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란 어려운 것입니다. 머리 쓰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자신보다 똑똑한 이들이 특별반에 많기도 했고 자신이 길드장을 맡은 이유는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 더러운 꼴을 보여주기 싫기도 했으니까요. 그래서 지금같은 상황은 오직 태식 혼자서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개의 찻잔, 태식 앞에 놓인 차는 여전히 가득 차 있었고 눈 앞의 인물은 평온히 차를 마시고 있었습니다.
" 의외네요. "
이민혁은 태식을 바라보며 웃습니다.
" 저를 찾아온다면 그건 그쪽보단.. 준혁. 그 쪽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 " 아무리 그래도 내가 길드장인데. 애들한테 다 넘겨서 쓰나. "
어른인데. 그 말을 짧게 내뱉고 태식은 찻잔을 들어올립니다. 처음 입에 대자마자 든 느낌은, 쓰고 텁텁하단 맛이었습니다.
" 무슨 말을 하고 싶으신 걸까요? "
이민혁은 부드러운 미소를 그려 태식에게 비춥니다. 입이 씁쓸한 게, 괜히 생각날 생각도 사라지는 것 같지만 다행히 떠올린 것이 사라지진 않았습니다.
" 돌격대장. 우리에게 하나 더 넘겨라. " " 왜인가요? " " 우리가 더 잘 써먹을 수 있으니까. "
의외라는 듯한 표정을 짓던 이민혁은, 그대로 짧은 웃음을 흘려냅니다.
" 말도 안 되는 이유라는 거는 아시죠? " " 알지. " " 솔직하게 말해서 특별반은 겉으로는 미리내고란 이름을 하고 있지만 사실상 별개의 조직이나 다르지 않죠. 미리내고의 보호를 받는, 별개의 조직. 딱 그 정도의 이미지가 어울려요. 다른 말들을 하나씩 양보해드린 이유도 그렇고요. "
서로 충돌하지 말자. 우리도 어느정도 너희들의 영역은 인정해줄테니까. 그의 이야기는 그렇습니다.
" 그러니까. 이야기를 해봐야지. "
그러니 지금부터, 태식은 이 이야기를 정면으로 깨부숴야만 합니다.
" 지금 특별반의 대표는 나야. 물론 모든 애들에게 내가 의견을 물어보거나 할 수는 없겠지. 그래도 그 대표라는 자리에서 오는 장점이 하나 있어. 무언가 결정을 하더라도, 그 결정의 문제는 내가 질 수 있다는 것. " " 그 말은? " " 정식으로 부탁하지. 우리 애들.. 남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주라. "
태식의 말은 들은 민혁은 무언가를 계산하듯, 의문스런 표정으로 바라봅니다. 숨을 한 번 고르고, 말을 이어갑시다.
" 그래. 네 말대로야. 특별반은 미리내고의 영역을 공유하는 별개의 조직이라고 할 수 있어. 학교 안의 학교라고 할까. 그런 형태라고 볼 수 있어. 그런데 이런 문제에 대해서 우리도 할 말은 있어. 우리들이 남이 아니다. 그걸 말할 수 없을 만큼 UHN의 커리큘럼이 빡빡하기도 했고 영월 기습 작전이라는 문제로 인해 문제가 생긴 것도 있지. 그래. " " 대화가 부족했던 거.. 미안하다. "
태식은 뒷머리를 벅벅 긁으며 민혁에게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 핑계라는 거는 알아. 너희들의 생각으론 특권을 받는, 너희들과 먼 것 같은 녀석들이라고 생각했겠지. 그게 아니라곤 못 하겠다. 어른인 나도 이제야 안 거를 안 그래도 어린 애들 투성이에서.. 이제 알았다고 하는 게 말도 안 되겠지. " " 그래서 지금이라도 해결하려고 하는 거다. 지금도 해결되지 않으면 나중에는 더 해결할 수 없게 될 테니까. "
그리고 태식은 이야기를 꺼냅니다.
