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이 남아있는 상태의 전 연인과 연애프로그램에 서로 합의하에 참여하였고 거기서 다시 옛 연인과 재결합을 할지, 아니면 새로운 사랑을 찾을지는 여러분들의 자유입니다. 허나 그 결과가 항상 좋을 순 없으며 당신의 캐릭터의 사랑에 대한 미래는 그 누구도 보장해줄 수 없습니다.
#전 연인 선관은 어디까지나 선관일 뿐입니다. 그것을 핑계삼아 편파를 하거나 해선 안됩니다.
#시트에 견제나 이간지들이 다 가능하다고 되어있는 캐릭터에 한해서는 그 캐릭터에 대한 견제나 이간질을 시도해도 상관없으나 불가하다고 되어있는 경우는 절대로 하시면 안됩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캐입이며 오너입으로 오너 견제를 하거나 해선 안됩니다.
#매주 금요일에서 토요일에 자신이 마음에 드는 캐릭터에게 '캐입'으로 비밀 메시지를 보낼 수 있으며 그 비밀 메시지는 그대로 캐릭터에게 전달됩니다. 어디까지나 비밀이기에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도록 합시다.
#간접적인 호감 전달이나 플러팅 등은 허용이 되나 직접적으로 좋아한다는 고백 등은 특정 기간이 되기 전엔 불가합니다.
#이 스레는 두 달 단기입니다. 또한 프로그램 특성상 주기적으로 계속 시트를 받을 순 없기 때문에 중간에 무통잠을 해버리면 상당히 피해가 커질 수 있습니다.
#캐릭터끼리는 아슬아슬한 분위기가 만들어도 오너들끼린 사이좋게 지내도록 합시다.
#다시 말하지만 라이벌은 어디까지나 캐릭터지. 오너들끼리 견제하거나 편파를 하거나 하지 말도록 합시다.
#여러분들의 캐릭터의 사랑에 대한 미래는 그 누구도 보장할 수 없으며, 그것으로 인해 불평을 한다고 한들 아무도 도와줄 수 없습니다.
#그 외의 문의사항이 있거나 한 분들은 얼마든지 물어봐주시고 상황극판의 기본적인 규칙을 따릅니다. 수위가 너무 높아지지 않게 조심합시다. 성행위, 혹은 그에 준하는 묘사나 시도 기타 등등은 절대 불가합니다.
영월이 느릿느릿하게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뗄 때, 누군가 부축해주는 이가 있었다. 취기가 오른 이를 부축해준다는 따뜻하기 그지없는 행동에 비해 받치고 들어온 무언가는 사람의 몸뚱아리라기에는 마치 겨울숲의 나뭇등걸이 턱 받치고 들어오는 것처럼, 냉랭하고 무기질적인 면이 있었다. 그러니 최악의 경우는 아닐 것이다. 그 날 그 때 짧은 순간에나마 의지했던 그 사람의 어깨는, 어느 초가을날 아직 여름의 기색이 남은 햇살 아래 기댄 나뭇등걸마냥 청명한 데가 있었으니까. 그러니 이건 아마도, 불운하게도 에어컨 바람을 직통으로 맞는 자리에 있었던 스태프의 어깨려니 하고 부축해주는 이가 누구인지 보면─
자신이 여기에 부른 사람이, 그러나 지금 여기 이 순간 있어서는 안 될 얼굴이, 생전 그런 표정을 지으리라곤 생각해본 적 없는 표정을 하고 영월을 바라봐오고 있었다. 물건을 보는 눈빛. 그것도 아주 걸리적거리는 물건을 보는 것만 같은 눈빛. 신발 밑창에 달라붙은 껌이나, 한가득 쌓인 분리수거되지 않은 쓰레기더미, 혹은 출고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반짝이는 차의 모퉁이에 생긴 커다란 흠집을 바라보는 그런 눈빛... 당장 죽이고 싶을 정도로 혐오스럽다 하는 극단적인 색채의 증오도 아니고, 짜증과 그 궤를 같이하면서 짜증보다 훨씬 유독하기 그지없는 회색의 매캐한 증오를 두르고 한 쌍의 눈동자가 어둑어둑해진 사위 가운데서 선명히 영월을 바라봐오고 있었다.
마지못해 툭 던져지는 매정하다 못해 야멸찬 한 마디.
"되지도 않는 술을 왜 그리도 퍼마셨어."
그는 스스로 이미 정답을 정해둔 질문을 던져왔다. 그야 당연히 영문도 모르고 버려진 채로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삼 년 동안 얼굴도 마주치지 못하고 이별을 경험한 서슬퍼렇게 날이 선 인간을 눈앞에 마주했으니, 불러놓고도 외면하고 싶어서 맞은편이 아니라 술병과 술잔에 시선을 두었겠지. 네가 불러놓고도 이건 아니다 싶었던 거겠지. 네가 나를 이런 꼴로 만들었는데, 이런 꼴이 되어버린 나를 네가 새삼 마주보고 싶어할 리 없다. 그것이 강청이 정해둔 정답이었다. 영월이 혹여나 발걸음을 멈췄으면, 조금이라도 멈칫했다면, 그 즉시 "걸어." 하는 싸늘하고 딱딱한 명령조의 말투가- 살아생전 언감생심 그에게서 들어볼 거라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날선 어조가 한 마디 더 와서 꽂혔을 것이다.
