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웠던 훈련 이후에도 여전히 적응은 쉽지 않았다. 사람들이 마음에 안 들어서? 아니, 자신이 처한 현재 상황이 별로라서? 사실 좋은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최악은 아니었고, 그런 걸 따질 만한 처지가 아니라고 스스로 생각했기에 그건 전혀 문제가 아니었다. 그럼 뭐지? 뭐가 적응을 어렵게 하고 있었을까. 주변을 둘러볼 필요는 없었다. 문제는 그에게 있었으니까. 적어도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먼저 다가가서 말을 건다거나 하는 것보다는 누군가의 말을 받아서 대화를 시작했고, 그런 대화가 싫은 건 아니었지만 어쩐지 어색한 지금, 얼굴을 많이 마주치지 않는 길을 찾아다니기도 하는 것은 사실이었다.
"언제까지고 기다릴 수만은 없지..."
결국 사지라고도 할 수 있는 곳에 함께 뛰어들 사람들인데, 그들이 먼저 다가오기를 기다린다는 것은 전혀 바람직한 행동이 아니었다. 아니, 행동이라고 할 수 없었다. 가만히 있는 게 어떻게 행동이 될 수 있겠어. 때문에 그는 오늘은 조금 용기를 내서, 본부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여전히 많은 사람이 북적이는 곳은 힘들었지만 그래도 복도에서 마주치거나 하는 사람들과는 간간히 인사도 나누고, 그렇게 얼추 한 바퀴쯤 돌았을까. 목이 탔기에 그는 휴게실로 들어섰고 그 곳에서「고장」이라고 써붙여져 있는 자판기를 지나쳐, 찬장에 놓인 찻잔을 집어들었다. 차가운 녹차라도 한 잔 해야겠다. 그는 먼저 물을 끓였다. 차가운 녹차인데?
"......"
보글보글, 물이 끓는 소리가 휴게실 안에 퍼진다. 사람은...없나. 물론 그가 휴게실을 둘러보지는 않았으니 알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는 물이 끓는 것을 보며 모자를 벗어 주머니에 구겨넣었다. 다 접히지 못한 모자가 재킷 주머니에서 삐죽하니 튀어나와 있었다.
한번 휴게실에 들어가볼까. 그리 생각하며 끼익 문을 열어본다. 그 곳에 들리는 것은 물 끓이는 소리, 누가 있는건가하고 고개를 돌리니 보이는 것은 짙은 초록빛 머리카락을 가진 사내가 눈에 들어온다. 잠깐 휘둥구레한 시선을 그에게 보내고는 패드를 꺼내듭니다. 그 때는 괴롭힘으로 목소리를 못 들려줬기도 하고, 또한 다른 이들에게는 '싫은 것'이지만 그에게는 쑥스럽다가 적용되겠지요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뵙네요.'(필담)
그렇게 그에게 말을 겁니다. 자유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던 사람. 내게 혁명에 동참하게 한 계기가 된 기수를 든 자. 적어도 아리아에겐 그리 인식되는 것입니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자 그 쪽을 보려고 했지만 보글보글, 칙, 치익, 하고 수증기가 빠져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너무 끓였다간 물이 다 날아가 버리겠지, 라는 생각에 일단은 급히 온열기의 전기를 끊는다. 그제서야 누가 온 거지? 하고 돌아보려니. 갑자기 패드에 쓰인 글씨가 눈에 들어와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지만. 쿵쿵거리는 심장을 진장시키려는 듯 가슴팍에 손을 올려둔 채로 다시금 패드에 쓰인 글씨와, 그 패드를 들고 있는... 여성, 그녀의 얼굴을 보다가는 아, 이러면 실례겠지. 하고 살짝 고갤 숙인다.
"아, 네. 오랜만에... 네?"
무심코 오랜만이라고 말해버렸지만, 그렇다는건 이전에 마주쳤었다는 건가? 언제? 어디서? 대체 뭘 하다가? 갑자기 복잡해지는 머릿속에 시선이 흔들린다. 에델바이스 내에서는 처음 마주친 것 같은데, 아닌가? 그럼 엄청난 실례 아닌가? 설마 그 이전에 만났던 사람? 틀렸어, 어느 쪽으로 생각을 해 봐도 나쁜 일만 떠올라 그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 차, 좀 드시겠습니까?"
