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피와 마리, 그리고 제이슨이 아이들을 달래자 아이들은 울음을 그치거나 훌쩍거리는 수준으로 멈추며 6호차로 천천히 향했다. 6호칸으로 움직일 이들은 움직였을 것이고 7호칸의 유루, 그리고 5호칸의 이스마엘, 1호칸의 레레시아까지. 각자 마지막으로 점검을 하려고 했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특별히 보이는 것은 없었을 것이다.
한가지 이상한 것은 이스마엘이 연락을 취하려고 해도 이상하게 연락이 가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통신 자체가 끊어진 것처럼 전화 기능은 물론이요 통신 기능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조금 더 관찰을 했을 마리는 파악했을지도 모른다. 순간적으로 3호차 벽에 커다란 붉은 안광이 번쩍이는 것을. 그것은 절댈 착각이 아니었다. 마치 붉은 눈빛처럼 번쩍이는 불빛이 벽에서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와 동시였다. 1호칸과 5호칸의 천장에서 촉수가 튀어나왔고 바닥에 쓰러져있는 가디언즈 병사들을 묶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끌어당겨 가디언즈 병사들을 벽에 밀착시켰고 열차 전체의 벽면에 스파크가 강하게 튀기 시작했다. 만약 1호칸의 레레시아와 5호칸의 이스마엘이 이 촉수를 피하지 못했다면 어쩌면 똑같이 묶여서 벽면으로 끌려갔을지도 모른다.
"꺄아아아아악!!"
열차의 움직임이 멈췄다. 칸이 하나하나 분리되고 있었다. 3호차가 가장 먼저 높게 떠올랐고 다른 칸들도 천천히 꿈틀거리고 있었다. 마치 자석으로 끌어당기듯이 전기 스파크가 강하게 튀기 시작했다. 만약 빠져나간다면 지금이 기회였다. 지금은 모든 칸들이 다 떨어진 상태였으니까.
아무튼 3호차의 아래로 6호차와 5호차가 찰싹 달라붙었고 그 6호차와 5호차의 왼쪽과 오른쪽으로 1호차와 7호차가 달라붙었으며, 그 아래로 2호차와 4호차가 달라붙었다. 붉은 열차가 하나로 뭉쳐 거대한 거체가 되었다. 3호차는 머리, 6호차와 5호차는 몸통, 그리고 1호차와 7화차는 팔, 2호차와 4호차는 다리. 방금 전까지 열차였던 것은 거대한 거체가 되어 서 있었다.
절대 일반적으로 만들 수 없는 것이었다. 아마도 거기에 작용하고 있는 것은 무언가의 세븐스임이 분명했다. 그리고 아마 에델바이스 멤버들도 들을 수 있을 정도의 소리로 그 거체에게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고했네. 테러리스트 제군들. -실험체들을 구출한다고 정말로 수고가 많았어. 하지만 그 실험체를 모른척하고 넘겼으면 목숨은 부지할 수 있었을텐데. -아무튼 이 목소리를 듣고 있다는 것은 무사히 실험체를 구한다고 여럿 모여있다는 거겠지? 겁없는 테러리스트들이 말이야. -그럼 이제부턴 이 아이를 상대해주실까? -시범용으로 만든 U.P.G의 신병기이긴 한데 아마 심심하진 않을거야. 아니. 어지간한 세븐스는 상대할 수 없지. -자. 블러디 레드. 주제도 모르고 설치는 테러리스트를 밟아버리렴. 케헬헬헬헬헬!
특이한 웃음소리를 가진 중성 남성의 목소리가 사라지고 머리 부분으로 달라붙은 3호차 부분에서 붉은 안광이 떠올랐다. 1호초와 7호차. 두 팔 부분에선 스파크가 튀고 있었지만 그 이유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아무튼 확실한 것은 열차가 변형된 신병기는 멈출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었다.
[U.P.G의 적을 섬멸하라] [U.P.G의 적을 섬멸하라] [U.P.G의 적을 섬멸하라]
그런 기계목소리가 거체에서 조용히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무런 감정도 없이 들려오는 그 목소리는 상당히 괴상하면서도 살벌했다.
/내일 여러분들이 싸우게 될 사실상의 1번째 스테이지의 보스인 블러디 레드랍니다. 아까 전에 마리주였나요? 기차가 변신 로봇 되는 거 아니냐고 해서.. 시선을 회피한 제가 있었어요. 일단 다들 수고하셨어요!
어지간한 세븐스는 상대할 수 없지만 여러분들의 캐릭터는 어지간한 세븐스가 아니니까 상대할 수 있어요. 화이팅!
아무튼 하드 모드가 될 수도 있었던 것은 저 로봇이 발동하는 조건은 3호차의 문을 열기 전에 어쩔 수 없이 후퇴하는 느낌으로 비상탈출 버튼을 누르게 되거나 3호차의 문을 연다 두 개 중 하나인데... 당연하지만 3호차는 머리 파츠이고 그 안에 세븐스 아이들이 그대로 들어간채로 합체를 해버리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세븐스 아이들이 다 죽을수도 있는 그런 상태에서 싸우기 때문에..(흐릿) 그리고 빨리 해결하지 못하면 당연히 그 아이들도 다 에너지 착취를 당하기 때문에 죽게 될테고..아무튼 그런 조건도 있었다고 해요.
