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단거리 수평 도약은 라임이 신속이면 강화해서 뛰는게 훨씬 낫겠지만, 수직 점프보다는 로프로 올라가는게 더 안정적일 가능성이 높으니까! 무엇보다 도움닫기할 발판이 없는 상황(대표적으론 공중)에선 제대로 뛸 수 없을테고. 사실 이게 좀 크지. 의념보 같은 공중에서 제약 없이 발을 디딜 수단이 있다면 확실히 직접 움직이는게 대체로 더 나을 수도.
반대로 의념보가 없는 이상 '그럼 발판이 없을 땐 어떻게 하게?' 라는 전제에 답변이 명확하지 않다면 로프컨넥트는 익혀두는 것만으로도 나쁘지 않다고는 생각하고는 있어. 물론 로프컨넥트로 걸칠 것도 없는 극한의 허공일 수도 있겠지만, 그 상황이면 애초에 비행 능력이 없으면 대응하기가 힘드니까...........
>>983 숨은 가빠옵니다. 감각은 여전히 경종을 울리고, 점점 다가오는 매캐하고 뜨거운 향기는 라임의 장기들을 하나하나 지우려 하는 것 같습니다. 스프링쿨러를 통해 떨어지는 물줄기들에 의해 원하는 만큼의 시야는 얻을 수 없고, 냄새들을 통해 예민한 후각은 쓰일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라임은 활대를 매만집니다. 조금입니다.
조급함을 지워내고, 호흡을 고쳐냅니다. 활시위에 화살이 올라갑니다.
- 알고 있나요. 라임?
익숙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로빈후드, 신정훈은 웃음과 함께 라임의 등 뒤에서 활시위에 손을 올려줍니다.
- 바람은 변덕쟁이죠. 말은 제대로 듣지 않고, 자신이 바라는 곳으로 쏘아다니기 때문에 가장 통제하기 어려운 존재이기도 해요.
그는 라임의 자세를 교정하며 느긋하게 말을 이어갑니다.
- 하지만 그래서 어디라도 떠날 수 있답니다. 조금의 틈만 있다면, 그곳을 비집고 나아갈 수 있으니까요.
그 날, 라임은 처음으로 바람을 활시위에 담은 채 쏘아낼 수 있었습니다. 바람을 쏘아 처음으로 먼 거리로 휘어진 화살을 쏘아냈을 때. 그 족적을 보며 만족스럽게 웃던 라임과 신정훈의 웃음이 왜 갑작스럽게 떠오른 걸까요? 그 순간이 떠올랐기 때문이었을겁니다.
인첸트 바람의 목소리
퉁. 한 발의 화살은 매캐한 공기와 불길로 달아오른 온기를 뚫고 쏘아집니다. 회사의 한쪽 벽을 뚫어내고, 급격한 공기의 유입으로 불꽃이 더욱 불타오르지만 라임은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웃습니다. 이걸로 호흡의 문제는 해결했습니다. 상대가 얼마나 자신의 틈을 노리는진 모르겠지만.
조급하지 않게, 시간 이상으로 상대하면 되는 겁니다.
>>985 별, 별이여, 그 추상적이며 누구보다도 어려운 존재여. 그러나 누구보다 아름답게 느껴지는 존재여. 누구도 독점할 수 없는 존재여. 누구도 함부로 담을 수 없는 존재여.
그렇게, 내게 다가왔던 그대여.
손에 들어가는 힘이 강해집니다.
캉!!!!
검을 쳐내고, 흩어지는 대검의 파편이 떠오르는 모습을 봅니다.
캉!!
불꽃이 흐트려집니다.
카가강!! 캉!!!
저 검은 태식에게 말하는 것 같습니다. 이미 여름은 끝났다고요. 이제 시들 순간만 남았다고요. 굳건한 태식의 정신과는 다르게 태식의 마음 속 어딘가에서는 태식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이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우승 상대를 상대로 선방한 게 아닐까.
나는 충분히 잘한 게 아닐까.
몰아치는 검합 속에서 찾아가는 것은, 우습게도 과거에 대한 미련입니다. 당신은 총을 쥐었고, 당신의 짝은 검을 쥐었습니다. 그러나 마지막에 두 사람에게 남은 것은 한 자루의 검 뿐이었습니다. 비록 자신의 피를 삼키고, 스스로를 불태워가는 검을 휘두르고 있지만. 그렇지만!!
태식은 검을 짓켜듭니다. 우스갯소리처럼, 엘리자베스라 이름 붙인 검은 이미 한계를 토해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입니까. 내 검이니까, 내 아내의 검을 펼쳐주는 검이니까. 지금의 당신에게는 그 무엇보다 든든하고 고마운 검입니다.
마지막을 논하듯 마침점을 찍기 위해 떨어지는 검을, 붉은 기를 띈 보호막이 막아섭니다.
" 큿.. "
하지만 적룡공훈장의 힘도, 저 의념의 구현 앞에서는 여려울 듯 싶었습니다. 천천히 꺠지기 시작하는 막 안에서 태식은 검을 내리고, 아래로 끌어당깁니다. 마치 온 몸을 비틀어내기라도 하듯, 폭발적인 의념의 힘이 불타오르고, 투쟁은 그 힘을 집어삼켜 한 줄기 불꽃을 만들어냅니다.
베어냅시다.
아래에서 위로, 치솟은 검이 불꽃을 토해냈다.
막은 완전히 깨어지고, 장도를 비틀어 검격을 막아내는 적을 향해 내달린 참격은, 그 격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기적적인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작은 핏줄기가 이주일의 왼쪽 어깨를 중심으로 터져나옵니다.
놀란 표정으로, 다시금 검에 힘을 쥐어내는 이주일은 다시금 태식을 바라봅니다. 이번에는, 정말로 베어내겠다는 듯. 그 힘이 예사롭지 않은 파장을 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