" 곧 특별반은 길드가 될 거다. "
그 말은 들은 민혁은 무언가를 생각하듯 태식을 바라봅니다.
" 당연히 생각하지 못하는 게 아냐. 쟤네들이 있으니까 우리들은 좋은 길드에 갈 수 없는 거 아냐? 쟤네들로 인해서 비교받아서, 우리들은 길드에 들어가는 것도 제대로 못 하는 거 아냐? 안 그래도 가디언 후보생 급의 애들은 한 곳에 모아뒀다는데, 쟤네가 UHN의 보조까지 받아서 길드에 들어가면 우리들은 어떡해? "
태식은 이야길 꺼내면서 천천히.
" 나라고 모르던 게 아니다. 이제야 얘기하지만 나는 현직 헌터 출신이었어. 비록 길드가 망해버렸는지. 지금은 이름도 알 수 없는 길드가 되어버리긴 했지만. "
조금 어지럽다는 듯 이민혁은 머리를 흔들며 태식을 바라봅니다.
" 이거.. " " 그래. 특별반 외부로는 한지훈 총교관 다음으로 듣게 되는 거다. "
생각에 부하가 온 듯, 민혁은 걸터앉은 기대에 조금 몸을 뉘입니다.
" 하.. 그렇네.. 그렇네요. 이게 밝혀진다면 확실히 특별반에 대한 인식은 바뀔 수 있겠네요. " " 그런데 그걸 밝힐 때가 지금은 아냐. " " 왜죠? "
태식은 당연한 것을 얘기한다는 듯 말합니다.
" 아직 애들끼린 덜 풀렸잖아. 원래 오해라는 게 치고박고 싸우면서 푸는 게 최고긴 한데, 그게 우리 애들 상대로 쉽지는 않을 것 같고. 그런데 마침 '우리'라는 이미지로 같이 치고박을 곳도 있잖아. "
툭, 툭, 대운동회와 관련된 서류를 두드립니다.
" 그러니까 제안하지. 준혁이에게 현장 지휘권은 보장해줘. 대신 전체적인 지휘에 대해서는 너희들의 지휘를 어느정도 받아들일테니까. " " 그 말은? " " 네 말에 조금 군 말은 해도. 합당하다면 따르겠다고. "
씨익 웃습니다.
" 같은 학교 친구끼리. 사이 좋게 지내야지. "
민혁은 그 말을 듣고, 생각을 하기 위해서인 듯 말없이 고개를 숙인 채. 극히 적은 행동만을 표출합니다. 가끔 차를 마시며 호흡을 돌리는 외에는 마치 멈춘 것처럼. 그런 시간이 지난 뒤에.
" 왜 저를 찾아오셨나요? "
민혁은 물음을 던집니다.
" 왜냐니. 쉬운 대답이잖아. " " 원래 머리는 잘 안 움직여. 그 아래 팔다리가 고생하는 거지. "
곧, 그는 웃음을 터트립니다.
" 그것도 그렇네요. "
그리고, 민혁은 손을 뻗습니다.
" 좋습니다. 특별반에 두 개의 돌격대장을 맡기죠. 그런데 두 명의 돌격대장을 누구에게 쓸 생각이죠? " " 하나는 준혁이에게 맡겼으니. 남은 하나는.. 에루나. 그 녀석에게 줄 생각이야. " " 어째서? " " 최소한 우리 특별반에서 그 사자왕을 상대로 버텨줄 수 있는 녀석은 그 녀석 뿐이니까. " " 그럼 그 다음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길래? " " 그거야 이제.. "
드디어 태식은 느긋하게 웃습니다.
" 너희들이 생각해줘야지. 말했잖아? 따르겠다고. "
두 사람은 손을 맞잡습니다.
미리내고등학교 학생회의 특별반에 대한 평가가 조정됩니다. 이번 대운동회의 결과에 따라, 미리내고등학교 내부에서의 특별반의 평가가 변동됩니다. 김태식에 대한 이민혁의 호감도가 '약한 호감'으로 변경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