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 : 바라보고 있으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결 좋은 잿빛 생머리와 투명한 녹빛이 담긴 눈동자, 그리고 그 아래에 콕콕 찍힌 두 개의 검은 점. 특출나게 빼어나지는 않으나 예쁘장하니 귀여운 맛이 있는 생김새에, 낭창낭창 가늘고 유연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163cm, 표준체중보다는 조금 덜 나가는 편. 과하게 여성스러운 스타일링은 좋아하지 않아서 늘상 블라우스나 셔츠에 청바지, 혹은 슬랙스. 그 위에 점퍼나 가디건 등을 걸치곤 하는 편. 심플한 디자인의 초커나 피어싱같은 악세사리도 종종 눈에 띄곤 했다.
성격 : 평범, 평범, 평범 그 자체. 검소하고 웃어른께 예의바르며, 서글서글하니 사회성 좋은 성격으로 사람들 틈에 잘 섞여 있곤 한다. 감정이 풍부한 편이었지만 그렇다고 롤러코스터를 타지도 않고, 너무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평균적인 텐션의 소유자. 호불호가 강한 성격도 아니었기에 어떤 것이든 무난하게 받아들이는 성격이었으나, 가끔, 아주 가아아아끔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 것들이 자신에게 들이밀어질 때에는 줏대를 갖고 강하게 밀고 나가는 면도 나름대로 있기는 했다.
기타 - 사실은 지역의 뒷골목을 주름잡는 야쿠자 가문의 외동딸. ...이지만, 본인은 별 자각이 없는 것 같다. 아니, 자각이 없다기보다는 일부러 그렇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고 있는 것 같다. 아니, 들어 보세요. 그치만 그야 당연하잖아요. 야쿠자 아가씨라고 광고하고 다니는 건 어딜 가나 엄청난 부담이 된다고요. 나는 어디까지나 평범하게 살고 싶다니까! 아, 아빠, 좀! 조직 삼촌들이 따라다니게 하는 것 좀 그만 두랬지!
- 장래희망은 평범한 직업을 가지고 평범한 사람과 평범하게 결혼해서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는 것. 이제 고등학교도 졸업했으니 고생 끝, 진짜로 나만의 인생 시작! 과 같은 마인드로 최근에는 더할나위 없는 행복을 누리고 있었지만.. 그것도 이제는 틀린 것 같다. 세상에, 창창한 스무 살에 갑작스런 약혼이 웬 말이야.
- 최근에는 즐거운 캠퍼스 라이프를 누리고 있다. 제일 마음에 드는 것은 자신을 바라보며 야쿠자 딸래미라고 수군거리는 소리가 싹 사라졌다는 것. 그리고 친구들이랑 학생식당에서 먹는 오므라이스, 아, 그리고 최근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빵집의 미니슈!
- 대학에서는 궁도부에 들어 활동하고 있다. 고등학교 때에도 궁도부였기에 나름대로 실력은 있는편. 그러나 진득하게 붙어서 대회 수상을 노려 볼 만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취미로 즐기고 있는 것 같다. 과녁을 맞추고 있으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 감정이 얼굴에 금방금방 드러나는 편. 덕분에 거짓말을 하거나 무언가를 숨기는 데에는 영 소질이 없다. 물론 본인도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종종 그런 일이 있으면 손이나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리거나 고개를 돌려서 시선을 피해 버리는 습관을 갖고 있다.
- 아가씨치고는 어쩐지 지나치게 서민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 동아리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는 종종 마트에 들러서 세일스티커가 붙은 품목을 노린다던가, 길거리 오뎅과 타코야끼에 사족을 못 쓴다던가. 간혹 어쩔 수 없는 이유로 비싼 물건을 살 때에는 손을 벌벌 떨기도 한다. 하지만 이래봬도 오죠사마데스와~! 본가만은 정통 아가씨스러운 일본 전통가옥이니 그나마 아직까지 아가씨라고는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정작 본인은 쓸데없이 넓기만 하다며 툴툴대지만.
- 이래봬도 나, 야쿠자 가문의 사람. 혹여나 큰 일이 일어났을 때 제 몸 하나정도는 건사할 수 있도록 호신술정도는 배워 놓았다. 그리고 달리기도 잘 한다. 도망치는 데에 선수라는 소리다.
나야말로 잘 부탁할게! 오토아주!! 일단 시간이 늦기도 했고 오토아주도 자러 가야 한다고 했으니 이야기는 자고 일어난 후에 천천히 해보자. 아무튼 많은 것을 약속하진 못해도 무통잠은 없을 거고 막 언제 오나 기다리면서 재촉하거나 그럴 일은 절대 절대 절대 없을 것이라는 점은 내가 약속할게!
일하기 전에 아주 잠깐 갱신할게! 음. 일단 캐릭터도 나왔고 관계 설정도 대충 된 것 같고... 그렇다면 첫 일상으로 가도 괜찮으려나. 일단 지금 떠오르는 것은 너에게 오늘 소개해줘야 할 사람이 있다라는 식으로 막 분위기 좋은 식당 같은 곳에 간 후에 양자대면 시키고 약혼자란다. 하고 소개시키는 것과 그 부분은 넘어가고 동거를 시작하게 된 첫날 정도가 떠오르네.
확실히. 그렇다면 양자대면부터 가도록 하자. 일단 나름 크기도 크고 고급적인 식당 같은 곳에 앉아서 대면하는 그런 쪽이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 대충 맞선? 혹은 양가 인사 같은 거 할 때 모이는 그런 장소로 말이야. 그리고 수위는 간혹 17금 쪽을 원하는 이들도 있으니까. 그래서 혹시나 해서 물어봤어. 애초에 그 위로 올라갈 일은 없을 것 같다는 것은 나도 동의하는 바야. 아무튼 선레는 다이스로 돌려볼까? 물론 내가 걸려도 일이 다 끝난 후에나 가능하겠지만.
