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576074> [HL/청춘/일상/1:1] Serendipity :: Note 1 :: 124

◆DKrNXmBQas

2022-07-27 21:14:47 - 2022-11-21 08:27:35

0 ◆DKrNXmBQas (1bNlpqKJAs)

2022-07-27 (水) 21:14:47


세런디피티(serendipity, IPA: [ˌsɛrənˈdɪpɪti])는 완전한 우연으로부터 중대한 발견이나 발명이 이루어지는 것을 말하며 특히 과학연구의 분야에서 실험 도중에 실패해서 얻은 결과에서 중대한 발견 또는 발명을 하는 것을 말한다.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어느 봄날이었다.

104 백담주 ◆DKrNXmBQas (9pvTHyuoTY)

2022-09-29 (거의 끝나감) 20:19:52

훈풍이 불어오는 기분이라니...... 과찬입니다... 가을도 잘 보내고 계시다니 다행이네요. 조만간 또 짧은 연휴가 시작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 연휴도 넉넉하고 느긋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과대표요? 인원수가 10명을 넘는 과라고 한다면 반장이나 학생부 위원이라는 느낌으로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학년별 5명 이하의 소수 과라면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네요... 있다고 해도 백담이는 성격이 워낙에 특유의 마이페이스가 있어서 리더같은 위치는 본인이 거부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 이야기는 예쁜데 받아먹지를 못하네요

105 백담주 ◆DKrNXmBQas (6cTGSvBb8g)

2022-09-30 (불탄다..!) 13:00:49

현생 도중에 '너는 어디까지 친절할 수 있을까?' 하고 심술 비슷하게 나서 도담이한테 치대는 백담이를 떠올려버린 저를 용서하세요..

106 도담 - 백담 ◆mZm4g7rP2k (S.zvtoofJY)

2022-10-03 (모두 수고..) 00:12:39

"아─튀김은 못 먹으려나?"

무미건조한 대답에 식단을 하는 체육과 아이들 몇을 떠올리고서 물어본다. 도담도 식단이라고 할 정도는 못 되지만, 몸을 가꾸기 위해서 먹을 것을 골라 먹거나 적게 먹고는 해서였다. 무대에 오를 일정이 잡히면 그때는 더 신경 쓰기도 했으니, 늘 운동하며 몸을 써야 하는 담이라면 그 체육과 아이들과 다를 것 같지 않았다.

상냥하다. 도담은 그것과 결이 비슷한 말을 많이 들어보았다. 뜬금없이 툭 꺼내졌어도 응?─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동그랗게 뜬 눈으로 담을 바라보지 않는 이유였다. 그렇지만 어제 처음 만나고, 오늘 짝꿍이 된 낯설지만 처음 만나는 남자아이에게서 들은 칭찬이 아무렇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도담도 낯간지러움에 삼켜내지 못한 웃음이 소리로 옮겨졌다. 크게 웃지도 않았지만 작게 웃지도 않아 귓가에 맴돌기 좋은 크기였다.

"이유 없는 친절은 없대."

계단을 한 칸씩 내려가고, 내려가다 마지막 계단에서는 가볍게 뜀 하듯이 톳 발을 디뎠다. 머리카락이나 치맛자락이 잠시 공중에서 부유하다 내려앉기도 전에, 몸이 바라보는 방향을 살짝 돌려서 담을 바라보았다. 너에게 바라는 것이 있어서 잘해주는 것이다─라고 느껴지는 말을 하는 표정이라기에는, 칭찬받아 기쁜 기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을 뿐이었다.

"봐, 벌써 너한테 난 상냥한 애잖아. 내일이면 친구 될지도 모르지!"

바라는 점이 퍽 봄빛이다.

"인사 안 받아주면 내일 인사안 할거야─"

짓궂은 웃음소리는 밖으로 나가는 걸음에 점점 햇살 아래로 향하면 그 햇빛에 녹아버릴까 싶을 만큼, 사그라들듯 말듯 작게 울렸다. 줄을 서 있는 동안은 또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건넬지 고민하면서 줄의 끄트머리를 이었다.

