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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현실 차원에서의 접속이 확인됩니다. 재밌게 놉시다.
[공지] 방장 звезда́즈베즈다는 항상 보고는 있음.

[규칙]
1. 떠날때에는 확실하게 떠날 것. 컴백 여지에 대한 발언은 허용. 작별은 서로 감정없이 한번정도만 언급하는걸로 깔끔하게 할것.
떠날때 미련가지는 발언 및 감정적 발언은 삼가. 떠날때 말은 지킬 것.

2. 어장이 오래되었다고 상대를 옹호하는 AT금지. 지적의 경우 그 지적의 어투나 커질 파장을 지적하지 않기. 지적이 들어오면 확실히 입장을 밝히고 해결할것.

3.다른 사람들이 동조한다고 해서 방관은 금물. 이상하다고 싶으면 2번규칙에 따라,지적과 수용,해명과정을 거치자.

4. 문제가 생길때는 공과 사를 구분하자. 무조건 우리가 옳다는 생각과 식구감싸기 식의 옹호를 버리자.

5. 아직 내지 않았거나, 어장에서 내린(혹은 데려오지 않은) 캐릭터의 이야기는 자제하자.

6. 모브캐가 비중 높게 독백에서 나올 경우, 위키 등재나 각주 설명을 사용해보자. 또한 모브캐의 암기를 강요하지 말자.

7. 픽크루를 올릴때 반드시 캐릭터명을 명시하도록 하자.

8. 유사시를 위해 0답글에 어장을 세운사람이 누군지 나메를 적어두자.

9. 타작품 언급시 스포일러라는 지적이 하나라도 들어올 시 마스크 처리된다.

10. 특정 작품의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하면 AT로 취급한다. 특히 단순한 감상이나 플레이 이야기가 주가되지 않도록 하자.

11. 특정 작품 기반 AU설정및 썰은 위키내 문서를 활용하자.

※오픈 톡방 컨셉의 상L 이름칸은 오픈 카톡에서 쓰는 닉네임이란 느낌
※오픈 톡방 컨셉이기에 앵커 안 달고 그냥 막 다시면 됩니다.
※세계관은 그냥 모든 차원이 겹치는 컨셉이기에 톡방 자체에 영향만 안 주면 뭐든지 okay (상황극판 룰에 걸리는 일 제외)
※1000 차면 캡틴이 아니어도 다음 어장 세워도 됨.

이전편: situplay>1596598078>742

장장 몇 시간에 걸친 대청소가 드디어 끝났다. 버릴 물건들을 담은 봉투가 네 머리까지 올라왔다. 가져갈 것들은 네 소유의 빈 차원에 대충 구겨넣었다. 정리만 했을 뿐인데 너는 기력을 전부 소모해버렸다. 방바닥에 드러누워 잠깐 졸았더니 벌써 동이 트고 있었다.
네 대저택은 끝내 아무것도 없는 빈 벌집이 되었다. 그동안 쌓은 추억이 전부 사라진 기분이다. 네가 분주하게 벌집을 정리하는 걸 보고, 네 기형물*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녀는 열린 유리문 안으로 머리를 들이밀며 네 행동에 호기심을 표했다.

"라돈."

넌 그녀의 이름을 불러본다. 여태껏 그 이름을 제대로 입에 담은 적이 없다. 오히려 용대가리라며 멸칭하기 일쑤였지. 라돈이 의아한 듯 머리를 흔든다. 그 몸체에 달린 수많은 눈들이 일제히 깜빡인다. 그녀의 날개가 푸르르 떨린다.

"에즈는 곧 여길… 얼터니아를 떠날 거야."

네가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간다. 이 모든 건 네 스스로의 선택에 따른 결과이다. 너는 세피라가 되기를 택했고, 태어난 차원을 떠나는 길을 골랐다. 그러니 후회는 하지 않지만 그저 아쉬울 뿐이다.
하지만 라돈을 데려갈 순 없다. 무엇보다 너는 그녀를 자유롭게 풀어주고 싶었다. 그녀는 얼터니아에 남는 편이 훨씬 행복할 거다.

"그러니까 이제는 네 마음대로 살았으면 좋겠어. 다른 트롤을 돌봐주거나 하면서."

라돈이 커다란 머리를 네게 기대왔다. 매끄러운 비늘의 감촉이 네 뺨으로 느껴진다. 낮은 울음소리를 내며 얼굴을 부벼대는 라돈의 모습은 애절하기 짝이 없었다. 너는 팔을 들어 그녀의 주둥이를 껴안았다.
너 또한 이별을 진심으로 슬퍼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녀는 너를 열심히 돌봐준 보호자다. 처음으로 그녀의 등에 올라타 얼터니아의 하늘을 누볐을 때가 기억난다. 그녀가 아팠을 때 네가 대신 먹이를 구해다 주기도 했고, 벌집에 침입한 기형물 도둑을 함께 잡아버렸던 일도 있었다. 항상 멍청한 용대가리라 욕을 해도 그녀는 너에게 있어 정말 절친한 친구이자 보호자였다.