일본 특유의 전통 가옥은 그 분위기가 상당히 차분하고 고요한 느낌이 있었다. 물을 받는 대나무가 무게가 차면 똑 가라앉다가 다시 떠오르며 물을 받으며, 선선한 바람이 불고 있는 마당이 연결되어있는 전통 음식점 내부는 그야말로 고요했다. 오로지 예약을 한 이들에게만 허락되는 프라이버시 룸 안에서 케이는 자신의 부모님과 함께 자리에 앉아있었다. 오늘은 꼭 소개해줘야 할 이가 있으니 저녁에 시간을 비우라는 부모님의 말이 있었기에 케이는 저녁에 있을 약속을 모두 캔슬하고 이 자리에 참석했다. 고급회라고도 불릴 수 있는 참치회부터 시작해 여러 전통 음식이 접시에 담긴채 상에 놓여있었다. 허나 아직 맞은 편 자리의 사람들은 도착하지 않았다.
"아버지. 어머니. 슬슬 어떤 이를 만나야 하는지 이야기라도 해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정장을 차려 입으라는 그 말에 케이는 옷장 안에 있는 깔끔한 검은색 정장을 차려입고 자리에 앉아있었다. 기업 내의 중요한 사람이라도 만나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중요한 누군가를 만나게 하려는 것인지. 장차 후계자로서 꼭 만나야 할 인물이 있다면 만나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게 이 정도까지 가르쳐주지 않을 일인가. 그런 의문을 품으며 케이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기다려보거라. 일단 당사자가 오면 얘기해주마." "그래. 케이. 여유롭게 기다리렴. 슬슬 약속 시간이니까 올 때가 되었단다."
제 아버지와 어머니의 말을 들으며 케이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앞을 바라봤다. 앞에 놓여있는 물컵 안의 물을 한 모금 천천히 마시며 케이는 조용히 침묵을 지키며 그 자리에 앉아 기다렸다. 그렇게 어느 정도의 시간이 더 흘렀을까. 드르륵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자연히 케이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했다.
"...어?"
그리고 그는 놀란 표정을 짓고 문 쪽을 가만히 바라봤을 것이다. 그야 거기에는 일단 안면은 있는 이의 얼굴이 보였을테니까. 왜 저 후배가? 그런 표정을 지으며 케이는 막 들어왔을 그녀와 그리고 그녀의 가족으로 추정되는 이, 그리고 자신의 부모님을 번갈아가며 바라봤다.
화려한 문양이 수놓인 기모노는 언제 입어도 영 적응이 되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이런저런 자리에서 입어 왔음에도 여전히 그런 것을 보면, 아무래도 정복 체질은 아닌 모양이다. 역시 옷은 편한 게 최고지. 으, 얼른 끝내고 반팔 셔츠로 갈아입고 싶다! 중요한 손님을 만나는 자리이니 그만 툴툴대라, 적어도 얌전하게나 보여야 하지 않겠냐며 잔소리를 늘어놓는 부모님의 성화에 못 이겨 차마 이 불편함을 말로는 못 하고 입이 비죽비죽 튀어나오기만. 그래도 평소에는 따라오지 않던 몇몇 조직 삼촌들까지 줄줄이 뒤를 따라오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중요한 자리이긴 한 모양이다. 아니, 그치만 선을 보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가문의 존속이라도 달려 있는 건가? 어쩐지 불안한 마음이 한 구석에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차에서 내려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허리가 꼿꼿하게 선 할머니 안내인이 일행을 반기고서는, 기나긴 복도를 지나 가게의 안쪽으로 인도한다. 잘 가꾸어진 일본식 정원이 아름다운, 누가 보아도 돈이 와장창 깨질 것 같은 고오-급 식당. 세상에. 우아한 폼으로 걷고 있는 어머니에게 속삭인다.
"아니, 엄마. 대체 무슨 일이 있길래 이런 고급 식당에서 사람을 만나? 뭐 큰일이라도 났어? 우리 집 망해? 가족 일동 도게자?"
"오토아! 또 그런 정숙하지 못 한 언행을. 안으로 들어서면 결코 그런 일이 없게 주의하려무나. 너에게 정말 중요한 자리이니까."
아니, 대체 '정숙한 언행'이라는 게 애초에 뭔데. 우아한 척 입이라도 가리면서 오-홋홋호- 이런 식당쯤은 아무것도 아닌 데스와~! 같은 대사라도 읊어야 하는 걸까? 후리소데로 입을 가린 채 조신하게 웃는 채 하는 자신을 상상하니 소름이 오소소 돋기 시작한다. 으!
"조용히. 도착했다."
아버지의 엄숙한 음성과 함께 커다란 장지문이 열리고, 몇 사람이 안에 앉아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래, 그래도 예의를 차려야 하는 자리라고 하니 최대한 아무 말 안 하고 있으면 조용하고 얌전한 척은 되겠지.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되리라고 생각했다. 안에 앉아 있는 사람의 얼굴을 보기 전까지는.
아무래도 자신이 잘못 본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아니. 그보다 들어오는 사람의 수가 조금 많은 것 같았기에 케이는 순간 당황했다. 뭔가 생각보다 큰 자리였던 것이 아닐까. 아니. 그보다 이런 자리에 왜 저 애가? 기모노를 입은 것이 마치 자신처럼 나름 차려입은 것 같은 모습이었기에 더더욱 케이는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한편, 그녀의 아버지가 들어오자 케이의 아버지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면서 그에게 이야기했다.
"오랜만이야. 잘 지내고 있었나? 너무 문제 일으키진 말고. 물론 자네 쪽이야 알아서 잘 하겠지만."
