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576074> [HL/청춘/일상/1:1] Serendipity :: Note 1 :: 124

◆DKrNXmBQas

2022-07-27 21:14:47 - 2022-11-21 08:27:35

0 ◆DKrNXmBQas (1bNlpqKJAs)

2022-07-27 (水) 21:14:47


세런디피티(serendipity, IPA: [ˌsɛrənˈdɪpɪti])는 완전한 우연으로부터 중대한 발견이나 발명이 이루어지는 것을 말하며 특히 과학연구의 분야에서 실험 도중에 실패해서 얻은 결과에서 중대한 발견 또는 발명을 하는 것을 말한다.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어느 봄날이었다.

2 도담 ◆mZm4g7rP2k (cfp1pfaY2g)

2022-07-27 (水) 21:21:16

Picrewの「배부르다」でつくったよ! https://picrew.me/share?cd=96iyGTK5Un #Picrew #배부르다

이름 :: 도담 都潭

성별 :: 여

나이 :: 18

외모 :: 작고 동그랗다─대부분 그런 첫인상을 가지게 되고는 했다. 자그마한 키에 동그란 정수리, 뺨도 동그라니, 장미 꽃잎 하나 따와 가루 내 바른 듯 생기있게 물들어 있었다. 그런 뺨을 죄 가려버리는 안경도 동그랗고 눈망울도 동그라니 이 조그만 아이가 사람인지, 함박눈이 펑펑 내리던 날 둥글게 빚어 만든 눈사람인가 싶어진다. 아이가 사람이란 것을 알 즈음에는 까맣구나─하고 눈길을 한 번 사로잡았다. 검은색이 흔한 색은 아닌데, 머리카락도 눈도 새카맣고 하얀 얼굴에 머리카락과 눈을 칠하다 튄 잉크 세 방울도 또렷이 보인다. 그리고 대부분은 여기까지가 보통이었다. 간혹 아이가 쓰고 있는 안경 너머로 조금만 더 유심히 아이에게 눈길을 주고 있으면 아, 이 아이 귀엽다─까지 이어지고는 했다.

연기과? 연출하나 보네─무대와 어울릴 것 같지 않았다. 무대 위에서 사람의 시선을 모두 잡아끌 만큼 화려한 얼굴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연기를 할 때는 모두의 시선을 집어삼켰다. 제일 빛난다고 온몸으로 말하며, 무대에 오르기 위해 꾸민 모습을 보면 깜짝 놀라고 만다. 어떤 역할도 담아내니 같은 사람이 맞는지 의심스러워지고는 할 정도로 무대에서는 인상이 바뀌었다.

공부 잘할 것 같아─단정하고 안경까지 쓴 외모가 주는 이미지였다. 실제로도 성적이 우수하지만 그렇다고 성적 우등생들이 교복을 잘 갖춰 입으라는 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한여름에도 셔츠 단추 하나 풀지 않고 꼭 잠가두고, 교복 치마 수선은 하지도 않았고 치마를 접어 올리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귀 뚫은 자국은 꽤 여럿 있었는데 언젠가의 어떤 배역에서 필요했었던 흔적이었다.

성격 :: 강아지 꼬리 보인다─사람을 너무 좋아했다. 보통 다른 사람들이 첫인상에서 호감도를 정하고, 관계를 이어가며 호감도가 깎이기도 하고 늘어나기도 한다면 이 아이는 이미 호감도를 100%까지 가득 채워놓았다. 거기서부터 찬찬히 줄어드는데, 줄어드는 것도 드문 일이었다. 좋아하니까 잘해주고, 좋아하니까 미움받기 싫어했다. 모두에게 그러해서 누군가는 특별하게 대하고 말고 그런 것도 없다. 강아지가 어떻게 구는지 생각해보면, 아이와 똑 닮았다는 걸 알 수 있다. 다가오고, 잘 멀어지지 않고, 싫은 티를 내면 금방 시무룩해져 버리는 그런 일련의 행동들이 같았다. 연기를 하는 아이가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꾸미지 못 하는 것도 아니니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은 아이의 선택이었다. 상대방이 그것을 진심으로 받아들여 줄지는 미지수였지만 그랬다.

어디 갔어? 또 캣워크 올라간 거 아냐?─사람을 좋아하는 것 치고는 혼자를 선호했다. 사람들 사이에 잘 섞여 있다가도 언제 그랬었느냐고 혼자 툭 튀어나와 있다. 다시 섞으면 또 섞인 척하고 있지만 시간 나면 혼자 있고는 한다. 꽤 독립적이고 차분한 면을 가지고 있는데, 혼자 있을 때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기타 :: 하채문화예술고등학교 공연예술부 연기과에 재학 중이다. 동아리 활동도 연극부 활동을 하고 있으며 1학년 적 입부 오디션 때부터 주연 배우로 점 찍혀 선배들을 제치고 주연 배우 역을 맡고 있다. 그렇다고 연출 쪽에 약하지도 않다.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어서 성적도 열심히 챙기고 있다. 그래서 일반 과목 선생님들 눈에도 들고, 전공과목 선생님들 눈에도 들어서 이름이 자주 불린다.

연극부 동아리 활동이 없는 날에도 방과 후 소극장에 가면 만날 수 있다. 혼자서라도 매일매일 연습을 하고 있다. 소극장에 없던데─무대의 위, 캣워크를 찾아보면 보인다. 사다리 타고 올라가 앉아 대본을 외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눈이 꽤 나쁘다. 안경을 벗으면 앞을 제대로 못 보고 사람도 못 알아봐서 여기저기 부딪힌다. 가끔 렌즈를 끼거나 안경이 없을 때면 이렇게 크고 동그랗게 예쁜 눈이었구나─하게 된다.

왼손잡이지만 연기할 때 자연스러움을 위해서 오른손 사용을 꾸준히 하다 보니 양손잡이가 되었다. 연기를 위해서라면 이런 것 저런 것 다 연습한다. 언젠가 뮤지컬 무대에 설지도 모르니 노래도 연습하고, 춤도 연습한다. 맡게 된 배역이 낚시꾼이라면 낚시하러 갈 정도다.

4인 가족으로 부모님, 그리고 남동생이 하나 있다. 동생의 이름은 양洋, 나이 차이는 4살이다. 만화 속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사이좋은 남매인데, 동생 쪽에서 누나를 많이 쫓는 편이다.

사실은 곱슬머리인데, 매일 아침 고데기로 머리카락을 펴고 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비 오는 날이면 부슬부슬 곱슬기가 살아나서 하나로 질끈 묶어두는 것을 볼 수 있다.

