우려도 있겠지만 아이들의 키보다 훨씬 높은 곳을 조준하였기에 큰 문제는 아니었다. 선우는 글라기에스의 오만함이 계속 유지되기를, 그녀가 이 이상 불쾌감을 느끼지 않길 바라고 있었다. 그녀가 수단방법 가리지 않게 된다면 가장 위험한 것은 그녀 뒤에 있던 어린 아이들이다.
선우는 계속해서 발이 땅에 달라붙을 것 같은 감각을 느꼈다. 그러나 발을 뗄 수는 없었다. 사격을 멈추면 그만큼 아이들을 구할 수 있는 시간이 늦어진다. 쏘면서 움직이면 총알이 아이들을 향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최대한 부동자세를 유지한다.
평소 같았으면 이런저런 농담을 하며 그녀를 도발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저 마음껏 지껄여보라고 마음속으로만 외칠 뿐이다.
한번 더 공중으로 자신의 보검을 던졌다 받자, 무장이 전개되며 기존에 장비하고 있던 장비들에 덧씌워진다. 원래 복장에 장갑판 정도만 좀더 붙은 듯한 모습이나, 급소라고 해야 할 만한 곳들은 가리고 있는 형태. 오른팔에 들고 있던 기관단총의 총구와 총열덮개도 보검 무장과 같은 재질의 추가적인 파츠가 덮어씌워져 있으며, 그 틈으로 옅은 빛이 새어나오고 있다.
점점 얼어붙는 바닥을 박차고 앞으로 뛰어가나 싶더니, 방향을 꺾어 벽으로 질주한다. 벽과 가까이 다다르자, 그대로 점프하여 벽을 박차고 다시 뛰어오른다.
오히려 제가 묻고 싶은 것이지만 츄이주는 몸의 일부를 떡으로 만들어서 떼어내서 그 몸의 일부를 던지는 원거리 공격을 생각하셨던 걸까요? 그게 아니라 몸에서 떡을 생성할 수 있으니까 그 생성한 떡을 이용해서 공격을 했다거나 혹은 붙였다거나 혹은 날렸다거나 그런 것이라고 판정을 내리고 있었어요. 전. 다시 말하지만 세븐스라고 해도 몸의 일부를 떼어내고 새로운 몸을 만들어내거나 할 순 없어요. 완벽한 재생 능력자라면 또 모를까.
발이 땅에 달라붙는 듯한 감각. 마리는 이내 바닥에 발을 떼지 않으면 이대로 땅에 붙어버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하늘 위에 무언가가 생겨나는 것을 보며 눈을 다시금 돌렸다. 이곳으로 오는 때에 에스텔이 한 말이 떠올랐다. 하늘 위에 무언가 떠오른다면 절대 보지 말라고 했던가.
“……..”
딱히 글라키에스의 말에는 동요하거나 반박하지 않는다. 이야기를 나눌 만큼 가치있는 상대나 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듯 하다.
허공에 보검이 나타나고 붉은 빛과 함께 마리는 무장을 갖췄다. 그와 동시에 마리의 머리에 뿔이 돋아나고 파충류의 귀가 나타났다. 눈을 감았다 뜨니 나타나는 세로로 찢어진 눈동자는 땅 위를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글라키에스로 향했다.
처음부터 큰 공격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꼭 필요한 기회를 놓칠수도 있다곤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스페셜 스킬을 쓰기로 한 것은 다른 동료들을 믿기 때문이었다.
마리는 등에 돋아난 붉은 피막 날개를 펼쳐 날아올랐다. 붉은 색으로 빛나는 무장이 점점 뜨거워지는지 김이 올라왔고 글라키에스로 향했던 시선은 다시금 눈커풀 아래로 가려졌다.
- 만들어진 지옥에서 실존하는 자여 - 내 몸을 빌려 드러내라 - 그 숨결의 위엄을!
“드래곤 브레스—”
양 팔을 감싸고 있던 방어구로 입가를 가리고 있던 마리가 손을 내리자 마리의 입 앞에 모여든 거대한 화염구가 숨결처럼 퍼져나가 이내 거대한 화염을 뿜어내 마치 거대한 소용돌이처럼 눈 모양의 결정체로 향했다. 그것을 보지 않으려고 하면서도 오감을 집중하여 그 위치로 화염을 보냈다. 그 열기가 굉장하여 공간의 온도를 높힐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원하는 바일지도.
/첫턴부터 스페셜스킬은 에바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지만서도…. 왠지 저거 엄청난 연계공격으로 이어질 것 같다는 그런 불길한 예감으로부터…(틀렸다고 한다)
보검을 해방한 글라키에스의 모습을 보던 너는 발이 바닥에 쩍쩍 달라붙는 듯한 느낌에 어쩔 수 없이 제자리에서 스텝을 밟을 수밖에 없었다. 이건 바닥에 끈적끈적해진다거나 하는 게 아니다. 냉기, 분명 얼려버릴 생각으로 이런 냉기를 내뿜고 있는 거겠지. 레지스탕스를 쓸어버렸을 때, 그리고 멜피의 공격의 대응했을 때를 떠올리면서 너는 뒤로 짧게 땅을 박찼다.
"어째서 너희들, 일까요. 당신도 결국 세븐스면서."