107 도담주 ◆mZm4g7rP2k (S.zvtoofJY)

2022-10-03 (모두 수고..) 00:18:46

개개별의 과보다는 묶어서 크게 4덩이를 생각한거였어 ㅎ-ㅎ 그래도 백담이는 안 할 것 같다니 상관 없을 것 같지만! 도담이한테 치대는 백담이... 백담이가 치대는게 어떤 느낌일지는 뚜렷히 모르겠어서 도담이 반응이 어떨지 모르겠다 ㅠㅁㅠ 둘이 어떤 감정을 묘사할지 재밌어보이는데.

백담주는 짧은 연휴를 잘 즐기고 있어? 좋은 시간 보내면 좋겠다 ㅎㅁㅎ

108 백담 - 도담 ◆DKrNXmBQas (TdhnvkddMc)

2022-10-09 (내일 월요일) 16:28:40

"너무 많이 먹지 않으면 괜찮을 거야... 먹은 만큼 운동 더 하면 되지."

아마 복싱에 관심이 있지 않고서야 쉽게 알 수 없을 야사겠지만, 2010년대의 권투계의 왕좌에 군림한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는 빅맥을 가장 좋아했다던가. 빅맥을 먹었으면 그만큼 트레이닝을 더 하면 되는 문제라고 일축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백담은 더 많은 트레이닝을 대가로 식탐을 부리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애초에 남들에 비해서도 식욕이라는 개념이 상당히 희박했지만, 새우튀김 두어 개 정도라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왜 이렇게 쉽사리 괜찮을 거야, 하는 결론이 자신에게서 나오는지는 모른다. 친절하다거나 상냥하다거나 하는 말이 익숙한 자신의 새 짝꿍에게 나쁜 인상을 심어주기 싫었음일까. 지난주와는 다른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나가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이유 없는 친절은 없다는 도담의 말에 백담은 도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러나 톡, 하고 잠깐의 비행을 마치고 날개를 접으며 내려서서는, 이쪽을 돌아보며 온 얼굴에 기쁜 웃음을 짓는 도담의 모습에 백담의 눈빛이 경계하듯 물끄러미 바라보는 눈빛에서 뜻밖의 말을 들었다는 듯 약간 얼떨떨한 눈빛이 되었다. 이게 다 이해득실이 있어서 하는 행동이다, 하고 말해놓고는 그 이해득실이라는 것까지도 여전히 푸근하고 따뜻한 그런 이유라서. 역시, 하루아침에 그렇게 쉽게 적응하지는 못할 것 같다- 인사를 받아달라는 상냥한 엄포에 백담은 도담을 따라 계단을 자박자박 내려오며 조금 어색한 기분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응. 받아줄게."

꽁꽁 얼어 있는 손을 미지근한 미온수에 넣은 것 같아, 이렇게 어색한 반응이 나온다. 누간가 이렇게 살갑게 대해주는 게 백담에게는 전연 처음 있는 일이라 그렇다. 두 사람의 아이로 태어나 가장 사랑받아야 할 곳에서조차 거슬리는 짐짝 취급받으며 살아온 삶이었기에, 방치당하다 버려진 유기견이 처음으로 내밀어져오는 따스한 손길에 어리둥절해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줄을 따라 서자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너는 언제까지 내게 이렇게 친절하고 상냥할 수 있을까. 언제까지 나한테 이렇게 살갑게 다가올 수 있을까. 심술맞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생각들이 마치 얼어있는 손을 미지근한 물에 넣었을 때 손끝에 찌르르 느껴지는 통증마냥 떠오르는 것이다.

109 백담주 ◆DKrNXmBQas (TdhnvkddMc)

2022-10-09 (내일 월요일) 16:31:16

그... 치댄다고 해봐야 별 것은 아니고, 데면데면한 짝꿍 사이라기엔 거리감이 가까운 스킨쉽 정도일까요.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거나...? 딴에는 도발하듯이 하는 깨알같은 그런 소소한 접촉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쥐구멍) 무례하다 생각하시면 당근으로 저를 때려주세요.

연휴...... (흐릿) 그렇게 잘 보내지는 못했네요. 평일도 폭풍같았고. 답레를 적어도 하루 이내에는 드리고 싶은데 마음처럼 안 돼서 송구스럽습니다... 😥

110 백담주 ◆DKrNXmBQas (TdhnvkddMc)

2022-10-09 (내일 월요일) 18:48:24

https://www.neka.cc/composer/10073
최근에 알게 된 네카라는 걸 이용해 백담이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참 물에 한번 헹군 것같이 나왔네요... ( ..)

