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식없는 사람은 성으로 부르는 것이 보통이라지만, 그런 것도 모르는 건지, 상관없는 듯 그녀는 가감없이 아리아를 이름으로 부르기로 했다. 아마 그녀의 딴에선 당연히 그쪽으로 부르는 편이 짧고 편하기 때문이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입에 고기를 넣기 직전 당신이 보인 필담을 바라본다. 검붉은 눈동자가 고정되어 당신의 종이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그렇게 다시 또 시간이 한참동안이나 시간이 걸리더니, 눈을 깜빡이면서 당신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엔은 지금 글이 서투르다. 그래서 해석에 시간이 걸린다. 미안하다."
아까까찌 바로 반응이 없던 이유는 그런 이유였다는 말인가. 그리고는 고기를 입에 넣고 방금처럼 메모에 시선을 고정한다. 천진하다고는 하지만 매사 두드러지는 표정이 없는 것은 당신과 마찬가지라서, 다른 이가 지금 광경을 보고 있다면 서로 싸우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실제로는 당신의 필담을 열심히 풀고 있는 상태이지만. 이번에도 입을 연 것은 고기를 삼키고 나서였다.
글이 서투르다라, 학교를 못 다닌 것인가. 세븐스라고 해도 이정도로 교육을 안 시키는건가.. 가볍게 한탄하며 저주하리라. 자유에 대한 갈망을 세븐스라는 이유로 뺏으려는 것들은.
'그럼 엔은 글 공부를 할 수 있다면, 하실건가요?'(필담)
굳이 호칭을 붙이지 않는 것은 그녀 나름의 배려겠지. 아무리 까칠한 면이 있다고 해도 '아이'에게까지 거친 타입은 아니니 패드에 적힌 내용을 당신이 읽을 때까지 충분히 남겨둔 후 이후 내용을 지웁니다. 그래야 답을 할 수 있으니까요. 카레가 나왔다는 말에 '잠시'를 남겨놓고 일어나 카레를 금새 가져옵니다. 운 좋게도 배식구랑 같은 자리여서 다행이네요.
그녀가 모조 보검을 해방하자 아스텔도 보검을 해방해 무장을 갖추었다. 저번과 같은 모습. 그 때 분명 독으로 부식시켜 떨어뜨렸던 부분도 다시 달려있는 걸 보고 보검 무장의 손실이 영구한 손실은 아님을 확인한다. 아니면 세븐스마다 다르던가. 몰랐던 사실을 하나 머릿속에 집어넣으며 아스텔의 말에 대꾸했다.
"지금은 없어도- 있으면 언젠가 쓰겠지이. 지금 전력을 다할 구실일 뿐일지도-"
모르지만-
무장의 보조를 받으며 빠르게 이동했으나 아스텔은 그보다 더 빠르게 레레시아의 후방으로 이동했다. 찌르기는 자세가 크진 않지만 그래도 반응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빗나간 검을 회수하며 돌아서는 사이 뒤에선 아스텔이 에너지 덩어리를 모아 폭발시키고 있었고 한박자 늦게 그걸 본 그녀의 얼굴은 당황하는 듯 했으나-
"너무 정직해도 탈일텐데?"
그 표정이 거짓말처럼 입꼬리가 올라가며 호기를 잡은 표정으로 바뀐다. 동시에 레레시아의 무장 중 일부, 치마자락처럼 보이던 부분이 길게 녹아내렸다가 솟구치며 독액으로 된 막을 형성한다. 독액의 막은 에너지 덩어리가 터지면서 생기는 풍압과 돌풍을 감싸 위로 흘려보내려 한다. 마치 방어에만 치중된 듯한 상황이었으나 막의 가장자리에서 무장의 시너지를 받은 그녀가 불쑥 튀어나온다.
"짜잔."
빠르게 흘러가는 상황 속에서 농담 같은 소릴 내뱉을 여유가 있는건지. 그저 그녀의 성격일 뿐인지. 전투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은 말을 내뱉은 레레시아가 곧 에잇, 하고 왼손에 든 검을 휘둘렀다. 아직 검의 간격에 미치지 못 하는 거리였으나 휘두른 검이 순간 일렁거리더니 액체화하며 아스텔을 향해 길게 뻗어진다. 큰 뱀처럼 곡선으로 뻗친 무기는 닿으면 끈적한 독액이 또다시 무장에, 그리고 신체에도 손상을 가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그녀가 노린 부분은 아스텔의 부스터와 날개 무장 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