연애 경험이 있다. 딱 한 번이지만 작년 겨울에 한 달 조금 넘게 사귀고 헤어졌다. 상대방은 같은 학교 학생이었지만 지금은 졸업한 다른 과 선배. 연애 감정이나 연인 관계에서의 감정이 궁금했던 탓에 좋아하는 마음 없이 쉽게 수락한 고백으로 시작된 연애였다. 사귀다 보면 좋아질 수도 있다 생각했는데 아니었고, 선배에게 큰 잘못을 하는 것 같아 사실대로 고백하고 헤어졌다.

3 백담주 ◆DKrNXmBQas (1bNlpqKJAs)

2022-07-27 (水) 21:24:39

이제 도담주라고 불러드려도 될까요. (수줍) 어서오세요.

4 도담주 ◆mZm4g7rP2k (z.mIRcL8UI)

2022-07-27 (水) 21:34:45

안녕, 백담주 ㅎ-ㅎ 시트 옮겨두고 잠시 다녀왔어, 다시 한 번 잘 부탁해!

5 백담주 ◆DKrNXmBQas (1bNlpqKJAs)

2022-07-27 (水) 21:40:24

저도 모쪼록 잘 부탁드려요.

그러면, 이제부터 첫 일상 이야기를 시작해도 괜찮을까요? 스레 제목 생각하면서 생각해뒀던 장면이 있어서요.
개학하고 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어느 날에 백담이랑 도담이가 만나서 백담이는 도담이가 떨어뜨린(혹은 바람에 날려간) 물건을 주워주고, 대신 백담이 학교(혹은 학교 근처의 관공서나 랜드마크)로 가는 방향을 도담이에게 물어보는 장면이라거나요. 그리고 그 다음날 아침에 담임 선생님이 조례에 앞서 오늘은 우리 반에 전학생이 있다고 말씀을 꺼내시는 그런 전개로...

6 도담주 ◆mZm4g7rP2k (51GaZFaen2)

2022-07-27 (水) 21:54:23

백담이에게 길 알려준 이후에 도담이가 물건 흘리고 자리를 떠나는 걸까 ㅎ-ㅎ? 도담이에게도 우연을 더해서, 우연히 방과후에 연극부 훈련이 없는 날 소극장에 안 가고 하교했다는 거. 백담이가 주울 도담이 물건을 뭘로 할 지 고민해야겠다 ㅎㅁㅎ 난 백담주가 제시해준 상황 좋아!

7 백담주 (1bNlpqKJAs)

2022-07-27 (水) 22:04:52

아뇨, 도담이가 먼저 물건을 육교 같은 계단 아래로 떨어뜨렸는데 백담이가 그걸 주워주고, 그 뒤에 길을 알려달라고 도담이에게 물어보는 전개였는데... 도담주 말씀대로 앞뒤를 바꿔도 맛있네요? (혼동) 도담이가 물건 흘리는 게 먼저일지, 백담이가 길을 물어보는 게 먼저일지는 도담주께서 정해주세요. ·v·

8 백담주 ◆DKrNXmBQas (1bNlpqKJAs)

2022-07-27 (水) 22:05:11

어라.. 인코가(당황)

9 도담주 ◆mZm4g7rP2k (ruqjeozHb6)

2022-07-27 (水) 22:13:19

아, 물건을 찾아주면서 말 거는거였구나? 난 길 물어보고 나서 물건 주워주는 줄 알았어. 언제 물건을 돌려줄지도 둘이 어떤 서사를 쌓느냐에 따라 다를 것 같아서 ㅎㅁㅎ 물어보는게 먼저인게 더 재밌을 거 같아. 물건은 뭐가 좋을지 고민 중인데 어렵다. 찾아다니게 되고, 돌려줘야할 만큼 가치가 있지만 잃어버린 걸 나중에 알게 될 물건... ㅎ-ㅎ...

10 백담주 ◆DKrNXmBQas (1bNlpqKJAs)

2022-07-27 (水) 22:26:05

그러시다면 그렇게 하기로 해요. 그것도 예쁠 것 같아요... 음, 손수건이나, 아니면 카드를 끼우도록 돼 있는 핸드폰케이스에서 카드(학생증이라던가 교통카드라던가)가 떨어졌다던가? 아니면 이어팟? 말해놓고 보니 죄다 제 경험담이네요◐.◐
물건은 천천히 고민해주세요! 제가 11시쯤에는 보통 잠들기 때문에 ;-; 오늘은 첫 일상 내용과 선레를 누가 쓸지만 정하고 자러 갈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11 도담주 ◆mZm4g7rP2k (01qhL6015A)

2022-07-27 (水) 22:40:23

동생이 사준 이어폰이라는 설정이 떠올랐어! 비싸지 않은 거로, 만원 언저리 되는 유선 이어폰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잃어버린 적 엄청 많으니까 ㅎ-ㅎ 이어팟을 얘기해줘서 생각났어, 고마워. 나도 늦은 밤과 새벽에 깨어있으면 반동이 심해서 ㅎㅁㅎ... 그게 좋을 것 같아. 선레는 어떻게 할까? 랜덤으로 정해도 좋고 ㅎ-ㅎ

12 백담주 ◆DKrNXmBQas (1bNlpqKJAs)

2022-07-27 (水) 22:47:18

.oO(플레이 시간까지 맞아버렸자나?)
선레는 다이스를 굴리도록 해요! '='

.dice 1 10. = 8
홀수: 백담
짝수: 도담님

13 도담주 ◆mZm4g7rP2k (31eYQXgsbo)

2022-07-27 (水) 22:55:15

선레는 천천히 써오도록 할게 ㅎ-ㅎ 그나저나 도담님이라니 존칭 안 붙여도 괜찮아! ㅎㅁㅎ

14 백담주 ◆DKrNXmBQas (1bNlpqKJAs)

2022-07-27 (水) 22:58:09

귀하디 귀하신 파트너님인걸요... ;=;
네, 편하게 써와주세요. 오늘 밤은 이미 늦었으니, 천천히 주셔도 좋아요.

15 도담주 ◆mZm4g7rP2k (eXZZEDO406)

2022-07-27 (水) 23:00:53

쓸 거긴 한데 아마 쓰다 자러 갈 것 같아서 ㅎㅁㅎ 내일 못 올릴 것 같으면 말할게.

16 백담주 ◆DKrNXmBQas (1bNlpqKJAs)

2022-07-27 (水) 23:12:39

네, 느긋이 써주세요. 텀은 길게 두어도 괜찮고, 저도 지금 자려고 누웠거든요.. 오늘 만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좋은 밤 되시길 바라요.