그리고 여러분들이 신나게 박살내버린 기관총은 원래 저 팔파츠에 붙어서 무장으로 나올 예정이었으나...
레레시아의 여유는 꾸며낸 것이 아닌 진짜였다. 이 정도 압박감은 과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배가 찢기고, 비명이 넘치고, 그 속에서 무력하게 쓰러지던 그녀를 생각하면, 그 때를 생각하면 어떤 위기도 별 것 아니게 된다. 에델바이스에 들어와 여러 임무를 겪으며 그 심지는 더욱 단단해졌다. 그리고 이제는 서서히 해방시킬 때가 오고 있을 뿐.
무수한 사슬의 집합체로 가하는 공격은 사실 미완성이었다. 갓 무장을 완성시킨 마당에 기술까지 완벽할 수가 있겠는가. 그래서 더 위력을 가했고, 사슬의 중심에서 아스텔의 움직임을 보았다. 주변의 회오리를 끌어모아 한 점에 집약시켜 그것을 검으로 터뜨리는 것까지- 거기까지가 그녀가 눈을 뜨고 확인한 부분이었다. 사슬의 집합체는 거센 칼바람의 폭풍 앞에 그야말로 완벽히 무너졌고 사슬을 뚫은 칼바람은 레레시아까지 무자비하게 베었다.
"윽-"
크고 요란한 비명은 없었지만 이를 악 문 소리는 짧게 흘렀다.
칼바람이 지나간 후, 그녀는 기술을 썼던 자리에서 조금 떨어져서 널브러져 있었다. 무장이 있으니 부상은 크지 않았지만 충격파를 꽤 세게 맞은 듯 하다. 아스텔이 착지할 쯤엔 그녀도 꿈틀거리다가 느릿느릿 몸을 일으켰다. 머리를 베였는지 한쪽 눈 위에서부터 피가 흘러 머리카락의 일부를 붉게 적시고, 또 한 팔은 아예 못 드는 것처럼 늘어뜨렸다. 콜록, 콜록! 거칠게 기침 몇 번을 한 레레시아가 찡그린 표정의 아스텔을 보고 힘빠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역시 진짜는 못 당하는 거려나아. 음- 무승부니까 둘 다 없던가 둘 다 있던가 하면 될 거 같은데- 난 있는 쪽이 좋을까나아. 아스텔은-?"
서로에게 그런게 있어봤자 뭐에 쓰게 될지 모르지만. 이만큼 힘 뺐는데 아무 것도 없으면 재미 없지 않은가. 그러니 서로 하나씩 있는게 어떠냐고 묻는다. 싫음 말고-
"그렇게 쳐맞고 잘도 떠든다. 레레. 쟤 상대해주느라 고생했어. 아스텔." "니히."
그 사이 벽에 기대서 지켜보던 라라시아가 다가와 아스텔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을 잡으면 라라시아의 치유 세븐스가 발동하며 어깨 부상 정도는 금방 낫게 해줄 것이다. 그리고 약간이지만 기력도 회복시켜서 다른 활동을 하는데 지장이 없도록 해주었겠지.
진짜, 가짜. 자신의 보검이 100% 출력을 내는 것이 아닌 이상 보검이 진짜냐, 가짜냐는 큰 차이가 없었다. 어쨌건 구조는 비슷하고 결국엔 출력 정도의 차이였으니까. 그렇다면 그냥 단순히 운이었거나 상성이 좋았거나, 혹은 경험의 차이였다. 피부 속의 통증이 꽤 강렬하다고 생각하며 아스텔은 이내 표정을 찡그렸다. 실전이었으면 아마 자신도 무사하진 못했겠지. 혹은 팔 한 쪽을 못 쓸 각오를 해야만 하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이 안에 퍼져있는 세븐스가 자신의 몸을 고쳐주는 것을 기다리며 그는 천천히 들고 있는 검을 털어낸 후에 그것으 칼집에 집어넣었다. 이어 보검 해방을 해체하고 보검을 다시 빛의 형태로 돌려놓았다.
"...어느 쪽이라도 상관없어. 굳이 소원을 빌어야한다면 나중에 음료수라도 하나 사 줘. 그것으로 충분해."
제 0 특수부대원 중 하나의 실력도 보았고, 자신의 미흡한 부분도 확인했으니 그것으로 충분했다. 음료수 하나 얻어먹고 나중에 낚시나 유유자적하게 즐기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그렇게 나쁘진 않을리라. 그렇게 생각하며 아스텔은 미소를 지었다. 이내 라라시아의 치료를 받으며 아스텔은 조금 더 편안한 표정을 지으면서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그래서 너는? 그렇게 소원권을 가지고 싶다면 뭔가 나에게 원하는 것이 있는 거겠지. 뭘 원하지?"
자신과는 다르게 그녀는 뭔가를 원하는 것일까. 아니어도 별 상관없지만. 그렇게 생각하며 아스텔은 레레시아를 바라봤다. 만약 없다고 한다면 아마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밖으로 나가려고 하지 않았을까. 몸을 실컷 움직였으니 이후는 조금은 쉬면서 컨디션을 회복할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