가는 길에 누군가 마주칠 일은 없을 것이다, 하고 자신하려면 그 반대로 남들보다 일찌감치 자리를 떴어야 했다. 그도 아니면 적어도 가장 마주치기 싫은 한 사람의 행방 정도는 확인하고 자리를 떴어야만 했다.
진실게임 속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느라 조금 신이 난 기분과 문자에 답을 하고 나서의 심란한 마음이 섞인탓에 자신의 주량보다 술을 더 해버렸다. 슬슬 세상이 빙글,하고 돌아버리는것만같은 느낌에 분위기를 한번 살핀 채린이 조용히 몸을 일으켜 자리를 벗어났다. 술을 깨기위해 근처 카페에서 커피라도 한 잔 해야겠다고 생각한 채린은 후덥지근한 공기속에서도 반짝거리며 제 빛을 뿜어내는 밤하늘 속 별을 바라보며 휘청휘청 걸음을 옮긴다.
"아으, 어지러워라."
위태롭게 휘청이며 걷던 발이 꼬이려던 찰나에 잠시 자리에 멈춰서서 중심을 잡은 채린이 고개를 두어번 흔들고는 손으로 이마를 짚는다. 끄응.. 앓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바로하던 시선끝에 불이켜진 카페의 간판이 들어온다. 찾았다. 마침 잘 발견했다는듯 배시시 웃으며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선다.
"안녕하세요. 음.. 아이스바닐라라떼 한 잔 주시겠어요?"
술이 오른와중에도 몸에 배어버린 친절함이 자연스레 풍겨나왔다. 양손으로 예의바르게 카드를 건네주고 건네받은 채린은 카드와 함께 건네받은 진동벨을 들고 잠시 앉아있을 자리를 찾아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분위기에 맞추려 억지로 마신 맥주 한 잔은 연호에게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술자리의 공기는 음료수만 홀짝인 사람이라도 취하게 만들 듯한 마력이 있었으므로, 연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커졌고 톤은 높아졌다. 어쩌면 그것은 애꿎은 공기 탓을 할 게 아니라 불안감 때문이었는지도 몰랐다. 전 연인인 채린이 누구를 선택할지 전혀 예상할 수 없었으므로. 그러나 자신을 선택해주었다는 사실에 연호는 다른 이와 채린이 함께한다는 걱정이 조금이나마 떨어져나가는 것을 느꼈지만, 과연 이런 식으로 안일하게 마음을 놓아도 되는지 전연 알 수가 없었다--
「둘이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이란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얼마나 기대하고 또 혼자서 얼마나 희망을 가져도 되는가? 마음속으로 떠오르는 질문에 연호는 아직 대답할 말을 찾아내지 못했다. 술자리에서 슬쩍 빠져나가는 채린== 연호의 시선은 술자리의 분위기에 흩뜨려진 것 같으면서도 절대로 그 뒷모습을 놓치지 않았다. 조금 시간이 지나간 뒤에, 연호도 조용히 일어섰다. 바람이라도 쐬고 금방 올 것처럼, 술자리의 미덕에 상응하는 존재감 없음이었다.
그대로 그녀를 따라 걷는다. 둘의 간격을 좁히고 싶으면서도 좁힐 수가 없다. 발걸음의 속도 문제는 아니다. 발걸음에 비례하는 마음의 간격과의 문제가 아닐까. 카페에 들어가는 채린의 뒷모습을 따라 잠시 머뭇거리다 따라 들어간다. 연호로서는 그 외의 선택지를 찾을 수 없었던 탓이다. 어느 카페 종업원이라도 환영할만한 손님의 태도로 커피를 주문하는 채린이었다. 바뀐 게 없구나. 둘의 사이는 바뀌어버렸는데. 연호는 채린이 카운터에서 멀어져있는 동안 눈을 곱게 접으며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새로 받은 진동벨을 들고 채린의 뒷모습을 본다.
언제까지나 술래잡기가 이어질 수는 없다==
연호는 채린의 시야에 드는 테이블 하나를 택한다. 한 손으로는 채린이 앉기를 바라는 의자를 앉기 편하게 빼놓으며 다른 쪽 손으로는 어느 부잣집 집사처럼 의자를 곱게 향해 가리키고는.
한창 좋았던 때와 판이한 어투를 듣고서 씁쓸함이 미소 뒤에 드리워진다. 연호는 제 음료와 함께 냅킨을 몇 장 가져와 습관처럼 테이블 중간에 올려놓는는다.
"........"
일단 앉기는 했는데 말이 쉽사리 꺼내어지지 않는다. 연애 초기와는 또 다른 말문 막힘에 연호는 사뭇 당황한다. 잔의 손잡이를 그저 매만지다가 양손을 깍지껴 턱 아래 받치고 슬그머니 묻는다.
"속은 괜찮아요? 아까 조금 무리하는 것 같던데...."
술자리때부터 쭉 보고 있었으니까. 그렇다고 빤히 그녀만 보고 있으면 곤란하니 슬쩍슬쩍 시선을 분산했다 할지라도 전 연인이 뻔히 알고 있는 주량을 넘긴다거나, 조금 취한 것 같다거나 하는 건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목소리도 어느새 어색한 사무조가 되어 있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