"아버지?"
문제 일으키지 말라는 말에 케이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여기서 왜 그런 말이 나와? 아니. 그보다 저 후배는 왜 여기에? 다시 한 번 의문을 품으면서 아키라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한편 그런 그의 물음에 답하겠다는 듯이 그의 아버지는 오토아 쪽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리고 뒤이어 케이에게 이야기했다.
"케이. 인사하렴. 그러니까 네 약혼녀 되는 히라바야시 오토아 양이란다. 사진으로만 봤는데 실물이 더 예쁘구나. 그러니까 저 예쁜 애가 너랑 장차 결혼하게 될 약혼녀란다."
"...네?"
이건 또 무슨 소리야? 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굳은 표정으로 자신의 아버지를 바라봤다. 그리고 이내 그의 시선이 오토아에게로 향했다. 이게 무슨 소리냐는 마음을 가득 담은 눈빛이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향하고 있었다.
"진짜 이렇게 보니까 두 사람이 되게 잘 어울리네. 응."
그러거나 말거나 그의 어머니는 추가타를 웃으면서 날리고 있었다. 순간 이게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없어 케이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번갈아 바라봤다. 그야 당연하지 않겠는가. 지금껏 약혼녀가 있다는 사실은 들어본 적이 없었고 그 약혼녀라고 들어온 이가 대학교 궁도부에서 한번씩 보는 후배였다. 이게 말이 되는 소리란 말인가. 그의 표정에서 혼란스러움은 좀처럼 지워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어. 일단 조직 삼촌들까지 줄줄이 뒤를 따라오고 있다고 해서 단체로 들어온 것일까 싶어서 이렇게 쓰긴 했는데 그게 아니라면 들어오는 사람의 수가 조금 많은 것 같다 부분은 생략해줘!
내심 그냥 좀 많이 닮은 사람이 아닐까, 싶던 기대는 자신의 이름이 불리는 순간 산산조각이 나 버리고 말았다. 아니, 그래도 사실 히라바야시가 아니라 다른 이름이었을 가능성은 없을까? 히라바시나 하라바야시나 히라야시같은.. 그런 거. 젠장, 그래. 말도 안 되는 소리인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왜 저 선배가 여기에 있는데? 어쩐지 음흉한 웃음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아버지와 눈이 마주치고서.
"오랜만이네, 하야사카! 우리 쪽이야 뭐, 문제 해결하는 데에는 이제 선수가 다 되었지. 이 삶이 그런 삶이라네."
나보단 자네 사업 걱정이나 하게나. 우리 못지않게 신경 쓸 곳도 많을 테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여유로운 얼굴로 자리에 앉는 아버지를 따라 일단은 엉거주춤 자리에 앉는다. 물론 머릿속은 이 상황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느라 과열되어 불이라도 날 지경. 뭐지? 이 상황? 뭐지? 이 인물? 뭐지? 이 만남? 한참을 머리를 굴리고, 또 굴린다. 마침내 아! 그러니까, 새로운 아버지의 사업 파트너? 하고 모든 상황을 딱 설명하기 좋은 해답이 나왔을 때에, 거짓말같이 상대측의 입에서 터져나온 말이라는 것이ㅡ
약혼녀란다. 약혼녀란다. 약혼녀란다.
. . . ㅔ?
시스템- 히라바야시 오토아의 데이터베이스에서 아래 단어를 검색합니다. [약혼], 혹은 [약혼녀].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해당 단어에 대한 데이터 검색 결과 없음. 경고. 경고. 심각한 오류가 발생하여 생각하기를 그만둡니다. 고장이라도 난 듯 딱딱하게 얼굴을 하고, 오토아는 나란히 앉은 부모님의 얼굴을 보기 위해 고개를 돌린다. 드드드득, 마치 맷돌 돌리는 소리라도 날 것만 같은 굳은 움직임. 어머니, 아버지? 저는 전혀 들은 바가 없는데요. 어떻게 된 일이지요? 강렬한 눈빛을 담은 채로.
"하하하! 아무래도 우리 오토아가 적잖이 수줍어하는 모양이구만. 오늘은 좋은 날이니, 축배나 드세."
자신의 이글거리는 눈빛을 애써 무시한 아버지가 호탕하게 웃는 얼굴이 이렇게 얄미울 수가 없다. 아뿔싸, 또 당했다! 아빠의 전매특허, 일 벌여 놓고 모른 척 하기! 애써 제 이마를 팍팍 치고 싶은 마음을 애써 꾹 누르고, 이를 악물었다. 얼굴만 몇 번 본 게 다인 대학 선배랑 갑자기 결혼? 요즘에는 소설도 이렇게 쓰면 개연성 문제로 욕 먹는다. 용서... 용서치 않겠어, 아버지..... 조용히 이 모임이 끝난 후를 위한 복수의 칼날을 갈며 겨우 입꼬리를 끌어올려 미소지었다. 젠장, 이럴 때에는 차라리 마냥 버릇 없는 애가 되고 싶다.
케이의 눈에 비친 것은 뭔가 고장난 것 같은 자신의 후배의 모습이었다. 아니. 저게 어딜 봐서 수줍어하는 모습이에요? 라는 태클을 차마 걸진 못하면서 케이는 일단 침착하게 상황을 파악하려고 했다. 그러니까 지금 이 자리는 자신이 중요한 이를 만나야 하니 참석해야 한다고 해서 약속까지 다 취소하고 온 자리인데 거기에 후배가 들어왔다. 그런데 그 후배가 지금 자신의 약혼녀라는 말이 나왔고 자신은 물론이고 자신의 후배 역시 뭔가 고장난 느낌이었다. 이 상황 속에서 해석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였다.
