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야. 메인으로 쓰일 법한 설정 하나를 짜고, 그 뒤에 세세한 것들을 짜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 다만 이 경우에는 문제가 하나 생길 수 있는데 하나의 나무에서 가지가 뻗어나가다 보니까, 가끔 가지끼리 뒤엉키거나 이어져야 하는 것들이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어. 물론 나도 이런 설정 만드는 법을 안 쓰지는 않지만.. 그래도 내가 자주 쓰는 방법은 보통 세가지야.
여기서 내가 자주 쓰는 방법은 마지막. 한 줄 설정법이야. 사실 처음부터 많은 설정을 짜려고 하면 다들 여기서 막혀. 설정의 스케일은 방대한데 그 안이 너무 부족해진다거나, 안은 촘촘한데 이것들끼리 서로 엉켜서 오류가 나곤 하는 식으로 말야. 그래서 나는 설정을 짤 때, 일단 많은 것들 대신 딱 한 줄 정도만 적었어. 지금 옆에 있는 노트가 열망자 처음 설정 짤 때 쓴 노트인데 거기 첫 줄에 딱 이렇게 적혀있거든
'불은 정화를 상징하며, 이따금 영감을 주는 존재였다. 그러나 모든 것을 집어 삼키는 어두운 면모도 존재했다.'
>>659 위에 다른 참치들이 객관적인 시선에서 할 얘기를 다 해서 내가 할 말이 없어. 덧붙인다면 자기 자신의 설정이 아닌 취향도 생각도 다를 남들의 캐릭터에 관심가지고 캐 해석을 생각하는 게 보통일이 아닌데 정말 이 어장에 애정이 엄청나구나 싶어. 첫인상은 이미 말했지만 내가 학부생(저학년)이라 그런지 교수님 같았어...한창 존댓말 쓰다 이제와서 말 놓는 이유...
이제 여기서부터 시작했지. 첫 줄로 메인 테마를 정했으니 이제 두 가지 갈래로 나눌 수 있어. 예를 들어 나는 세력을 만들고자 했으니까 이 세력이 선을 상징하는지 악을 상징하는지 짜야 하겠지? 그때 두 줄을 쓰는거야
'모든 것이 불타버린 곳에는 새 생명이 태어나기 좋은 환경으로 변모하곤 한다. 단순히 불은 모든 것을 삼키는 것 뿐만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태어나게 하기 위해 기존의 것들을 희생시키는 역할을 맡기도 했다.' '그렇기에 불은 매정하다. 무엇을 태우고 태우지 않고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품 속에 들어온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어떻게든 삼키려 한다. 거센 화마가 몰려온 곳에는 그 무엇도 남지 못하듯, 불길이 매정하다 하는 것이다.'
이제 이런 것들을 쓰고 나면 내용들은 어느정도 채워지게 돼. 그럼 먼저 쓴 것들 중 하나를 지우고, 나머지 하나를 주제로 천천히 채워나가. 거기서 중요한 거는 수정하지 않는거야. 아.. 이거 이렇게 하면 좋을 것 같은데, 이거 이렇게 고치면 좋을 것 같은데, 이거 이렇게 바꾸면 될 것 같은데.
그냥 맘에 들지 않는 내용이 있으면 새로 한 줄을 더 써버려. 왜냐면 지금 버린 설정들이 나중에 내가 짠 설정들과 이어지는 때도 있거든. 이렇게 내용들을 채워넣으면 아마 어느 시점에 이정도면 더 생각나는 게 없다. 고 느낌이 드는 때가 있을 거야. 그럼 이제 그때부터 내가 쓴 한줄들을 정리하고, 가지를 쳐내면 돼. 그럼 이런 내용이 완성될거야
불은 정화를 상징하며, 이따금 영감을 주는 존재였다. 그러나 모든 것을 집어 삼키는 어두운 면모도 존재했다. 그렇기에 불은 매정하다. 무엇을 태우고 태우지 않고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품 속에 들어온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어떻게든 삼키려 한다. 거센 화마가 몰려온 곳에는 그 무엇도 남지 못하듯, 불길이 매정하다 하는 것이다. 인간은 불을 발견하고 숭배하는 과정에서 불이 삼키려 하는 것에 관심을 가졌다. 우연히 삼킨 광물에서 쇠를 발견하여 인간이 발견한 것에서 철이 발견되었고 이 철을 뽑기 위해 쇳물을 뽑는 물건을 만들었으니 화로의 발견이었다. 화로는 끝없이 타올라야 한다. 온도를 끌어올려 쇠를 녹여야만 그 이물질을 걸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화로와 불의 성질을 보고 먼 과거에는 이를 가정과 정화를 상징하는 신으로 여기기도 했다.
지한의 답장을 본 강산은, 즉시 숨을 들이쉬며 새어나오려는 웃음을 양손으로 틀어막는다. 당황했네 당황했어! 아~ 선물?? 남자한테 줄 선물!! 지한이 갔던 매점의 점원에게 굳이 캐물을 것도 없었다. 아니 애초에 이 주변은 다 남성복 매장이잖아! 눈웃음을 미처 숨기지 못한 그에게 점원이 다가와서 무슨 일 있냐고 묻자, 강산은 나노머신의 창을 바로 치워버리며 "아무것도 아닙니다."라며 황급히 그 자리를 벗어나며 답장을 쓴다.
[여학우들이면 정장도 좋지만 파티복으로는 칵테일 드레스 같은 것도 좋겠네!] [지한이라면 퓨전한복 디자인의 드레스도 괜찮겠는걸!]
...준혁이 그녀에게 비녀를 선물한 것을 알고 한 말은 아니었다.
[ㅋㅋㅋ고르는 거 도와줄까?] [마침 혼자 다니기엔 뭔가 심심했어서 말이지]
자, 지한이가 어디로 갔을까. 의류점에서 원하는 게 없었다면...악세사리 쪽인가? 물론 지한이 거절한다면...강산은 다시 지한의 뒤를 쫓는 걸 관두겠지만 말이다.
//6번째. 적당히 거리를 두고 각자 볼일을 보고 헌팅 네트워크로 대화하는 상황으로 갈까 했는데?? 그건 뭔가 좀 애매할 거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