17 육교 위에서 (f1JxUUphCU)

2022-07-28 (거의 끝나감) 21:26:51

우연히 그런 기분이 드는 날이 있다. 늘 가던 길을 앞에 두고 괜히 다른 길을 가보고 싶고, 평소에는 지나치기만 하던 가게에 발을 들이기로 마음먹게 되는 그런 날. 담에게는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방과 후면 매일같이 출석 도장을 찍던 소극장에 가지 않고 바로 집에 돌아가기로 한 날. 굳이 건널목으로 걸어가지 않고 육교를 건너기로 한 날. 조금만 걸어가면 건널목이 있고, 건널목을 건너면 바로 옆에 버스 정류장이 있어서 육교를 오르는 일은 없었다. 학교가 끝나고 바로 하교한 적이 드물어서, 하굣길에 이렇게 학생들이 많은 것에 새삼스러워하며 인파를 피해 오른 육교였다. 집으로 가는 길에 올려다보는 하늘이 노을 지지도 않고, 검푸르지도 않은 게 익숙지 않아서 자주 시선을 빼앗겼다. 구름 한 점 없이 푸른 봄날의 하늘은 눈이 시리게 파랗지도 않았고 싸늘하게 차갑지도 않았다.

흰색의 유선 이어폰이 귀에서 내려와 카디건 주머니로 들어간다. 듣고 있는 것은 모르는 노래였다. 노래 한 곡만 선택하여 재생하면 추천해주는 곡들로 플레이리스트가 만들어져서, 모르지만 크게 취향에서 벗어나지는 않는 노래들이 무작위로 흘러나왔다. 담은 가사도 멜로디도 모르는 곡을 들으며 집에 들어가면 무엇을 하면 좋을지 떠올려 보았다. 우선 집에 들어가면 씻고, 옷을 갈아입고, 그다음에는 하얗다─담은 머리카락도 피부색도 하얀 남자아이와 눈이 마주친 것 같았다. 하고 있던 생각이 하얗다는 세 글자로 변했다.

"네? 잠시만요!"

눈이 마주쳤다는 느낌은 단순한 감각이 아니고 진실이었던 것 같다. 담은 이어폰을 빼 카디건 주머니에 욱여넣고 남자아이를 바라보았다. 무슨 말을 건네려고 했던 것 같은데, 노랫소리에 묻혀 잘 듣지 못했으니 다시 이야기해주길 기다렸다.

18 도담주 ◆mZm4g7rP2k (X2JoHA6qZY)

2022-07-28 (거의 끝나감) 21:27:55

선레 써왔는데 수정해야할 부분 있으면 알려줘 ㅎ-ㅎ 그리고 안녕, 좋은 저녁이야 ㅎㅁㅎ

19 백담주 ◆DKrNXmBQas (nmb7cZ6Mv2)

2022-07-28 (거의 끝나감) 22:08:45

좋은 저녁이네요, 도담주. 오늘 하루는 잘 지내셨나요?

아, 선레 봄내음...

20 도담주 ◆mZm4g7rP2k (DnTvHToaf.)

2022-07-28 (거의 끝나감) 22:49:00

응, 잘 보냈어. 백담주는 잘 보냈어? ㅎㅁㅎ 선레에서 봄내음이 느껴진다니 다행이야. 벚이 없는 시내에서도 봄이라는 걸 묘사를 하고 싶었어.

21 백담 - 도담 ◆DKrNXmBQas (nmb7cZ6Mv2)

2022-07-28 (거의 끝나감) 23:31:21

늘 가던 길과는 다른 길. 늘 보던 건물들과는 다른 건물들. 늘 보던 지평선과는 다른 지평선. 늘 보던 하늘과는 다른 하늘.
길을 잃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길이라면 꽤 오래 전부터 진작에 잃어버렸던 참이다.
구름이 언제는 자기 갈 길을 알고 흘러가던가.

그래서 담이 보기에 그때 그 순간 마주친 그 아이를 보고 잠깐 다른 하늘 아래 낯선 구름이 한 점 핀 줄로만 알았을지도 모르겠다.


눈을 깜빡여보아 닿은 자색의 시선을 마주하고 나서야 그것이 소년이구나, 하고, 처음 보는 낯선 얼굴을 눈치채었을 것이다. 아마, 담과 비슷한 연배. 조금 더 길다랗고, 낯선 옷차림. 한쪽 어깨가 흘러내릴까 말까 하는 니트 후드집업 안으로 비쳐보이는 머리색과 똑같이 구김살없는 하얀 와이셔츠까지는, 하문고를 포함한 대부분의 학교의 지정 교복의 구성품이니 그렇다 치지만 남색의 선 가느다란 면바지는 하문고 지정 춘추복과는 다른 색깔이다. 분명히 학교 같은 기관에서 제시한 기준에 맞추어 제작된 제복이라는 점은 느낌으로 와닿아 알 수 있는데, 적어도 하채시에서는 본 기억이 없는 그런 교복이다.

분명히 길을 잃은 것 같은 느낌이 그 아이에게는 있었다.
입을 뗀다.
소년이 뭐라고 말하지만, 귀에 들리는 것은 음악소리뿐. 귀에서 이어폰을 떼어내자, 그 소년은 무표정한 얼굴로 담을 잠깐 바라보았다. 뭔가 잘못했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까지 오랜 시간은 아니었고, 그저 잠깐의 호기심에 눈앞에 놓인 낯선 또래 아이를 잠깐 살피는, 그 정도의 시간이다.

"백람예술회관."

길을 잃은 게 맞았나 보다. 사느랗게 내려앉는 목소리다. 침착하다-라는 형용사보단 침잠하다-라는 동사가 더 어울리는, 그런 목소리. 조용한데, 선명하다.

"백람예술회관을 찾고 있는데, 어디로 가면 되는지 혹시 아시나요."

백람예술회관. 하채문화예술고등학교의 학생이라면 모를 리가 없는 시설이다. 그도 그럴 것이 교문을 나오면 그 옆의 왕복 6차선 십자로를 끼고 맞은편에 위치해 있는 커다란 예술회관이니까. 하문고의 특성상 학교와 예술회관 간의 교류도 잦았고, 회화과 학생들의 작품이나 음악과, 혹은 연극과 학생들의 공연 혹은 경연이 백람예술회관에서 열리거나 하는 일도 잦았다. 그러니까, 지금 여기까지 하교해 온 길을 그대로 거슬러 알려주면 된다.

22 백담주 ◆DKrNXmBQas (nmb7cZ6Mv2)

2022-07-28 (거의 끝나감) 23:33:51

((어째 좀 의도치 않게 길어진 게?))
네, 저녁을 기대하면서 꽤 잘 보냈습니다. 기대하던 것보다 더 예쁜 봄내음이라 조금 얼떨떨하네요... 백담이가 좀 붕 뜬 아이라 오히려 황송할 정도 ◐.◐

23 도담주 ◆mZm4g7rP2k (ZZBNYNrzrU)

2022-07-28 (거의 끝나감) 23:54:00

도담이가 데려다준다고 할 것 같은데 백담이 반응이 어떨지 모르겠네 ㅎ-ㅎ 예쁘게 느껴져서 기쁘다. 답레는 내일 가져와볼게.