"...잠깐, 잠깐만요. 어머니. 그러니까 여기에 있는 이 히라바야시가 제 약혼녀라고요?"
"그러고 보니 아까 이름을 부르는 것 같던데 둘이 아는 사이였니?"
"일단 대학 동아리 관련으로 알고 있긴 한데..."
"어머나! 그렇다면 모르는 것도 아니었구나. 잘 됐네. 잘 됐어."
"아뇨. 아뇨. 잘 된 것이 아니라요!"
"그래. 갑작스러울 순 있겠지. 그러니까 자세하게 설명을 하자면 나하고 여기에 있는 이 히라바야시. 그러니까 아버지 쪽이란다. 아무튼 젊은 시절에 좀 여러모로 서로 협력을 하면서 이것저것 한 것이 많거든. 그러니까 원래 기업활동을 하면 항상 깨끗한 일만 할 수는 없잖니. 그럴 때 조금 도움을 많이 받았단다. 사실 꽤 오래 알고 지낸 친구야. 아. 혹시나 해서 말하지만 불법적인 활동을 하고 그러진 않을거야. 조금 아슬아슬한 것은 있는 것 같지만... 아무튼 그렇게 이 아비도 도움을 많이 받았고 나도 이것저것 도움을 주고 그렇게 지내왔단다. 그러다가 이제 아들 딸이 서로에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결혼시키기로 했단다. 이해가 되었니?"
"아니요. 전혀요."
결론만 말하자면 아버지들끼리 이야기를 나눠서 결혼을 시키자는 이야기가 아니었던가. 이거 이대로 괜찮은가. 절대로 괜찮을 리가 없었다. 너무나 당황스러운 이 상황 속에서 케이는 다시 한 번 머리를 굴렸다. 그러다가 그는 오토아의 아버지 되는 이에게 꾸벅 인사를 일단 올렸다.
"우선 처음 뵙겠습니다. 하야사카 케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말을 올리게 되어서 매우 송구스럽긴 합니다만, 히라바야시를 좀 더 소중하게 대할 수 있고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이와 약혼이건 결혼이건 시키는 것이 따님에게도 좋은 길이 아닐까하고 생각합니다. 죄송하지만 약혼에 대해서 한 번 재고해주실 수 없으실까요? 아. 물론 따님이 마음에 안 드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너무나 갑작스러워서."
불법적인 활동은 하지 않니 깨끗한 일만 할 수는 없니. 그런 말로 보아 대충 상대가 어떤 이인지는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깊은 쪽일지도 모르지만. 그런 이 앞에서 지금 이 약혼을 재고해달라고 말을 하는 것인만큼 그의 목소리엔 살짝 긴장이 녹아있었다. 그래도 나름 최대한 예의를 갖추면서 그는 자신의 의사를 밝혔다.
/아앗. 그렇구나! 그렇다면 그렇게 알고 있을게! 그 와중에 오토아..ㅋㅋㅋㅋㅋ 너무 귀여워. 진짜.
당장에라도 소리치며 태클을 걸고 싶은 마음이 만만이었지만, 차마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고. 미쳐 버리겠네! 이런 중요한 일을 한 마디의 언급도 상의도 없이 결정해? 역시 당장 이런 야쿠자 가문에서 독립하겠다고 난리를 쳐서 아버지의 복장을 뒤집어 놓지 않으면... 기모노 위에 다소곳하게 올려 놓은 주먹을 꽉 쥐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즈음.
'아, 선배님 나이스샷~~~!!!!!!'
그렇죠? 역시 그렇죠? 선배님도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시죠~?! 어이, 믿고 있었다고 하야사카 선배ㅡㅡㅡㅡ!!! 젠장~~~!!! 이 자리 가운데 유일하게 상식선의 행동을 하는 케이에 대한 존경심이 단숨에 뛰어오르는 순간이었다. 굳어 있던 얼굴에 삽시간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래! 당사자가 이렇게까지 먼저 이야기하는데, 설마하니 굳이굳이 강행시키지는 않겠지! 한참을 케이의 말에 굉장히 공감한다는 반짝거리는 눈빛을 하고 응, 응, 고개를 끄덕이던 오토아는, 케이의 말이 끝나자마자 쐐기를 박기 위해 한 마디 정도 더 거들어 보기로 했다.
"외람되오나, 이제 막 성인이 된 몸으로서 아직 세상에 대해 배울 것이 많은지라.. 게다가 저 같은 부족함 많은 여성이 하야사카 선, 아니, 하야사카 댁의 아드님께 어울리는 상대인지도 섣불리 판단하기 이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동안 무의식 속에 저 멀리 묻혀 있던, 답지 않은 아가씨력을 한껏 끌어모아 소매로 입을 가리고 수줍은 듯 웃는 척도 해 본다. 옆에서 어머니의 시선이 따갑게 내리꽂히는 것을 애써 눈치없는 척 모른 체 하며. 엄마, 미안해! 그렇지만 내 인생이 이렇게 갑자기 큰 사건에 맥도 못 추리고 휘말리게 둘 수는 없어!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끼며 호호호, 하고 낯간지러운 웃음소리를 짧게 흘렸다.
"핫핫하, 그럴 리가! 하야사카 자네도, 우리 오토아도 과한 겸손을 부리는군. 오랫동안 함께한 벗이 보증하는 이보다 더 좋은 결혼 상대가 어디 있다고?"
그래? 우리 오토아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또 아니란 말이지? 능글거리는 눈빛으로 자신과 케이를 번갈아 보며,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는 아버지가. 즈블 즘 즈응히 흐, 으쁘.....!!!! 또 다시 이를 악문 채 웃었다.
