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말엔 크게 답하지 않았다 그런 의문감을 지녀도 어쩔 수 없으니까. 어느날 갑자기 저 녀석들이 ' 그런데 왜 네가 지휘를 하는거지? 난 네 지휘 마음에 안들어 ' 라고 하면 얌전히 내 말을 들으라고 버둥거리는건 불가능하다 그저 어떻게든 납득을 시킬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상대방은 납득을 한것 같다. 고로 크게 설득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아마도.
" 응? "
그러나 크게 중하지 않지만..이라고 꺼낸 린의 질문에 순간적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편입생을 선두로 세운 이유...
적당히 악당 흉내를 내기 위해 니들이 베니온과 공멸하면. 기존에 있던 재학생들이 눈에 띄는 공훈을 독차지 하기 위해서..라고 해둘까? 아니 이건 진짜로 믿을 것 같으니 그만두자
어차피 관점 차이였다. 전략은 예측의 영역이기에 크게 악수가 아니라면 옳고 그름은 없고, 그렇기에 그녀는 피로하게 괜히 갈등을 일으키기 보다는 납득하는 쪽을 택했다. 처음 목적도 그의 전술에 이리저리 딴지를 거는 것이 아닌, 시선을 돌려 슬쩍 자신의 몫을 주장해보려는 의도였으니 더 이상 왈가왈부할 이유가 없었다.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앞으로 볼 날이 긴 만큼 지나치게 손익을 따지는 것이 오히려 마이너스일수도 있기에 적당한 시점에 자신의 책임 유무에 대해 확실히 말한 다음 대화를 돌렸다.
"..."
차라리 공훈이라도 가로챌 속셈이었다고 말했으면 그럴일은 없을테니 걱정하지 말고 다른 사람들과의 협조가 잘 이루어지기 바란다며 은근슬쩍 비꼬는 투로 답했겠지만 주어진 의외의 답에 그녀는 순간적으로 멈추어 상대를 빤히 쳐다보았다.
"...UHN이 어떠한 목적으로 이 단체를 창설했을지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런 생각이 아예 들지 않은것은 아니어요."
마츠시타 린이란 개인이 공훈에 대해 의식하고 있다고 묻는다면 답은 예스도 노도 아니었다. 하지만 다른사람들도 그녀처럼 한 걸음 떨어져서 보려 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었다.
그리고 이미 결정은 난 듯 하지만 제 생각에도 천자가 사자왕보다 까다로운 상대일 듯 하니 천자 보스전을 먼저 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사자왕이 고레벨 깡스탯인 게 문제라면 천자는 그냥 천운으로 행동 자체에 제약이 걸리니까...이게 최종보스 보정을 받으면 얼마나 무시무시해질지...ㄷㄷ
손 끝에 닿는 창의 감각은 여전하게도 익숙하지 않은 느낌으로 가득합니다. 슬프지만 준혁은 자신의 수준도, 격차도 확실히 알고 있습니다. 이들 중에선 뛰어나다고 하지만 정말 뛰어난 이들에겐 밀리고 있는 격차. 부족한 변칙성과 올곧음, 깊지 않은 변수. 여전히 부족한 것들 투성이. 아쉽고, 부족함 투성이.
하지만 결정이 필요한 순간도 있는 법입니다.
" 그래서. "
준혁은 자신의 앞에서, 의자에 걸터앉은 채 다리를 꼬고 있는 자현을 바라봅니다.
" 좋은 소리 못 들을 거 알면서. 나한테는 왜 찾아온 거야? "
날카로운 눈빛, 상대방을 파헤치고 분석하려는 듯한 눈을 덤덤히 받아냅니다. 그런 모습에 흐? 하고 짧은 탄식을 뱉은 자현은 가볍게 책상을 두드립니다.
" 말하지만. 나는 여전히 중립이야. 퀴즈 대회에서 일등을 해줬으면 그걸로 충분하잖아? 점령전은 너희끼리 알아서 해결하라고. " " 그 얘길 하러 온 건 아냐. 넘겨짚지 말지? "
자현의 꽤 날카로운 눈빛을 받으면서 준혁은 태식과의 이야기를 되짚습니다.
" 당분간이야. 이 당분간은 내가 특별반의 부반장이 될게. "
태식은 그 말을 듣고 묻는 듯한 눈빛으로 준혁을 바라봅니다.
" 좀 솔직하게 얘기하면. 지금 특별반 내에서 내 이미지는 그래. 아무리 좋아졌다지만 북해의 망나니. 불안감이나 적대감도 어느정도 있겠지. 즉 내가 녀석들에게 싫은 얘길 하던, 나쁜 얘길 하던 나에게는 큰 피해는 오지 않아. 원래 그런 놈, 원래 그런 녀석처럼 행동하면 되니까. " " 왜 그런 선택을 하려는 거냐. "
태식은 준혁의 말에 묻습니다.