111 도담 - 백담 ◆mZm4g7rP2k (nhyQmitMQk)

2022-10-16 (내일 월요일) 15:16:52

"멋있다. 선수 같아! 선수 맞지만."

새삼스럽게 지금 바로 옆에 있는 담이 전국체전 복싱 부문 우승을 했다는 말이 떠올라 대단하게 느껴졌다. 전국의 고등학생 중에서 복싱으로 1위라는 이야기이니 단순히 먹은 만큼 운동을 더 하면 된다는, 어찌 보면 당연한 말에도 반짝반짝한 눈길로 바라보는 이유였다. 그러고서는 곧 담이 부담스럽거나 민망해할까 봐서 작은 웃음소리와 함께 말을 맺어버렸다. 여름이 푸르고 겨울이 하얀 것처럼 늘 그렇듯이 웃고 있는 모습이 고작 어제 하루, 오늘 하루 겨우 이틀 안에 너무나 잦다.

"응! 근데 우리 소극장이랑 체육관은 가까우니까 하교할 때 또 볼 수도 있겠다."

소극장과 옆으로 바로 체육관이 있어서 거리상으로는 제일 가까웠다. 소극장의 위층에 있는 연습실 창문에 매달리면 체육과 아이들이 체육관에서만 훈련하지 않고 운동장에서 뜀박질하는 모습을 볼 수도 있었다. 같은 반의 체육과 아이를 찾아보기도 했는데 담을 찾기는 쉬울 것 같았다. 체육과 아이들은 대개 햇볕에 그을린 피부빛을 갖고 있으니 새하얀 담을 찾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담을 찾기가 쉽고 체육관과 소극장 사이 거리가 가깝다고 해도 하교 시간이 맞지 않는다면 마주칠 수는 없다. 아까 전 수업 시간에 필담으로 물었지만, 답을 듣지 못했던 질문이 떠오른다. 오늘부터 바로 방과 후 훈련도 하느냐고 적었던 노트 구석에 적힌 답이 없었던 것 같아 다시 물음이 의미는 같지만 다른 소리로 톡 피었다.

"오늘 언제 집 갈 것 같아?"

어색한 정적이 흐를 새도 없이 물음과 답을 주고받으면 줄의 끄트머리는 더욱 늘어나고, 서 있는 곳은 끄트머리에서부터 점점 멀어진다. 밥을 빨리 먹은 3학년 중에서는 벌써 운동장으로 나와 공을 차는 모습을 볼 수도 있었다. 급식실 입구와 가까워질수록 오므라이스와 새우튀김 냄새가 솔솔 풍긴다.

112 도담주 ◆mZm4g7rP2k (nhyQmitMQk)

2022-10-16 (내일 월요일) 15:21:39

백담이가 도담이 어깨에 기댄다면 도담이는 불편하지 않을까 싶고, 졸린 걸까 싶어서 담요 가져올 것 같아. 담요 접어서 베고 자라는 의미로 ㅎㅁㅎ 무례하다 생각한 적 없는걸! 연휴도 평일도 폭풍같았던 모양이네. 나도 이번 한주는 엄청 고됐었어. 이번주는 잘 보냈길 바랄게 ㅎ-ㅎ

새하얀 백담이 이미지를 보면 도화지같다는 생각이 들어. 이것저것 칠해주고 싶은 기분이 돼 ㅎ-ㅎ 도담이도 네카로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도담이 분위기라던지 점을 구현할 수가 없어서 못 했다 ㅠ-ㅠ

113 백담 - 도담 ◆DKrNXmBQas (vJHet9Ix0s)

2022-10-21 (불탄다..!) 10:03:39

실없는 소리인데도 방그라니 웃고 있는 도담의 모습이 파랬다. 파랗게 느껴졌다. 무채색의 그레이스케일 같은, 사시사철 말라붙은 잿가루 같은 싸락눈이 흩날리는 나날들을 걸어오던 소년에게 있어 자주 쉽게도 웃어버리는 도담의 미소가 가져다준 파란색이라는 색채의 첫인상이 명랑하고 맑은 여름하늘 같은 그런 파란색으로 와닿는 것만 같았다. 문득 손을 뻗어서 만져보고 싶은 충동이 더럭 일었다. 거기에 진짜 실재하는가?