24 백담주 ◆DKrNXmBQas (nmb7cZ6Mv2)

2022-07-28 (거의 끝나감) 23:58:15

예 ?
(넋나감)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늘도 만나서 기뻤습니다. 좋은 밤 되시길 바라요. 저도 눈을 감아보겠습니다.

25 도담 - 백담 ◆mZm4g7rP2k (1sSwOJPzqE)

2022-07-29 (불탄다..!) 21:00:01

담은 모르는 사람이어도 아는 사람이어도 언제나 웃는 얼굴을 그렸다. 남자아이가 잠깐 바라볼 동안, 그 잠깐에도 조금 더 상냥하고 친절하게 웃음을 새로이 그렸다. 뺨에 든 꽃잎 그림자가 한층 짙어지고 눈썹도 부드러이 휘었다. 처음 보는 교복을 입은 또래의 남자아이가 모르는 아이에게 말을 걸어야 할 만큼의 일이라면, 도와줄 수 있다면 얼마든지 도와줄 수 있으니 편하게 말해도 괜찮다는 비언어적 표현이다. 특별할 일이 아니라 우연히 겹쳤을 뿐인 순간의 만남에도 사람 좋아하는 성격을 감추지 않았다.

"아─네!"

도와줄 수 있는 일이라서 다행이라고 느낀 후의 웃음에는 자신감도 깃들었다. 백람예술회관은 다니고 있는 학교의 바로 앞에 있을뿐더러, 연기과 재학 중이며 연극부 활동을 하는 담에게는 그곳에서 공연해본 적도 있었다. 가는 길을 찾아주는 것뿐만 아니라 회관 안에서 가고 싶어 하는 곳도 찾아줄 자신이 있었다. 한 가지 걸리는 것은, 눈길을 사로잡고 마는 하얀 남자아이는 이곳 지리에 어두워 보여 길을 알려주는 것보다 같이 가는 편이 좋겠단 것이다. 반 정도 몸을 틀어서 여태 걸어왔던 하굣길을 뒤돌아보았다가 다시 남자아이를 바라본다. 마주친 때부터 계속 웃고 있었지만 제일 말갛게 웃을 필요성을 느꼈다. 봄날 하늘에 없는 구름을 남자아이가 대신해주듯 새하얗다면, 길가 보도블록 사이에서라도 피어나는 봄꽃처럼 소소하지만 간지러운 웃음을 짓는다.

"같이 가도 될까요? 데려다줄게요."

낯선 이지만 이 친절을 덥석 받아들여도 해는 없으리란 믿음을 위한 웃음이었다. 사부작거리며 날려갈 듯한 목소리와 웃음은 친절에 부담을 느끼지 않게 하려고 무겁지 않도록 조심했다.

26 도담주 ◆mZm4g7rP2k (5F9OsXS2GM)

2022-07-29 (불탄다..!) 21:01:56

도담이의 강아지스런 성격이 잘 드러나면 좋겠는데 잘 모르겠네 ㅎ-ㅎ 아무쪼록 좋은 저녁이야.

27 백담주 ◆DKrNXmBQas (/n/5llG1M2)

2022-07-29 (불탄다..!) 22:19:05

(영혼 됐음) (어?)
좋은 저녁입니다. 오늘 하루 평안하셨나요.

28 백담주 ◆DKrNXmBQas (/n/5llG1M2)

2022-07-29 (불탄다..!) 22:43:40

사실은, >>21을 쓸 때 백담이 며칠 전에 경기를 치른 상태였다는 설정으로 얼굴 한편에 거즈를 덕지덕지 붙이고 있는 몰골을 하고 있다고 묘사하려다가 첫 만남부터 그런 설정 써먹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서 멀쩡한 상태로 등장시켰는데, 도담이의 저런 모습 볼 수 있어서 그냥 평범하한 첫만남으로 하길 잘했다는 감정과 백담이 감정선 어쩌냐는 감정이 맞부딪혀서 대혼돈의 멀티버스네요.

답레 쓰다 말고 하염없이 주접 떠는 모습 보여드려 부끄럽습니다만, 그만 아득히 좋다고 느껴버려서...

29 백담 - 도담 ◆DKrNXmBQas (/n/5llG1M2)

2022-07-29 (불탄다..!) 23:01:17

이채를 띈다. 곱게 웃는 얼굴은 그랬다. 웃는 얼굴 위에서 환히 빛나는 살구꽃 빛깔이 문득 소년의 얼굴에 비치는 것 같아서 그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한 번 깜빡였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객관적으로 말해 자신을 향해 이리 웃어보는 웃음을 마주한 적이 별로 없기에, 이런 미소를 지으며 대답해오는 사람에게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가 잠깐 갈피를 잡지 못했을 뿐. 하얀 얼굴은 변함이 없이 무심하다. 마치 마음 갖는 법을 잊어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다만, 없는 마음에도 색채가 퍽 고와서. 그래서 그는 낯선 빛에도 불구하고 자색의 시선을 담에게서 떼지 않는다.

그러나 예의 갖는 법은 잊지 않았고, 어디로 몇 블럭 가서 어느 쪽으로 돌아 어느만큼 가면 된다고 설명해주는 것보다 같이 발품을 파는 게 더 고단한 일임을 알 만큼의 생각머리도 잊지 않았다.

"괜찮을까요? 안내."

그래서 소년은 정중하게 되묻는다. 그는 스스로 자각하지 못했다. 사양지심이나 배려가 아닌 조금 다른 각도에서 기인한 감정이 자신도 모르게 약간 표현되었기에, 한번 사양하는 모습에 정중하게, 뿐만 아니라, 조심스레, 까지- 생경해서 생소해하는 모습이 조금 섞였다는 것을.

길은 오래전부터 잃었고, 도달하고자 했던 곳이 어디인지도 잊었다. 스스로가 지금 어디에 발을 딛고 있는지도 지금 자신의 발이 어디로 가는지도 몰랐다. 그런데 잠깐 이 순간, 지금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 보이는 것도 같아서. 그 느낌이 낯설다고 느껴져서.

한번 더 이끌어보자.

30 도담주 ◆mZm4g7rP2k (e0cSDGxXLE)

2022-07-29 (불탄다..!) 23:42:41

거즈 붙이고 있었어도 크게 다르진 않았을 것 같은데 ㅎㅁㅎ 도담이가 웃는 건 모두에게 그런거고 잦은 일이니 자주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거즈 붙이고 있었다면 안내를 하는 동안 적막을 유지할 수는 없으니 스몰토크하려할 때 거즈 하나가 떨어질 것 같다고 반창고 주려는 상황이 있을 수 있었으려나 싶다 ㅎ-ㅎ

31 백담주 ◆DKrNXmBQas (p6tXk291J.)

2022-07-30 (파란날) 21:56:06

좋은 저녁입니다. 갱신할게요.

>거즈 하나가 떨어질 것 같다고 반창고 주려는 상황<

정말... 저엉말로 아쉽지만 이후의 일상을 기약하는 것으로...!