일단은 화제를 바꾸고, 생각을 좀 해 보자. 나쁜 일이 아닐 수도 있잖아, 언젠가 좋은 일, 그게 아니더라도 평범한 일로 만난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필사적으로 기억을 헤집으며 끓는 물이 담긴 주전자를 집어들었다.
상대가 건네는 차를 받습니다. 얼마만이던가- 2주 전? 날짜조차도 생각 안 나긴하지만 내 목숨을 구해준 영웅이니. 어느 휴게실 배치가 그러하듯 테이블 건녀편의 자리에 앉는다. 평상시 날카로운 인상은 온데간데 없고 그저 영웅을 만난 소녀의 표정만 남아있을 뿐. 원레라면 상대가 따라줄 차가 뭔가인가부터 따졌겠지만 상대가 영웅인데 그게 중요할까요.
'여기서 뵈다니 상상도 못 했네요'(필담)
실제로 그녀는 깜짝놀랐습니다. 휴게실에 들어갔더니 자신을 구해준 이가 있을 확률, 하필 그 곳이 자신이 속한 레지스탕스일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가 상대에게 안 들리길 빌며 그녀는 조신히 앉아있습니다.
그녀에게 건넨 차는 간단하게 녹차였다. 따뜻한. 반대로 그는 시원한 걸 마실 생각이었으므로 찻잔 대신 조금 큰 머그컵을 찾았다. 어쩌다 보니 찻잔을 미리 준비해 둔 것처럼 된거 같은데... 어쨌든 머그컵에 우린 녹차를 반 정도 붓고, 차가운 물과 함께 얼음을 띄웠다. 얼음이 빠르게 녹다가 멈춘다. 충분히 시원해졌다는 것처럼. 슬슬 온도를 전해 차가워지는 머그컵을 손에 든 채, 그녀의 맞은편에 앉는다.
"아, 그...예."
그러니까, 솔직히 말하면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런데 저렇게까지 이야기하는 사람에게, 잘못 보신 건 아닌가요? 죄송합니다, 제 기억에는 없어서. 라고 이야기한다면 상처가 되지 않을까? 그 반대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기억하는 척, 알고 있다는 듯이 이야기하다가 그 사실을 알아챘을 때 더 큰 상처를 받지 않을까? 머리가 아픈 것 같다. 만약 사소한 일이었다고 해도 기억하지 못하는 자신이 야속했다. 그는 서둘러서 기억을 헤집는다. 그녀의 특징을 잡아내 기억 속에서 비슷한 사람을 찾아내려고 했다. 짙은 색의 피부, 조금 날카로운 듯한 인상과, 저 패드. 그리고 필담... 작게 중얼거리더니 흐릿하게나마 무엇인가 떠오른다. 누구였지? 그 때에도 이렇게, 이야기를 나눴던 것 같은데. 어째서인지 목소리는 기억나지 않는다. 왜지?
"...필담 때문에?"
그 때에도 필담을 했으니까? 그는 조금 초조한 듯한 표정으로 자신의 잔을 내려다보다가 한 모금 마셨다. 이건 안 돼, 확실하지도 않은 걸 가지고 상대방과 대화를 할 수는 없지.
"저, 휴게실에는 무슨 일로..."
당연히 쉬러 왔겠지, 그는 멍청한 질문이라고 생각하면서 아니, 대답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라고 덧붙이곤 얼굴을 가렸다.
차가운 녹차를 준비하는 과정을 멍하니 바라본다. 딱히 할 이야기가 많지 않은 것도 있지만, 상대가 무엇을 하는가하는 호기심도 있으리라. 영웅이 타준 녹차를 한모금 마신다. 상대가 조금 기억 못하는 표정인 것으로 볼 때 자신을 기억 못하는걸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억하는 척을 한다는 것은 역시 상냥하네.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시길 원하시는건가요?'(필담)
한모금 마신 녹차를 내려놓는다. 녹차에 담겨있던 은은한 따뜻함이 목을 타고 넘어간 것과 동시에 상대의 혼잣말에 대한 반응이다. 그리고 뭐하러 왔냐는 말에는 짖궂게 놀리듯 가볍게 필담을 적어둔다.