그러나, 아직은 도담과 백담의 거리가 멀었다.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아직은 길게 펼쳐진 묵색의 언덕과 잿빛의 하늘 저 멀리 저편에 언뜻 보이는 파란색의 하늘을 우연히 망원경으로 바라본 것처럼. 백담은 닿지 않을 것을 알기에 굳이 손을 내밀지 않았다. 섣불리 손을 내밀기 겁이 났다. 환상이라는 것을 앎에도 굳이 그것을 확인받고 싶지 않았기에. 아직은 이른 이야기다. 아직 이 이상할 정도로 하얀 소년- 남들과 마찬가지로 때로는 햇빛 아래서 달리고 때로는 뙤약볕 아래서 죽을 힘을 다했을 텐데 남들과 달리 혼자서만 따사로운 햇살이 예의바르게 비켜지나가기라도 한 것처럼 한 치도 그을리지 않은 이 하얀 소년에게는, 아직은.

도담이 건넨 질문에 백담은 문득 미처 대답을 못 했던 도담의 질문이 떠올랐다. 쉬는 시간 동안, 이번 전학생은 딱히 친해질 필요 없는 재미없고 단조로운 녀석이라는 것을 어필하느라 바빴던 탓에(아직은 별 소용이 없는 듯했지만) 이제서야 그 이야기를 다시 꺼낼 수 있는 것이다.

"다른 애들이랑 같은 시간에 마치지 않을까."

백담의 대답이었다. 줄은 어느샌가 제법 바짝 줄어들어, 식판을 집을 차례가 되었다. 백담은 식판 한 장을 집어 도담에게로 내밀고는 자기 것을 집어든다. 아직 도담이 자신에게 내보이는 친절이라는 개념이 생소하지만, 비슷한 행동을 따라해서 돌려주면 답례가 되지 않을까 하는 주먹구구식 계산으로 결정한 행동이었다.

114 백담주 ◆DKrNXmBQas (vJHet9Ix0s)

2022-10-21 (불탄다..!) 10:07:54

순진하고 상냥한데 방어력은 높은 도담이... 10월이 지나가면 꽤 느긋해질 것 같은데, 도담주께서도 11월에는 느긋하게 지내실 수 있기를 빌어봅니다.

답레에는 말씀하신 내용을 조금 반영해보았습니다!
네카는 아무래도 픽크루보다 사용이 불편해서, 알맞은 네카를 찾기도 힘들고 기능을 활용하기도 힘들죠... 시트에 첨부해주신 픽크루만으로 충분히 답레 쓸 때 머릿속에서 장면 연상하면서 흐뭇한 양식으로 삼을 수 있으니 괜찮습니다.

115 백담주 ◆DKrNXmBQas (vJHet9Ix0s)

2022-10-21 (불탄다..!) 10:08:30

백담의 이전 격투기 선생님의 성향

.dice 1 5. = 5
1~2 = 선
3 = 중립
4~5 = 악

.dice 1 5. = 5
1~2 = 질서
3 = 중립
4~5 = 혼돈

완전 중립이 나올 시 리롤

116 백담주 ◆DKrNXmBQas (vJHet9Ix0s)

2022-10-21 (불탄다..!) 11:21:20

이래선 백담이 주변의 어른이라는 사람들이 아버지 빼고 죄다 인간실격인데 😱 이런 다이스 운이 육성물 할때는 안 나오고...!
(달리 생각해보면, 그만큼 도담이가 백담이의 마음에 어루만져줄 부분이 많아지게 되기도 하겠지만요.)

117 도담주 ◆mZm4g7rP2k (GQYIgqwtLU)

2022-10-27 (거의 끝나감) 17:36:35

잠시 물어보고 싶은게 생겨서 들러 ㅎ-ㅎ 이번 답레에서 도담이가 백담이 손을 잡아도 될까? 손을 맞잡는 느낌은 아니고 단순 우연으로. 완결형이 쓰일테니 불쾌할 수 있을 것 같아 물어보러 왔어 ㅎㅁㅎ

118 백담주 ◆DKrNXmBQas (rhN5qNHkOU)

2022-10-28 (불탄다..!) 21:16:04

확인이 늦었습니다...!
네, 얼마든지 괜찮습니다. 상식적인 선 내에서 쓰이는 완결형이라면 괘념치 않으니 자유롭게 사용해주세요.

