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558089> [All/육성/슬로우/무협] 무림비사武林秘史 - 101 :: 1001

◆4/9tuSdgtM

2022-07-10 02:25:58 - 2022-07-17 10:56:12

0 ◆4/9tuSdgtM (gA4rs5hOu.)

2022-07-10 (내일 월요일) 02:25:58

주의사항
※최대 12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진행 때에는 #을 달고 써주시면 됩니다. 진행레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색깔을 입히거나, 쉐도우를 넣는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스레주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쁘게 꾸며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주도 무협 잘 모릅니다...부담가지지 말고 츄라이츄라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적용표준으로 적용하며, 이에 기속규칙대로 해야한다됩니다.

시트스레 :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1885835/
수련스레 :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6307065/recent
다이스스레 :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2093605/recent
임시스레 : https://bbs.tunaground.net/trace.php/situplay/1591887528/recent
위키 :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B%AC%B4%EB%A6%BC%EB%B9%84%EC%82%AC%E6%AD%A6%E6%9E%97%E7%A7%98%E5%8F%B2
익명 설문지 :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e40d_FakoEwIYj7dHpDGZLWrxfDOqH6WZM-53IcFJCou4k5g/viewform?usp=sf_link

639 재하 - 지원 (gcLZiMUlj2)

2022-07-12 (FIRE!) 13:16:37

물 밑으로 가라앉는다. 한없이 가라앉고 나갈 수 없다. 물이 전부 말라버리면 사막이 드러난다. 무얼 쥐어도 다시 흩어지고 바스러질 것을 익히 알고 있다. 재하는 그 황량한 공간에서 유일하게 실재하는 당신의 품에 파묻혔다. 전부 알고 있다. 아무리 마셔도 갈증은 멈추지 않을 것이요 쥐어도 소유함은 없을 것이다. 당신도 언젠가 이 사막을 떠나버릴 것이다. 아무리 끌어내렸다 한들, 자의로 내려왔다 한들. 당신을 강제로 꺼내올 사람도 여럿 존재할 테니. 그 이후의 모든 것이 재하 스스로 선택한 고통이자 강요받은 시련이다. 당신 탓이다. 추악하게도 당신을 탓하기로 했다.

"놓지 않겠다고 하였지요. 싫어하지 않겠다 하였지요.."

구순 밖으로 튀어나온 당신의 약조가 내리 박히자 홀로 곱씹듯 중얼거린다. 허리에 닿는 손길에 몸이 순간 가늘게 떨린다. 과거에도 당신이 이리 손 얹은 적 있음에도, 그때는 자신의 추악함을 알지 못하였음을 안다. 지금은 배덕감이 물밀듯 치고 올라온다. 결국 이리 갈 때까지 가버렸구나. 진정 내가 이 어두운 곳에 붙잡고 끌고 내려갔구나. 아니, 당신이 내려온 것이다. 당신 탓이다. 당신이 앞에 나타나지만 않았더라도, 그때 선택하지만 않았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재하는 자책하고, 원망함과 동시에 신앙에 기대기로 했다. 그래야만 이 공허의 굴레 속에서 자신의 남은 정체성이라도 희미하게 가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니 이 모두 천마님의 긍휼한 은혜일 것이라 믿기로 하였다.

이렇게 당신과 자신이 악인임을 일깨우는 것을 어찌 인간의 힘으로 할 수 있단 말인가. 천마님께서 자신을, 당신을 보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마지막 남은 자비가 으스러진다. 당신이 웃음을 터뜨릴 때, 재하의 얼굴에 미소가 번져나간다. 절망스럽던 얼굴이 불안정한 평화를 그려낸다. 새하얀 초승달처럼 길게 휘어지는 속눈썹, 제비가 물 찬 듯 우아한 호선을 긋는 입매……. 완벽한 가인의 자태이나 금방이라도 깨질 듯 위태로운 미소였다.

"후회하시나요. 혹 같은 처지가 되어 싫은 것은 아니겠지요."

당신이 동의했으니 싫어하면 안 된다. 이 난간 밑은 아무것도 없으니 언젠가 당신이 기를 쓰고 올라간다면 올라갈 수 있겠지만, 누군가 올려준다면 다시는 떨어지지 않을 수 있겠지만. 과연 그럴까? 한 번 밑바닥 맛을 본 자가 다시금 올라가 정상적으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당신이 떠나버려도 이미 미치고 인간이라 할 수 없는 죄악 이리도 쥐었는데 세상 사람들이 그걸 몰라줄까? 그 생각이 재하가 이 복잡한 관계 속에서 언젠가 떠나도 견딜 수 있을 매개체나 다름 없었다. 하니, 결국 당신은 자신을 쥐었지만, 자신 또한 당신을 쥔 꼴이라는 것이다. 그 꼴이 우스워 위태로운 미소 뒤로 작은 웃음이 터져 나온다. 숨결 섞인 자그마한 웃음은 구슬 굴러가듯 하며 교태롭다. 웃음의 끝, 끝내 길게 늘어지듯 달뜬 숨을 뱉으며 숨을 갈무리했다.

"대협……."

인간의 삶은 무상하며 잔악하다. 모두 하나같이 똑같은 존재다. 잠자리 함께 할 수 있어도 꿈조차 같이 꿀 수 없는 존재다. 같은 말을 하며 다른 뜻을 품고 때로는 기만하며 짐승과 다를 바가 없을 때도 있다. 돼지보다 못한 자들, 네 발로 기는 것이 나을 때가 있거늘 기어이 두 발로 걸어 다니며 아가리를 벌리는 역겨운 치들, 당신도 다를 바가 없다. 버리지 아니하겠다는 말이 과연 진심일까, 허울 좋은 껍질에 불과함을 안다. 당신의 마음에 자신이 들어찰 자리가 이렇게 좁은데 만족할 수도 없다. 언젠가 그 자리조차 내어줘야 함을 안다. 영원을 약조하는 자는 멀리해야 할 존재요, 이 모든 것이 거짓임을 알면서도 결국 손을 뻗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렴 떠나지 아니하옵지요. 소마는 지금껏 떠난 적이 없으니."

결국 재하 또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수심 깊은 미소가 다시금 얼굴을 채운다. 당신의 품에 파고들듯 하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전부 저리 말해놓고 떠나버렸다. 버렸고, 떠났으며, 잊었다. 과연 당신의 포부는 얼마나 갈까. 당신은 훗날 위로 돌아간 이후 얼마나 자신을 기억할까.

"밤이 길어 외로우니."

이젠 버틸 자신이 없으나 당신이 그 위 높은 난간에서 아래를 잊지 못하고 무너질 꼴이 기대가 되어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신앙과 배덕, 추악과 순수, 욕망과 고통이 어지럽게 섞이며 세상이 이지러진다. 나는 틀리지 않았다. 틀리지 않을 것이다. 틀렸다 말하는 자 있으면 그 혀를 뽑을 것이요 현실을 보라는 자 있으면 눈을 후벼팔 것이다.

"…부디 예뻐해주시어요."

당신이 이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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