32 도담 - 백담 ◆mZm4g7rP2k (yCePvjqg0I)

2022-07-30 (파란날) 22:09:37

시선이 머무르는 것은 낯설면서도 익숙했다. 무대 위에서는 시선을 사로잡기 위하여 몸짓 하나조차 계산하여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담아냈다. 그러기 위해서 몇 번이고 읽었던 대본을 다시 읽고 등장인물의 생각과 감정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녹여내는 동안에는 풍경 속에 녹아있었다. 무대 아래에서는 시선이 머무르는 것이 낯설었다. 머리카락과 눈의 색이 남들보다는 조금 희소성 있는 편이었지만 완전히 드문 것도 아니었다. 떨어지지 않는 시선을 마주하고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미소는 여전했고 보랏빛이 예쁘다고 생각했다. 제비꽃이 저런 색이었던 것 같은데─담은 새하얀 눈을 머금은 구름 남자아이에게서 봄빛을 찾았다.

"네! 혼자 갔다가 더 헤맬 수도 있잖아요."

나란히 서는게 앞서 걷다 놓치게 되는 일을 방지하기 좋을 것 같았다. 걸어오던 방향을 완전히 뒤집어 등 지고 있던 풍경이 시야의 앞이 되었고, 위치는 남자아이의 옆이 되었다. 마주보고 있던 남자아이를 옆에서 올려다보니 키가 생각보다 더 크다는 것을 느꼈다. 인원이 적어서 같은 반으로 지내고 있거나, 학교를 다니며 마주친 몇 체육과 친구들이 생각났다.

"갈까요?"

남자아이가 고개를 끄덕이거나 답을 주든 출발해도 된다는 신호를 준다면 걸음을 뗄 것이었다. 육교를 왼쪽으로 내려가서 그 방향으로 한 블럭을 곧바로 걸어가고, 그 다음은 오른쪽으로 꺾어 횡단보도가 나올 때까지 걸어가 왼쪽으로 쭉 걸으면 됐다. 담의 느긋하고 작은 걸음으로는 10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길지는 않지만 적막으로 유지된다면 어색하게만 느껴질 시간은 100분처럼 느껴질테니, 담은 걸으면서 건넬 질문들을 생각했다. 백람예술회관에는 무슨 일로 가냐거나, 똑같이 고등학생인 것 같은데 몇 학년이냐는 정도의 것들로.

33 도담주 ◆mZm4g7rP2k (BXAY3aas0o)

2022-07-30 (파란날) 22:13:51

안녕, 백담주 ㅎㅁㅎ 방금 전에 왔다갔네. 아쉬운 상황은 다음 일상으로 돌릴 수 있으니까. 난 둘이 통성명하는게 제일 보고 싶어, 귀여울 것 같아서 ㅎ-ㅎ 전학오는 날 일상에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 중이야.

34 백담주 ◆DKrNXmBQas (p6tXk291J.)

2022-07-30 (파란날) 22:14:59

오후쯤부터 답레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제가 갱신하는 걸 기다리고 계셨던...? 😨
다음부터는 제때 갱신하는 버릇을 들여야겠네요 으악

그 와중에, 예쁘다 ㅇ>-<

35 도담주 ◆mZm4g7rP2k (5WeaqQ4T8g)

2022-07-30 (파란날) 22:17:45

아냐, 우연이야! 평일 주말할 것 없이 오후 9~10시쯤 오니까. 기다리고 있었다니 미안해지네 8-8

36 백담주 ◆DKrNXmBQas (p6tXk291J.)

2022-07-30 (파란날) 22:21:03

아, 그런가요...! (안도!)
괜찮아요. 기다린다고 해도 정말로 노트북 앞에 부동자세로 붙어앉아서 기다리거나 그런 게 아니라, 창만 띄워두고 다른 집안일이나 취미생활 하면서 이따금 한 번씩 새로고침해보는 그런 거니까요.
그리고 기다리는 것도 즐거우니, 미안해하실 필요 전혀 없어요.

37 백담 - 도담 ◆DKrNXmBQas (JIBLQD9S.2)

2022-07-31 (내일 월요일) 01:23:47

고개를 살짝 기울이자, 무의식적으로 따라 고개가 움직여진다. 같은 각도에서 다시 눈이 마주친다. 잠깐 잠기는 낯선 기분. 그러나 고개를 기울임에 따라 한쪽 뺨에 당기는 것이 느껴진다. 한쪽 뺨에 붙어있는 손바닥 절반보다 좀 더 작은 거즈가 이제서야 도담의 눈에도 보이겠다. 아무 이상 없는, 보통의, 또래를 바라보는 또래의 눈길. 문맥 그대로의 의미로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의 눈길. 께름칙함 가득 어린 배척의 시선과는 다른 그 차분한 시선이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기울게 했다. 새삼, 아버지의 말마따나 상당히 머나먼 곳으로 떠나온 것이 실감되는 순간이었다. 소년은 눈을 깜빡이다, 고개를 원래대로 바로 세웠다.

무슨 생각 하고 있는 건지. 딴생각하지 말고, 그는 다시 도담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혼자 갔다가 더 헤맬 수도 있잖아요, 하는 그 말간 목소리. 배려심에서 나온 말일 텐데, -그만 그렇게 느끼는 것일지도 모르지만-배려심뿐만 아니라 무엇이라고 딱 짚어 말하기 힘든 밝은 기색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까지 그 말을 거절하면 정중한 사양이 아니라 야멸찬 거절이 될 것 같아서. 이름 모를 소녀에게도, 그 스스로에게도.

"감사합니다."

아직은 서먹한 목소리로, 하얀 머리 소년은 도담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갈까요, 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여 발을 내뻗었다.

야멸찬 거절이라니.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웃긴 소리를 참 쉽게도 꺼낸다고, 소년은 무표정한 얼굴 아래 보이지 않는 자조를 머금었다. 뭐가 낯설고 뭐가 달라진다는 건지. 청춘이라는 것에서, 자신은 논외다. 지금까지 길을 잃었던 방식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길을 잃었다고 해서, 상황은 바뀌지 않는다. 얼마나 오래 걸릴지 모를 길을 조용히 걸어서, 그렇게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으로 이 이상한 순간은 끝나리라고 소년은 의심치 않았다.

다만 도담이 그 생각대로 되도록 둘 생각이 없다는 게 문제였다.

38 백담주 ◆DKrNXmBQas (JIBLQD9S.2)

2022-07-31 (내일 월요일) 01:26:54

답레가... 늦었습니다 3.3 쓰다가 스르륵 잠들었다가 으악 하고 깨니 시간을 달리는 참치가 됐어요... 。゚(゚´ω`゚)゚。

백담이가.. 원래 좀더 그늘진 쓴맛 캐릭터인데 도담이 선레에 콰아아아아 하고 정화돼버릴 것 같아서 감정선의 고삐를 놓쳐버릴 것 같기에 이번 레스에서 좀 황급히 잡은 감이 있습니다.