뭐지? 왜 더 좋아하는 것 같지? 뭔가 조금 더 변하지 않고 오히려 더 좋아하는 것 같은 모습에 케이는 혼란에 빠졌다. 그리고 그 일을 가만히 바라보던 케이의 아버지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면서 오토아를 바라봤다. 그리고 웃음소리를 내면서 마찬가지로 입을 열었다.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설사 조금 부족하면 뭐 어떤가. 원래 인생이라는 것은 같이 걸어가면서 서로 성장하는 거니까. 그건 나와 내 아내도 그랬고 아마 자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마찬가지일거야. 처음부터 부족하지 않은 이는 없어. 오히려 그렇게 말해주니까 더욱 믿음이 가는데. 나는? 안 그래? 여보?"
"그러게. 무엇보다 참한 것도 그렇고 예의도 바르고. 상당히 좋은 아이임은 분명해."
둘 다 완전 마음에 들어하는 표정을 바라보며 케이는 아차 싶은 마음에 조용히 혀를 찼다. 왜인진 모르겠지만 오토아에게 제대로 꽂힌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을 하며 케이는 이내 살며시 다른 쪽으로 공격하기 위해서 입을 열었다.
"아니. 하지만 저하고 히라바야시 양은 사귀는 것도 아닌데. 그러니까 혹여나 이미 좋아하는 이가 있다고 한다면..."
"있니? 케이?"
"아니요. 저는 없는데... 아니. 그걸 떠나서 저와 히라바야시 양은 솔직히 동아리 쪽으로 아는 사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로를 잘 아는 것도 아니고 그런 상황 속에서 약혼이라니. 설사 이대로 진행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말할 줄 알고 있었단다. 그래. 이 약혼의 가장 큰 문제는 서로 잘 모른다는 점이야. 나도 저기 히라바야시 양은 정말 마음에 들지만, 그래도 억지로 결혼을 시키거나 할 생각은 없단다. 서로에게 불행해질 뿐이고, 우리가 아니라 너희가 상처를 받으니까. 그래서 말이다. 일단 서로 이야기를 하고 정한건데... 너희 둘. 1년만 같이 살면서 서로에 대해서 알아가고 그래도 정 안되겠다 싶으면 얘기하렴."
"네?"
제 아버지의 입에서 나온 또 다른 생각도 못한 말에 케이는 당황하면서 이게 무슨 말인가 싶어 멀뚱멀뚱 눈을 깜빡였다. 그러자 그의 아버지는 싱긋 웃으면서 다시 천천히 원래 앉았던 자리에 앉으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슬슬 너를 집에서 독립시켜서 분가시킬 생각이기도 해서... 좋은 집을 하나 알아뒀거든. 그러니까 독립하는 김에 저기에 있는 히라바야시 양과 같이 1년 정도만 동거하면서 서로 알아가고 잘 맞고 마음이 통하면 그대로 결혼까지 진행하면서 신혼집으로 쓰면 되고, 진짜 정 마음에 안 든다고 한다면, 도저히 생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한다면 그땐 이 약혼은 없던 것으로 해주마. 이 정도면 꽤 많이 양보한 것 아니겠니."
"...아차..."
아무래도 반대할 것을 미리 예상이라도 한 것마냥 다음 플랜을 이야기하는 제 아버지의 모습에 역시 기업을 이끄는 사장은 다르긴 다르다는 것을 그는 제대로 실감할 수 있었다. 이렇게 다음 패를 준비하면서 자신도 양보를 했으니 너희도 내놓을 것은 내놓으라는 협상 전법은 매우 유명했으나 막상 당하고 나니 이게 참 보통 골치 아플 수 없었다.
이내 그는 오토아를 바라보다가 눈을 잠시 감았다. 그리고 다시 입을 열어 이야기했다.
"히라바야시 씨는 제가 소중한 따님과 한 지붕 아래에서 살아도 괜찮으신건가요?"
/그건 그거대로 괜찮지 않을까 싶은걸! 아무튼 되게 귀여워서 벌써부터 야광봉 흔드는 중이야. 그에 비해 케이는.. 뭔가 되게 딱딱한 느낌이네. 이거 원. (절레절레)
하야사카측의 대답을 들은 오토아의 머리가 또 다시 맹렬하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무언가 기막힌 게 터지지 않는 이상은 이 약혼이 무산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 아타쿠시 사실 미래를 약속한 사람이 있는데스와? 시한부라서 한 달밖에 시간이 남지 않았다고 해? 수만 가지 경우의 수가 머리를 스쳐 지나갔지만, 사실상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왜나면 나, 거짓말 절망적일 정도로 재능 없으니까ㅡㅡㅡ!!!
이렇게, 이렇게 된 이상 당장 무언가 범죄라도 저질러서 교도소에 들어가는 수 밖에는..... 후욱, 후욱, 상상이 한계를 넘어 위험한 망상에까지 도달하고 있을 무렵. 또 다시 새로운 말이 뇌리에 카운터 펀치를 날린다. 지금 뭐라고 하신 거야? 갑작스레 훅 들어오는 제안이 너무 어질어질해서 이제는 한 번에 온전히 이해하기도 힘들 지경이다. 아니, 저기, 예? 고장난 로봇처럼 버벅거리던 자신의 말을 가로채며 또 다시 입을 여는 아버지.
"아무리 봐도 하야사카 댁의 도련님이 우리 여리고 순진한 오토아를 어떻게 할 것 같지는 않네만."
뭐, 혹여나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 우리 쪽에서도 가만히 있지는 않겠지만 말이야! 영 살벌한 소리를 해 댄다. 이것이.. 야쿠자의 농담? 하하하! 정적을 깨고 울려 퍼지는 호탕한 웃음소리.
찰싹! 호탕한 웃음소리에 섞여 오토아가 자신의 이마를 찰지게 때리는 찰진 소리가 울려퍼지고.....
...