"잘 지내야 돼."

네 눈가가 시큰해졌다. 금방이라도 터져나올 것 같은 울음을 참으려 눈을 연거푸 깜빡였다.

"고마웠어."


* 기형물: 트롤(draconianLady의 종족)의 보호자 역할을 하는 생물체

*

진청색 벽지, 회색 장판. 이제 아무것도 남지 않은 이 방이 너무도 삭막하게 느껴진다. 넌 방을 한 바퀴 둘러본다. 그러다 미처 치우지 못한 자그마한 꽃반지를 옷장 안에서 발견했다. 너는 꽃반지를 조심스레 쥐어 빈 차원에 내려놓았다. 사소하지만 마음이 담긴 선물이라, 함부로 다룰 수 없었다.
심경이 복잡했다. 차원 이주를 앞두어 그런 것도 있겠지만 다른 이유도 있었다.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기로 했음에도 네게는 아직 한 가지의 미련이 남아있기에. 네 손가락이 스마트폰의 액정 위를 하염없이 맴돈다. 띄워진 채팅 앱에 서로 주고받은 메시지가 보인다. 너는 네 하나뿐인 친구, 레네안을 떠올린다.
레네안은 너와 동갑이라 이대로라면 다음 쓸기에 징집될 나이이다. 강제로 전쟁터에 내버려져 죽을 때까지 구르는 삶을 살게 될 거라는 뜻이다. 게다가 널 꾀어내기 위한 약점으로 이용될 수도 있다. 넌 네 친구가 그런 꼴이 되는 걸 원치 않았다. 그래서 그를 데려가고 싶었다. 다가올 운명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싶었다. 아니, 실은 단순히 그와 함께 가고 싶다는 욕심이 더 컸다. 그는 네 진실된 친구이며 애정의 대상이었으니까.
그를 향한 네 메이트스프릿십-붉은 사랑은, 애착과 동정 혹은 연민, 그리고 보호 본능을 한자리에 모아 꽁꽁 뭉쳐둔 집합체였다. 그건 너만의 짝사랑에 불과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너는 그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너와 대화하고 같이 취미 생활을 즐겨주는 게 네가 그에게 바라는 전부였다. 메이트스프릿 관계의 트롤들처럼 서로의 소유가 되어 애타는 사랑을 속삭이지 않아도 괜찮다. 그러니 이번에도 네 절친한 친구로서 너를 따라와주면 더없이 좋을 것 같았다.

이윽고 결심한 네가 액정을 두드린다. 채팅을 먼저 보내자 답변은 빠르게 돌아왔다. 너는 네 계획과 생각을 그에게 모두 털어놓았다. 지금까지의 일은 네가 이전에 전부 이야기했었다. 그래서 대화는 막힘 없이 잘 흘러갔다.

DL: 혹ㅅ1 에즈 따라올래?? 싫으면 싫다고 말해도 괜찮아
DL: 어 그ㄴ177ㅏ 별건 아ㄴ1고 그냥 에즈가 레ㄴ1 혼자 남는7ㅔ 걱정돼서 그래
DL: 강요하는7ㅓ 절대 아ㄴ1ㄴ177ㅏ 편하7ㅔ 말해줘

너는 약간의 불안과 기대를 담고 메시지를 전송했다. 구구절절 덧붙인 말을 다시 읽어보니 괜히 부끄러웠다. 대답을 마주할 자신이 없어 눈을 꼭 감고 있으니 손 안에서 진동이 여러 차례 울렸다.
그는 네 제안에 약간 고민하는가 싶다가도 흔쾌히 수락해주었다. 대신 벌집을 정리할 시간을 잠깐 달라길래 그러라고 했다. 내색하진 않았어도 너는 뛸 듯이 기뻤다. 형용할 수 없을 만큼 기분이 들떠올랐다.

*

너희가 떠나는 날에도 세상은 조용했다. 보랏빛 밤하늘에 달 두 덩이 떠있는 풍경이 평소와 같았다. 너는 네 친구의 짐을 빈 차원에 쑤셔넣은 뒤 어색하게 손을 퉁겼다. 기류가 멈추고 공간이 비틀어지며, 차원문이 열린다. 저 틈 너머에 끝없는 어둠이 펼쳐져 있다. 하지만 그 뒤에는 분명 따스한 밤이 기다리고 있으리라.

"가자."

차원문을 보고 눈을 휘둥그레 뜬 레네안을 네가 잡아끈다. 두 트롤의 존재는 이내 얼터니아 행성에서 사라진다. 이 땅에 남은 건 그저 그들이 살아갔음을 증명하는 흔적들 뿐이다.
고향을 등지고, 새로운 길로 나아간다. 모든 것을 뒤에 남겨두고 둘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