자고 일어나서 독백이라던가 하는 것도 좀 쓰면서 백담이와 제대로 이야기를 해봐야 할 것 같아요.

지금쯤 주무시고 계시겠지요. 좋은 꿈자리 되시길... 저도 다시 누워볼게요

39 도담 - 백담 ◆mZm4g7rP2k (OUguAHJ5RY)

2022-07-31 (내일 월요일) 22:05:37

고개의 끄덕임을 놓치지 않고 발은 앞으로 나아간다. 육교 아래로 하교하는 학생들의 물결은 여전히 흐르고 있었고, 이제부터 거슬러 가야한다. 웬일로 일찍 하교를 하나 싶었는데 다시 학교 앞까지 돌아갈 일이 생겼다. 평소에 하던 것처럼 소극장에 가볼까 말까 고민을 하려다 혼자가 아닌 것을 잊지 않았다. 동행하는 남자아이를 바라보았다. 말을 먼저 걸어왔고, 말을 주거든 받아주니까 몇 마디 말을 붙여도 괜찮을 것 같았다. 생각해둔 질문거리도 있었으니 따스한 바람에 사근거리는 목소리를 실어 보낸다.

"괜찮아요. 백람예술회관이랑 학교랑 가깝거든요."

지금 이 시내 거리에 제일 많이 보이는 교복과 같은 것을 입고 있었다. 목 끝까지 채워진 와이셔츠 단추, 흐트러짐 없이 매인 리본, 곧은 치마주름에 무릎 위에 똑 떨어지는 길이, 같은 배색의 조끼와 카디건. 교복점에서 마네킹에게 입혀둔 것처럼 단정한 차림새에 명찰까지 달고 있었다. 육교의 계단을 내려가는 발자국 소리는 올라올 때와 달리 두 사람의 소리가 울린다.

"백람예술회관에는 무슨 일로 가요?"

학년 말이었다면 졸업에 맞추어 졸업 전시회와 무대가 무료 입장으로 꾸려져 있었을텐데, 다른 공연과 전시가 있는 지는 알지 못했다. 적어도 아직 하문고와 관련된 일정은 없었을 뿐이다. 연극부만 해도 새로 들어온 1학년들의 입부 오디션을 준비 중이었으니, 다른 과도 비슷하게 바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학년이 바뀔 때마다 구성원의 일부가 바뀐 채 합을 맞추는 것은 중요한 것이었다. 같은 반 체육과 친구들은 자칫 잘못하면 순식간에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 더 그래보였다. 담은 부상이란 단어가 떠오르니 문득 남자아이의 뺨에 시선이 올라갔다. 거즈가 붙어있던 것이 생각나서였다.

"아프겠다."

문득 소리내버린 말은 봄이 되니 꽃이 피어나는 향이 퍼지는 마냥 당연하단 듯 다가간다.

40 도담주 ◆mZm4g7rP2k (OUguAHJ5RY)

2022-07-31 (내일 월요일) 22:08:11

좋은 밤이야, 갱신할게 ㅎ-ㅎ

난 황급히 잡았다고 못 느꼈는데 백담주가 그렇다고 느끼면 그런 거려나. 뜬 구름 분위기를 계속 느끼고 있어서 묘사력이 굉장하구나, 느꼈는데 ㅎㅁㅎ

41 백담주 ◆DKrNXmBQas (nrIiwE3V8Q)

2022-07-31 (내일 월요일) 22:53:12

좋은 저녁 보내고 계신가요. 늦게 갱신입니다.

묘사력은 나름대로 최악은 아니지 않나? 하고 생각하고 있긴 하지만, 도담주 앞에선 한없이 겸손해집니다. 글을 읽을 때마다 코끝에 봄바람이 걸리는걸요. 녹느니 마니 하며 건방진 발언을 일삼았던 과거의 저를 반성하는 오늘입니다...

42 백담 - 도담 ◆DKrNXmBQas (Da1KnwOz72)

2022-08-01 (모두 수고..) 22:56:55

다리의 길이가 달라, 보폭이 조금 차이난다. 티가 날 정도로 거리가 멀어지기 전에 발걸음 속도를 조금 늦추고, 보폭을 조금 좁힌다. 어찌됐건 낯선 것보다 더 낯선 이 이상한 하늘 아래서, 신용을 갖고 따라갈 만한 게 그 중에서도 가장 특이하게 낯선 이 소녀, 너, 도담밖에 없으니까. 문득 봄바람이 가볍게 살랑살랑 부는 것 같다. 앞머리가 조금 흔들린다. 소년은 바람에 대답했다.

"백람예술회관이 아니라, 그 근처에 볼일이 있어서요."

아, 그는 백람예술회관에 목표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저 백람예술회관을 이정표로 삼고 있었던 모양이다. 소년은 나직이, 조심조심 말을 골랐다. 아무래도, 낯선 일에는 서투르다. 이것은 낯선 일 중에서도 가장 낯선 일이다. 아, 여기가 어디지, 또 길을 잃은 걸까 하고 생각하던 그 때에, 육교에서 유일하게 내려오고 있던 도담에게 말을 붙인 것이 어쩌면 실수였는지도 모른다고. 그러나 이것은 불편하고 거북살스러운 낯섦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건 정말로 자신이 처음으로 느껴보는 생경한 감각이라, 세간에서 이것을 '쑥스러움'이라 부르는 것도 인지하지 못하고, 소년은 혹여나 모를 말실수를 피하기 위해 조심스레 입을 뗐다. 그렇게 조심스럽게 입을 뗄 것도 없는 별 것 아닌 내용이었지만.

"거기서 아버지와 만나기로 해서."

그 때에 낯선 목소리가, 지금 이 순간 소년에게 유일하게 낯익은 부분 하나를 톡 짚어주었다. 아프겠다.

덕분에 조금 침착해졌다.
도담에게는 붕 떠있던 소년이 조금 가라앉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괜찮아요. 익숙해서."

거즈를 붙여놓고 있는 반창고 한 쪽이 꽤 너덜너덜했다. 턱관절 쪽에 붙어있어, 소년이 말을 할 때마다 조금씩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떼었다 붙였다를 반복한 흔적이려나.

43 백담주 ◆DKrNXmBQas (Da1KnwOz72)

2022-08-01 (모두 수고..) 22:58:51

어제는 답레를 미처 올려드리지 못하고 잠에 들었네요. 시간을 쪼개 답레로 갱신해둡니다. 한 주의 시작 잘 보내셨을까요. 잠자리에 드셨다면 푹 주무시길 바랍니다. 시간이 늦었으니 답레는 나중에 주셔요!