헉! 다행이다. 이마를 때리는 건 상상이었다. 십년 감수했다. 아니, 차라리 때리는 편이 좋았을까? 지금이라도 해? 터무니없는 상상 덕에 조금이나마 이성이 돌아온 것만 같다. 어떻게든 이 상황을 빨리 무마시키지 않으면. 아니, 시일이라도 최대한 미루지 않으면! 또 다시 아가씨스러운 억지 미소를 장착하고 입을 연다.
"하, 하지만~ 같이 살게 된다면 양측에서도 이것저것 준비할 것이 많겠지요? 꽤 시간이 걸릴 것 같은데, 괜찮으신지ㅡ"
"아아, 오토아. 걱정하지 말려무나. 그 점에 대해서는 엄마랑 아빠가 다 알아서 준비 해 놨으니까. 당장 내일모레 정도면 모든 준비가 끝날 거야. 너는 몸만 움직이면 된단다."
..........어머니. 사실 나를 쫓아내고 싶었던 거지? 그렇지 않고서야 이럴 수가 없어.
무슨 일이 일어나면 우리 쪽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니. 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거야. 케이의 이마에서 자신도 모르게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뭔가 정말로 큰일날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에 절로 침을 꿀꺽 삼키는 상황 속에서 케이의 아버지는 케이의 어깨를 치면서 싱긋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 그땐 책임져야지. 네가. 그런 것이 바로 도리인거야. 케이."
"아뇨. 아뇨. 아뇨. 아뇨. 아무 일도 없을건데요. 아무 일도."
뭔가 이 상황으로 물고 늘어지면 정말 불릴해질 것 같았기에 케이는 빠르게 발을 뺐다. 그렇다면 다음 수가 뭐가 있을까. 당장 떠오르는 수가 없었다. 이대로 가면 진짜 저 후배와 동거를 해야할지도 모르고 경우에 따라서는 진짜 약혼이 진행되고 결혼까지 갈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런데 그게 정말로 자신과 그녀에게 있어서 행복한 것이 맞는 것일까. 이게 맞는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의 예감은 절대 아니라고 대답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저기는 저기대로 뭔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그다지 희망적인 느낌은 아니었다. 이를 살짝 악물고 있던 케이는 결국 백기를 들기로 했다.
"알겠어요. 지금 이 분위기를 보면 어떻게든 저와 히라바야시를 약혼시키고 동거까지 시키실 생각인 것 같은데. 좋아요.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그 조건 받아들이겠어요. 하지만 1년이 지나면 바로 해제해주세요. 저와 히라바야시 사이에 그런 감정이 생기진 않을테니까요."
"호오. 만약에 생긴다고 한다면?"
"그땐... 군말없이 받아들일게요. 아니. 어차피 생기면... 그, 못할 것도 없긴 하고."
당연한 말이었다. 만약 좋아하는 사이가 된다면, 그렇다고 한다면 이 약혼을 거부할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어차피 당장 결혼하는 것도 아니기도 하고. 하지만 자신과 그녀가 그런 사이가 된다? 그 어떤 가능성도 지금으로서는 그에겐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는 어떻게 해도 빠져나갈 수 없는 지금 이 상황이라면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하지만 히라바야시도 이 조건을 받아들인다는 전재조건하에요. 히라바야시.. 아니. 히라바야시 양이 싫다면 그땐 저도 끝까지 거부하겠어요."
적어도 자신은 1년 꾹 참고 깔끔하게 모든 것을 끝내는 것이 좋다고 생각이 들었으나 상대는 다를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케이는 그녀를 바라봤다. 자연히 케이의 부모님 역시 그녀에게로 시선을 옮겼을 것이다.
/답레를 이렇게 남기고 내일 일이 있어서..이만 자러 갈게. 아. 맞아. 나 이번주 주말에는 1박 2일로 놀러가는 것이 있어서..아마 오지 못할 것 같아. 일요일 밤에나 다시 돌아올 것 같은데.. 아무튼 미리 일정을 알릴게!! 잘 자! 오토아주!
거짓말처럼 마주앉은 세 사람과 시선이 부딪힌다. 오토아는 필사적으로 이 상황에 대해서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만 했다. 자신의 뇌가 상황의 이해 자체를 포기하려는 필사적으로 붙들고서. 지금 저 사람, 선배, 아니 사람이(선배라고 부르기에는 조오금 열 받으니까), 뭐라고 이야기한 거야? 1년을 살아 보겠다고? 진짜? 진심으로? 정말로? 어쩌면 세 사람은 방금까지도 오토아의 눈에 깃들어 있던 생기가 빠른 속도로 증발하듯 사라지는 것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아, 이대로 내 인생은 휘말려 망해가는가............ 하얗게 불태운다는 것, 혹은 장렬히 산화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사무치게 알게 될 것 같았을 때 즈음.
. . . 아니! 아직까지 포기는 금물이다. 분명히 하야사카 선배는, 내가 완강히 거부하면 자신도 따라 끝까지 거부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자신의 귀가 아직 멀쩡히 들리는 것이 맞다면 분명히 그렇게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어머니께 등짝 맞을 각오를 하고서라도 극구 반대하면 해결될 일 아닌가?! 유레카! 생기 없던 눈에 갑작스레 투지가 불타오르기 시작하는 것만 같았다. 내 인생은 어디까지나 나의 것, 언제까지고 부모님께 휘둘리게 될 수는 없다! 아니요, 저는 이 약혼 반대합니다! 강력하게 주장하려던 순간.
"오토아, 설마 싫으니? 엄마아빠는 다 너를 위해서 이 자리를 주선하려던 건데..."
아, 안 돼.
"일 년이 지나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하야사카네 부모님께서 이야기하셨던 것처럼 이 약혼은 없던 일로 해 주마. 그러니 조금만이라도 생각해 봐 줄 수는 없겠니?"