보통 생각한 것을 그대로 입 밖으로 내는 게 더 빠르고 편안하니, 그렇게 하지 않는 데에는 나름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하고 그는 고갤 살짝 저었다. 내가 편하자고 상대방에게 불편함을 감수하게 할 수는 없지, 당장 저 글씨가 악필이라든가 하는 이유로 알아보는 데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그는 전혀 그럴 필요 없다고 덧붙였다. 목소리가 궁금하기는 했지만.
"영웅...? 저 말씀이십니까?"
영웅이라니 조금, 기분이 이상해졌다. 영웅, 영웅이라는 말을 들었던 때를 떠올린다. 영웅시되었던 때는 그 때 뿐이었을 텐데, 그 때의 기억이 영웅의 기억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 그는 조금 머쓱한 표정으로 눈웃음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하하... 저 말고도 영웅이라고 할 만한 사람은 많은데, 그렇게까지 말씀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에델바이스 소속이라 그렇게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조금 나아졌다, 그렇다면 상대방도 영웅이겠지. 그는 웃으면서 차를 한 모금 넘겼다. 그녀가 이미 자신이 뭔가 얼버무린다는 걸 알아채지는 않았을까.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다시 좀, 기분이 이상해졌지만.
상대의 호의에 미소짓는다. 긴장이 좀 풀린 것일까. 글씨 연습을 잘해두는 것은 역시나 중요한 법이다. 어릴 때 그 교육들은 다 쓸모없다 생각했는데, 생각 외로 도움되는구나
'아아, 역시 기억 못하시는건가요'(필담)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머쓱한 표정을 짓는 상대를 보며 미소지은 표정을 유지하며 차를 마신다. 자세히 보면 차를 마실 때 우아한 자세인 것을 보아, 부유한 가문 출신인 것일까. 그녀는 한모금 마신 후의 녹차를 내려놓는다. 자신을 구한 것은 그냥 일상적인 일이어서 그랬다는걸까? 포용력이 높네 저 사람은.
'아뇨, 딱 적당한 온도라고 생각합니다. 당신께서 타주신 것인걸요'(필담)
미소지은 표정 그대로 당신에게 그리 적어 보여줍니다. 당신에 대한 평가가 높다고 느껴질지 모르겠네요
자연스럽게 그의 평가가 아리아에게 좋음을 표현합니다. 자유는 그녀에게 있어서 소중한 것이니까. 그 것을 위해 에델바이스에 들어왔을 정도로. 그 다음 이어지는 이야기에는 그저 싱긋하고 미소짓는다. 어느정도는 놀리는 것일까.
'그 날은 제가 세븐스 혐오자들에게 잡혀갔을 때였죠..'(필담)
그리고 이내 그 날의 이야기를 풉니다. 유괴되어 그들의 사무실에 끌려갔다는 것,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세븐스는 이레도 된다!고 말하며 자신의 옷을 찢으려 든 것, 거기에 저항하자 폭행하며 그럼 이 녀석 팔부터 날려볼까?하고 상대가 톱을 든 것 등 잔혹한 이야기가 스르르 적힙니다.
'그 때 당신께서 오셨죠'(필담)
그 후 쥬데카와 나눈 자유란 무엇인가, 왜 세븐스는 당해야하는가하는 이야기들 그 이야기를 쭉 풉니다.
당연한 것이라... 그런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아니, 지금은 그렇겠지만. 그는 그녀의 필담에 뭐라 대답하는 대신 차를 다시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나서 적히는 글에 시선을 옮기니 자신과 그녀가 마주쳤을 때의 일이 스르륵, 하고 눈 앞에 펼쳐지는 듯 했다.
"......"