44 도담 - 백담 ◆mZm4g7rP2k (mh3/NuRHSs)

2022-08-02 (FIRE!) 21:52:30

육교의 계단을 다 내려오면 보도블록이 발에 닿는다. 하늘이 조금 더 멀어졌고, 시야에는 학생들이 바로 앞에 있었다. 뒤늦게 학생들이 가는 방향을 반대로 거슬러 올라가라고 알려주었다면, 그럼 학교에 도착하기 전에 백람예술회관을 만날 수 있다고 일러주었다면 찾아가기 쉬웠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러나 확실하게 길을 알려주려면 동행하는 게 걱정될 일은 없을 테니 후회는 없었다.

"데이트하시는 거예요? 좋겠다─ 꼭 데려다드려야겠네요."

하교하는 시간은 곧 저녁 시간으로 흐른다. 부자끼리 외식이라도 하려나 보다 어림짐작하여 이야기한다. 보통의, 평범한, 평균의, 대부분의 이야기 혹은 누구나 바라는 이상적인 이야기. 말간 하늘 아래 피크닉 돗자리를 깔고 있으면 작은 새가 지저귀는 풍경처럼, 그곳으로 남자아이를 데려다주는 것처럼. 길잡이라고 된 듯 장난조 섞어 웃었다. 찾아가기는 길이 어렵지 않은데도 사명감이라도 품은 듯한 말이 농이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소리가 섞였다. 처음 만난 길 잃은 남자아이를 위해 하굣길을 거슬러 올라가는 중이더라도 다름없이 웃을 있는 건 연기를 배웠기 때문이 아니었다. 꾸며내지 않아도 웃음이 헤프고 쉬워서 누구의 앞에 있든 어디에 있든 웃을 수 있는 성격이라서였다. 그러니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거즈를 보고서 반창고를 꺼내는 것도 그랬다.

"아, 우리 반 애들이랑 똑같은 말!"

다친 게 보여서 상처 난 걸 모르고 있냐고 물어보면 익숙하다고 하던 반 친구들이 떠올랐다. 그런 체육과 친구들 덕분에 반창고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게 된 것 같다. 보건실에 가자고 해도 안 가는 건 체육과 애들끼리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말하고는 했으니까, 반창고라도 발라주려고. 반창고를 꺼낸 손은 남자아이에게 향해 있다.

"반창고 떨어질 것 같아서."

반창고를 내밀고 보니 얼굴에 난 상처는 거울을 보지 않는 이상 붙이기 어려워 보인다. 길거리 한복판에서 휴대전화나 거울에 비춰주는 것보다는 남이 붙여주는 게 편할 것 같아 말이 나온다.

"붙여드릴까요?"

45 도담주 ◆mZm4g7rP2k (L9PpaI7.KU)

2022-08-02 (FIRE!) 21:56:54

도담이가 구상한 것보다 더...... 강아지 같아. 초면인 백담이에게 이렇다는 건, 더 치한 사이일 때는 어떨지 감이 안 와 ㅎㅁㅎ 어제는 자고 있었어서 지금 답레 가져왔어. 백담주도 하루 잘 보내고 쉬고 있길 ㅎ-ㅎ

46 백담주 ◆DKrNXmBQas (r1PbjrJ2zU)

2022-08-02 (FIRE!) 22:17:01

오늘 하루도 잘 보내셨나요? 푹 주무셨다니 마음이 놓이네요.

라고 한 것도 잠시, 느슨해진 백담주의 마음에 긴장감을 주는 것 같은 답레...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첫일상에 녹아버릴 것 같아요...

47 백담 - 도담 ◆DKrNXmBQas (95RgzQQJ2s)

2022-08-05 (불탄다..!) 21:12:38

데이트? 소년은 도담을 멀거니 바라봤다. 그리고 눈을 깜빡였다. 그와 그의 아버지의 관계를 고려해보자면, 그건 대단히 낯선 표현이었기 때문이다. 적의에 찬 부성애로 물든 갈색의 눈동자가 문득 떠올랐다. 그래, 아버지와 같이 가야 하는구나. 낯설다고 생각했던 것보다 더 낯선 잠깐의 순간 때문에 잊어버린 사실이 떠오르는 것 같아, 문득 심장이 납덩이처럼 무거워지는 기분이었다. 적의와 부성애. 양립할 수 없는 감정이지만 그것이 자신의 아버지 되는 자에게 양립하고 있는 것이 어째서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셈이네요."

소년의 표정이 차분히 가라앉았다. 말을 얼버무릴 때 쓰는 전형적인 애매한 수긍. 지금 여기서 도담이 이 화제를 더 파고들려고 하면 소년은 드물게도 곤혹스러운 처지에 처할 것이다. 분위기가 싸해진다- 소년의 공감능력은 남들보다 조금 붕 떠 있을지언정 멀쩡했고, 아마 자신의 아버지와 자신의 관계를 화제로 삼으면 어떤 달변가가 오더라도 분위기가 냉랭해지는 것을 막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맙게도 도담이 반창고 쪽으로 화제를 돌려준 덕분에, 소년은 내심으로 자신도 직면하기 두려운 주제를 피해간 것을 조금 안도할 수 있었다. 이것도 그렇게 대수로운 주제는 아니었지만.

"아뇨, 정말로 괜찮아요."

소년은 가볍게 도리질을 쳤다. 그 바람에 툭 하고, 그의 뺨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던 반창고 모서리가 떨어지고 거즈 너머에 숨겨져 있던 상처가 반쯤 드러났다. 보랏빛- 그의 눈과 비슷한 색이었지만, 그의 눈의 색에 비해서 좀더 칙칙하고 좀더 불길한 색상이 그의 뺨에 번져 있었다. 무언가 찢겨나가듯 쓸린 자국의 딱지 위로 남아 있는 청보랏빛은 흡사 무슨 병을 보는 것만큼 흉했다. 다행이라면, 쓸린 자국의 딱지도 이미 치유가 상당히 진행되어 슬슬 떨어져나가려 하는 모양이었으며 흉한 멍도 서서히 피부 밑으로 사그라들고 있는 것이 명백해보인다는 점 정도일까. 생긴 지 하루이틀 된 상처는 아닌 듯하다. 소년은 황급히 손을 들어 반창고를 다시 붙였다. 그래도, 한 번 떨어진 반창고는 이미 그 접착력을 거의 잃어버려 아슬아슬한 모습이 됐다. 도담의 호의가 기분나쁜 것은 절대 아닐 것이다. 수락해서 손해볼 것은 없겠지. 하지만 역시, 초면에 만난 사람이라는 염치와 쑥쓰러움이 없잖아 있는 것이다. 아무래도 소년은 낯을 꽤 가리는 편인 모양이니까.

48 백담주 ◆DKrNXmBQas (95RgzQQJ2s)

2022-08-05 (불탄다..!) 21:15:56

답레와.. 갱신합니다... 갱신은 답레로 하고 싶어서 답레 다 쓰고 답레로 갱신하려 했는데, 현생이 급하다고 갱신 한 번은 해드릴 걸 그랬네요. 8.8 좋은 저녁 보내시고 계시면 좋겠습니다.