119 도담 - 백담 ◆mZm4g7rP2k (AQ6K8h4xZ.)

2022-10-30 (내일 월요일) 15:53:27

"그럼 같이 갈 수도 있겠다!"

도담을 잘 모르는 누군가라고 해도, 한 번이라도 마주해 대화를 주고받고 나면 쉽사리 사랑받으며 맑고 밝게 자란 아이라고 생각해버렸다. 하루에도 몇 번이고 쉽사리 봄을 맞아 꽃망울을 터트리는 웃음을 짓기 때문일지, 사근사근하고 부드럽게 옆에서 녹아들고 있기 때문일지 고민하다 보면 도담의 모든 것이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되었다.

"우리 반에서는 내가 너랑 제일 먼저 친구 해야지."

장난스럽지만 포근한 말과 함께 담이 건네주는 식판을 건네받았다. 식판을 받을 줄 몰랐단 듯이 둥그렇게 떠졌던 눈은 이내 자신도 담에게 식판을 건네주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깜빡거렸다. 나도 식판 주면서 그리고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지─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뻗은 손끝이 식판이라는 딱딱하고 차갑게 식은 촉감 대신 다른 것에 닿아 생각이 멈추었다. 우연히 일어난 사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해프닝. 이미 식판을 집어 들고 있던 담의 손 위로 도담의 손이 겹쳐 포개어졌을 뿐이었다. 실수로 잡아버린 손에 놀라서 잠시 생각과 행동이 멈추었다. 정교하게 만든 인형이라도 된 듯, 찰나 멈춰있다가 손을 떼어냈다. 짧았지만 온기가 옮아가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미안! 놀랐지, 손 잡으려던 게 아니라 나도 식판 주려고─"

무대 위에서는 상대방과의 접촉은 피할 수 없었다. 무대 아래서 연습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도담은 다른 사람과 온기가 맞닿는 것에 거리감이 없다면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 나이대 아이들이 자주 그렇듯, 연기가 아닌 이상 이성인 아이와 닿는 것까지도 그렇지는 못했다. 도담이 아무렇지 않더라도 다른 아이들 눈으로 보기에는 아닐 수도 있고, 부끄럽지는 않더라도 어색해질지도 모른다는 상상이라든지, 담이 손 닿은 것을 불쾌해할 수도 있든지. 제일 먼저 친구 하겠다는 당당한 포부에 벌써 차질이 생긴 것만 같아 물끄러미 담을 바라보았다. 담의 반응은 어떤지 조심스레 살피고자 했다.

120 도담주 ◆mZm4g7rP2k (fW6/7O8aME)

2022-10-30 (내일 월요일) 16:00:15

혹시나 싶어서 덧붙여 설명하자면 >>112 에서 '도담이는 불편하지 않을까 싶고' 이 부분은 '도담이는 (백담이가) 불편하지 않을까 싶고' 였어 ㅎ-ㅎ 어깨에 기대려면 많이 목이 꺽일 것 같아서. 피곤해서 어깨를 빌릴 정도라면 선뜻 내어줄 수 있기는 한데, 그게 불편할 것 같으니 담요를 베개 삼으라고 갖고오는 거지. 이래도 순진하고 상냥한데 방어력이 높은 건 같은 듯 하지만 ㅎㅁㅎ......

답레에 반영된 것을 보고 짓궂은 짓을 해버렸어 ㅎ-ㅎ 손을 뻗어서 만져보고 싶은 충동을 이쪽에서 먼저 닿게 해봤지. 백담주의 허락이 있었어서 다행이야. 풋풋하고 귀여운 장면 하나 넣은 것 같아서. 백담주에게도 풋풋하고 귀엽게 느껴지면 좋겠다.

백담이 이전 격투기 선생님의 성향이...... 이번 선생님은 정반대로 좋으신 분이면 좋겠다. 나중에 백담이와 도담이 사이가 깊어지고 난 후 그렇지만서도 사귀기도 전인, 소위 썸타는 상태일 때 장난치는 류의 선생님이라던지. 연기과 선생님한테 전달할 무언가가 있다면 일부러 백담이만 시키면서 가서 한 번 더 보고 오라 하시는 느낌으로 ㅎㅁㅎ? 물론 백담주의 자유지만!

