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새로 변하고나서 날개에 무장을 단다거나 하는 식으로 유동적인 무장변화가 가능하다면 전술의 폭이 엄청 늘어나지 않겠냐며 미소지었습니다. 모조 보검이라면 전투에 적합하지 않은 동물이라한들 전투로 쓸 수 있을 정도일테니까요.
"공격하기 좋은 생물이라면 역시 맹수계열밖에 생각이 안나는데.. 역시 실존하는 생물밖에 안되려나?"
가령 유니콘이라던가. 그녀는 전설이나 환상속의 생물로도 가능하면 재밌을거 같다고 생각하며 말했습니다. 물론 능력의 한계라는건 엄연히 존재하니 안 될 가능성이 높겠지만요. 그리고나서 그녀는 자신의 능력을 묻는 당신의 모습에 미소를 짓더니 손위에서 검은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어라, 당신 방금 망설였죠? "이런거~"
그리고 이내 그림자로 만들어진 검은 고양이가 휙하고 당신에게 달려들었습니다. 물론 할퀴거나 한다는건 아니니까요.
갑작스러웠던 훈련 이후에도 여전히 적응은 쉽지 않았다. 사람들이 마음에 안 들어서? 아니, 자신이 처한 현재 상황이 별로라서? 사실 좋은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최악은 아니었고, 그런 걸 따질 만한 처지가 아니라고 스스로 생각했기에 그건 전혀 문제가 아니었다. 그럼 뭐지? 뭐가 적응을 어렵게 하고 있었을까. 주변을 둘러볼 필요는 없었다. 문제는 그에게 있었으니까. 적어도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먼저 다가가서 말을 건다거나 하는 것보다는 누군가의 말을 받아서 대화를 시작했고, 그런 대화가 싫은 건 아니었지만 어쩐지 어색한 지금, 얼굴을 많이 마주치지 않는 길을 찾아다니기도 하는 것은 사실이었다.
"언제까지고 기다릴 수만은 없지..."
결국 사지라고도 할 수 있는 곳에 함께 뛰어들 사람들인데, 그들이 먼저 다가오기를 기다린다는 것은 전혀 바람직한 행동이 아니었다. 아니, 행동이라고 할 수 없었다. 가만히 있는 게 어떻게 행동이 될 수 있겠어. 때문에 그는 오늘은 조금 용기를 내서, 본부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여전히 많은 사람이 북적이는 곳은 힘들었지만 그래도 복도에서 마주치거나 하는 사람들과는 간간히 인사도 나누고, 그렇게 얼추 한 바퀴쯤 돌았을까. 목이 탔기에 그는 휴게실로 들어섰고 그 곳에서「고장」이라고 써붙여져 있는 자판기를 지나쳐, 찬장에 놓인 찻잔을 집어들었다. 차가운 녹차라도 한 잔 해야겠다. 그는 먼저 물을 끓였다. 차가운 녹차인데?
"......"
보글보글, 물이 끓는 소리가 휴게실 안에 퍼진다. 사람은...없나. 물론 그가 휴게실을 둘러보지는 않았으니 알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는 물이 끓는 것을 보며 모자를 벗어 주머니에 구겨넣었다. 다 접히지 못한 모자가 재킷 주머니에서 삐죽하니 튀어나와 있었다.
한번 휴게실에 들어가볼까. 그리 생각하며 끼익 문을 열어본다. 그 곳에 들리는 것은 물 끓이는 소리, 누가 있는건가하고 고개를 돌리니 보이는 것은 짙은 초록빛 머리카락을 가진 사내가 눈에 들어온다. 잠깐 휘둥구레한 시선을 그에게 보내고는 패드를 꺼내듭니다. 그 때는 괴롭힘으로 목소리를 못 들려줬기도 하고, 또한 다른 이들에게는 '싫은 것'이지만 그에게는 쑥스럽다가 적용되겠지요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뵙네요.'(필담)
그렇게 그에게 말을 겁니다. 자유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던 사람. 내게 혁명에 동참하게 한 계기가 된 기수를 든 자. 적어도 아리아에겐 그리 인식되는 것입니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자 그 쪽을 보려고 했지만 보글보글, 칙, 치익, 하고 수증기가 빠져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너무 끓였다간 물이 다 날아가 버리겠지, 라는 생각에 일단은 급히 온열기의 전기를 끊는다. 그제서야 누가 온 거지? 하고 돌아보려니. 갑자기 패드에 쓰인 글씨가 눈에 들어와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지만. 쿵쿵거리는 심장을 진장시키려는 듯 가슴팍에 손을 올려둔 채로 다시금 패드에 쓰인 글씨와, 그 패드를 들고 있는... 여성, 그녀의 얼굴을 보다가는 아, 이러면 실례겠지. 하고 살짝 고갤 숙인다.