쓰다 보니까 백담이가 낯을 많이 가리네요. 얘 왜 이렇게 부끄럼이 많아. 붙여주면 또 시선 슬쩍 피하겠지 좋아서...

49 도담 - 백담 ◆mZm4g7rP2k (51Kblr2KAU)

2022-08-05 (불탄다..!) 22:25:17

이상, 생각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가장 완전하다고 여겨지는 상태. 현실과 이상은 다르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사람을 그렇게나 좋아하니까 그만큼 실례를 범하고 싶지 않았다. 멀거니 바라보는 시선에서 무언가를 느꼈지만, 마주친 까만 시선은 땅을 딛고 하늘을 이는 것처럼 당연하게 살짝 웃는 눈매였다. 금방이라도 무슨 일 있어요?─물음 그 의미뿐인 목소리가 사그라질 듯한 상냥한 표정.

"그쵸! 에스코트 열심히 할게요."

누가 누구를?─지나가던 행인의 귀에 들렸다면 바로 그런 의문이 돋았을 말을 태연스럽고 능청스럽게, 장난이라는 것을 알 수는 있도록 작은 목소리에 담는다. 남은 듣지 못하게 가만가만하니 중요한 이야기를 조심스레 전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발에 맡긴 걸음과 방향은 오른쪽으로 꺾어야 할증이었다. 그러나 꺾기 전에 한 번 걸음을 멈추게 되었다. 괜찮다는 거절은 반창고를 받지 않겠다는 것인지, 반창고는 받되 붙여주지는 않아도 된다는 것인지 모호했다. 명확하게 된 것은 손에 여전히 남아 쥐고 있기 때문이다. 남자아이의 도리질에 떨어진 거즈 아래로 상처와 마주쳤다. 생각보다 큰 상처에 눈이 동그랗게 뜨였고 눈썹이 올라갔다. 깜빡거리는 눈꺼풀은 쥐고 있는 반창고로 시선을 떨어트렸다. 다 너덜너덜해진 반창고를 다시 덧붙이면 발걸음을 세우며 입을 열었다.

"상처는 안 괜찮아 보이는데─ 저 반창고 붙여주기 경력 1년 차라 믿어도 돼요."

멈춘 걸음으로 인해 남자아이와 거리가 벌어졌다면 다시 좁혔다. 걸음을 멈춘 건 반창고를 붙이기 위해서였다. 걸으면서 붙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처음에는 빌려주는 것으로도 괜찮았지만 붙여주기로 고집한 건 상처를 보았기에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고집은 고집뿐 남자아이의 허락이 필요했다. 허락은 구태여 말로 하지 않아도 괜찮은 허락은 행동 하나로 충분했다. 손이 닿을 수 있게 높이를 맞춰줄 필요가 다분했다.

"숙여주기만 하면 되는데. 엄청 쉬운데~."

별것 아니라는 듯 가붓하다.

50 도담주 ◆mZm4g7rP2k (TtheTgUh42)

2022-08-05 (불탄다..!) 22:31:23

이틀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해 ㅎ-ㅎ 갱신하면 재촉처럼 보일까봐 안 했는데 갱신하는 편이 좋다면 갱신할게. 백담주도 바쁜 나날 잘 보내고 좋은 저녁 보내고 있으면 좋겠다 ㅎㅁㅎ

낯 가리는 건가? 보통이라고 생각했는데. 또래라고는 해도 길 물어봤을 뿐인 모르는 사람이 저러면...... 도담이가 너무 치대는게 맞으니까. 강아지였다면 지나가는 모두에게 애교부리는 강아지가 아니었을까 ㅎ-ㅎ...

51 백담주 ◆DKrNXmBQas (kausnQIZQg)

2022-08-06 (파란날) 20:45:45

갱신은 원하시는 대로 하셔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현생이 현생이고 손도 곰손이지만, 조금만 돌렸을 뿐인데도 이런 은은한 청춘향기가 너무 좋아서... 도담주께서도 좋은 저녁 보내시고 계시다면 좋겠어요.

그 모습이 너무 귀엽습니다... 그렇지만 이건 이것대로 가드가 높다는 느낌이네요. 누구를 대하건 상당히 높은 호감도로 시작하지만, 그 시작 호감도가 딱 상한선이라는 느낌이랄까.

52 백담 - 도담 ◆DKrNXmBQas (kausnQIZQg)

2022-08-06 (파란날) 22:22:50

말하지 않았지만 들렸다. 무슨 일 있어요? 하고 또랑또랑 빛나는 까만 눈이 질문을 던져온다. 마치 살가운 개나 고양이, 혹은 토끼가 다가와서 눈을 반짝이며 올려다보는 것 같다. 소년에게는 낯선 느낌이다. 그는 동물과 그렇게 친하지 않았으니까. 마치 어린아이가 자신에게 꼬리를 치며 다가오는 강아지라는 존재를 난생 처음으로 만난 것만 같은 그런 긍정적인 생소함이라는 것이 그에게는 충분히 낯선 것이었다. 그러나 소년은 거기에 그렇게 밝은 대답을 줄 수 없었다. 그래서 침묵으로 대답했다. 아무 일 없어요. 거짓말이다. 검은 거짓말, 하얀 거짓말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회색 거짓말. 딱히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인생이 퍽이나 회색이었으니, 진실을 말해도 거짓을 말해도 텁텁한 회색. 생경스러운 봄 햇살이 비쳐들고 있지만, 햇살 아래에서도 회색은 회색이다. 다만 소녀의 쾌활한 말에는, 고개를 끄덕인다. "감사합니다." 하고, 작은 목소리로. 지나가던 행인이 어떻게 여긴다던가 하는 것은 딱히 염두에 둘 필요가 없었다.

다만 이것은 역시, 생소하다. 여태껏 그 누구도 발자국을 들일 일 없었던, 자신의 주변에 조심스레 둘러쳐 놓은 원형의 금 안으로 발자국이 찍힌다. 발자국의 주인이 별생각없이 들어와 별생각없이 떠나가고도, 곧 지워질 발자국을 물끄러미 들여다볼 자신이 싫어 멈칫한다. 그러나 그 멈칫하는 움직임은 도담을 멈추기에는 너무도 미약했다. 소년은 결국 고개를 숙였다. 가볍게 손을 뻗어서 떨어져나간 거즈 대신 새 반창고를 붙여주면, 그는 이내 감사합니다, 하고 짧은 목례를 해보이겠지. 그러면 이제 못다 돈 코너를 마저 돌 수 있을 것이다. 백람예술회관이 눈에 보이려면 얼마를 더 가야 할까.

"반 친구들한테도 이렇게 해주시는 거에요?"

의외로, 먼저 말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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