그렇구나, 그 때였구나. 그는 그 상황을 떠올렸다. 그땐 그럴 만한 이유가 분명히 있었다. 그래, 연기였다. 어느 정도는. 어째서 어느 정도였느냐 한다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충돌을 피할 수도 있었다, 그저 무시하고 지나갈 수도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이 속한 곳의 힘을 빌리면서까지 그렇게 행동한 건 그게 임무에 도움이 되리라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도 도움이 됐고. 그 직후 나눈 대화도 길지는 않았다. 어째서 그런 이야기를 했을까, 세븐스의 자유? 짧지 않은 시간을 마모되어 왔기 때문일까, 무기력하게 당하던 그녀를 보았기 때문이었을까. 어찌 되었든. 그녀가 영웅이라고 부르는 자신은 거짓임에 틀림없다고. 그는 스스로 생각했다.
"네, 기억...납니다."
영웅... 벌써 몇 번 들었는지도 잘 모르겠는 그 단어를 속으로 되뇌이면서 자신에게 호의적으로 대하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다 눈을 질끈 감았다. 마주볼 자신이 없었다. 눈을 감고, 텅 빈 어둠을 마주하니 조금 마음이 가라앉는 느낌이 들어, 그제서야 그녀가 목소리를 냈다는 걸 깨닫고 눈을 떴다.
"방금, 말을..."
처음 듣는 목소리였으나 부드러운 어투였기 때문이었을까, 목소리가 예쁘다고 생각하면서 그녀를 놀란 듯 쳐다보았다. 잠깐만, 이럴 때가 아니지, 애초에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고 한 게 아니었으니 말을 하더라도 문제는 없는데다가, 그녀를 계속 쳐다볼 만한 자신도 없었기에 그는 다시 시선을 돌리며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이제 차가 거의 없다.
"죄송합니다, 조금 놀라서... 그, 제 이름은 쥬데카 뷔시카리오입니다."
리오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영웅 씨, 라는 호칭을 어떻게든 정리해두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그는 서둘러 자신의 이름을 내뱉었다.
순수하게 그녀의 목소리에 대한 감상을 이야기하고는, 마지막 남은 차를 전부 마셨다. 조금 더 마실까? 아니야. 조금 더 생각을 해보고 결정하자. 자신의 이름 소개에 이어서, 그녀가 스스로의 이름을 소개하자, 고갤 끄덕였다. 그렇구나. 아리아라. 어쩐지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녀가 자신을 쥬데카 씨라고 부르자, 그녀를 쳐다보았다.
"알겠습니다, 아리아 씨. 그럼...잘 부탁합니다."
리오라고 부를 줄 알았는데, 쥬데카라고 부르는 사람은 처음이었던지라 그는 조금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이름이야 부르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모두 알 만하면 충분하기도 하고, 그녀가 그를 그렇게 부르고 싶어하는 것 같았으니 따로 이야기하지는 않기로 했다. 불편한 것도 아니었고.
"그러면... 아리아 씨는, 에델바이스에는 언제 입단하셨습니까?"
그 일 이후겠지, 그때 자신이 있었던 레지스탕스는 괴멸했다, 한번 박해받아 본 세븐스는 안다, 혼자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걸, 그렇기 때문에 숨 죽이고 사는 게 아니라면 레지스탕스를 찾아갔겠지. 그녀가 여기 있다는 건 그 일이 있고 나서 에델바이스로 찾아왔다는 말이 될 테니... 사실 시기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이야기가 끊어지는 게 불편했을 뿐이다.
일주일...인가. 생각보다 오래되지는 않았다고 생각하면서 그는 그녀의 모습을 살폈다. 그때와 크게...달라진 모습은 없는 것 같은데, 아닌가? 이미 그녀가 말해주기 전에 스스로 기억해내지 못했으므로 자신의 기억력을 제대로 믿지 못했기에 확신하지는 못했다.
"예, 많이 늦었습니다. 저는... 고작 이틀 전이니까요."
오자 마자 리더를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기 때문에 로벨리아를 마주했을 땐 정신이 없었다. 그때 무슨 이야기를 했었는지는 모르지만, 분명 자신의 과거를 상당히 털어놓았던 것 같은데, 그럼에도 자신은 여기 있었고, 심지어는 처음 보는 사람들과 같은 부대에 들어가서 싸우기까지 했다. 훈련이었지만.