절대 물지 않는다는 검증을 받았다. 누구에게? 무슨 근거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같은 세븐스라도 힘으로 눌러 없애버릴 수 있는 강대한 보검을 손에 쥔 존재를 대체 뭘 믿고? 터무니없는 일이다. 세븐스가 처음 등장했을 적의 이야기를 듣자니 의뭉스러운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더 나은 점...이랄까 지닌 힘이라곤 세븐스 외에는 다르지 않은 존재들에게 그렇게 공포를 느끼고 위협을 느꼈으면서. 떡하니 혼자서 지금 그 앞에 선 수많은 세븐스들을 상대로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존재에게는 그렇지 않았단 말인가?
"...어쩔 수 없죠, 당신은 고집을 부릴 수 없었던 모양이니까요."
순응한 결과의 끝에 지금 서 있는 당신.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천 가지 이상의 모습으로 변하는 게 생각이고 말이다. 고집부릴 필요가 없었다? 애초부터 이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피를 튀기며 쟁취한 자리가 아까울 거라는 건 안다. 아니, 이 자리가 그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절호의 위치라는 걸 안다.
아니요. 그 원거리 공격 여부를 떠나서 지금 츄이주가 말하는 것은 발목을 분리해서 떡을 형해서 그것을 새로운 발로 만들어낸다잖아요? 결국 그건 원래의 발목을 떡으로 만들었건 뭘로 만들었건 어쨌든 떨어뜨리는 것이고 거기서 또 새로운 떡을 만들어서 그것을 새로운 발로 재생시켜서 사용한다는 의미잖아요. (흐릿) 그건 안된다는 의미에요. 말 그대로 몸을 분리해서 잘라낸다거나 그런 것은 안되는 것이에요. 이건 원피스가 아니기 때문에 자연계라던가 그런 것은 없어요. 분명하게 말하지만 원피스 아니에요. 이건.
선우는 글라키에스를 무시하고 얼음벽을 박살내려는 모양이었으나 얼음벽은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 얼음벽을 부숴버리는 것은 불가능한 모양이었다. 한편 레레시아는 글리카에스를 바라보면서 천과 비슷한 형태로 바꾼 무기를 글라키에스 쪽으로 날렸고 글라키에스를 휘감는데는 성공했다. 어디 그 뿐일까. 쥬데카의 체인 역시 그녀의 오른쪽 다리를 휘어감는데는 성공했다. 허나 그것도 아주 잠시. 글라키에스를 휘감았던 천, 그리고 체인이 천천히 얼어붙기 시작했다. 허나 이내 츄이가 날린 떡 공격 때문에 글라키에스는 뒤로 밀려났고, 그 때문에 얼어붙는 것이 중단될 수 있었다. 물론 글라키에스는 딱히 큰 충격은 받지 않았다는 듯, 몸에 묻어있는 떡을 털어내려고 했다. 한편 그와 동시에 레이먼드가 글라키에스의 등 쪽으로 도약했고 총을 어깨 뒤쪽으로 발사했다. 냉기를 내뿜는 장치에 명중하는 듯 했으나 총알은 냉기에 닿자마자 바로 얼어붙었다. 아무래도 그 부위는 공격을 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적어도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네가 하는 그런 말을 강한 척이라고 하지. 진짜로 궁금한건데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그렇게 센 척 말하는거야? 아. 혹시 소설과 영화, 그리고 현실을 전혀 구분하지 못하는 그런 부류야? 아하하하! 패배자의 머리에 딱 맞는 발상이네. ...하나 알려줄까? 이 세상에 정의는 이기고 악은 패배한다.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아. 왠지 알아? 이 세상에 절대적인 정의도 악도 없기 때문이야. 너희는 너희가 정의라고 우길지 몰라도 과연 다른 사람들은 너희를 정의라고 생각할까? 그 사람들 입장에선 너희야말로 용서받을 수 없는 악이야. 그러니까 그렇게 험한 말 조금 하면서 마치 자기가 정의라는 듯이 강한 척 하는 것은 슬슬 졸업할 나이가 아닐까? 너."
"헤에. 아는척 주절주절거리는구나. 내가 왜 이 자리에 있는지 아는구나. 그렇다면 이것도 알고 있겠지? 이 세상은 그렇게 성립되고 있고, 거기서 승리했기에 내가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는 것도 말이야. 그러는 너는 어떨까? 나와 같은 입장이었다고 하더라도 딱히 죄책감을 느끼고 살아갈 것 같진 않은데? 왜 내가 죄책감을 느껴야하지? 그 지옥에서 살아남았는데 오히려 자랑스러워해야 하는 거 아닐까? 응?"
"같은 세븐스? 아니야. 나는 당당하게 승리한 승리자. 그리고 너희들은 그저 현실 도피하고 있는 패배자일 뿐이지."
각자의 말에 대답을 하는 와중, 이내 마리의 스페셜 스킬이 발동했다. 눈 모양의 결정체에 충격이 가해졌고 점점 그 빛은 번쩍이기 시작했다. 방금 전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강하게. 또 강하게.
"후훗."
이어 글라키에스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의미심장한 웃음을 터트릴 뿐이었다. 이어 그녀를 중심으로 작은 얼음벽이 생성되었다. 마치 자신의 모습을 제 0 특수부대원에게서 감추려는듯.
/다음 턴. 특정 조건을 충족하지 않을시 그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이들 한정..(노이즈 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