121 백담 - 도담 ◆DKrNXmBQas (sJgJEp/D8k)

2022-11-10 (거의 끝나감) 12:16:57

아무렴, 백담 역시도 예외는 아니었다. 다만 사랑받으며 자랐을 것이다-라는 추론에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하고, 그저 함초롬히 피어나는 파르란 웃음이 예쁘다고만 생각했을 뿐이다. 그리곤 의식적으로, 아니 이젠 거의 반사적으로 거기서 섣불리 뻗어나가는 생각의 가지를 단호히 잘라내는 것이다. 제때 쳐내지 못한 생각의 가지들은 머리에서부터 가슴으로 거꾸로 자라내려가서는 찔레나무 가시마냥 날큼날큼 가시를 돋혀서 가슴속을 찔러대기 때문이었다. 나는 왜 저런 것을 가지지 못했을까, 왜 내게 저렇게 웃어주는 걸까,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언제까지 그렇게 내게 웃어주고 싶어할까... 그런 생각들이 가슴에 입힌 상처는 이내 굳이 그런 생각을 할 필요가 있느냐, 어떻게 감히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냐는 자기혐오로 덧나기가 일쑤였으니.

그걸 알면서도, 포근한 말 때문에 여전히 그런 사근사근한 미소를 짓고 있는 도담의 얼굴을 그 자색의 눈에서 밀쳐내기가 어려웠다. 하다못해 왜 굳이- 라고 되물어보고 싶었으나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백담은 손등 위를 도담의 손바닥에 쉬이 내주었다. 0.05초 차이로 쏜살같이 쏘아지고 휘둘러지는 주먹들도 느끼고 피할 수 있을 만큼 예리하게 벼려진 반사신경도 나비처럼 나풀나풀 내려앉는 손끝을 피하지 못했다. 백담의 눈이 자신의 손등으로 갔을 때는 이미 도담이 흠칫 놀라 거기서 손을 뗀 뒤였다.

그러나 흠칫 놀라서 눈치를 살피는 도담의 모습에, 오히려 백담은 거기에서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다. 눈치를 보는 그 모습이 왠지 익숙했다. 그 익숙함이 그렇게 달갑지 않았다. 아직 낯선 짝꿍에 대해 무언가 억측하려는 의도는 결코 아니지만, 왠지 살얼음판 같던 집안에서 짐짝같은 자신이 그 얼음을 깨버릴까 눈치를 보며 노심초사하던 자신의 모습과 조금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래서 백담은, 자신이 연상해버린 불쾌한 기억을 얼굴에 떠올리기보다는 도담의 행동이 전혀 불쾌하지 않았다고 전해주려 했다.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살래살래 가로젓는 정도면 충분할 거라 생각했으나, 아무래도 굳어버린 얼굴 근육은 웃는 법을 잊어버린 지 오래다. 그래서 그냥 무덤덤한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으며, 짧게 대답했다. "괜찮아."

그리고 식판을 달라는 듯 손을 내밀었다. 스스로는 조금 뻔뻔한 행동이지 않나, 하는 느낌도 들지만, 네 선의를 받아들이고 싶다고. 문득, 다시금 네가 얼굴에 마음껏 띄울 수 있는 그 함뿍 피어나는 웃음이 부러워진다.

122 백담주 ◆DKrNXmBQas (sJgJEp/D8k)

2022-11-10 (거의 끝나감) 12:21:45

지옥주간을 넘기고 갱신입니다...... 많이 늦어졌네요 😥
'도담이는 불편하지 않을까 싶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도담주가 의도한 대로 알아들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저 혼자 착각하는 건가 싶어 조금 저어되는 마음이 있긴 했네요. 결과적으로 방어력 높은 건 똑같군요 ^"^ 힘내라 백담

도담이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어떻게 이런 청춘이 있나 했습니다. 봄날이었다... 그런데 이제 상대가 백담이라 이녀석 받는 뽄새가 엉망이네요.