"아, 네. 오랜만에... 네?"
무심코 오랜만이라고 말해버렸지만, 그렇다는건 이전에 마주쳤었다는 건가? 언제? 어디서? 대체 뭘 하다가? 갑자기 복잡해지는 머릿속에 시선이 흔들린다. 에델바이스 내에서는 처음 마주친 것 같은데, 아닌가? 그럼 엄청난 실례 아닌가? 설마 그 이전에 만났던 사람? 틀렸어, 어느 쪽으로 생각을 해 봐도 나쁜 일만 떠올라 그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 차, 좀 드시겠습니까?"
일단은 화제를 바꾸고, 생각을 좀 해 보자. 나쁜 일이 아닐 수도 있잖아, 언젠가 좋은 일, 그게 아니더라도 평범한 일로 만난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필사적으로 기억을 헤집으며 끓는 물이 담긴 주전자를 집어들었다.
상대가 건네는 차를 받습니다. 얼마만이던가- 2주 전? 날짜조차도 생각 안 나긴하지만 내 목숨을 구해준 영웅이니. 어느 휴게실 배치가 그러하듯 테이블 건녀편의 자리에 앉는다. 평상시 날카로운 인상은 온데간데 없고 그저 영웅을 만난 소녀의 표정만 남아있을 뿐. 원레라면 상대가 따라줄 차가 뭔가인가부터 따졌겠지만 상대가 영웅인데 그게 중요할까요.
'여기서 뵈다니 상상도 못 했네요'(필담)
실제로 그녀는 깜짝놀랐습니다. 휴게실에 들어갔더니 자신을 구해준 이가 있을 확률, 하필 그 곳이 자신이 속한 레지스탕스일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가 상대에게 안 들리길 빌며 그녀는 조신히 앉아있습니다.
그녀에게 건넨 차는 간단하게 녹차였다. 따뜻한. 반대로 그는 시원한 걸 마실 생각이었으므로 찻잔 대신 조금 큰 머그컵을 찾았다. 어쩌다 보니 찻잔을 미리 준비해 둔 것처럼 된거 같은데... 어쨌든 머그컵에 우린 녹차를 반 정도 붓고, 차가운 물과 함께 얼음을 띄웠다. 얼음이 빠르게 녹다가 멈춘다. 충분히 시원해졌다는 것처럼. 슬슬 온도를 전해 차가워지는 머그컵을 손에 든 채, 그녀의 맞은편에 앉는다.
"아, 그...예."
그러니까, 솔직히 말하면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런데 저렇게까지 이야기하는 사람에게, 잘못 보신 건 아닌가요? 죄송합니다, 제 기억에는 없어서. 라고 이야기한다면 상처가 되지 않을까? 그 반대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기억하는 척, 알고 있다는 듯이 이야기하다가 그 사실을 알아챘을 때 더 큰 상처를 받지 않을까? 머리가 아픈 것 같다. 만약 사소한 일이었다고 해도 기억하지 못하는 자신이 야속했다. 그는 서둘러서 기억을 헤집는다. 그녀의 특징을 잡아내 기억 속에서 비슷한 사람을 찾아내려고 했다. 짙은 색의 피부, 조금 날카로운 듯한 인상과, 저 패드. 그리고 필담... 작게 중얼거리더니 흐릿하게나마 무엇인가 떠오른다. 누구였지? 그 때에도 이렇게, 이야기를 나눴던 것 같은데. 어째서인지 목소리는 기억나지 않는다. 왜지?
"...필담 때문에?"
그 때에도 필담을 했으니까? 그는 조금 초조한 듯한 표정으로 자신의 잔을 내려다보다가 한 모금 마셨다. 이건 안 돼, 확실하지도 않은 걸 가지고 상대방과 대화를 할 수는 없지.
"저, 휴게실에는 무슨 일로..."
당연히 쉬러 왔겠지, 그는 멍청한 질문이라고 생각하면서 아니, 대답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라고 덧붙이곤 얼굴을 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