" 꼭 네가 부담을 지지 않아도 된다만. " " 부담을 지는 게 아냐. "
준혁은 고개를 젓습니다.
" 해야만 하는 일인 거지. "
준혁은 지금까지 자신이 만나왔던 길드장들을 떠올려봅니다. 북해의 길드장이자 준혁의 아버지인 현중석은 조용하지만 무거운 분위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로 하여금 자신의 행동을 따르게 만들고 강력한 하나가 되어 길드의 지배자로써 군림해냅니다. 다음으론 혈십자의 길드장인 인홍연. 그는 꽤나 신경질적인 면모를 보이지만 사려깊고 넓은 시야를 가지고 있습니다. 상대의 모습에 따라 자신의 생각이나 판단을 바꾸어 적절한 상황을 이끌어내는 리더로써의 면모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준혁에게는 아버지처럼 무겁고 강렬한 카리스마도, 혈십자의 길드장처럼 넓고 사려깊은 마음도 가지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부족하고, 또한 그것을 숨기고 싶어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타인들이 자신의 부족함을 관철하고, 자신을 깎아내릴 것을 두려워하며 말입니다.
" 말했듯 특별반. 아니, 여명 길드는 이번 대운동회가 끝나면 정식적인 길드의 형태로 발돋움하게 될 거야. UHN의 감시자였던 총교관의 허가도 존재하는 한 이제 정식적으로 길드로써의 보호를 받게 되겠지. "
그 말에 자현은 한숨을 내쉽니다.
" 그러니까. "
신경질적으로, 책상을 내려칩니다. 쾅!
" 난 거기에 동의한 적 없다니까? " " 아니. 동의해야지. "
뚜벅, 뚜벅, 걸음을 옮깁니다. 준혁은 의자 하나를 꺼내어 그 위에 앉으며 자현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웃습니다. 그 특유의, 모두 내려보는 것 같은 미소로 말입니다.
" 똑똑한 사람끼리 왜 그래? 내가 여기까지 얘기하는 거면 알 거 아냐. 나는 태식 아재처럼 무르지 않아. 우리 애들이 착하니까. 네가 뭐라 하고 혼자 행동해도 그래 우리가 잘못했으니까 하고 넘어가려고 하는거지. 다들 우리의 개념에서 '개인'을 챙기지만. 나는 '우리'라는 단체가 더 중요하단 말이지? "
머리를 검지 손가락으로 툭, 툭, 두드리면서 준혁은 말을 이어갑니다.
" 그런데 우리 단체에서 누구 하나가 툭 삐져나와서 자기 맘대로 하겠대. 그것도 자기한테 말을 하지 않았으니까 용납을 못 한데. 그래그래. 거기까진 이해한다고 하잖아. 근데, 이미 결정된 거를 어떻게 하는데? " " 특별반의 명성이 유지될 수 있었던 근거는 영월 기습 전쟁의 해결이었지. 그리고 그걸 해결한 것은 편입한 당신들이 아니라, 처음부터 영입됐던 우리들의 역할이었어. "
쾅! 하고 책상을 세게 내려치면서, 준혁은 쥔 주먹이 바르르 떨릴 만큼 힘을 줍니다.
" 내 친구들이 죽고, 내 가족같은 길드원들을 내어주고, 내가 언젠가 가져야 할. 내 길드의 이권을 야금야금 뺏겨가면서 얻어낸. 옳은 명성이었다고. 그런 명성에 편승하려는 주제에 혼자 행동하겠다? 그래. 그래, 좋아. 그럼. "
툭. 준혁은 서류 하나를 바닥에 내던집니다. 특별반의 자퇴와 관련된, 서류입니다.
" 나가. " " ...... "
자현은 오묘한 표정으로, 바닥에 내팽겨쳐진 서류를 바라보고. 다시 준혁을 바라봅니다. 아마 자현이라면 알 것입니다. 이 상황은 논리로 벗어날 수 있는 상황이긴 하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한다면? 자현은 특별반 내에서 겉도는 인물이 되고 말 겁니다. 만약 이 말을 부정한다면 자현은 특별반의 명성에 편승하려 한 것이고, 지금의 특권이 희생 위에서 이뤄진다는 것을 무시한 게 될 테니까요. 잠시의 침묵이 지난 후.
자현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준혁의 얼굴을 바라봅니다. 냉랭하게, 조금 많이 화난 듯 보이는 얼굴로 자현은 대답합니다.
" 협력할게. 대신. "
그녀는 분노를 씹어 말에 섞어 내뱉습니다.
" 네게 협력하는 게 아니라는 거는 알아야 할 거야. "
그 말에 준혁은 박수를 치며 웃습니다.
" 여명 길드에 들어온 것을 환영할게. 송골매 씨. "
자현의 준혁에 대한 호감도가 '짜증'으로 변경됩니다. 정식으로 자현은 여명 길드에 소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