도담주 말씀을 듣기 전에는, 백담이의 이전 격투기 선생님에 대한 설정을 써봤더니 한마 유지로 비슷한 캐릭터가 나와서 질겁을 했습니다만 도담주가 그렇게 말씀하시니 그냥 이대로 진행해도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게 되네요. 역시 포근한 썰의 달인이셔

123 도담 - 백담 ◆mZm4g7rP2k (A2IzLXVjaI)

2022-11-21 (모두 수고..) 08:19:17

미소가 없다고 해도 괜찮다는 대답을 들은 도담의 표정은 녹아내렸다. 이른 봄날에 잘못 내린 눈송이가 햇살에 사르르 녹아버리기라도 하듯 눈치 보는 표정은 오래갈 수 없었다. 배를 꾹 누르면 바로 소리가 나는 곰 인형 같았다. 괜찮다는 대답이 배를 꾹 누른 것이고, 사랑한다고 말하는 곰 인형이 아니라 방긋 웃음을 머금는 도담인 것이다. 목소리를 듣자마자 조금 걱정스러워 있던 눈이 꼭 접혀버린다. 부드러이 휘어서 담을 비추던 까만 눈동자를 감추었다. 기분 나쁘지 않은 것 같아 다행이어서, 담이 내민 손에 톡 답을 올려두었다.

"여─기!"

담의 손이 먼저 닿았던 식판을 집어서 건네었다. 혼자 집어 들었어도 괜찮았을 텐데 부러 손을 내밀어준 게 상냥하게만 느껴졌다. 그러니까 이번에는 손이 겹칠 일이 없게 조금 재빠르게 굴어보았다. 담이 식판을 건네주었던 것처럼 숟가락과 젓가락을 쥐어서 건네본다. 담이 받아주고 나면 도담도 자신이 쓸 숟가락과 젓가락을 집어 들었을 것이고, 그러고서는 줄을 따라가면 식판의 비어있던 칸들이 하나둘씩 채워진다. 오므라이스, 새우튀김, 일회용의 작은 케첩, 유부 된장국, 깍두기, 방울토마토, 사과 맛 주스. 유달리 밥을 많이 달라는 말이 자주 들릴 것 같은 메뉴였다. 도담은 그런 말보다는 안녕하세요─잘 먹겠습니다!─같은 인사말을 하고 있었다.

"자리, 구석이 좋아? 창가도 있고."

마지막 한 칸까지 채우고 나면 도담은 일부러 걸음을 재촉했든, 아니면 반대로 걸음을 멈추고서 기다렸든 담과 나란히 서려고 했다. 어느 자리에 앉을지를 소곤소곤 물어보기 위해서였다. 이미 자리 잡아먹고 있는 학생들 사이로 비어있는 자리도 있었고, 아직 아무도 앉지 않아 구석부터 가운데 자리까지 다 비어있는 곳도 있었다. 어느 자리도 상관없으니 마음껏 원하는 자리로 고르라는 듯이 담을 바라보다가 문득 한 마디를 덧붙인다.

"자리 앉고 나면 케첩으로 그림 그려줄까?"

이미 무엇을 그려줄지는 정해진 듯 허락을 구하고 있다. 새하얀 눈밭을 처음 봐, 발자국을 남기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124 도담주 ◆mZm4g7rP2k (Wu72J31gqY)

2022-11-21 (모두 수고..) 08:27:35

어제 올리려 했는데 잠들었네 ㅜ-ㅠ 지옥주간 고생많았어. 앞으로는 여유로워지면 좋겠다. 그리고 이건 다른 이야기지만 이번 답레 쓰면서 마지막 문장을 다시 읽고 어라? 했어. 새하얀 눈밭을 처음 봤다는게 꼭 백담이를 처음 봤다는 것처럼 쓰인 것 같아서. 의도치 않았는데 친구하고 싶어하는 걸 은유로 담아낸 것 같은 느낌이니까 ㅎㅁㅎ

포근한 썰 좋지 ㅎ-ㅎ 사실 백담이가 식판 건네받으려고 손 내밀었을 때 잘못 알아듣고 도담이 손을 폭 건네게 하려다가, 도담이가 그걸 못 알아들을 것 같지도 않고 일부러 그런 장난을 치기에는 아직 많이 친하지 않아서 못 했거든 ㅎ"ㅎ 다음에 기회가 되면 좋겠어.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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