"아니, 애초에 그런 조건이 있어도ㅡ"
"으응? 엄마의 일생일대의 소원이야. 부탁이란다, 오토아."
......부탁이란다. 부탁이란다. 부탁이란다.
부탁이란다........
망했다. 어머니의 입에서 나온 그 단어를 듣는 순간 오토아는 직감했다. 자신은 애초에 이 굴레에서 도망칠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는 것을.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오토아는 어릴 적부터 예의바른 아이로 교육받으며 자란 덕에, 자신에게 하는 부탁이란 부탁은 웬만해서는 거절할 수 없는 몸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 사람에게 중요한 부탁이라면 더더욱. 그리고 오토아의 부모님은 그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무서울 정도로.
아아, 차라리 거짓말을 잘 못 하더라도 아무 말이나 던져 볼 걸 그랬다.
"............딱 1년입니다."
오토아는 순식간에 모든 것을 새하얗게 불태우고, 장렬히 산화한 얼굴로 중얼거리듯 대답했다.
어. 이게 무슨 타이밍이지? 아무튼 안녕! 오토아주! 신나게 잘 놀다왔어!! 다만 답레는 지금은 조금 잇기 힘들 것 같네. 그래서 아마 내일 잇게 될 것 같아. 으아. 오토아가 너무 고통받는 것 같아서 슬프다. 진짜... 그보다 부모님이 되게 잘 이용하는구나. 오토아의 심리를.
잘 놀고 왔다면 다행이야~🙌!! 답레는 언제든지 시간날 때 천천히 이어줘! 며칠씩 늦어도 얘기만 해 주면 괜찮으니께 ^_^
큐큐ㅠ큐ㅠㅠㅋㅋㅋㅋㅋㅋㅋ오토아.... 쓰다 보니 자꾸 고통받는 오토아가 되지만 또 그게 나름대로 재밌어서 자꾸 뭔가 하게 된다 ㅇ)-(... 오토아.. 시트 쓸 때 남의 부탁을 잘 거절하지 못 합니다< 라는 설정을 넣으려고 했는데, 깜빡 잊고 말았네 ^_^... 그래서 급하게 후다닥 넣어봤읍니다.
늦진 않을거야! 아마 내일 점심시간이나 일 끝날 때 쯤 올리지 않을까 싶어. 일단 내일을 넘기진 않을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맞아. 그런 거 있어. 고통받는 자캐가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하게 되는 느낌. 그 기분 매우 잘 알지. 그래도 막 엄청나게 괴롭히거나 하진 않지만. 아무튼 꼭 시트에 모든 것들이 다 들어있을 수는 없으니 말이야. 음. 김에 오토아주에게 의견을 물어봐야겠네. 일단 두 캐릭터가 동거하게 될 곳은 커다란 주택집이 취향이야? 아니면 진짜 커다란 느낌의 빌라가 취향이야? 나는 개인적으로는 커다란 주택집이 취향이긴 해. 이유는 별 건 없고 그냥 일상 돌리다가 그냥 둘이 나란히 마당에 나와서 바베큐 하듯이 고기 구워먹고 그런 거 있으면 좋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야.
와. 맞아. 루프탑을 생각하지 못했구나. 맞아. 루프탑 있으면 바베큐도 할 수 있고 정원도 가꿀 수 있을테니 말이야. 그거 아이디어 좋다. 진짜. 그럼 루프탑 있는 쪽으로 가자! 오토아주는 혹시 이런 상황은 꼭 해보고 싶다라던가 그런 것 있을까? 아. 그리고 이건 물으려다가 깜빡한건데 혹시 오토아주는 논컾 쪽을 생각하고 있니? 아니면 경우에 따라서는 연플이 될 수도 있는.. 그러니까 약혼이 성립될 수도 있는 쪽을 생각하고 있니?
오케이. 확인했어! 아무래도 아예 논컵으로 확정을 짓느냐. 아니면 약혼이 성립할 수도 있느냐에 따라서 이야기는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 같아서 물어봤어. 참고로 나도 후자를 더 선호해!
와. 어느 쪽도 다 좋을 것 같다. 상황상 재밌을 것 같고. 대학 사람들 초대하게 되어서 막 숨기고 쩔쩔매는 그런 상황은 나도 꼭 해보고 싶은 장면 중 하나야. 이를테면 오토아가 동아리 사람들 몇 명을 초대하게 되어서 왔는데 정말 별 생각없이 아무렇지도 않게 케이가 컵 금방 찾아서 막 익숙하게 정수기 작동해서 물을 마시는 모습을 보인다거나 느낌으로 말이야. 별 생각없이 무의식중에 한건데 물 먹다가 자기가 무슨 행동을 했는지 인지해서 크게 당황하는 그런 장면 되게 재밌을 것 같아. 나는 개인적으로는 정말 사소한 생활습관 때문에 티격태격하는 그런 모습도 해보고 싶어. 정말로 단순하게 탕수육 부어먹냐 찍어먹냐 같은 식취향이라던가 에어컨 켰을 때의 온도 몇 도로 하느냐의 싸움이라던가. 그런 사소하면서도 뭔가 귀여운 싸움들! 더운 여름인데 에너지 아껴야 한다고 한 쪽은 선풍기 켜고 있고 다른 한 쪽은 그런 거 모르겠으니 시원한 것이 좋다고 에어컨 켜려고 한다던가. 그런 것도 있을 것 같고.
앗, 선풍기랑 에어컨 얘기 너무 좋다 >:3... 어쩐지 아끼자고 말하는 쪽이 오토아일 것 같지. 요오즘 지구온난화가~~~ 에어컨을 안 틀어도 충분히 선풍기만으로~~ 이야기하다가 너무 더운 날(36도 육박!) 더워 죽겠는데 이때까지 해 왔던 자존심때문에 땀 뻘뻘 흘리면서 눈치만 슬쩍슬쩍 보고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드네 ^_^..
