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함이 늘 미덕인 것만은 아니다만, 그럼에도 거짓말과 비교했을 때 어느쪽이 낫냐고 물어본다면 단연코 고를 수 있었다. 물론 솔직함을 변명삼아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멋대로 쏟아내는 녀석도 있기는 마련이지만.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이어지는 상대의 설명에 조금 감탄한다.
"B급? 마도가 B라면 그것도 상당한데. 뭐, 마도는 특기가 아니더라도 응용이 뛰어난 부류 아닌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마도는 무기술보다 훨씬 더 성장하기 어려운 부류의 학문이다. 그게 B라는 것은 이미 엄연한 마도사의 길을 걷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역시 특별반, 실력이 뛰어나군. 다만 말해오는 뉘앙스와 표정에서 자신의 특기에 대해 조금 회의적으로 여기는 것 같아, 나는 의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꽤나 회의적인 말투인데, 불과 폭발. 좋아하니까 특화한 것 아니었나?"
B 까지 오른 마도사가 그렇게 명확한 특기 속성을 정했다는 것은, 좋아하던가, 관심이 많던가, 어찌되었던간 파고든 이유가 있었을 테니까.
듣기 좋은 소리를 하는 턱에, 하유하는 소리 내지 않고 조심스럽게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 좋은 생각이야. 웃음 소리를 내었다가는 지금 졸고있던 상대방이 깨어버릴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그리고는 천천히 감기는 눈을 바라보며 시간이 제 역할을 다 하도록 기다렸다. 숨소리는 길고 깊어지며 심박수는 느려진다. 얼굴에 항상 서려있던 힘까지 풀린 것인지, 본 적 없는 표정으로 자는 턱에 키득거리는 웃음소리를 참으려 무지 애를 먹었다.
"잘 자네."
마지막으로 상대방의 얼굴을 주의 깊게 바라본 다음에 손을 뻗어 가볍게 앞머리를 옆으로 쓸어보았다. 관리는 안 한건지 CF에 나올 것 처럼 찰랑거리는 상태는 아니었지만 이쪽도 마음에 들었다. 꿈뻑 꿈뻑 눈꺼풀이 느려지는 것은 이쪽도 마찬가지였지만 자연스럽게 깰 때 까지 기다려 보기로 했다. 그 다음이 내 차례가 될 것이니까.
뭐, 좋게 말해준다는데 나쁘게 들을 것은 없다. 그것이 빈센트의 생각이었고, 빈센트는 남의 이야기를 꼬아서 듣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자기가 그렇게 듣는 것이나, 남이 그렇게 듣는 것이나. 그렇기에, 빈센트는 그다지 부정하지 안항ㅆ다. 그리고 불과 폭발을 좋아하니까 특화한 것 아니냐는 말에도 고개를 끄덕이지만, 거기에는 불평인지 자학인지 고민인지 모를 무언가가 섞여 있었다.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좋아하죠. 하지만 인간은 좋아하는 것만 하고 살 수는 없습니다. 최근의 경험들을 통해 알게 되었죠."
빈센트는 그렇게 말하면서, 바람을 만들어내 폐공장에 날렸다. 쨍그랑! 바람이 유리창을 강타하며, 유리창은 수천 수만개의 조각이 되어 깨졌다.
"예를 들어, 바람을 강력하게 만들면 저것들을 이용해서 유리조각이 날아다니는 살벌한 폭풍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 불에 매여있었죠."
윤시윤은 이번엔 그다지 신음을 흘리거나 뒤척이지 않았다. 식은 땀이 흐르지도 않았고, 괴로운듯 표정도 짓지 않았다. 그저 평온한 기색으로 잠시간 눈을 감고 잠들어 있었고, 어느 순간 스르륵 하고 눈을 뜸으로서 깨었다.
....
"....으음."
눈을 천천히 깜박이며, 바로 앞에 가까이 놓인 상대의 얼굴을 바라본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계속 보면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역시 조금 민망한데. 꿈을 꾸었는지 까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적어도 상태를 보건데 악몽은 아니었던 것 같다. 편안한 분위기는 좋은 숙면과 관계가 있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면 흥미로운 실험이긴 한걸.
"하하, 눈 앞에서 대화하고 있으면 예의바른 녀석이라는 인상이니까. 그야 좋게도 말하지."
비교적 악명이 높단 인상이었는데, 직접 만나서 대화해본 결과론 정중하다. 물론 정중하게 맛이간 녀석도 적지 않은게 요즘 세상이라곤 하지만. 적어도 나쁜 인식을 가질만한 일은 아직까진 없는 것이다. 예의란건 중요하다.
"흐음."
나는 그의 시연을 보면서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끄덕이곤 정리한다.
"요컨데, 자신의 특기에 얽매여 사고가 경직되어 있었다는 것인가. 마도 사용자는 유연한 발상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다만 억지로 특기 외의 방향으로 틀려고 해봤자 강점을 버리는 꼴이 될테고. 어려운 이야기로군."
특기를 살리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반대로, 사고를 유연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다못해 그가 무기술 사용자였다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게 그리 이상한 행위는 아니지만. 마도라는 폭 넓은 응용력의 테마에선, '잘할 수 있는 것' 에만 관심을 가지는게 가능성의 제한이 되기도 한다는 건가. 이래서 마도쟁이들은 어렵다. 좋은 말을 해주고 싶은 생각은 있다만, 솔직히 전문가인 그가 나보다 더 잘 알것이다. 따라서 일단은 열심히 맞장구 치며 같이 고민해주기로 하였다. 아는체보단 나을 것이다.
"뭐....폐공장이라고 해도 함부로 파괴해서 좋을 것은 없을테니까."
배상 얘기에는 쓴 웃음을 지으며 대답한다. 본래는 당연히 말려야겠지만, 급우가 예의바르게 사정을 설명하고 훈련하고 있으니까. 뭐 제대로 가동되고 있는 곳도 아니고 대폭발로 날려버리는게 아닌 이상 조금 정도는 괜찮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