"목적이라... 글쎄요, 저를 받아준 게 에델바이스 뿐이었으니까, 라고 해야 할까요."
죽이려 들지 않으면 다행인 수준인 곳도 있었다. 그 전에 그가 레지스탕스에 입단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한몫하긴 했으나, 그가 괴멸에 일조했던 레지스탕스에서 살아남은 이들이 있는 곳에서는, 그야말로 죽을 뻔하기도 했었다. 한때 동료였던 이들에게 쫓긴다는 건 전혀 유쾌하지도, 버틸 만하지도 않았다. 여기 오지 못했다면 글쎄, 어딘가에서 객사했을지도.
살짝 장난기 어린 어조로 당신에게 이야기한다. 받아준 곳이 여기뿐이라. 누구나 사정은 있는 법이니 그런 것은 뭐 상관없으려나. 그러면 내 목적을 유일하게 밝혀도 되겠지.
"제 목적은 말이죠.."
자유랍니다- 그렇게 그녀는 속삭이듯 이야기했다. 그녀는 당신에게 구원받은 때부터 오직 자유만을 바랐다. 그녀가 세븐스기에 빼았긴 자유를, 그녀가 스메라기였기에 빼았긴 자유를 되찾는 것. 하지만 타인의 자유는 관심없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자유지. 타인의 자유가 아니니까.
"뭐- 그럼 슬슬 휴게실을 나갈까요. 안 그럼 휴게실에서 연애하나-하는 의혹을 받을지 모르니"
농담투로 이야기하고는 쿡쿡하고 웃고는 그녀는 당신에게 받은 찻잔을 싱크대 안에다 넣어놨다. 누군가는 필요하다면 씻어서 쓸 것이다. 자신에겐 저걸 안 씻을 자유도 있으니까.
그게 저랍니다. 라는 듯이, 당신도 저를 너무 믿지는 마세요, 라고 이야기하는 듯이 말하며 당신의 장난기 어린 어조에 힘없이 웃는다. 여기에서는 얼마나 있을 수 있을까, 언젠가 떠나라는 말을 들어도 상관없지만, 그렇게 생각하니 사람들과 얼마나 가까이 지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또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가 들려온, 어쩌면 전혀 가볍지 않은 이야기, 에델바이스에 온 그녀의 이유. 자유라, 그는 속삭이듯 하는 그녀의 목소리에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자유, 그 단어가 의미하는 바는 너무나도 넓고도 넓어서, 그녀가 원하는 자유가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이것 역시 내가 그녀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저 모습과 목소리, 그리고 그 때의 그 모습 뿐이기 때문이겠지.
"네, 먼저 가시죠, 저는 차를 한 잔 더... 마시려고 합니다."
휴게실에서 연애하나- 라는 말에는 누가 그렇게 생각할만한 상황인가, 생각하며 머쓱하게 눈웃음지었다, 그렇게 보일지도 모르겠다...맞나? 아닐지도, 자신의 외모를 생각해 보면 아닐 것 같기도 하다. 그런 씁쓸한 생각을 하면서 당신이 넣어둔 찻잔을 향해 눈길을 보냈다.
"그럼...나중에 보죠, 아리아 씨."
아마 휴게실을 나서겠지, 그렇다면 당연히 그는 그녀에게 잘 가라며 손을 흔들어줄 터였다, 좁다 못해 없다시피한 인간관계에 갑자기, 아니, 잊었던 관계가 자리하니 조금 기분이 달라졌을까. 언젠가 알 날이 올까, 자유가 무엇인지를, 그녀가 원하는 자유가 뭔지, 아니면, 자유가 지닌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 그렇게 생각하며 싱크대에 놓인 찻잔을 닦는다.
//막레입니다!! 수고하셨어요!! 뭔가뭔가 조심스러워지는 그런 일상이었습니다... 지인을 잃지 않기 위한 쥬데카의 몸부림(??) 잘 보셨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