뒤늦게 에어컨 삑 틀어주면 아니 이 사람이 또 에어컨을 겁도 없이~ 하면서 은근슬쩍 바람 앞에 서 있기... ㅇ(-(
앗. 이건 뭔가 딱 상황이 만들어졌는걸? 굳이 말하자면 케이는 아끼지 말고 에어컨을 틀려고 하는 입장이야. 뭔가 오토아가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 케이는 또 한숨을 내쉬면서 그렇게 땀 뻘뻘 흘리면서 뭘 또 고생을 하고 있냐고 하면서 리모컨부터 찾으려고 할 것 같아. 그 와중에 바람 앞에 서 있는 오토아 귀여워..ㅋㅋㅋㅋㅋㅋㅋ 케이가 가만히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빤히 바라보면서 방에 들어가서 선풍기 쐬고 있으라고 이야기할 것 같아. 하지만 그러면서도 나오라고는 하지 않을 것 같네.
ㅋㅋㅋㅋㅋㅋㅋ아ㅋㅋㅋㅋㅋ>방에 들어가서 선풍기 쐬고 있어< 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오토아 안 그래도 들어갈거거든요 >:I~~?? 에어컨을 꺼야 들어가지~~!! 하면서 씩씩거리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그러면서도 이제 절대로 비키지는 않는... 그러면서 시원해지니까 점점 표정 좋아지는... 나오라고 하지 않는 케이 상냥하다....ㅠㅠ
그러고 보면 두 사람은 더위를 많이 타는 편일까? 오토아는 왠지 많이 타는 편일 것 같은데🤔
ㅋㅋㅋㅋㅋㅋㅋ 아앗. 진짜 귀여워. 뭐지. 이 기싸움. 묘하게 귀여워. 진짜. 절대로 안 비키는 모습 바라보면서 케이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결국 너도 에어컨 바람이 더 낫다는 것을 인정하는거지? 그렇게 빤히 바라보면서 의기양양하게 물어볼 것 같아. 그러면서 괜히 더 시원하게 있으라고 온도 조금 더 낮추고 말이야.
음. 케이도 아마 더위는 많이 탈 것 같아. 사실 일본의 더위가 굉장히 덥고 습하다고 하잖아? 그런 날씨에 케이는 진짜 약할 것 같아. 그래서 에어컨 완전 좋아하고 사랑할 것 같고.
아무튼 이 레스를 남기고 슬슬 졸려오니 난 자러 가볼게! 오토아주도 잘 자고 좋은 밤 되길 바라!
그야말로 산화한 분위기를 보이면서 딱 1년만이라고 하면서 조건을 받아들이는 오토아의 모습을 바라보며 케이는 약한 한숨을 내쉬었다. 상황을 보아하니 저항하려다가 결국 포기한 것 같은데. 자기 어머니에게 약한 것일까. 아니면 의외로 흘러가기 쉬운 성격인 것일까. 그렇게 이런저런 가설을 떠올리다가 케이는 다시 입을 열었다.
"1년. 정말로 1년 후에는 해제해주는 거겠죠?"
"그래. 케이. 이 아빠는 이런 것으로 거짓말 하지 않는다는 거 잘 알잖니. 아무리 약속이라고 해도 자식들이 불행해지는 것을 보고 싶진 않아. 허나 그렇다고 해서 이 약혼을 쉽사리 없던 것으로 할 순 없으니 너희들이 직접 1년간 살아보고 그래도 아무런 감정도 안 생기고 이 약혼이 싫다고 한다면 그땐 진짜 깔끔하게 없던 것으로 해주마. 이미 우리들끼리는 이야기가 다 된 이야기야."
"알았어요. 나중에 말을 바꾸진 말아주세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해달라는 듯 케이는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했고 그의 아버지 역시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1년 간의 불편할지도 모르는 동거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이내 케이는 한숨을 다시 한번 크게 내쉰 후에 오토아의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를 바라봤다. 그리고 꾸벅 고개를 숙이면서 정중하게 이야기했다.
"따님에 대해서는 별 일이 없을테니까 안심해주셨으면 합니다. 딱히 동거를 한다고 해서 사고를 친다거나 할 생각은 없으니까요."
남녀가 한 지붕 아래에서 단 둘이 살게 되면 이런저런 위험한 일이 있을 수도 있다고 했던가. 허나 자신은 그렇게 할 생각이 없었다. 그녀를 함부로 건드리게 되면 말 그대로 이 약혼을 그 즉시 받아들인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렇기에 방금 한 말은 자신이 스스로에게 하는 맹세와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이내 케이는 오토아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여러모로 너도 고생이 많고 서로 힘들겠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버텨보자. 히라바야시. 괜찮아. 1년... 금방 갈거야. ...아마도."
으앗. 오토아주 오늘 밤 샐 예정이야? 너무 무리는 하지 않길 바랄게! 물론 깨어있어야 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나는 아마 1시대에는 자러 갈 것 같네. 일하는 인생 싫다...
ㅋㅋㅋㅋㅋㅋㅋ 아앗. 그렇구나. 그렇다면 확실히 그런 상황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걸. 와. 진자 오토아가 그러고 있으면 진짜 엄청 귀여울 것 같은데. 케이는 문 열리는 거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무서우면 그냥 나을 때까지 있다고 가라고 이야기할 것 같아. 대신에 여기서 자면 안된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말이야. 언젠가 기회라고 해야할까. 어차피 최소 1년은 계속 같이 살아야 하니 충분히 나올 거라고 생각해. 진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